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7화 전신의 진짜 이름
"설마 상고의 십 대 저주인 대염주인가?"
문고족의 통효지존은 알아보고 안색이 살짝 변했다.
"뭐? 대염주?"
창랑지존 등 구천지존들은 경악했다.
상고의 십 대 저주는 저주들마다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구천지존들이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대염주가 상고의 십 대 저주들 중에서도 가장 특별했기 때문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상고 십 대 주선 세대에 아홉 저주를 익힌 주경거물이 큰 싸움에서 주선 강자에게 맞아 죽었다.
주경 거물은 죽기 직전에 너무 원망스러워 영혼을 저주로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대염주였다.
대염주는 상고 십 대 주선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었다.
후에 이 저주를 얻은 자가 있었는데 구천선역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십 대 주선의 유물들에 대해 엄청난 작용을 일으켰다.
다만, 대염주는 이천 년 동안이나 구천선역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뇌도명이 장악했을 줄은 몰랐다.
"피천고교는 정말 대범하오. 우리 종문의 제자에게 대염주를 전수하다니, 단단히 고마움을 표해야겠소!"
장소지존은 눈빛이 차가웠다.
"장소 도우, 오해했소. 우리는 뇌 도우와 아무런 교류가 없었소. 뇌 도우는 자신의 능력으로 도술을 얻었소."
용하지존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쿵-!
이때, 진남의 몸속에서 눈부신 청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대전을 환하게 비추었다.
대염주가 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고적에 의하면 대염주가 작용을 일으키면 천지가 포효하고 엄청난 이상이 벌어진다고 했소. 뇌도명은 대염주의 일부만 얻어 힘이 크지 않소."
통효지존은 고개를 흔들었다.
"힘이 크지 않다고? 그럼 또 어떠하오? 진남은 주선의 후계자라 짙은 주선의 기운을 가지고 있소. 대염주는 그에게 큰 상처를 입힐 거요."
창랑지존 등은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때, 진남의 몸속에서 엄청난 태고의 위엄이 뿜어져 하늘로 솟구쳤다.
장소지존이 만든 광막은 위엄을 전혀 막지 못했다.
위엄은 대전을 휩쓸고 무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검은색 기운들이 진남의 몸속에서 흘러나와 사라졌다.
진남의 기운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만세주림으로 나타난 형상은 여전히 산처럼 꿈쩍도 없었다.
"이게 대체……."
창랑지존 등 구천지존들과 뇌도명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용하지존도 마찬가지였다.
'대염주가 아무런 효과도 없어?'
환신지존은 다시 조롱했다.
대염주는 상고 십 대 주선에게 작용을 일으켰다.
그러나 진남에게는 작용을 일으키지 못했다.
구천지존이 대염주를 전부 펼친다고 해도 결국 마찬가지였다.
"상고 십 대 주선들 중에 특별한 존재가 한 명 있다고 들었소. 그는 구천선역의 엄청난 금기인데 대염주도 그에게 작용을 일으키지 못한다고 했소."
"그럼……."
"진남은 주선제오인의 후계자요!"
용하지존은 헛숨을 들이켰다.
마음속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는 주선제오인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흥분했다.
피천고교는 오늘을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른 가치가 있었다.
"시간이 다 되었다. 무예 겨루기는 이로써 끝이 났다. 도우들, 이제 만족하시오?"
장소지존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대전의 정적을 깼다.
"진남 도우의 실력은 정말 대단하오. 오늘 보니 내 자신이 부끄럽소."
"장소 도우, 진남 도우의 실력을 보니 미래에 비월여제보다 더 큰 성과를 이를 수 있을 것 같소."
창랑지존 등 구천지존들은 억지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장소지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뇌도명에게 말했다.
"너는 먼저 네 스승에게 가 있거라."
뇌도명은 안색이 살짝 변해 공수하고 자리를 떴다.
사람들은 눈치를 챘다.
이번 싸움이 끝나면 장소지존과 거물들은 그에게 따질 게 분명했다.
"진남 도우, 이건 내 영패다. 기회가 되면 제일 소선역에서 다시 만나 겨뤄보자."
목정측은 말했다.
"진남, 이건 내 영패다. 나중에 당, 아니 그 녀석과 함께 제일 소선역에 갈 거다."
조리아도 입을 열었다.
"그래."
진남은 웃으며 영패를 받았다.
천허조교와 삼청고교의 제일 절세천재들이라 실력이 대단했다.
진심으로 싸운다면 여유롭게 대처할 수 없었다.
"도우들, 종문의 제자가 큰 사고를 쳐서 내 스승까지 놀라게 했소. 나는 이놈을 데려가서 사죄를 해야 하오. 장로들이 자네를 접대할 걸세. 이해해주게나."
장소지존은 말했다.
"장소 도우, 별말씀을 다 하오."
창랑지존 등은 짐짓 미소를 짓는 척했다.
'사죄는 개뿔! 궁우태황종의 그 영감탱이는 진남을 탓하기는커녕 다음 장사를 시키려고 하는 거 아니오!'
"선배님들께서 먼 곳에서 오셔서 저희가 특별히 선주를 준비했습니다. 드셔보십시오."
궁우태황종의 장로들은 말했다.
제자들이 옥병을 들고 들어왔다.
구천지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 세력의 절세천재들이 아직 궁우태황종에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었다.
천재들의 수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용하지존 맞소?"
환신지존은 술잔을 들고 신념으로 인사했다.
"자네들은 진남이 어느 주선의 후계자인지 눈치챘소?"
용하지존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는 안색이 전혀 변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환신 도우, 그건 우리도 알고 싶소.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소?"
환신지존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말했다.
"오리발을 내밀지 마시오! 우리 종주 대신 한마디만 전하겠소. 진남이 주선제오인이라는 신분을 다른 세력에서도 알게 된다면 지금 있는 열네 개의 무상도통은 열세 개의 무상도통이 될 거요!"
용하지존은 미소를 거두며 말했다.
"참창종은 너무 포악하오. 진남이 스스로 신분을 드러낸 걸 우리 탓을 하면 어떻게 하오."
환신지존은 미소를 지었다.
"자네들이 운이 안 좋다고 할 수밖에 없소. 종주가 한마디 더 전했소. 진남이 구천지존이 되기 전에 어떤 짓을 저질러도 구천선역에는 무상도통이 열세 개밖에 남지 않을 거요. 말을 다 전했으니 나는 이만 가보겠소."
환신지존은 술잔을 내려놓고 장로들에게 두어 마디 하더니 사라졌다.
용하지존은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는 흥분이 반은 가시고 눈빛이 차가워졌다.
* * *
궁우태황종의 신비한 제삼 소세계.
그들은 옅은 보라색 초원에 도착했다.
앞쪽에는 정원들이 떠 있고 다른 끝에는 구름까지 솟은 커다란 산이 있었다.
소세계의 공간들마다 강한 위압감들이 가득했다.
진남이 전에 만났던 세 노인이 풍기는 기운과 같았다.
구천지존보다 높은 주경거물의 위압감이었다.
'궁우태황종에도 주경거물이 있구나. 다른 무상도통도 마찬가지겠지.'
진남은 생각했다.
경지가 높아지고 진남이 실력이 더 높은 자들을 접촉할수록 그는 여러 무상도통과 상고 만족에서 백 위에 드는 큰 세력들이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 진남은 구천지존이 아주 적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큰 세력들에 적어도 몇십 명의 주경거물들이 있었다.
장소지존은 진남을 데리고 한 정원에 도착했다.
정원은 크지 않았는데 꽃들을 키우고 옥으로 된 바둑판이 세 개 있었다.
진남이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흑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장소지존의 스승인 건결로도이자 진남의 명의상 사조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진남이 왔구나."
건결로도는 바둑을 내려놓고 웃었다.
"자, 내가 소개하마. 이분은 궁우태황종의 전 종주인 섭황천주(攝荒天主)이다. 비월의 기명 스승이기도 하다."
진남은 화들짝 놀라서 얼른 인사를 올렸다.
"섭황 선배님을 뵙습니다."
섭황천주는 손을 내젓더니 살짝 웃었다.
"진남, 이번에 너를 찾은 건 세 가지 일 때문이다. 첫 번째는 뇌도명을 미워하지 말기 바란다. 그는 불만이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선배님, 저는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닙니다."
뇌도명이 대염주를 사용한 것에 진남은 마음이 상했다.
그러나 궁우태황종은 그를 후하게 대접해줬기에 뇌도명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네가 다음 장사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건결로도는 턱수염을 쓸며 말했다.
"장소가 곧 종주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풍화가 종주 자리에 오른다. 그럼 다음 풍사를 지금 정하는 게 맞지."
장소지존은 콧방귀를 뀌었다.
"너 장사가 되었다고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어떤 짓을 저지른다고 해도 들키지 말거라."
구천선역의 여러 세력들은 절세천재들끼리 싸우는 일이 빈번했다.
절세천재가 목숨을 잃는 일도 흔했다.
다만, 진남이 한방에 그리 많은 절세천재들을 제압한 일은 도를 지나쳤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곧 대답했다.
"선배님들의 두터운 신임에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는 장사가 될 수 없습니다."
섭황천주는 그의 대답에 호탕하게 웃었다.
"건결, 내가 뭐라 했소? 진남은 비월과 똑같은 선택을 했소!"
건결로도는 어이가 없었다.
"진남, 먼저 거절하지 말거라. 네가 제일 소선역에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네가 장사가 되어도 그 일과 충돌이 생기지 않는다."
그는 장소지존을 가리키며 말했다.
"장소를 보거라. 종주라는 자가 대부분은 제일 소선역에 있지 않느냐? 시끄러운 일은 없을 거다."
장소지존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는 못 들은 척했다.
진남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선배님, 제 말을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장사가 될 사람이 못 됩니다. 궁우태황종에 큰 시끄러움을 가져올 것입니다."
진남은 열두 개의 문도법을 수련했다.
일부러 숨긴다고 해도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결국 폭로될 것이었다.
그때가 되면 궁우태황종은 난처한 처지에 놓일 게 분명했다.
"무슨 시끄러움이 있다고 그러냐, 너도 참……."
장소지존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섭황천주는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
"네가 여러 세력의 절세천재들을 제압한 것과 연관이 있느냐?"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섭황천주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래, 그럼 이 일은 먼저 덮어두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건결로도와 장소지존은 더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섭황천주의 표정을 보자 입을 다물었다.
"이제 세 번째 일을 말하겠다. 비월이 말하기를 네가 주선제오인의 후계자라고 하더구나. 그리고 그의 영혼도 가지고 있다지?"
섭황천주는 물었다.
"그렇습니다."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전신의 혼을 드러냈다.
웅장한 형상이 허공에 나타났다.
청색 빛이 번쩍이고 강한 기세가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섭황천주, 건결로도, 장소지존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소문을 들었지만 직접 보니 역시나 충격을 받았다.
상고 십 대 주선이 수련한 것은 문도법이나 다른 것들이 아니라 영혼이었다.
진남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영혼의 기세도 더 강해졌다.
마지막에는 주선제오인이 이 세상에 환생할 것이었다.
잠시 후, 섭황천주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진남, 전신의 진짜 이름을 아느냐?"
진남은 안색이 굳었다.
그는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선배님, 저는 실력이 미천하여 비월여제는 물었는데 저에게 전신의 이름은 구천선역에 가면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 저는 패자대성 경지를 이루고 구천선역에서 겨우 제 한 몸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배님께서 알면 알려주십시오."
진남은 다시 한번 허리 굽혀 인사했다.
진남에게는 아직 풀지 못한 비밀이 많았다.
육합금지의 주선제칠인이 대체 왜 그런지, 무주궁도는 어떤 내력이 있는지 전신과 수피화권은 어떤 관계인지, 진남의 전생은 누구였는지 등등이었다.
진남은 아직 비밀의 답안을 얻는데 급하지 않았다.
그는 강해지면 비밀이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신에 관한 일은 달랐다.
창람대륙에서 구천선역까지 전신은 그를 위해 판을 짰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이끌고 지금까지 오느라고 많은 대가를 치렀다.
가능하다면 진남은 전신의 모든 것들을 알고 싶었다.
전신이 못 이룬 염원 같은 게 있다면 대신 이뤄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