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4화 종문과 사형제의 정
"진남 사제, 지나치구나! 방금 네가 칼로 내리쳤다면 모든 살기를 움직여 위험에 처할 뻔했다. 우리도 너를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형상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진남이 앞뒤 없이 무식한 방식을 쓸 줄 몰랐다.
"선배님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방금 시험해봤을 뿐입니다. 진짜로 공격할 생각 없었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진남 사제, 이 얘기는 그만하자. 방금 우리는 폐관 중이라 네가 보낸 신념을 보지 못했다. 미안하다."
여덟 개의 검을 등에 진 중년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소개하겠다. 이분은 장운(張雲) 장로다. 나는 막대년(幕大年)이다. 앞으로 막 숙부라고 부르거라."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를 둘러봤다.
궁전은 여러 개 되었지만 모두 텅 빈 것이었다.
막대년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종문에서 화존좌경에 온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다들 여기 있지 않는다. 가끔 한 번씩 돌아올 뿐이다."
그는 잠시 생각하고는 또 말했다.
"진남 사제, 너는 일흔두 개의 천지성구 때문에 왔지? 화존좌경에는 서른아홉 개의 천지성구가 있는데 모두 다르다. 이 지도를 너에게 주겠다. 나중에 제대로 보고 어느 천지성구로 갈지 정하거라."
그는 진남에게 옥간을 한 개 건넸다.
"막 숙부 고맙습니다."
진남은 빠르게 말했다.
옆에 있던 장운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
"진남 사제, 구천지존으로 등극하는 기연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는 진남을 거들떠도 보기 싫었지만, 진남과 싸울 생각도 없었다.
진남도 그의 사제였다.
"모릅니다, 사형. 말해주십시오."
장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인선으로 진급하려면 선고에 들어가야 하고 성대한 장면이 있어야 한다는 걸 너도 알 것이다. 패자로 진급하려면 정해진 곳에 들어가야 하고 성대한 장면이 필요하다. 하지만 구천지존으로 등극하는 건 그럴 필요 없다.
지존이 무엇이냐? 선의 정상이 바로 지존이다. 지존을 초월하면 더는 선이 아니다.
반대로 구천지존으로 등극하려면 일흔두 개의 천지성구에 들어가 기연을 얻어야 한다. 기연은 실체가 없고 매우 어렴풋하다. 일흔두 개의 천지성구에서 보물을 얻거나 대전이나 시련이나 혹은 실패해도 기연은 너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존으로 되게 할 수 있다."
장운은 문득 무언가 생각나 가볍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백 년이 되어도 기연을 한 개도 얻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하루 만에 얻은 자도 있다.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그는 화존좌경에 온 지 이미 삼십 년이 되었다.
하지만 비월여제는 화존좌경으로 오는 데 시간이 두 달도 걸리지 않았다.
"참고로 여제 선배님의 말에 따르면 운이 없으면 자아(自我)를 많이 생각하라 했다. 천지성구에 가 큰일을 겪고 스스로 결정하면 기회가 좀 많을 것이다."
장운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보탰다.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인사했다.
그는 이제 구천지존의 기연을 잘 알게 되었다.
인선으로 진급하고 패자로 진급하는 것이 선력이 돌파를 가져온 거라면 기연은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었다.
"진남, 다른 건 우리도 가르칠 것이 없다. 종문의 규칙대로 이 영패를 가지거라. 앞으로 이곳은 네가 통제한다."
옆에 있던 막대년은 웃으며 말했다.
"막 숙부, 이곳을 통제하는 건 됐습니다. 저는 화존좌경에 왔으니 앞으로 천지성구에 있을 겁니다."
진남은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그는 처음 제일 소선역에 왔기에 내렸을 뿐이었다.
앞으로 다른 일 없으면 다시 올 생각은 없었다.
막대년과 장운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곳을 통제하게 되면 호신부적을 가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큰 위험에 부딪히거나 적들에게 쫓기면 이곳으로 돌아와 이곳의 현묘함으로 싸울 수 있었다.
막대년이 계속 말하려 하자 진남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막 숙부, 저는 성구들을 둘러보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떠나겠습니다."
말을 마친 후 그는 옆에 가 자리를 잡고 앉아 두 눈을 감고 신념을 주입했다.
막대년과 장운은 서로 마주 보았다.
막대년은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장운은 안색이 부드러웠다.
진남은 옥간에 푹 빠졌다.
"일흔두 번째 천지성구는 화존우경에 있다. 오행의 힘으로 형성되고 오행전승, 도술, 선술, 법보, 천재지보들이 가득하다. 오행일도를 수련한 사람만이 그곳에서 구천지존에 등극하는 기연을 얻을 수 있다."
"마흔여섯 번째 천지성구는 화존좌경에 있다. 모두 칠십이 층이고 층마다 강자의 의지가 가득하다. 무인들은 들어가면 강자 의지의 협공을 받게 된다. 이기면 다음 층으로 갈 수 있다."
"무인들은 한 번만 들어갈 수 있다. 마지막에 도달한 층수가 높을수록 상품도 더 많이 얻는다. 지금까지 서른일곱 명이 칠십이 층에 도달했고 열여섯 명이 칠십이 층에서 구천지존의 기연을 얻었다."
"스물네 번째 천지성구는 화존좌경에 있다. 무인들은 들어간 후 육신은 근골에 찢기고 의지력이 박탈되어 편벽한 곳 심지어는 차하계에 들어가 위기에 부딪히게 된다."
"열다섯 번째 천지성구는 화존우경에 있다. 무인들은 들어간 후 경지가 인선 정도에 도달하여 다시 수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 구역에는 전승이나 기연이 매우 많다. 다시 경지를 진급시키는 것도 매우 빠르다. 마음먹고 수련하면 매우 큰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천지성구는 화존좌경에 있다. 사구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 구천지존의 기연을 얻지 못하면 영원히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구천지존의 기연을 얻은 자는 다른 구역의 열 배가 넘는다. 현재 제일지존인 비월여제는 이 구역에서 나왔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천지성구들은 독립적인 소세계 같았다.
진남이 전에 들어갔던 금지 등과 비슷했다.
하지만 천지성구의 가장 특별한 점은 들어갔다 해도 구천지존이 되는 기연을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막연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서로 다른 천지성구들이 진남을 유인했을 뿐만 아니라 옥간에 적힌 말들도 진남을 유인했다.
"육천 년 전에 잔홍검주(殘虹劍主)가 일흔두 개의 천지성구는 매우 깊은 연관이 있고 그것들이 존재한 의미는 무인들이 구천지존에 등극하는 기연을 얻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천 년 전에 진광지존(塵光至尊)은 일흔두 개의 천지성구가 처음에 나타났을 때는 서른여섯 곳뿐이고 신비한 대전을 치른 후 일흔두 개로 변했고 엄청난 비밀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 년 전에 육몽지존(六夢至尊)은 구천지존의 기연을 얻으면 큰 조화를 이룰 기회가 생길 것이고 큰 재난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건 이미 다른 패자들이 증명했다."
"오랜 시간의 총결에 따르면 구천지존의 기연을 얻은 후 그 천지성구에서 바로 구천지존으로 등극하면 그 천지성구의 도움을 받게 된다. 좋은 점이 매우 크다."
구천선역에서 많은 대단한 강자들이 일흔두 개의 천지성구에 관심을 갖고 무언가 단서를 발견한 게 틀림없었다.
잔홍검주와 진광지존을 연합한 걸 보아 일흔두 개의 천지성구는 엄청나게 큰 비밀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구천지존으로 진급할 수 있는 곳에 숨어있는 건 얼마나 대단할까?'
진남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잠시 후에야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눈을 떴다.
"진남, 일흔두 개의 천지성구가 재미있는 것 같지?"
막대년은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너의 사형으로서 나는 한마디 충고하겠다. 걱정거리를 해결하기 전에는 절대 첫 번째 사구에는 들어가지 말거라."
옆에 있던 장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로부터 많은 절세천재들이 첫 번째 사구에 들어갔지만 나오지 못했다. 안에서 싸우다 죽었는지 아니면 늙어 죽었는지 알 수 없다."
첫 번째 사구에서 죽은 후에도 생명의 옥패 등은 계속 존재했다.
전에 장운과 막대년은 일부 구천지존들이 첫 번째 사구에 온 후 조용히 며칠을 서 있다 묵묵히 떠나는 걸 본 적 있었다.
"선배님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지금은 절대 첫 번째 사구에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저는 지금 마흔여섯 번째 천지성구와 스물네 번째 천지성구에 관심이 더 큽니다. 어디로 갈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열다섯 번째 천지성구도 꽤 괜찮았다.
그는 인선 경지로 제압하고 다시 진급한다면 도법의 나무를 다시 만들 수 있고 십이도를 초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회가 생길 뿐이고 기회는 매우 작았다.
막대년과 장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막대년이 말했다.
"조급할 것 없다. 너는 우선 여기 있으면서……."
진남은 바로 말했다.
"선배님, 괜찮습니다. 지금 몇 개의 큰 세력이 저를 찾고 있습니다. 계속 여기 있으면 안전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잠시 떠나겠습니다."
막대년과 장운은 마주 보았다.
그들도 진남의 신분을 잘 알았다.
진남이 연관된 세력이 많아 그들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결국 진남은 그들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는 공수하고 떠나갔다.
"진남은 접촉해보니 괜찮은 사람 같소. 예의도 있고 오만하지도 않소."
장운은 찻잔을 들고 말했다.
"하하, 자네 방금 전에도 그자를 신경 쓰지 말자고 하지 않았소?"
막대년은 큰소리로 웃었다.
"그 말은 더는 하지 마시오."
막대년은 장운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장운이 간 후에 잘 만들어진 옥잔을 꺼내 넋을 잃고 바라봤다.
마치 고민에 빠진 것처럼 눈빛이 흔들리더니 잠시 후에는 결심을 내린 듯 눈빛이 싸늘해졌다.
"항 도우, 자네가 나에게 부탁한 일에 대한 실마리가 생겼소. 진남은 마흔여섯 번째 천지성구 혹은 스물네 번째 천지성구에 가려 하오. 어디로 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소. 전에 자네가 한 말을 잊지 마시오!"
"암 도우, 나는 방금 정보를 알게 되었소. 자네 태고금기에게 전하시오."
"왕 도우, 묘문에서 원하던 소식을 얻었소……."
막대년은 영패들에 신념을 전하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손에 쥔 옥패를 부쉈다.
무도는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처럼 진보하지 않으면 밀렸다.
그는 진남처럼 좋은 기연이 없었다.
그럼 계획하여 자신의 이익을 가장 크게 만들어야 했다.
종문의 정?
사형제의 정?
이것들은 허무한 것이고 현실과 맞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선마도세'를 했기에 아무도 누가 한 짓인지 알 수 없었다.
* * *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제이십사 천지성구로 향했다.
시련하는 중에 차하계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진남은 지도를 훑어보고선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두 시진 후, 진남은 넓은 바닷가에 도착했다.
출렁거리는 파도 사이로 청색 돌다리가 쭉 뻗었다.
끝에는 몽롱한 안개가 가득해서 동술로도 잘 보이지 않았다.
돌다리의 옆에는 다양한 빛을 뿜는 궁전들이 있었다.
멀리서 무인들이 끊임없이 궁전으로 날아들었다.
궁전에서 나온 일부 무인들이 돌다리를 건너 안개 속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화존좌경, 우경의 칠십이천지성구는 구천지존 아래의 무인들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패자들 외에 천선, 심지어 지선 경지의 무인들도 들어가서 싸웠다.
진남도 그곳에 들어가려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이곳의 모든 것들을 살피는 것 같았다.
"진남, 저곳은 좀 이상하다……"
명망이 입을 열었다.
도경원만 경지가 된 그는 지각이 더 예민해졌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전신의 선동으로 살폈다.
돌다리 끝에 있는 몽롱한 안개를 뚫어볼 수 없지만, 궁전 주변에 이상은 없는지와 이상이 없고 무인들의 경지와 기운 등을 살필 수 있었다.
궁전에는 구천지존도 없고 패자 정상급의 존재들도 무척 적었다.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와 명망은 동시에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왜 이상한 점을 찾아내지 못할까? 저것들이 내 동력보다 더 강하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