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5화 구천지존 아래 천하무적
장소지존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도우들 건의가 일리가 있소. 다만, 이 일은 내가 결정할 수 없소. 저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소? 뇌도명은 목정측, 조리아와 연합하여 진남과 겨룰 의향이 있느냐?"
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뇌도명은 짐짓 평온한 척하며 공수했다.
"종주, 지존들의 뜻이 그러하다니 저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구천지존들은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보고 싶었던 장면이었다.
장소지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남에게 물었다.
"진남, 너는 동의하느냐?"
그는 한편으로 진남에게 전음했다.
"걱정 말거라. 종문에서 너를 감싸겠다. 저들이 불순한 목적으로 온 게 분명하니 너는 거절하면 된다. 별문제 없다."
진남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번에 그는 큰 사고를 저질렀다.
하지만 종문에 돌아와서도 장소지존과 풍화지존은 그를 탓하거나 벌하지 않았다.
심지어 혼내지도 않았다.
궁우태황종은 그를 후하게 대접했다.
"종주, 저도 동의합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여러 세력의 행동이 마침 그가 원하던 대로 흘러갔다.
그러니 어찌 거절하겠는가?
"뭐?"
장소지존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진남이 대답할 줄 몰랐다.
그뿐만이 아니라 구천지존들도 깜짝 놀랐다.
"진남, 허튼짓을 하지 말아라! 저 셋이 연합을 하면 보통이 아니다. 게다가 사전에 준비까지 한 것 같으니 너에게 중상을 입힐 거다!"
장소지존은 화난 목소리로 전음했다.
"종주, 저들이 싸움을 걸었으니 저는 중상을 입더라도 싸움에 응하는 게 마땅합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궁우태황종에서 이미 그를 많이 도와줬다.
더 이상 궁우태황종이 손해를 보게 할 수 없었다.
"음……."
장소지존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진남을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점을 잊었다.
진남은 제일선이고 주선 후계자였다.
자신의 생각이 있고 자신이 가려고 하는 길도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앞에 깊은 구덩이가 있어도 가야 했다.
"역시 제일선이다. 저런 박력은 다른 절세천재들이 비교할 수도 없다."
환선도종의 능라지존은 더욱 환하게 웃었다.
구천지존들과 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이번에 진남을 죽일 순 없지만 괴롭힐 생각이었다.
이때, 극생문의 창랑지존이 말했다.
"잠깐만!"
사람들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창랑지존은 차가운 미소를 짓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 이건 불공평하오. 진남은 제일선이요. 제일선이라는 게 뭐겠소? 주선들 중에서 무적이라는 뜻 아니오? 뇌도명, 목정측, 조리아 셋이 연합을 한다고 해도 진남에게 쉽게 질 거요. 그들은 진남의 상대가 아니오. 진남은 절반의 선력을 봉인해야 이들과 실력이 비슷해서 통쾌하게 싸울 수 있소."
궁우태황종의 거물들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뇌도명, 목정측, 조리아가 연합을 하는데 진남에게 쉽게 진다고? 진남이 경지를 절반 봉인해야 실력이 비슷하다니? 창랑지존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그렇다면 진남이 저지른 짓을 없던 일로 하겠소. 안 된다면 여러 세력에서 궁우태황종에 책임을 묻겠소."
창랑지존은 냉랭하게 말했다.
"일리가 있소."
"창랑 도우의 말이 맞소."
구천지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그들은 이럴 생각이었다.
뇌도명은 무표정이었다.
목정측과 조리아는 유감스러웠다.
장소지존이 입을 열려고 하는데 대전에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참창종의 환신지존은 무심한 듯 말했다.
"이제 그만 하시오. 이번 기회에 진남에게 중상을 입히려고 하지 마시오. 구천지존 아래의 누가 오건, 연합을 하건 진남을 이길 수 없소. 굴욕을 자초하지 마시오."
그의 말에 대전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잠시 후, 극생문의 창랑지존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환신 도우, 자네 일부러 진남을 놀리는 거요? 진남이 강하긴 하지만 감히 구천지존 아래 무적이라고 할 수 있소?"
"웃기군. 진남은 기껏해야 패자대성이요. 그런데 무적이라 할 수 있소?"
"허허, 예전의 비월여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무적이라고 하지 못하오!"
구천지존과 패자들 중 일부는 비아냥거렸다.
많은 자들이 비웃었다.
그들은 환신지존을 비웃었다.
'진남을 놀려주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수단이 너무 낮은 거 아니야?'
환신지존은 가엽다는 듯 말했다.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들 같으니라고. 더 이상 말하기 싫소. 나는 이미 경고했소."
피천고교의 용하지존은 웃으며 말했다.
"환신 도우, 진남이 무적이라고 생각되면 창랑지존의 말대로 진남과 세 도우가 겨루게 하는 게 어떻소?"
궁우태황종의 거물들은 표정이 굳었다.
장소지존은 이마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그들이 보기에 창랑지존 등과 환신지존은 맞장구를 치는 것 같았다.
다만 장소지존이 말하기 전에 진남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제 선력을 절반 봉인하겠습니다."
장소지존은 안색이 변해서 호통쳤다.
"진남, 이 일은 절대 허락할 수 없……."
진남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종주,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충동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저도 다 계획이 있습니다."
장소지존은 진남의 단호한 표정에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전음했다.
"마음대로 하거라."
일이 이 정도로 되고 진남도 물러나기 싫어했다.
그는 더 말리지 않았다.
진남이 교훈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것도 나쁘지 않지.'
"다만, 무예 겨루기이니 적당히 해야 한다. 목숨 걸고 싸울 필요는 없다. 천 개를 셀 때까지 싸우다가 멈추거라."
장소지존은 반박할 수 없게 단호하게 말했다.
"좋소."
창랑지존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도 충분했다.
더 강요하면 역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럼 이곳에서 진행합시다."
장소지존은 손가락을 튕겼다.
광막이 대전에 나타나 방원 몇천 장을 덮었다.
뇌도명, 목정측, 조리아는 광막으로 날아갔다.
진남도 광막으로 들어갔다.
"진남 도우, 일이 내 의지와 다르게 진행되었다. 미안하다."
목정측은 신념을 전했다.
"진남, 나는 오늘 너를 단단히 혼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너를 괴롭히고 싶지는 않다. 나무막대기처럼 뻣뻣한 당청산을 봐서라도 살살 해줄게."
조리아는 눈을 깜박거렸다.
"당청산? 네가 사형을 아느냐? 지금 어디에 있느냐?"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기뻐서 연거푸 물었다.
"너희들은 사이가 참 좋구나. 서로 상대방을 언급하면 눈에서 빛이 나. 설마 용양지호는 아니겠지? 우웩, 역겨워……."
조리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진남에게 전음했다.
"당청산은 네가 그렇게 물을 줄 알더구나. 그는 이미 선왕이 되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달랬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패자가 되었어?'
이때, 장소지존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시작하거라."
그의 말이 끝나자 엄청난 기운이 폭발했다.
뇌도명은 온몸에 번개 빛이 번뜩거렸다.
장포를 휘날리는 것이 마치 번개를 다스리는 무상의 존재 같았다.
"진남 사제, 미안하다."
뇌도명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는 제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진남의 위쪽에 날아올랐다.
그의 손바닥에서 붉은 뇌정이 번쩍이더니 문법으로 변했다.
그는 힘껏 내리쳤다.
파괴의 기운이 사방을 휩쓸었다.
창랑지존 등은 그 모습을 보자 활짝 웃었다.
뇌도명은 사정을 보지 않고 공격을 했다.
그의 뇌도도술은 위력이 무척 강했다.
목정측과 조리아도 기운을 드러냈다.
목정측은 계척을 꺼내 진남에게 휘둘렀다.
엄청난 기운이 아래로 날아왔다.
조리아는 손가락을 튕겼다.
진남의 앞뒤와 좌우에 청색 선인의 형상이 나타나 대진을 이루었다.
목정측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조리아가 절반의 힘만 사용했다는 것을 다들 느낄 수 있었다.
"여러 세력을 건드린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해주마!"
창랑지존 등은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진도도결!"
진남은 두 문도법을 동시에 사용했다.
그는 단천도를 연거푸 휘둘렀다.
칼의 기운이 사방으로 용솟음쳤다.
쿠쿠쿵-!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넷은 고작 천장이 되는 광막 안에서 날아다니며 치열하게 싸웠다.
광막이 모든 기운을 막았지만, 패자들은 위험을 느낄 수 있고 가슴이 떨렸다.
'진남은 실력이 빨리 늘었구나. 벌써 패자대성의 경지에 이르렀을 줄이야! 선력의 반을 봉인하게 하길 잘했어!'
창랑지존 등은 같은 생각을 했다.
장소지존과 궁우태황종의 거물들은 그제야 시름을 살짝 덜었다.
상황을 보니 진남이 진다고 해도 너무 처참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만세주림!"
진남이 법인을 만들자 웅장한 형상이 등 뒤에서 떠올랐다.
하늘 가득 위압감이 풍겼다.
광막이 막고 있지만 그래도 일부 기운이 밖으로 흘렀다.
"그 주선인가?"
사람들은 형상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특히 피천고교의 용하지존은 신비한 동술을 사용했다.
그는 웅장한 형상의 본 모습을 알아보려 했다.
뇌도명, 목정측, 조리감은 엄청난 압력을 느꼈다.
"벌선지뇌(罰仙之雷)!"
뇌도명은 낮게 호통쳤다.
허공이 부서지며 적금색의 뇌정이 날아왔다.
뇌정은 그의 몸을 감쌌다.
그는 기운이 더 늘어났다.
목정측과 조리아는 도인을 만들었다.
목정측의 허리에 계척이 장포로 변해 그를 감쌌다.
조리아는 삼청일기현결을 사용하여 셋으로 나뉘었다.
"곤오수(昆吾樹)!"
뇌도명은 손가락을 튕겼다.
흐릿하고 환상적인 고목이 진남의 머리 위로 날아가 가지를 활짝 펼쳤다.
엄청난 압력이 파도처럼 밀려와 칼의 기운을 부쉈다.
진남은 이유 없이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행동 하나하나가 엄청 힘이 들었다.
선력도 다섯 배나 빠르게 사라졌다.
슉-!
뇌도명, 목정측과 조리아의 두 분신이 진남을 공격했다.
그들은 엄청난 도술들을 사용했다.
뇌도명은 궁우태황경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진남은 열세에 처했다.
장소지존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져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궁우태황종의 다른 거물들도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뇌도명이 최선을 다해 공격을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뇌도명은 진남에게 많은 감정들을 품고 있었다.
장소지존도 간섭할 수 없었다.
창랑지존은 그제야 기분이 풀어졌다.
그는 문득 환신지존에게 물었다.
"환신 도우, 이게 자네가 말한 구천지존 아래에서는 천하무적이라는 거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와도 소용이 없다고 했소?"
장소지존은 그들이 서로 맞장구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창랑지존 등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환신지존과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
환신지존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창랑지존 등을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진남이 영생지화를 꺼내면 그때 알게 될 거다. 너희들이 공들여 마련한 무예 겨루기가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환우지내(?宇之內), 사방위존(四方?尊)."
뇌도명의 기운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는 주먹을 휘둘렀다.
어둠 속에 마치 소세계가 나타나 짓누르는 것 같았다.
진남의 두 눈에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그는 백남지화를 꺼내지 않고 도법의 나무와 전신의 혼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날아오르며 칼을 휘둘렀다.
공격은 전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두 공격이 부딪히며 기괴한 장면이 벌어졌다.
"응?"
장소지존과 다른 지존들은 경악했다.
진남의 공격에 어둠 속 소세계에 수많은 금이 갔다.
뇌도명이 축적한 주먹의 힘이 순식간에 다섯 배나 줄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뇌도명은 경악했다.
그가 사용한 것은 궁우태황경을 변화시킨 도술이었다.
소세계를 불러와 그의 힘을 엄청난 경지로 늘어나게 할 수 있었다.
그는 이 공격으로 진남에게 중상을 입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남의 경지가 비범하니 비장의 수라고 할 수 있는 공격을 사용해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