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2화 대단한 나무를 만들어냈구나
"진남, 뭐가 있느냐?"
명망은 얼른 함께 살폈다.
"선민유상인 것 같습니다."
진남은 세 조각상을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고서선왕에게 이렇게 좋은 물건들이 있었구나! 이제 우리에게 다섯 개의 선민유상이 있다."
명망은 기뻐서 말했다.
"몇 개 더 모으면 조각상에서 무언가 깨달을 수도 있을 거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저장반지를 살폈다.
고서선왕이 반지에 이 정도 공을 들인 것이 선민유상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응? 이건 뭐지?"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진남은 이상한 책자를 발견했다.
어떠한 고목으로 만들어진 책자는 손바닥만 하고 옅은 금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또, 진남은 책자에서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기운을 느꼈다.
"설마 창람대륙의 기운인가?"
진남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부정했다.
창람대륙의 기운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 둘은 비슷하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진남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책자를 꺼내 금제들을 지우고 펼쳐 보았다.
명망도 고개를 들이밀고 살폈다.
"천지가 처음에 탄생한 것은 근원 때문이었다. 근원은 도보다 약하지 않았다. 만약……."
진남과 명망은 그 속에 깊이 빠졌다.
반 주 향이 탈 시간이 지났다.
진남과 명망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너무 놀라웠다.
책자에 따르면 차하계나 대상계의 땅이나 소선역에 모두 근원의 힘이 있다고 했다.
근원의 힘은 모든 것의 시작이고 대도만큼이나 신비했다.
고서선왕이 세 패자들과 연합하여 구신과계제단을 만든 이유도 근원의 힘을 얻기 위해서였다.
"놀랄 것 없다. 구천선역에서 근원의 힘을 얻는 방법은 많다. 많은 강자들이 차하계로 가는 것도 근원의 힘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남천문이나 육천신도 근원의 힘 때문에 차하계로 갔어?'
"근원의 힘을 얻는 일은 무척 어렵다. 구천선역의 여러 소선역에 있는 근원의 힘은 주경거물이라도 아주 적은 양밖에 얻지 못한다. 차하계의 여러 대륙에 있는 근원의 힘은 상대적으로 얻기가 쉽다. 그러나 근원의 힘은 대기운(大氣運)을 가지고 있다. 남천문, 육천신, 신방, 제방들은 근원의 힘을 얻을 때부터 실패가 정해졌다."
비월여제는 말을 마치고 사라졌다.
진남은 대략적인 상황은 이해가 되었다.
흥미를 잃은 그는 책자를 저장주머니에 넣었다.
"명망, 구신과계제단도 거의 만들어진 것 같은데, 마저 마무리해주십시오."
진남은 말했다.
그는 언젠가 창람대륙에 가야 했기에 제단을 그대로 두려고 했다.
고서선왕 등이 선택한 곳은 은밀하고 발견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안전 방면으로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감히 나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다니……"
명망은 눈을 흘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몸은 말과 달리 날렵하게 움직였다.
궁우태황종에서부터 이곳까지 두 번의 싸움을 치렀다.
두 번의 싸움에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명망도 큰 충격을 받았다.
명망은 무의식 간에 진남을 거물로 인식했다.
몇 시진이 지나고 구신과계제단이 완성되었다.
진남과 명망은 연합하여 수많은 금제들을 만들었다.
신념까지 남긴 그들은 근처에서 전송대진을 찾아 이곳을 떠났다.
진남이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십욕종은 이십삼소선역에서 하환환의 기운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엄청 크게 화를 냈다.
그들은 강자들을 보내 수소문했다.
은월천교에서 벌어진 일을 알게 된 십욕종은 필살령(必殺令,반드시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환환을 공격한 무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에게 커다란 이득을 준다고도 했다.
이십삼 선역의 많은 곳에서는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진남은 남문 문주와 상월산의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신념을 보냈다.
그리고 은밀한 곳을 찾아 금제들을 치고 폐관 수련을 시작했다.
며칠 후, 마지막 문도법인 십욕도경이 무주궁도에 떠올랐다.
진남은 그 속에 깊이 빠져들어 문도법을 익혔다.
하루 밤낮이 지나고 진남은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그 나무도 원만 경지를 이뤘겠지…….'
보천정 안에 있던 명망도 눈을 떴다.
그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무척 궁금했다.
궁금한 건 명망만이 아니었다.
진남의 손목에 묶인 홍승에서도 미약한 빛이 반짝거렸다.
구천선역에 이름이 자자한 제일지존도 도법의 나무에 흥미를 가졌다.
진남은 심호흡을 하고 전도선전, 궁우태황경 등 문도법을 전부 움직였다.
그의 기운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산이 크게 흔들리고 수림 속에 있던 대요들이 불안해서 포효했다.
진남은 도법의 나무를 꺼내고 십욕도경도 움직였다.
"세상에나!"
보천정 안에 있던 명망은 깜짝 놀랐다.
그는 진남이 열두 개의 문도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백남지화를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위협을 느꼈다.
"이 녀석은 너무 강하다! 열두 개의 문도법과 단천도, 만세주림, 주선의 영혼 그리고 저 나무에 백남지화까지……. 패자 정상급의 강자도 쉽게 이길 수 있겠어."
명망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제야 진남이 큰 모험을 하면서 동시에 열두 개의 문도법을 연마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였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았다.
"도의, 나타나거라!"
진남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의 등 뒤로 전신의 혼이 떠올랐다.
엄청난 기운에 커다란 동굴이 층층이 부서졌다.
십욕종의 도의는 진남의 의지를 만나 용으로 변했다.
그리고 길게 포효하더니 도법의 나무에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배척하는 느낌이 들지 않고 순조롭게 융합되었다.
도법의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기운이 얼어붙은 것처럼 그대로 굳었다.
진남의 심장도 박동을 멈추고 피도 흐르지 않았다.
모든 것들이 정지되었다.
명망은 숨조차 쉬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는 한순간도 놓칠 수 없었다.
제일 소선역의 신비한 곳에 있는 비월여제도 걸음을 멈추고 뒷짐을 쥔 채 서 있었다.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잠시 후,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진남의 몸에 열두 개의 서로 다른 도의가 불꽃처럼 솟구쳤다.
열두 개의 서로 다른 빛이 동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 모습은 열두 명의 상고 거물이 인간 세상에 강림하는 것 같았다.
진남의 화도선염선력은 순식간에 늘어났다.
진남의 위압감도 마찬가지로 늘어났다.
진남은 어떤 천재지보도 사용하지 않고 패자대성 경지를 돌파했다.
전신의 혼도 소리 없이 포효했다.
머리카락, 이목구비, 팔, 가슴, 다리 등이 실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는 머리카락이 허리에 닿고 검 같은 눈썹에 얇은 입술을 가졌다.
그의 양손과 가슴, 다리도 모습을 갖추었다.
그는 아직도 흐릿하고 영혼밖에 없었지만, 천지가 흔들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든지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전신의 혼은 큰 변화가 생겼다.
주신제오인의 위엄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진남이 싸울 때 만세주림과 저 영혼을 사용하면 절세천재 등급의 패자라도 엄청난 공을 들여야 겨우 버틸 수 있다……"
명망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마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바로 그때였다.
쿵-!
천지에 천둥이 내리쳤다.
진남이 있는 산은 무상선검에 맞은 것처럼 두 조각이 났다.
돌 부스러기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사방의 대요들은 겁을 먹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벌벌 떨었다.
진남은 몸이 공중에 붕 떴다.
청색 빛에 물들어 반은 붉은색이고 반은 청색을 띤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의 등 뒤로 도법의 나무에서 우드득 소리가 들렸다.
마치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같았다.
소리는 점점 더 커지더니 드디어 방원 몇십 리까지 번졌다.
드디어 소리가 멈추었다.
도법의 나무는 부서졌다가 다시 모여 새로운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나무의 뿌리는 아홉 가지 색을 띠고 굵은 나무줄기는 일곱 가지 색을 띠었다.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는 세 가지 색이었다.
무성한 나뭇잎은 아무런 색이 없고 수정처럼 투명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나뭇잎마다 열두 개의 경맥이 서로 엉켜 있었다.
경맥들은 서로 다른 기운을 풍겼지만 서로 배척하지 않고 하나로 뭉쳤다.
웅-!
보이지 않는 힘에 천지의 모든 것들이 들끓었다.
난잡하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도법의 나무는 가지를 펼쳤다.
강한 기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았다.
이때, 하늘에 수많은 이상들이 펼쳐졌다.
별이 떨어지고 대지가 갈라지며 폭풍우가 휘몰아치며 도음이 하늘을 흔드는 등등 현상들이었다.
이상들은 상고의 고적에만 존재하는 현상이었다.
"이런……."
명망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상고 십 악 중 서열 이 위인 그는 이미 도경원만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그가 먼지라면 도법의 나무는 산이었다.
"얼떨결에 엄청 대단한 나무를 만들어냈구나."
먼 곳에 있던 비월여제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던 그녀의 옅은 파란색 눈동자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그녀의 입꼬리도 살짝 올라갔다.
"잘된 일이다. 진남이 진짜 전생을 각성하지는 못했지만, 저 정도면 제일 선역의 천재들을 충분히 놀라게 할 수 있어."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눈동자의 잔잔한 물결도 사라졌다.
그녀는 앞에 있는 어둠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가던 그녀는 문득 무슨 생각이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진남의 손목에 있는 홍승에서 엄청난 빛이 일더니 모든 것을 덮었다.
* * *
그 시각, 이십삼 소선역.
십욕종의 다른 신비한 지역의 깊숙한 곳.
오래된 존재들이 눈을 번쩍 떴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누가 대도비등(大道沸騰)을 한 거지?"
"왜 기운이 안 느껴지는 거야? 내 착각인가?"
그들은 의아해서 수단을 사용하여 살폈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결국 그들은 고개를 흔들고 두 눈을 감았다.
* * *
상월산의 깊은 곳.
허수아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도비등이 진남과 연관이 있다는 강렬한 예감이 드는구나."
그는 고개를 흔들더니 다시 혼잣말을 했다.
"에잇, 그 녀석은 생각하지 말자. 이곳에 왔으면서 나를 보러 오지도 않고……"
그는 다시 엄청난 진법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 *
그 시각.
진남이 있는 곳에는 여러 이변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도법의 나무 아래에 있는 진남은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도법의 나무가 드디어 원만 경지를 이루었다."
진남은 정신이 들었다.
그는 온몸의 힘을 느끼고 상황을 살피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다만 도법의 나무에 더 이상 다른 문도법을 융합할 수 없어 아쉽구나."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더 많은 문도법을 융합할 수 있다면 도법의 나무는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도 있었다.
진남은 그런 경지에 도달하려면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도경원만을 이루면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지켜봐야겠다."
진남의 두 눈에 불꽃이 더 활활 타올랐다.
그는 여전히 도경대성의 경지였다.
도광이 전부 아홉 가지 색으로 변해야 도경원만이었다.
진남이 도경원만을 이루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었다.
다만, 도경원만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명망은 몇천 년 동안 힘을 모았기에 천지묘과 하나로 도경원만을 이룰 수 있었다.
진남은 천지묘과가 세 개나 있지만 도경원만 경지를 억지로 돌파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구 할이었다.
그는 아직도 힘을 모으고 실력을 키워야 했다.
진남은 전신의 혼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거두라는 명을 내렸다.
전신의 혼과 도법의 나무는 그의 몸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