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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88화 (1,088/1,498)

1088화 이만 가보겠습니다

슉-!

칼에서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와 천지를 비추었다.

진도도결의 기세도 형성되었다.

진남은 일부러 진도도세의 위력을 반으로 줄였다.

그러나 무상천궁도와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위기감을 느꼈다.

"영진산하(永鎭山河)!"

무상천궁도에서 눈부신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무상천궁도는 그림이 아니라 무상의 신 같았다.

쿵-!

칼은 날카롭게 허공을 갈랐다.

방원 몇십 리의 무도규칙들이 혼돈으로 바뀌었다.

칼에 맞은 금빛이 산산조각이 났다.

남은 힘은 사정없이 무상천궁도에 날아갔다.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지고 방원 만 리는 빛을 잃었다.

무상천궁도는 큰 충격을 입었다.

"조심하시오!"

천 년을 잠들어 있던 인신 경지 정상급의 강자는 저도 몰래 외쳤다.

무상천궁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어, 그는 진남이 허공을 가르고 자신에게 수직으로 날아오는 것을 발견했다.

"제왕지상(諸王之像)!"

무상천궁도는 다시 금빛 공격을 했다.

태아천궁의 몇천 리나 되는 금지가 무너졌다.

선광이 흐르고 웅장한 기운이 느껴지는 강자의 조각상 열세 개가 날아왔다.

인신 경지 강자들은 커다란 압력을 느꼈다.

태아천궁의 조각상들은 구천선역에서 패자였는데 고향에 돌아왔을 때 무상천궁도는 특별히 그들의 의지를 남겼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강자들의 의지를 비장의 수로 쓰려고 했다.

"고작 패자의 의지 따위가 감히 나를 막아? 썩 꺼지거라!"

진남의 호통에 열세 개의 강자의 조각상은 신위를 펼칠 새도 없이 강한 공격을 당했다.

폭발이 연거푸 일어나더니 조각상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럴 수가!"

무상천궁도는 믿을 수 없었다.

패자들이 남긴 의지가 이렇게 쉽게 사라질 줄이야!

쿵-!

진남의 칼은 무상천궁도의 본체를 베었다.

천지가 어두워지고 무상천궁도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진남, 두고 보자!"

무상천궁도는 점점 작아지더니 찬란한 빛으로 변해 빠르게 먼 곳으로 날아갔다.

"도, 도망갔어?"

인신 경지 정상급 강자들은 믿기지 않았다.

'태아천궁의 기둥이고 우리의 신앙이었던 자가 혼자 도망을 치다니?'

"도망가려고?"

진남은 냉소를 지으며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성제대륙의 근원의 힘들 중 하나인 무상천궁도는 싸움 실력이 엄청 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도망가는 속도는 누구보다 빨랐다.

다만, 불행하게도 상대가 진남이었다.

극북지로 빠르게 날아간 무상천궁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바로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그는 몸을 흠칫 떨었다.

"너, 너는 대체 누구냐?"

무상천궁도는 멍청하지 않았다.

그는 진남이 절대 도기가 잘린 제일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에게 복수를 하려는 자다."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무상천궁도는 그제야 발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남의 안색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진남, 나를 궁지로 몰지 말아라!"

무상천궁도는 이를 갈며 말했다.

"나를 꼭 죽여야만 하겠다면 너도 편히 지낼 수는 없을 거다!"

* * *

명심성제와 대북종의 인신 강자들 그리고 다른 세력의 강자들이 태연천궁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진남이 혼자 태연천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깜짝 놀란 그들은 부랴부랴 달려왔다.

"어찌 된 일이냐? 이곳이 왜 이리 어두운 게냐?"

태연천궁에 거의 도착했을 때 그들은 이상함을 발견했다.

"진남은 너무 위험한 존재다! 액운성이 말한 대로 이번에 우리는 연합하여 진남을 이곳에서 죽여야 한다……."

명심성제는 중얼거렸다.

계속 앞으로 가던 명심성제와 강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수많은 웅덩이, 부서진 벽과 기둥들,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비와 바닥에 박힌 액운성 그리고 얼굴에 핏기가 없는 강자와 제자, 장로들이 보였다.

만 년에 가도 한 번 보기 힘들다는 세계 말일의 재난을 겪은 것 같았다.

* * *

그 시각, 극북지.

무상천궁도는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진남 도우, 전에 일은 내가 잘못했다. 너에게 용서를 구할 의향도 있다. 네가 원한다면 나는……."

진남은 손을 저었다.

그의 두 눈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이제 와서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도 늦었다."

말이 끝나자 날카로운 빛이 사방의 어둠을 밝혔다.

빛은 사정없이 도록을 베었다.

도록은 다시 한번 비명을 질렀다.

"진남, 너 죽고 나 죽고 해보자!"

궁지에 몰린 무상천궁도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도록이 흩어지며 수많은 흰빛으로 변해 방원 몇백만 리를 환하게 밝혔다.

방원 몇백만 리의 천지는 성제대륙의 소속이 아닌 독립적인 공간으로 변했다.

원래 있던 무도규칙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창람대륙의 제이대륙과 비슷했다.

"너는 무적이라고 할 정도로 강하다. 하지만 나는 네 육신을 다치게 할 수는 없어도 의지는 죽일 수 있다."

무상천궁도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이때, 흰빛 사이로 천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거인이 나타났다.

어찌나 웅장한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산도 비교할 수 없었다.

궁지에 몰린 무상천궁도는 미쳐서 날뛰었다.

그는 근원의 힘을 불태워 성제대륙에서 새로운 땅을 뜯어냈다.

이제 그는 이곳의 유일한 주재자였다.

그는 의지의 힘도 엄청나게 강해졌다.

"의지로 나를 죽일 생각이냐?"

진남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는 의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상천궁도가 먼저 의지를 사용했다.

"진남, 죽어라!"

웅장한 거인이 움직였다.

커다란 손바닥에 천궁의 힘을 실어 진남을 힘껏 내리쳤다.

슉-!

이때, 청색 빛이 반짝였다.

전신의 혼이 진남의 뒤에 나타나 상황을 지켜봤다.

쿵-!

방원 백만 리의 흰 빛은 천상의 벌을 받은 것처럼 부서졌다.

거인의 형상도 산산조각이 났다.

더 처량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무상천궁도의 본 모습이 나타나더니 땅 위에 세게 떨어졌다.

빛이 어두워지고 무상천궁도의 기운이 빠르게 사라졌다.

"너, 너 이건……"

무상천궁도는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천지가 흔들리고 규칙이 혼란스러워졌다.

바람이 불고 번개가 번쩍였다.

성제대륙이 다른 대륙보다 강했지만 진남의 등 뒤에 있는 청색 형상을 감당하지 못했다.

진남은 전신의 혼을 거뒀다.

방금 전신의 혼을 드러낼 때 그는 전신의 혼의 기운을 눌렀다.

아니면 극북지도 혼돈으로 변하고 사라질 것이었다.

"차하계에서 싸우려면 방해되는 것들이 많구나."

진남은 칼을 휘두르려 했다.

진남에게 차하계 대륙의 일부 근원의 힘을 없애는 일이 인선 경지를 죽이는 것처럼 쉬웠다.

이때, 진남의 식해에 있던 무주궁도가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하여 무상천궁도를 흡수했다.

"어라? 근원의 힘을 흡수하면 무주궁도가 회복되나?"

진남은 도록을 자세히 살폈다.

한참이 지나도 무주궁도는 반응이 없었다.

"좀 더 기다려보자."

진남은 고개를 젓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 * *

다음 날.

진남은 칼을 들고 태아천궁에 쳐들어갔다.

태아천궁도가 죽고 서른 명의 인신 강자들도 죽었다.

액운성은 폐인이 되었고 종지는 반이나 훼손되었다.

거의 멸망이나 다름이 없었다.

대북종 종주는 대북종을 이백 년 동안 봉쇄하고 더 이상 제자들을 세상에 내보내지 않는 걸로 죗값을 치른다고 선포했다.

구천선역에서 온 강자들을 포함한 수많은 세력들과 다른 대륙들은 충격을 받았다.

한 사람의 경지가 이 정도로 대단할 수 있을까?

진남이 구천선역에서 패자대성을 이룬 절세천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모두 침묵했다.

그제야 이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차하계의 전설인 비월여제 못지않은 엄청난 인물이니 이 정도 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번 일로 여러 연쇄반응이 생겼다.

창람대륙은 차하계에서 지위가 훌쩍 높아져 다섯 대륙에 들뻔했다.

중앙대륙 등이 창람대륙을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

진남은 아버지 곁으로 돌아갔다.

그는 용호와 사마공을 만나 시간을 보내고 더 이상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사계절이 지나고 한 해, 또 한 해가 지났다.

차하계의 여러 대륙에서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진남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 곁을 지켰다.

진천도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다.

진남은 진천의 경지를 높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진천은 이제 그러고 싶지 않아 여러 번 단호하게 거절했다.

결국 진남이 결혼하고 아이 낳는 일로 진천을 설득해서 겨우 무성 경지까지 돌파했다.

몇 해 후.

흰 눈이 흩날리는 한 정원.

진천은 수피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지만, 여전히 정정했다.

특히 화가 잔뜩 난 표정 때문에 위엄이 느껴졌다.

"이놈아! 패자가 됐다고 아비 말도 안 듣는 거냐? 지금 한창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인데 어찌 몇 해 동안이나 이 늙은이 곁에 있겠다는 거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진천은 화난 말투로 말했다.

"아버지,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구천선역에서의 하루는 창람대륙의 서른 날과 같습니다. 제가 구천선역에서 온 지 얼마 되었다고 이러는 겁니까? 며칠만 더 있다가 돌아가겠습니다."

진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도 며칠 더 있겠다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아느냐?"

진천은 화가 나서 쏘아붙였다.

"계속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나도 너를 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다."

진남은 어쩔 수 없어 얼른 말했다.

"네, 네. 가겠습니다. 가면 될 거 아닙니까?"

진남은 아버지가 진짜 화가 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더 이상 버티고 안 갈 수 없었다.

진천은 그제야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래야지."

진남은 얼른 한마디 했다.

"다만, 수련을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적어도 무성 경지 정상급까지는 돌파를 하셔야……."

진남은 진천에게 도를 깨닫게 해서 억지로라도 대제나 무신 경지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대제는 무도 경지의 분수령 같아서 진천의 경험과 깨달음이 충분하지 않으면 오히려 영혼에 해가 될 수 있었다.

"그건 문제없다."

진천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만, 너도 약속 하나 해야 한다. 구천지존이 되면 바로 결혼하거라. 그리고 그녀들을 데리고 다시 여기로 오너라. 손주까지 데려온다면 더 좋다."

진남이 못 들은 척하자 진천이 그를 노려봤다.

진남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비참하게 겨우 목숨만 유지하는 액운성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해줬다.

"아버지,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한 형상이 눈 속으로 사라졌다.

* * *

얼마 후, 진남은 구천선역으로 돌아갔다.

그는 황무지에 떨어졌다.

"투존대인, 사신전 전주를 없앴기에 세 개의 도술을 상품으로 드리겠습니다."

그의 머릿속에 공손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디선가 선광이 날아와 그의 손바닥 위에 떨어지더니 옥간으로 변했다.

"도술을 상품으로 준다고? 이십사 성구의 단련은 좋은 점도 많구나."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도술들은 구천선역에서 귀한 것이었다.

물론, 진남은 알지 못했다.

신사들이 그를 '투존대인'이라고 인정했기에 좋은 점이 많은 것이지 다른 사람들은 선술을 많이 얻지 못했다.

옥간을 잘 넣은 진남은 저장주머니를 살폈다.

많은 영패들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진남은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풍화장사와 장소지존이 보낸 전음은 별거 없었다.

그들은 진남의 상황과 기연을 얻었는지 물었다.

팔요마왕은 아흔아홉 개의 소식을 보냈는데 아흔여덟 개는 진남을 욕하는 내용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진남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놀라운 것은 용봉화호의 막대년이 몇 개의 신념을 보낸 것이었다.

모두 진남을 걱정하는 내용이었는데 진남의 상황과 위치를 물었다.

진남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일일이 답장을 보냈다.

막대년에게는 별일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만 답장을 보내고 있는 곳은 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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