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8화 제일 소선역으로
섭황천주는 살짝 웃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원에서 거닐며 말했다.
"상고시대의 큰 전역이 폭발하기 전에 주경거물들보다 더 강한 자들이 적지 않았다. 전신 등이 왜 십 대 주선이라고 불렸는지 아느냐? 그리고 주선들의 현세가 구천선역에 왜 계속 영향을 미칠까?
그건 십 대 주선이라는 이름이 주선보다 더 강한 자들도 경계하고 마음이 흔들릴 만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진남은 두 눈에 불꽃이 일었다.
보천정의 명망도 귀를 쫑긋 세웠다.
섭황천주가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속에 많은 정보들이 있었다.
'주선이라는 이름, 주경 거물보다 강한 자, 신비한 대전!'
섭황천주는 진남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십 대 주선들 중 전신은 구천의 제일 주인이었다. 누구도 이길 수 없고 특별했다. 이런 특별함 때문에 다른 주선들과 달리 전신의 이름은 구천선역의 금기가 되었다. 패자들이 그 이름을 언급하면 반드시 화를 입었다. 다만, 너는 지금 실력이 성장했고 그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
전신의 이름은 항존(項尊)이다."
이름을 입에 올리자 소세계에 보이지 않는 폭풍이 일었다.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진남은 몸을 흠칫 떨었다.
"항……존?"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름을 듣는 순간 진남은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은 기분이 들었다.
쿵-!
진남의 등 뒤에 있던 전신의 혼은 청색 빛을 더 강하게 뿜었다.
태고의 위압도 몇 배로 늘었다.
정원 전체가 흔들렸다.
정원의 모든 것들에 혼탁한 빛이 돌았다.
마치 청색 빛을 막는 것 같았다.
섭황천주, 건결로도, 장소지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예상대로 진남은 전신의 이름을 알게 되자 큰 도움을 얻었다.
잠시 후,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공수했다.
그는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만족감과 기쁨을 느꼈다.
이때, 무주궁도에서 파동이 일었다.
자금색 수정 조각들이 날아와 진남의 자금색 수정에 붙었다.
"응?"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전신의 이름을 알게 되자 어떻게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진남, 다른 변화가 있느냐? 혹은 생각나는 거라도 있느냐?"
섭황천주는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진남이 대답하기 전에 비월여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궁우태황종의 사람들은 괜찮다. 그래서 너에 관한 많은 것들을 이들에게 알려줬다. 그러나 너의 전생에 대해서는 주선제육인의 추측만 은근히 알려줬을 뿐이다. 네가 그 시대의 소주일 거라고 했다. 네 진정한 전생은 너무 많은 것들과 엮여있다. 그러니 쉽게 말하지 말거라. 아니면 나중에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
진남은 그녀의 말을 알아듣고 섭황천주에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없습니다."
"그래."
섭황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 아까 너에게 말한 주선과 전신의 일에 대해 당부하마. 구천지존이 되기 전까지 전신의 존재를 쉽게 드러내지 말거라."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선배님, 저는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주선의 이름에 엮인 비밀이나 전신이 특별한 것은 왜 그렇습니까?"
건결로도가 웃으며 말했다.
"진남, 어떤 일들은 지금 알려준다고 해도 알아듣기 어려울 수 있다. 네가 직접 제일 소선역에 가서 알아보거라."
보천정에 있던 명망은 눈을 흘겼다.
그는 겨우 조금만 알아들었다.
진남은 열두 개의 문도법을 수련한 것이 우환이었는데, 그 외에도 주선 후계자인 것도 우환이었다.
그들의 대화에서 명망은 진남이 구천지존이 되어도 전신의 후계자라는 신분이 드러나면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진남, 내가 말하려는 세 가지는 이게 끝이다. 다른 일들은 건결과 장소가 너에게 잘 알려줄 거다. 나는 이만 가보겠다.
섭황천주는 진남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살짝 웃었다.
"너는 많은 절세천재들보다 훨씬 힘든 길을 가게 될 거다. 나중에 제일 소선역에서 다시 보자꾸나."
말을 마친 그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너 참 대단하구나. 내가 궁우태황종의 종주가 될 때도 섭황 선배님께서 저리 많은 말을 하지는 않으셨다."
장소지존은 진남을 놀렸다.
그러나 그는 자리에 앉아 진지하게 말했다.
"바로 제일 소선역에 갈 거지?"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소선역은 서른세 개의 소선역에서 가장 최고의 존재이다. 십 대 소선역의 나머지 아홉 개를 합쳐도 제일 소선역에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지."
장소지존은 말을 했다.
"오늘 네 절반 짜리 스승의 신분으로 한 수 가르쳐주마."
건결로도는 곁에서 차를 마시며 웃을 뿐 말을 하지 않았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진남은 얼른 인사를 했다.
"지금의 십삼 대, 아니 십사 대 무상도통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소선역의 상고만족들 중 백 대 고족들이 모두 제일 소선역에 자리를 잡았다. 또, 여러 세력에서 패자나 구천 지존이 심지어 섭황 선배 등급이 되는 주경거물들도 제일 소선역에 자주 간다."
장소지존은 말했다.
진남은 가슴이 철렁했다.
제일 소선역에는 여러 세력의 강자들이 많고 사이도 복잡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진남은 이해할 수 없었다.
"너도 알다시피 대경지를 돌파할 때마다 쉽지 않다. 큰 장면과 대기연이 있다. 신에서 승선하거나, 패자가 되는 일은 소선역에서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천지존이 되거나 문도성주가 되는 기연은 제일 소선역에만 있다."
말을 마친 장소지존은 두 눈에 빛이 돌았다.
원래대로라면 몇백 년 동안 종주 자리를 역임해야 하지만 그는 구천지존 원만 경지에서 머문 지 한참이 되었다.
때문에, 그는 제일 소선역에 들어가 문도성주의 기연을 얻으려고 했다.
구천선역에서 패자들은 거물이라고 불렸다.
구천지존들은 사방에 위엄을 떨치고 많은 사람들이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문도성주는 천하를 흔들었다.
"제일 소선역에는 많은 강한 세력들이 있다. 우리 무상도통들이나 고족들보다 실력이 더 대단하다…….."
장소지존은 말을 잠깐 멈추었다.
그는 진남이 눈을 빛내며 자신을 쳐다보자 말을 돌렸다.
"이건 너무 복잡하다. 네가 직접 제일 소선역에 가서 알아보거라."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많이 말해놓고 무슨 구별이 있는 걸까?"
"이놈아, 썩 꺼지거라. 이곳에서 허튼소리 하지 말거라!"
건결로도는 장소지존을 흘겨보더니 말했다.
"진남, 제일 소선역의 여러 가지들은 천천히 알아보거라. 급하지 않다. 그러나 어떤 세력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님, 말씀해주십시오."
건결로도는 진지하게 말했다.
"네가 주선의 후계자라는 소식은 선역에 쫙 퍼졌다. 여러 세력들에서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제일 소선역의 태고금기는 최선을 다해 너를 죽이려 할 거라는 것도 명심하거라. 그 외에 피천고교와 상고 백족들 중의 문고족, 삼 대 고족의 시도족(弑道族), 제일 소선역의 묘문(墓門)의 사람들도 조심해야 한다."
진남이 의아해하자 건결로도는 설명했다.
"세력마다 강자들이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 이 세력들은 주선의 일을 유난히 주목하는 것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하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망은 이빨이 근질거렸다.
가기도 전에 그는 그들을 점 찍어뒀다.
"이 정도 말했으면 충분하다. 며칠 동안 종문에 머물거라. 그리고 하나 더 기억하거라. 너를 위해 막아줄 수 있는 일에 궁우태황종은 망설이지 않고 나설 거다."
건결로도는 눈빛이 그윽하게 변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이 정을 저는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잊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진지하게 말했다.
"네가 강해진 이후에도 양심이 있기를 바란다."
장소지존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이 영패를 가지거라. 제일 소선역에 우리의 세력이 많지는 않지만 많은 강자들이 있다. 목숨 정도는 구해줄 수 있을 거다."
진남은 영패를 받고 장소지존과 함께 태황지계로 돌아왔다.
진남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속한 궁전에 들어가자 풍화장사에게 신념을 전했다.
그는 지금 궁우태황종의 제자였다.
종문의 천재들과 장로들 그리고 특이한 곳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 * *
그 시각, 구천선역의 열네 번째 무상도통인 참창종.
머리 없는 사내가 허공에서 나타나 수피화권에게 공수했다.
그는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
"종주, 우리가 알아본 데 의하면 태고금기, 시도족, 피천고교 등이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진남이 제일 소선역에 갈 거라고 확신했나 봅니다."
수피화권은 눈빛이 차가워지고 엄청난 기운을 뿜었다.
"피천고교의 겁이 없는 잡것들이 감히 나를 무시하다니!"
머리가 없는 사내가 말했다.
"종주, 우리……."
"그럴 필요 없다!"
수피화권은 차갑게 말했다.
"최근 우리 참창종이 너무 겸손했지? 어떤 수단들은 사용할 필요가 없다. 마두에게 열흘 내에 피천고교의 주경 경지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전음하거라."
"알겠습니다."
수피화권은 잠깐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
"지난번에 진남이 패자로 진급할 때 제일 소선역의 주천불사산에 이상이 있었느냐?"
머리가 없는 사내는 대답했다.
"아직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수피화권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했다.
그는 전에 가서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분은 분명 주천불사산에 있고 죽지 않았다.
진남이 패자가 되었다면 그가 느낄 수 있었다.
"그분은 예전의 소주를 많이 싫어하지는 않나 보네."
수피화권은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이것도 좋았다.
그는 계획에서 진남을 잠깐 놔둘 생각이었다.
구천지존이 되면 영생지화를 빼앗고 다시 경지를 폐하며 창참종에 가두려고 했다.
그때도 진남을 죽이기 아깝다면 그를 데리고 주천불사산에 오르면 되었다.
다른 풍경을 볼 수도 있고 큰형님의 영혼과 기운이 어떤 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분이 진남의 편에 설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피동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주선제일인의 위엄을 주선제육인인 그는 너무 잘 알았다.
"내 명령을 전하거라. 그분에게 제일 소선역에서의 계획을 진행하라고 해라. 그리고 진남이 하루빨리 구천지존의 기연을 만날 수 있게 준비하라고 해라. 또, 남세지존과 무신(戊神)에게 미리 준비하고 진남이 제일 소선역에 들어오면 몰래 지켜주라고 하거라. 절대 자그마한 사고라도 나면 안 된다고 하거라."
말을 마친 수피화권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이제 만법불침성체가 된 지도 육 년이 되었다.
이제 제일 소선역에 가서 진남이 구천지존이 되기 전에 원만 경지를 이루어야 했다.
* * *
사흘 후, 상행천소선역.
진남은 풍화장사와 장소지존에게 신념을 전한 후 연약한 서생으로 변장하고 선역을 넘나드는 배에 탔다.
선역을 넘나드는 배는 다른 것과 달랐다.
길이는 몇천 장이 되고 온몸이 파란빛을 뿜었으며 깊은 곳에는 지존의지도 있어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패자 초급이라도 배를 흔들기는 힘들었다.
제일 소선역은 구천선역의 가장 동쪽이었다.
거리가 멀고 가는 길이 위험하기 그지없어 선의가 강한 배에 타야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경지가 구천지존이면 지존의 힘으로 소선역을 넘나들 수 있었다.
이렇게 시끄러울 필요가 없었다.
진남은 배에서 가장 좋은 방에 있었다.
방은 능신남목(凌神南木)으로 만들어졌다.
신식과 동술이 안을 살피는 것을 방지했다.
진남은 다른 사람들에게 신분을 들킬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배가 출발하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했다.
제일 소선역에 간다는 소식을 목정측, 조리아, 오회생에게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풍화장사가 말리는 바람에 그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