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1화 가슴 떨리는 일들뿐이구나
"진, 진남 선배님, 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인연이 되어 선배님을 만나게 된다면 용호산맥을 언급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선배님께서 엄청난 전승을 주실 거라고……."
뇌환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진남을 마주하자 불안했다.
그러나 진남이 세 개의 선술을 꺼내자 부러웠다.
"하하하! 용호 이 녀석은 아직도 뻔뻔하구나!'
소충, 궁양, 원도천산의 주인 등은 웃음을 터뜨렸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네 아버, 아니. 스승님은 어디에 계시냐?"
뇌환은 머리를 긁적였다.
"저, 저도 잘 모릅니다. 성제대륙에 간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마 선배님과 연합하여 성제대륙을 싹쓸이하고 성제의 여인을 농락하겠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성제대륙에서 성제라고 불리는 자는 최강의 강자였다.
"그 두 녀석은 아직도 버릇을 못 고쳤구나."
진남은 눈을 흘겼다.
"이 선술은 네가 가지거라."
진남이 가진 선술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많은 문도법을 수련했다.
그 의지라도 그들이 조금이라도 장악할 수 있다면 선술보다 더 강한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 돌아와서 도우들을 만나니 반갑다. 나는 열 개의 전승을 조각상에 주입할 것이다. 신분이나 경지를 떠나서 누구라도 와서 익힐 수 있다. 심지가 굳건하다면 재능이 부족해도 얻을 수 있다."
진남은 손가락을 튕겼다.
열 개의 눈부신 빛이 조각상에 주입되었다.
조각상의 기세가 늘어나고 웅장해졌다.
"이제부터 조각상에 대고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나를 창람의 신이라고도 부르지 말거라. 나는 창람대륙의 평범한 무인이다."
진남은 한마디 덧붙였다.
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한참이 지나고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강자들, 천재들 그리고 무인들은 흥분했다.
진남이 비승하여 창람대륙을 떠난 지도 이제 몇십 년은 지났다.
'진남 선배님은 전설 속의 인선 경지는 넘었을 거다! 인선 경지의 열 개 전승이라니 얼마나 대단한가?'
"허, 한 번에 네 개의 선술과 열 개의 전승을 꺼내다니 대단하구나. 안 돼, 이럴 수 없다. 방금 나의 비승대겁을 부쉈으니 보상해줘!"
소충은 용발을 비볐다.
"물론입니다.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진남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
궁양, 원도천산의 주인 등이 다가왔다.
"궁 형!"
"선배님!"
진남은 얼른 공수했다.
진남이 아무리 높은 경지를 돌파해도 형님은 여전히 형님이고 선배님은 선배님이었다.
그는 예를 차려 인사를 했다.
궁양, 원도천산 등 강자들은 그 모습에 감동받았다.
진남은 변하지 않았다.
예전 그대로였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배를 살폈다.
뱃머리에 한 사람이 서 있었는데 유실약원의 원주였다.
그는 진남의 시선을 느끼고 잠깐 망설였다.
진남을 만나니 그도 기뻤다.
그러나 그 일은 여전히 잊을 수 없었다.
"선배님, 그때 약속을 지켰습니다. 공주는 이제 다시 태어나서 강자의 아래서 수련 중입니다. 기회가 될 때 그녀를 데리고 다시 오겠습니다."
진남은 정중하게 말했다.
"그, 그게 정말이냐?"
원주는 몸이 떨렸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많은 감정들이 가슴에 밀려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원주, 이 녀석이 어렵게 돌아왔는데 연회를 엽시다. 구천선역에서 겪은 일들도 들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궁양은 눈치 빠르게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 좋소."
원주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는 창람대륙 최고의 거물이 아닌 나이 든 어른의 신분으로 돌아왔다.
이때, 한 형상이 요신도로 빠르게 날아왔다.
그는 고함을 질렀다.
"용신 대인, 큰일이 났습니다. 조금 전에 사신전에서 분천고국에 군대를 파견했습니다."
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었다.
소충은 미간을 찌푸리고 살기를 뿜었다.
"나쁜 놈들! 사신전은 오래전에 이미 계획을 다 한 것 같다. 내가 비승하는 틈을 타 진공을 한 게 분명해!"
궁양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지금 당장 분천고국으로 가서 해결하겠습니다. 다만, 사신전에서 반드시 남겨둔 수가 있을 테니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소충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그럼……."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이 끼어들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소충, 궁양, 원도천산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무언가 생각이 났다.
"소충, 나를 태워줄 수 있습니까?"
진남은 살짝 웃었다.
"에잇, 너는 이제 비승까지 했다는 사람이 나쁜 버릇을 못 고쳤구나……. 됐다, 됐어. 이번 한 번만이다. 딱 한 번이다!"
소충은 활짝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온몸의 비늘이 보라색 빛을 뿜어 사방을 휩쓸었다.
엄청난 패기가 흘렀다.
진남은 발끝을 차고 날아올라 용의 머리에 내렸다.
그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궁 형, 오랜만에 왔는데 회포를 풀어야지요. 형님은 연회를 준비하십시오. 사신전인지 뭔지를 없애고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소충이 포효하더니 둘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궁양, 원도천산의 주인 등 강자들은 신경 쓰지 않고 명령을 내려 연회를 준비했다.
도장의 강자와 천재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 한 말은 진남이 혼자 사신전을 없애겠다는 말인가? 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말투지?'
그들은 진남이 엄청난 경지를 돌파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창람대륙에는 법칙의 제한이 있어 진남은 인선 경지 정상급의 능력밖에 발휘할 수 있었다.
또, 사신전의 전주도 구천에서 온 자였다.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운 것을 보면 그의 수하에도 강자가 적지 않았다.
예전에 해주 궁양이 혼자 사신전에 쳐들어갔을 때 사신전 전주를 그를 어찌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진남 선배님은 정말 문제없는 거지?'
* * *
잠시 후, 창람대륙의 북주.
거대한 전룡이 구름을 뚫고 날아갔다.
진남은 용 머리 위에 서서 앞쪽의 검은색 성과 엄청난 양의 사악한 기운을 무덤덤하게 바라봤다.
북주가 완전히 함락되었다.
"와, 한 달 사이에 사신전의 십이사성(十二邪城)이 완수됐구나. 북주의 힘을 사용해 외부의 적을 막을 수 있어."
소충은 깜짝 놀랐다.
"진남, 궁양 등도 부르자. 음, 너를 얕잡아보는 게 아니라, 너는 지금 인선 경지 정상급의 실력밖에 사용할 수 없는데 이대로 쳐들어가는 건 너무 위험하다."
진남은 손을 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 계획이 있습니다."
소충은 눈을 흘겼다.
그는 걱정이 되었다.
'이 녀석 옆에 있으면 역시 가슴 떨리는 일들뿐이구나.'
* * *
그 시각, 북주의 가장 가운데.
이곳에 만장 높이에 기세가 방대하며 사악한 빛을 뿜는 낡은 궁전이 있었다.
이게 바로 사신전이었는데 본 모습은 구천선역의 상고도기였다.
십이사성도 이것에 비길 수 없었다.
"전, 전주. 요신금지의 용신이 도겁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빨간 머리 무인을 태우고 이곳으로 오는 중입니다."
한 형상이 다급하게 궁전으로 뛰어 들어가며 보고했다.
"하하, 실패하다니!"
"무인과 용이라니? 죽으러 오는 건가?"
대전의 인신 강자들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들은 진남와 용신을 우습게 생각했다.
가장 윗자리에 두 눈이 먹을 푼 것처럼 시커멓고 피부가 핏기없이 하얀 청년이 앉아 있었다.
그는 보라색 외투를 걸치고 흉터가 가득한 가슴을 드러냈으며 허리에 세 개의 크기가 다른 휘어진 칼을 차고 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잔을 꽉 쥐어 부쉈다.
그자가 바로 사신전의 전주 액운성(厄雲聖)이었다.
"빨간 머리 무인이 여인이냐 사내냐?"
액운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청년 무인입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창람의 신이라 불리는 진남이라고 합니다."
그 형상은 얼른 대답했다.
"진남? 그자가 돌아왔어?"
강자들은 깜짝 놀랐다.
"오, 진남이구나."
액운성은 안심했다.
그는 비월여제가 지금 돌아올까 봐 걱정했다.
천선 경지인 그는 비월여제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구천선역에서 차하계로 올 때 진남에 대해서도 들었다.
진남은 제일선이고 재능이 비월여제에 뒤지지 않지만 도기가 잘렸다고 했다.
도기가 잘린 사람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었다.
'진남도 나처럼 근원의 힘을 얻기 위해 차하계로 왔겠지.'
"진남은 건방지구나. 감히 용신과 함께 쳐들어오다니. 다들 나와 함께 가보자. 마침 십이사성의 위력을 펼칠 수도 있겠구나."
액운성을 입을 삐죽거리며 술잔을 다시 들었다.
사람을 죽일 때 술 마시는 술이 가장 달콤했다.
"전주의 위엄이 천지를 흔듭니다!"
인신 경지 강자들은 일제히 인사를 했다.
진남의 도기가 잘린 일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액운성은 강자들을 한 무리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날아갔다.
잠시 후, 그들 앞에 진남과 용신이 나타났다.
"습, 마침 잘 왔구나."
액운성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 한 손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쿠쿠쿠쿵-!
열두 개의 폭발음이 천지에 울려 퍼졌다.
열두 개의 웅장하고 거수처럼 기운을 풍기는 고성이 솟구쳤다.
성은 사악한 빛을 뿜었다.
또, 넓은 북주에서 열두 개의 힘이 솟구쳐 성에 주입되었다.
성의 기세는 쭉쭉 솟구쳤다.
수많은 이상이 허공에서 변화하고 방원 몇십 리의 천지규칙 등이 혼란스러워졌다.
사도의 요수, 무인 그리고 인신 경지들은 그 모습을 보자 놀라서 고함을 질렀다.
"진남, 십이사성은 너무 강하구나. 인신 경지 정상급이 상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우리 먼저 물러나고……."
소충은 머리카락이 곤두서서 얼른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진남은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쿵-!
폭발음이 북주에 울려 퍼졌다.
고함을 지르던 사도의 요수, 무인, 인선 경지 강자들 그리고 술을 마시던 액운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들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그들 앞의 하늘과 땅이 전부 혼돈으로 변했다.
십이사성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와……."
소충은 감탄했다.
"이게……."
액운성 등 강자들은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잃었다.
'진남은 도기가 잘렸다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진남은 지금 인선 경지 정상급일 뿐인데 손가락 한 번 튕겨서 십이사성을 없앴다고?'
"궁전으로 돌아가자!"
액운성은 천선 경지의 무인이라 크고 작은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고함을 질렀다.
그의 몸에서 수많은 검은 불꽃이 솟구치더니 주변의 인신 경지 강자들을 감싸고 빛으로 변해 궁으로 돌아왔다.
"도망가는 게 참 빠르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발끝을 차고 사신전 앞으로 날아갔다.
그의 발이 바닥에 닿자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대전은 천지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
결국 궁전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검은빛으로 변해 날아갔다.
액운성 등 강자들은 넋이 나가서 진남을 바라보았다.
'방,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사신전이 왜 없어졌어?'
"이럴 수가 없다! 너는 분명 도기가 잘렸고 인선 경지 정상급의 실력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힘을 쓸 수 있느냐!"
액운성은 발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십이사성과 사신전을 만드느라고 그는 숱한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리도 쉽게 무너지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진남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비록 실력을 인선 경지 정상급으로 제한했지만 지신 무인이나 천신 무인이 온다고 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액운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액운성이 진남의 도기가 회복되고 이제 패자대성의 경지가 되었다는 것을 알면 지금처럼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