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0화 대인, 용서해주십시오
"패자대성의 경지?"
"저 허약한 서생이 거물이라고?"
중년 서생뿐만 아니라 섬 위의 도주와 무인들은 모두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용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남은 존재감이 너무 약하고 전혀 강자 같지 않았다.
도주는 영허가 임명한 자라섬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패자대성의 존재가 그를 무시하고 선석을 한 개도 지불하지 않아도 도주는 건드릴 수 없었다.
"과연 식혼폭풍에 쳐들어갈 법했구나."
무인들은 감탄했다.
그들의 판단이 틀렸었다.
"흥, 패자대성을 이루었으면 뭐 해? 식혼폭풍은 얼마나 많은 패자대성을 이룬 무인들을 삼켰는지 모른다!"
도주는 안색이 어두워져 중얼거렸다.
그는 진남이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해 식혼폭풍을 얕잡아보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 쳐들어가기를 바랐다.
중심까지 쳐들어가면 도망갈 수 없었다.
쿠쿠쿠쿵-!
강한 식혼폭풍은 계속 앞으로 휘몰아쳐 빠르게 섬을 삼켰다.
섬에서 오래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회색 바람이 미친 듯이 공격했지만 조금도 흔들지 못했다.
섬 위의 무인들은 방대한 기운의 충격 외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고개를 쳐들고 앞을 바라봤다.
패자대성의 무인이 식혼폭풍에 쳐들어간 일을 그들은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직접 볼 기회는 없었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패자대성이 죽게 되고 운이 좋으면 폭풍이 끝난 후 시골이나 도기 조각들을 얻을 수 있었다.
"전도선전!"
"삼청일기현결!"
진남은 체내의 두 가지 문도법을 동시에 움직였다.
도광이 반짝거리고 도의가 용솟음쳐올라 커다란 도역을 이루어 하늘 가득한 풍인을 강제로 눌렀다.
진남은 앞으로 다가가 중심과 점점 가까워졌다.
그러자 회색 바람은 위력이 점점 강해졌다.
그가 드러낸 도역은 두 개 셀 시간도 안 돼 빠르게 파괴되었다.
화도선염도 풍인을 녹일 수 없었다.
"저자는 평범한 패자대성이 아니다. 하지만 식혼폭풍이 너무 강하다. 그는 중심에 쳐들어가지 않고 바로 돌아올 것이다. 죽음을 자초하지 않을 것이다."
섬 위의 한 패자가 말했다.
다른 무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비웃지 않았다.
평범한 패자대성이 아닌 거물이 싸움에 임하여 뒷걸음질 쳐도 그들은 비웃을 자격이 없었다.
이를 보고 있던 도주는 안색이 끊임없이 변했다.
"베거라!"
진남은 오른팔을 부숴 단천도로 변화시켰다.
체내의 선력을 끌어올려 눈부신 도광(刀光)을 드러냈다.
하늘이 어두워졌지만, 도광(刀光)은 여전히 눈부셨다.
화르륵-!
진남의 앞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려 중심으로 들어갔다.
"어……?"
섬 위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몇몇 패자들은 자신이 본 걸 믿을 수 없었다.
'많은 패자대성의 존재들은 식혼폭풍에 부딪히게 됐을 때 주위에 다른 섬이 없어 억지로 버텨야 했다. 하지만 저자는 섬으로 돌아올 수 있는데 왜 죽음을 자초하는 거지?'
"하하하,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나. 네가 어떻게 죽는지 보자!"
도주는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중심은 외부와 비교가 되지 않는구나. 외부의 하늘 가득한 바람이 기운을 막아주니 도법의 나무의 위력을 시험해볼 수 있겠다!"
진남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거칠고 사나운 파도처럼 천지를 파괴할 것 같은 힘을 드러내기 전에 한 방에 중년 서생을 기절시켰다.
"도법의 나무, 드러나거라!"
진남은 큰소리로 외쳤다.
눈부시고 방대한 빛이 그의 등 뒤에서 반짝거렸다.
하늘을 찌르는 나무가 엄청난 속도로 하늘로 솟아올랐다.
몇만 리의 허공이 흔들려 산산조각 났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강한 힘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우르릉-!
커다란 하늘이 망치로 내리친 것처럼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나무가 중심의 힘을 눌렀다.
바람은 나무에 다가가지 못하고 피했다.
눈부신 빛은 아무 영향도 받지 않고 중심에서 산처럼 꿈쩍하지 않았다.
섬에 있는 무인들은 진남이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었다.
몇몇 패자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도주와 다른 무인들의 얼굴에 짙은 놀라움이 드러났다.
"괜, 괜찮다고?"
커다란 섬이 조용해졌다.
무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식혼폭풍의 중심에서 괜찮다니. 허약한 서생은 전에 어떤 큰 세력의 절세천재였을 것이다!"
패자가 정신을 차리고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절세천재 등급의 패자대성을 이룬 거물만이 이 정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절세천재?"
도주는 가슴이 떨렸다.
평범한 패자대성이라면 그는 경계심이 들겠지만 두려워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는 영허의 강자들과 엮여 있었다.
하지만 절세천재 등급의 패자대성이라면 그는 미움을 살 수 없었다.
자신이 방금 한 말을 생각하자 그는 식은땀이 흘렀다.
크라아아아-!
이때, 천지를 흔드는 포효소리가 중심의 위쪽에 울려 퍼졌다.
보이지 않는 힘에 밀린 수많은 회색 바람이 한데 모여 길이가 십만 장이 되는 회색 거룡으로 변했다.
거룡은 시뻘겋고 차가운 두 눈으로 진남을 주시하며 강한 파괴의 기운을 드러냈다.
섬 위의 사람들은 제대로 느꼈다.
"응?"
진남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이 용은 어떻게 나타났지?'
"식혼의 용이다! 식혼파멸의 용이 나타났어!"
패자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성존해역에는 매일 많은 식혼폭풍이 일었다.
그중의 한두 개 폭풍에서 힘의 변화로 식혼파멸의 용이 나타났다.
식혼파멸의 용은 패자 정상 등급의 경지였다.
게다가 회색 바람 속에서 도움을 받았다.
평범한 패자 정상은 상대할 수 없었다.
크라아아아-!
천지를 흔드는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심의 위쪽에 많은 회색 바람이 한데 모여 세 마리의 회색 용으로 변했다.
네 마리의 회색 용이 중심에 떠 있었다.
용안은 싸늘했다.
파멸의 기운이 마치 커다란 폭풍 속에 다른 폭풍이 일어난 것 같았다.
"네…… 네 마리?"
도주와 무인들은 놀란 동시에 몸이 살짝 떨렸다.
몇몇 패자들은 낯빛이 하얘졌다.
"네 마리의 식혼파멸의 용이다. 최소 패자 정상 등급의 절세천재거나 구천지존이라야만 저것들과 싸울 수 있다."
그들은 참지 못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좋다, 좋아!"
도주는 정신을 차리고 기뻐하며 외쳤다.
그는 허약 서생이 운이 이 정도로 나빠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려운 네 마리의 식혼파멸의 용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절세천재이고 강한 수단이 있다 해도 죽을 게 뻔했다.
살아남는다고 해도 중상을 입고 숨이 간당간당할 것이었다.
"나에게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도주는 무언가 생각난 듯 눈에 빛이 스쳤다.
'절세천재들은 좋은 물건을 많이 갖고 있을 것이다. 저자가 중상을 입은 틈을 타 습격한다면…….'
"재미있구나."
진남은 두려워하지 않고 입꼬리가 비틀렸다.
조용히 떠 있던 도법의 나무의 나뭇가지들이 스스로 바람에 날리고 강한 보이지 않는 힘을 드러냈다.
네 마리의 회색 용은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용발을 내리쳤다.
쿠쿠쿠쿵-!
강한 강기가 사방을 휩쓸고 많은 회색 바람을 부쉈다.
네 마리 회색 용이 강했지만, 도법의 나무의 강한 힘과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다섯 개 셀 시간도 안 돼 그것들은 머리가 부서졌다.
커다란 용구는 상처가 가득 나 볼품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회색 바람이 다시 솟아오르자 그것들은 순식간에 모습을 되찾고 눈빛이 더 싸늘해졌다.
"식혼폭풍이 저것들에게 힘을 제공해줄 수 있구나. 됐다. 계속 싸우는 건 의미 없다."
진남은 도법의 나무를 거두고 신념을 움직여 백남지화를 드러내 앞으로 날아갔다.
네 마리 회색 용은 진정한 영지가 없지만, 영성은 보통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비늘보다 작은 꽃송이가 날아오는 걸 보고 눈에 경멸의 빛이 드러났다.
슉-!
한 회색 용이 용발을 내리쳤다.
다른 세 마리 회색 용은 꼬리를 흔들며 세 개 방향에서 진남을 협공했다.
앞에 있는 자는 경지가 매우 강했다.
이때,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영생지화에서 보이지 않는 기운이 풍겼다.
회색 용들은 몸이 굳었다.
그것들은 경악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기도 전에 몸이 부서져 사라졌다.
게다가 식혼폭풍의 힘도 더는 도와주지 않고 그것들도 되살아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커다란 식혼폭풍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남은 바로 영생지화를 거두어들였다.
이 꽃은 힘이 매우 강했다.
만약 영원지화를 계속 허공에 세워둔다면 식혼폭풍 전체가 소멸될 수 있었다.
그러면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었다.
구천지존의 지존 초급의 거물이라도 전력을 드러내야 이 정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사, 사라졌어?"
몇몇 패자들과 도주 그리고 무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영혼이 번개에 맞은 것 같았다.
'네 마리 식혼파멸의 용이다. 앞에 있는 허약한 서생은 패자대성의 경지인데 이것들을 격파할 수 있다니? 게다가 오십 개 셀 시간도 안 되고 전혀 힘을 들이지 않았다.'
섬은 다시 조용해졌다.
천지를 뒤엎는 폭풍이 계속 앞으로 휘몰아쳤다.
시간이 지난 후 폭풍은 섬을 지나 계속 앞으로 휘몰아쳤다.
진남도 폭풍을 성공적으로 버티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섬 안으로 들어갔다.
"도주,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진남은 기운을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말했다.
"구천지존 대인, 용서해주십시오. 좀 전에는 제가 눈이 삐었습니다."
도주는 안색이 창백해져 서둘러 허리 숙여 사과했다.
진남을 바라보는 다른 무인들의 눈에 경외심이 가득했다.
그들은 진남을 구천지존이라고 생각했다.
진남이 겸손하여 패자대성의 경지만 드러냈다고 생각했다.
"나의 미움을 산 것도 없는데 용서하고 말고 할 게 있느냐?"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선 손을 저으며 말했다.
"됐다. 백만 개 선석도 필요 없다. 네가 말했던 영허가 어떤 세력인지나 말해주겠느냐?"
도주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진남이 자신을 처벌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남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도주가 대답이 없자 진남은 물었다.
"안 되느냐?"
도주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말했다.
"되, 됩니다. 선배님께서는 제일 소선역에 처음 오셨습니까? 제일 소선역의 다른 곳에 대해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변연지지는 잘 압니다.
제일 소선역의 변연지지는 매우 넓습니다. 다른 소선역의 절반 정도 됩니다. 성이 많고 금지도 많습니다. 다른 소선역의 세력들도 이곳에 거점을 세웠습니다. 또 많은 강자들은 스스로 한 곳에 거주하는 자들도 있습니다. 매우 복잡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강한 건 영허, 치황도, 회선종(回仙宗), 만마문(萬魔門), 나음고사(羅音古寺) 다섯 개 세력입니다. 세력마다 구천지존이 있습니다. 잠재력 등은 열네 개 무상도통과 비교가 되지 않지만, 많이 약하지 않습니다."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제일 소선역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변연지지가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
"네가 아는 걸 다 말해 보거라."
진남은 말했다.
이번 기회에 제일 소선역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다.
"좋습니다. 제일 소선역의 변연지지는 대단할 것 없습……."
도주는 사실대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빠르게 들렸다.
길이가 삼십 장 되고 검은색 화염을 감은 창이 강한 힘을 풍기며 섬으로 날아왔다.
무인들은 위기감이 들어 안색이 어두워졌다.
창은 위력이 매우 강했다.
그들 같은 천선 경지가 상대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