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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65화 (1,065/1,498)

1064화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진남, 사람을 풀어주거라!"

호통이 다시 울려 퍼졌다.

검은색 줄이 간 옷을 입은 중년 사내, 하얀 피부에 머리를 높이 틀어 올린 소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머리카락이 적으며 눈을 감은 노인이 동시에 나타났다.

그들은 윤회종의 암광지존(暗光至尊), 환선도종의 능라지존(綾羅至尊), 승천응화교의 명목지존(瞑目至尊)이었다.

또, 얼굴이 흐릿하고 차가운 기운을 뿜는 중년 사내, 붉은 태양 같고 무표정하며 지팡이를 짚은 노인, 면사포를 쓰고 향기를 풍기는 여인, 머리카락이 하얀 소년 등이 연이어 도착했다.

그들은 문고족의 통효지존(通曉至尊), 농염족의 축령지존(祝嶺至尊), 삼청고교의 함향지존(含香至尊), 주도문의 화성지존(化聖至尊)이었다.

여덟 명의 구천지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은 시커메지고 번개가 번쩍거렸다.

허공에 수많은 틈이 벌어지고 강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커다란 도장은 끊임없이 흔들렸다.

구천지존들은 화가 잔뜩 나서 왔기에 엄청난 위압감을 주었다.

몇백 명의 제자들과 만소, 검무흔 등 천재들은 얼굴이 창백하고 몸이 덜덜 떨렸다.

여덟 거인들을 마주한 그들은 한없이 작아 보였다.

"구천거물들이 연합하여 온 것은 사람들 앞에서 진남과 궁우태황종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거다!"

만소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진남을 살펴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패자들의 위압감에 천지도 변하고 엄청난 압력이 느껴지는 와중에 진남은 표정이 무덤덤했다.

진남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무척이나 침착했다.

여덟 지존들 앞에서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반면 진남은 거인 같고 구천지존들이 평범하게 느껴졌다.

"선배님들, 이곳에 우리 종문의 많은 제자들도 있습니다. 위엄을 거둬 주시기 바랍니다."

진남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런 수단은 저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의 말에 제자들과 천재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여덟 명의 화가 잔뜩 난 구천지존들을 상대로 저런 용기가 없었다.

아무리 죽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도 침착하게 저런 말들을 할 수 없었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윤회종의 암광지존과 승천응화교의 명목지존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더 강한 기세를 뿜었는데 천지를 부술 것 같았다.

다른 세력들과 달리 진남은 그들의 제일 절세천재를 데려갔다.

"도우들은 먼 길을 달려온 우리의 귀빈이오. 어찌 응접도장에서 대화를 나누게 하겠소. 종주대전으로 들어오시오."

묵직한 목소리가 멀리서 전해졌다.

이어 눈부신 빛이 멀리서 날아와 다리로 변했다.

태황소세계의 깊숙한 곳으로 통하는 다리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장소지존이었다.

"선배님들, 안으로 드시지요."

풍화장사는 미소를 짓고 손짓을 했다.

윤회종의 암광지존과 승천응화교의 명목지존은 소매를 휙 휘두르고 다리에 올라섰다.

다른 구천지존들은 진남을 노려보고 말없이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네 녀석은 정말 사고뭉치다. 이 일을 해결하려고 좋은 물건들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아느냐?"

풍화장사는 진남에게 툴툴거렸다.

"장사 대인, 고맙습니다. 종주께도 고맙다고 전해주십시오."

진남은 웃으며 인사를 했다.

"됐다. 얼른 가보거라."

풍화장사는 눈을 흘겼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여러 제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다리로 날아가 모습을 감추었다.

도장은 잠잠해졌다.

잠시 후, 도장은 다시 들끓었다.

"저게 바로 제일선의 품격이구나!"

"진남 사형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나도 언젠가 여덟 지존을 상대로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자들과 천재들은 모두 감탄했다.

만소는 표정이 복잡했다.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정작 오니까 후회가 되었다.

진남을 계속 따라다녔더라면 육합금지의 대이변, 원혈지계의 절세 천재의 싸움에 그도 있었을 것이었다.

* * *

잠시 후, 태황지계 종주대전.

진남이 대전에 들어서자 몇십 개의 눈빛이 모여들었다.

진남은 꿈쩍도 하지 않고 가장 윗자리에 있는 장소지존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여덟 명의 구천지존들 아래쪽에는 세 명의 구천지존이 더 있었다.

온몸에 상고부문이 가득하고 허리에 백골 장검을 찼으며 검 손잡이에 방울이 몇 개 달린 노인이 있었다.

그리고 붉은색 치마를 입은 중년 여인과 두 눈이 텅 빈 중년 사내가 있었다.

"저자들은 피천고교의 용하지존(龍河至尊), 구궁금선종의 삼묘지존(三妙至尊) 그리고 참창종의 환신지존(?神至尊)이다."

풍화장사는 진남에게 전음했다.

"오?"

진남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참창종의 구천지존이 온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피천고교와 구궁금선종의 절세천재들은 잡아두지 않았는데 왜 왔을까? 내가 주신의 후계자이기 때문일까?'

진남은 그들을 계속 살폈다.

구천지존들 외에 많은 패자들도 있었는데 진남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고족의 사람들이었다.

또 오른쪽 아래에 있는 몇십 명의 사람들이 유난히 진남의 눈에 띄었다.

복장으로 보면 그들은 궁우태황종, 천허고교, 삼청고교의 핵심제자들이었는데, 도경대성을 이루어 절세천재라 불릴만한 자들이었다.

유난히 진남의 시선을 끄는 자들이 있었다.

검은색 머리카락에 무표정했지만 두 눈에 번개 빛이 번쩍이는 청년, 허리에 크기가 다른 세 개의 칼을 찬 청년 그리고 면사포를 쓴 눈빛이 맑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저자는 궁우태황종의 절세천재 뇌도명(雷道明)이다. 네가 불쑥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저자가 제일 절세천재라는 칭호를 가졌을 것이다. 다음 장사가 될 가능성이 컸던 자이다."

풍화장사는 전음했다.

특히 장사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가 강조하려는 뜻은 말하지 않아도 분명했다.

"다른 한 명은 천허고교의 제일의 절세천재인데 목정측(木正則)이고, 얼굴을 가린 여인은 삼청고교의 제일의 절세천재 조리아(趙離兒)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네가 천천히 알아보거라."

풍화장사는 말했다.

'제일의 절세천재 두 명과 하마터면 제일이 될 뻔한 제일의 천재 한 명이라?'

진남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뇌도명은 그렇다 치고 목정측과 조리아가 궁우태황종에 왔다는 것은 뻔했다.

"진남 도우의 명성은 오래전부터 들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네 스승은 어느 주선이냐?"

피천고교의 용하지존이 갑자기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들의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서열 사 위 안에 드는 주선을 스승으로 모신 자와 아래의 여섯 주선을 스승으로 모신 자는 차이도 크고 의미도 달랐다.

"용하 도우, 구천지존이라는 자가 어찌 모르시오. 이 자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리요?"

장소지존은 차갑게 말했다.

그는 피천고교의 사람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용하지존은 그의 말을 웃고 넘겼다.

윤회종의 암광지존은 잔을 쾅 내려놓고 차갑게 말했다.

"다른 건 둘째치고, 얼른 천재들을 풀어주거라!"

장소지존은 그제야 진남을 보며 눈썹을 추켜세웠다.

"이놈, 얼른 천재들을 풀어주지 못할까?"

진남은 그의 기명제자이고 그들도 사제지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놈이라고 하고 말투도 강했지만 장소지존이 진남을 혼내려는 의도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스승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대답했다.

그가 손을 흔들자 여고봉, 당천군, 오회생, 종상, 고풍, 고소요 등 천재들이 대전에 나타났다.

"어라, 아무렇지 않잖아? 응? 저 늙은이가 왜 여기 있지?"

당청군은 처음에는 기뻤다가 곧 의아했다.

승천응화교의 명목지존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곳은……."

다른 절세천재들도 어리둥절했다.

"여기는 어디지? 무슨 일이야? 진남,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여고봉은 주변을 살피고 자신의 체내도 살피더니 물었다.

그가 떠듬거리며 말하는 덕분에 듣는 이들은 마음이 불편했다.

"고봉, 그만 말하거라. 내가 알려주마."

윤회종의 암광지존은 말을 끊고 여고봉을 자신의 곁으로 잡아당겼다.

여고봉의 말버릇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짧은 말을 할 때면 괜찮지만 말이 길어지면 듣는 사람을 답답하게 했다.

다른 구천지존들도 자신의 종문에 속한 절세천재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어떤 이상한 점이 있는지 자세히 살폈다.

장소지존과 다른 궁우태황종의 거물들은 어이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놀랍기 그지없었다.

진남은 예전의 비월여제와 비슷하게 배짱이 큰 것 같았다.

"종주,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진남은 입을 열었다.

"오? 무슨 일이냐?"

장소지존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다른 사람들도 의아했다.

진남이 절세천재들을 풀어줬지만 이대로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세력에서 화를 내기 전에 진남이 먼저 입을 연 것이었다.

"제가 밖에서 수련하는 동안 싸움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다른 세력의 제자들을 제압했습니다. 이제 종주께서 그들을 돌려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친 진남은 육계대사 등을 풀어줬다.

절세천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보제고찰종의 육계, 태연무생종, 십욕종! 이게 다 네가 가둔 자들이라고?"

장소지존은 어이가 없었다.

다른 세력의 구천지존들과 패자들은 경악했다.

얼마 전에 시끄럽게 소문이 돌던 일들이 전부 진남이 한 짓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궁우태황종은 제자를 잘 가르쳤구먼. 세 무상도통의 절세천재들도 당했을 줄은 몰랐소."

승천응화교의 명목지존은 차갑게 웃었다.

장소지존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진남을 노려보고 마른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풍화, 절세천재들을 데리고 회선지(回仙池)로 가서 휴양시키시오."

여러 세력의 구천지존들은 그제야 표정이 풀어졌다.

회선지는 궁우태황종의 중요한 곳들 중 하나였다.

연못은 엄청 신비해서 평소에는 종문의 평범한 구천지존들도 한참 공을 들여야 수련하러 갈 수 있었다.

"도우들,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가겠다."

풍화장사는 손을 흔들었다.

빛이 나타나더니 여고봉 등을 감싸고 강제로 데려갔다.

그들이 사라질 때 종주대전의 허공에 아주 미세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진남, 너를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진남 시주, 이번 일은 반드시 따지러 가겠다."

대전에 적막이 흘렀다.

몇천 년 동안 구천선역에 이런 일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이때, 삼청고교의 함향지존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은 어린 나이에 저 정도 경지를 이루었소. 이번에 온 목적은 사람을 데리러 온 것도 있지만 젊은이들을 진남과 겨뤄보게 하고 싶은 것이 주요. 어떻소?"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장소지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때, 환선도종의 능라지존이 웃으며 말했다.

"진남은 혼자 힘으로 여러 세력의 절세천재들을 제압했소. 여고봉과 당천군도 그 속에 있는 걸 보면 실력이 대단하오. 오늘 마침 기회가 왔으니 뇌도명, 목정측, 조리아와 진남이 겨루게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소."

문고족의 통효지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능라 도우의 말이 맞소. 이런 싸움은 백 년이 가도 한번 볼까 싶소."

"맞소. 장소 도우, 우리도 상행천소선역의 절세천재들의 실력을 구경하게 해주시오."

"일리가 있소. 오래 전부터 제일선의 실력이 궁금했소."

다른 구천지존들도 너도나도 입을 열었다.

궁우태황종의 거물들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목정측과 조리아는 천허조고와 삼청고교 제일의 절세천재였다.

뇌도명은 그들보다 훨씬 강했다.

진남이 혼자 그들 셋을 상대한다면 질 게 분명했다.

여러 세력에서 동시에 이 일을 언급하는 걸 보니 미리 준비했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진남을 패배하게 만들고 십 년이 지나도 치료할 수 없게 만들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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