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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64화 (1,064/1,498)

1063화 보통 사이가 아니오

천지의 모든 것은 그제야 평온을 되찾았다.

대요들은 큰 짐을 벗은 듯하고 죽다 되살아난 기분이 들었다.

"녀석, 점점 강해지는구나!"

명망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감탄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도 커졌다.

도법의 나무는 더 강해지고 위엄이 넘쳤다.

그런 모습을 다른 무상도통에서 본다면 반응이 더 강렬할 게 분명했다.

"진남, 이제부터 겸손해야 한다. 네가 구천지존이 되고 스스로를 지킬 힘이 생기기 전에는 도법의 나무를 드러내지 말아라……."

명망은 진남을 타일렀다.

그의 말뜻을 알아들은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명망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표정이 굳었다.

잠잠하던 무주궁도에서 여러 개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의 가장 가운데에 자금색의 빛이 나더니 모여서 수정 조각으로 변했다.

진남은 이런 수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인선 경지로 진급할 때도 머릿속에 생겨난 적이 있었다.

수피화권이 가져갔다.

수피화권은 수정 조각이 그의 전생 기억이라고 했다.

'이게 왜 지금 나타난 걸까?'

진남은 문득 이번에 나타난 전생의 기억이 지난번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번에는 보라색 수정이었는데 이번에는 보라색에 금색까지 더해졌다.

"구리거울은 수피화권이 오해를 한다고 했다. 내 전생은 수피화권이 생각하는 자가 아니다. 자금색 수정이 마침 그 점을 증명할 수 있어……."

진남은 중얼거렸다.

저도 몰래 숨이 점점 가빠졌다.

'자금색 수정이 진짜 전생의 기억이라면 이것을 신념에 넣으면 전생을 각성할 수 있는 걸까?'

"진남, 왜 그러느냐? 내 말을 듣고 있어?"

명망은 진남을 불렀다.

진남은 보라색 수정에 집중하느라고 그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명망은 이를 부득부득 갈더니 아예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진남은 심호흡을 하고 신념으로 수정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둥-!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엄청난 저항력에 부딪혔다.

아무리 신념을 움직여도 벗어날 수 없었다.

'이상하다. 이미 나타났는데 왜 열리지 않지? 설마 아직도 불완전한 상태인가? 진정한 원만경지는 아닌 거야? 혹은 수정을 열려면 다른 조건이 필요한가?'

진남은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

그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가능성이 너무 많아서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자금색 수정은 무주궁도에서 나온 것이니 결국 무주궁도가 대안을 귀띔해줄 것이었다.

그러니 진남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진남이 놓친 건 명망의 말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사라졌어야 할 신비한 마기가 다시 나타나 심장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사라졌다.

"도법의 나무는 많은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전신의 혼의 얼굴이라던가, 전생에 관한 것들도……."

진남은 입꼬리가 올라가고 기운이 차분해졌다.

드디어 도법의 나무에 관한 일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이제 다른 일을 처리할 때가 되었다."

진남은 중얼거리고 영패에 신념을 전했다.

"풍화장사, 여러 세력에 제가 곧 종문에 돌아올 예정이니 저를 잡으러 오라고 전해 주십시오."

말을 마친 그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진남은 알지 못했다.

그의 말은 우선 궁우태황종에 폭풍을 일으켰다.

풍화장사가 그의 말을 여러 세력에 전하자 더욱 큰 폭풍이 일었다.

"진남이 저지른 일은 우리 종족의 체면을 깎았다. 얼른 다른 세력에도 알리거라. 진남이 궁우태황종에 있다고 해도 가만히 두면 안 된다!"

여러 세력의 거물들은 분노했다.

또, 일부 세력의 거물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심사숙고를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 * *

천허조교 내부.

얼굴이 하얗고 두 눈이 옥처럼 맑은 청년이 천천히 눈을 떴다.

"스승님, 진남이 여고봉, 당천군 등을 한 방에 제압했다는 말을 들으니 진남과 한번 싸워보고 싶습니다."

청년과 가까운 곳에서 낚시를 하던 노인이 낚싯대를 내려놓으며 무뚝뚝하게 물었다.

"너는 패자가 된 지도 얼마 되지 않고 도경원만도 이루지 못했다. 이제 겨우 대성경지를 돌파했기에 질 가능성이 팔 할이다. 그런데도 싸워볼 테냐?"

"솔직히 말씀드리면 별로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청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다음부터는 저에게 시키실 일이 있으면 직접 말하고 계척(戒尺, 훈계할 때 쓰는 자 혹은 회초리)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됩니까? 저도 이제 패자가 되었는데 쩍하면 무력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노인은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침묵했다.

한참이 지나서 그는 유유하게 말했다.

"자고로, 사랑의 매가 거물을 만드는 법이다. 이건 내 스승님에게서 배운 거다. 자, 이제 그만하고 길을 떠나거라. 종문의 규칙을 잊지 말고!"

문규를 언급하자 청년은 흠칫 떨었다.

입문했을 때 노인은 그에게 규칙을 정해줬다.

패배하고 돌아오면 세 시진 동안 계척의 매를 맞아야 했다.

* * *

그 시각, 삼청고교.

활짝 핀 흰 연꽃 위에 아름다운 여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그녀는 표정이 평온하고 세속을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리아(離兒), 왜 사저의 옷을 훔쳤느냐!"

"리아, 점점 대담해지는구나, 내 구슬도 훔치다니!"

연못 옆에서 두 명의 패자 정상급의 강자가 화를 냈다.

"됐다. 그녀를 그만 닦달하거라!"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한 형상이 멀리서 날아왔다.

"종주, 리아에게 너무 너그럽습니다. 이대로 두면 태상해(太上海)의 물건까지 훔치겠습니다."

패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하하, 언니들, 걱정 마세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리아라는 절세미인이 눈을 뜨고 진지하게 말했다.

"구천지존이 되기 전까지 절대 그곳에 가지 않겠습니다."

삼청고교의 종주는 그녀를 흘겨보고 말했다.

"진남이 돌아왔다. 아마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너는 내일 사백(師伯, 스승의 사형)과 함께 궁우태황종에 가보거라."

리아는 두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종주."

그녀는 주먹을 휘둘렀다.

'하하, 주선 후계자가 어떤 자인지 볼 수 있겠구나……. 당청산, 네 사제보다 내가 강할걸."

* * *

이틀 후, 상행천소선역 궁우태황종의 제일성 운라고성.

"어제 여러 무상도통의 사람들이 거의 몰려온 걸 봤느냐?"

"맞아! 여러 고족과 천허조고, 삼청고교의 절세천재들도 다 왔어."

"제일선대전 때와 비슷한 규모야."

"허허, 오천 년 동안 처음으로 선역의 무인들이 인정한 제일선이잖아!"

무인들은 열띤 설전을 펼쳤다.

진남의 얼굴을 한번 보려고 일부러 찾아온 무인들도 있었다.

이때, 흑포를 입고 기운을 거둔 형상이 거리를 지나 운소고도 아래쪽으로 갔다.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운소고도는 길이가 몇십만 장이 되고 끝에는 커다란 금색 아치형 문이 있었다.

문으로 들어가면 궁우태황종의 삼계들 중 하나인 궁우지계의 응접도장이었다.

많은 무인들이 운소고도를 따라 걸어갔다.

천선 경지 강자들도 적지 않았다.

궁우태황종에 규칙이 있었는데 종주가 와도 운소고도를 날아서 지나갈 수 없었다.

반드시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형씨, 궁우태황종의 제자요? 왜 흑포를 입고 있소?"

어떤 목소리가 들려 진남은 고개를 돌렸다.

지선 정상급의 선의를 입은 파란색 머리카락의 청년이었다.

청년의 옆에는 옷차림이 평범하지 않고 지선 정상급의 경지인 무인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내력이 좀 있는 것 같았다.

파란색 머리카락의 청년은 진남이 대답하기 전에 허허 웃으며 말했다.

"형씨, 나는 남어(藍御)요. 자네도 이들처럼 나를 남 형이라고 부르면 되오."

남어의 곁에 있는 자들은 진남을 훑어보더니 흥미를 잃었다.

그들은 시선을 거두고 한담을 나누었다.

진남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

남어는 수다쟁이처럼 계속 쫓아오며 말했다.

"형씨, 먼 곳에서 왔소? 진남을 보러 왔소?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진남과 보통 사이가 아니오."

이에 진남은 흥미가 생겨 눈썹을 추켜세우고 물었다.

"보통 사이가 아니시오?"

남어는 진남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우쭐해서 말했다.

"제일선대전을 할 때 나와 진남은 한 선고에서 만난 적이 있소. 우리 둘은 같은 기연을 가지려고 크게 싸웠소. 그때 진남은 지금처럼 대단하지 않아서 우리는 몇 시진이나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소. 다만, 진남은 그때도 나보다는 조금 강해서 내가 불리한 상황이었소. 그 뒤로 커다란 위기가 닥쳐서 우리는 과감히 연합을 했지……"

남어는 쉬지도 않고 말을 했다.

그는 사소한 부분까지 자세히 묘사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의 말을 그대로 믿을 정도였다.

곧, 그들은 운소고도의 끝에 도착했다.

그들은 아치형 문을 지나 응접도장에 도착했다.

평소에는 썰렁하던 도장에 오늘은 궁우태황종의 외문제자, 내문제자들이 오백 명 가까이 모여 있어 북적거렸다.

상행천소선역에서 진남을 보려고 찾아온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궁우태황종의 제자들은 궁금해서 많이들 모여들었다.

진남은 궁우태황종에 가입하고 제일선대전에만 참가했을 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많은 제자들은 종문의 제일 절세천재라는 자를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

슉슉슉-!

이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연거푸 울려 퍼졌다.

여섯 개의 형상이 도장의 위쪽에 나타나고 강한 패자의 위엄이 퍼졌다.

"외문, 내문의 여섯 대장로가 다 왔어!"

외문제자들은 살짝 놀랐다.

또 하나의 빛이 멀리서 날아와 형상으로 변했다.

형상을 확인한 모든 제자들이 깜짝 놀랐다.

"풍화장사 대인을 뵙습니다!"

제자들은 나란히 인사를 올렸다.

풍화장사는 이제 구천지존으로 등극하여 상행천소선역의 유명한 지존 거물들 중 한 명이 되었다.

덕분에 명성도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풍화장사다!"

남어와 청년들도 깜짝 놀랐다.

풍화장사는 한 바퀴 둘러보다가 남어 등이 있는 쪽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하하, 풍화장사가 나를 알아보았소! 형씨, 그거 아시오? 몇 개월 전에 나와 아버지가 풍화장사를 찾아뵌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를 어찌나 칭찬하던지……."

남어는 흥분해서 말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풍화장사는 콧방귀를 뀌며 툴툴거렸다.

"진남, 종문에 다 왔는데도 굳이 가릴 필요가 있느냐?"

풍화장사의 말은 천둥보다 더 놀라웠다.

몇백 명의 제자들과 남어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제일선 진남이 돌아왔어?'

진남은 살짝 웃고 흑포를 벗었다.

붉은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는 포권하고 말했다.

"제자 진남 풍화장사와 여러 장로를 뵙습니다."

모든 시선이 진남에게 쏠렸다.

남어와 청년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함께 온 청년이 유명한 진남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특히 남어는 오는 길 내내 허풍을 떨었던 것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들어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이고, 창피해라. 큰 망신을 했구나. 하필 당사자 앞에서 허풍을 떨었구나!'

상행천소선역의 천재들 중에는 만소와 검무흔 등이 있었다.

그들은 풍화장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부랴부랴 달려왔다.

"진, 진남!"

만소와 검무흔 등은 진남을 보자 살짝 놀랐다.

"진남!"

이때, 천둥 같은 호통이 도장 위쪽에서 울려 퍼졌다.

흰 머리가 허리에 닿고 두 눈이 초록색을 띠었으며 등에 고검을 멘 노인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다가왔다.

노인이 뿜는 엄청난 위압이 미친 듯이 도장을 휩쓸었다.

제자들과 남어, 천재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경지가 낮은 자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극생문의 거물인 창랑지존(滄浪至尊)이다!"

내문제자가 저도 몰래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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