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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62화 (1,062/1,498)

1061화 날 이길 자는 없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던 고서선왕은 천천히 눈을 떴다.

쇳소리가 귀를 찔렀다.

"나의 고충을 쫓아온 거냐? 잘 됐다. 마침 선왕지혈이 부족했……. 응? 진남?"

진남을 본 고서선왕은 순식간에 진남의 진신을 눈치채고 익숙한 혈발을 봤다.

그는 경악했다.

"뭐? 네가 주선의 후계자 진남이냐?"

연왕과 다른 두 패자도 경악했다.

그들은 얼마 전에 이름을 날린 진남이 이곳으로 왔고 자신들 앞에 나타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고서, 오랜만입니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진신을 드러내더니 오른팔을 부숴 단천도로 만들었다.

무형의 도의가 순식간에 사방에 떨어졌다.

"하하하! 진남, 지옥으로 스스로 왔구나!"

고서선왕은 정신을 차리고 귀청을 찢을 듯 큰소리로 웃었다.

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천지묘과 세 개를 네가 갖고 있지?"

연왕과 두 패자는 깜짝 놀랐다.

세 개의 천지묘과를 가지면 언젠가 전설 속의 도경원만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먹었습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먹었다고?"

고서선왕은 표정이 굳었다.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

"흥, 거짓말하지 말거라. 네가 먹었다면 왜 도경원만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느냐? 헛소리하지 말거라. 오늘 너를 죽이겠다."

그의 말이 끝나자 수많은 흑고선충들이 진남을 사납게 주시했다.

그것들은 흑광으로 변해 날아왔다.

"하하, 주선의 후계자가 얼마나 강한지 보자!"

연왕은 큰소리로 웃으며 허공에서 피가 묻은 창을 꺼냈다.

천지를 뒤엎는 살기가 순식간에 사방을 덮어 작은 살역을 이루었다.

진남은 경지가 패자 초급밖에 안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방심할 수 없었다.

주선의 후계자는 평범한 절세천재가 아니었다.

"전신의 혼, 만세주림!"

진남은 한 손에 결인했다.

두 개의 위엄 있는 형상이 그의 등 뒤에 떠 올랐다.

셋은 하나로 뭉쳐 천지를 뒤엎는 오래된 위업을 드러내고 넷을 눌렀다.

그는 전도선전을 최대로 움직여 강한 전의를 드러내 수많은 살기를 부쉈다.

"보천정!"

동시에, 그는 신념을 움직여 보천정을 드러냈다.

크라아아아-!

명망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포효하며 정에서 뛰어나왔다.

커다란 요족으로 선술들을 연거푸 부쉈다.

"상고 십 악 중 서열 이 위인 명망? 게다가 도경원만의 경지에 도달했어?"

연왕은 깜짝 놀라 사납게 소리쳤다.

"일세일년, 일일일조, 사방천살창(四方天煞槍)!"

"밝은 도위들은 뭉쳐 선부를 이루거라. 우부진(羽符陣)!"

"극강살천도술!"

세 명의 패자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더는 숨기지 않고 도광을 드러내고 도의를 풍겼다.

대단한 수단을 드러내 천지를 놀라게 할 위력을 폭발했다.

그들은 고서선왕보다는 많이 부족했지만 스물세 번째 소선역에서는 명성이 자자했다.

많은 수단을 장악하고 평범한 패자를 훨씬 초월했다.

"진남, 감추지 말거라. 네가 신비한 나무를 불러올 수 있는 신비한 초식을 장악한 걸 안다. 그것을 드러내거라."

고서선왕은 말하며 두 손을 펴고 흐느적거렸다.

마치 무형의 그물을 펼친 것처럼 고서선충들을 움직여 고진을 이루었다.

"진도도결!"

진남은 듣지 못한 것처럼 혈발을 날리며 손에 든 칼을 끊임없이 내리쳤다.

도도대세가 고충들을 산산조각 냈다.

"드러내지 않을 거냐? 네가 패자로 진급했다고 다른 수단으로 나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고서선왕은 눈빛이 사나워졌다.

"진남, 너 진짜 순진하구나! 지난번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너희 쪽에 사람이 너무 많았었잖느냐!"

말이 끝나자 고서선왕은 몸집이 부풀어 올랐다.

피부가 시커메지고 허리에 핏자국이 생기고 두 손도 차갑고 발은 날카로워졌다.

그의 머리는 고충으로 변해 눈에서 흉악한 혈광을 반짝거리고 이빨이 날카로워졌다.

도술, 천인고(天人蠱)였다.

기이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몇백 개의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고서선왕은 만세주림과 전신의 혼의 압박을 뚫고 진남을 공격했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무형의 도도대세가 전부 부서졌다.

진남은 싸늘한 한기를 느꼈다.

"소원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진남은 신념을 움직였다.

'도법의 나무 드러나거라!'

쿠웅-!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여러 가지 빛을 반짝이는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가 솟아올랐다.

몇만 년 동안 깊은 잠이 들었던 거인이 천지에 우뚝 선 것 같았다.

"이 나무는……."

고서선왕은 깜짝 놀랐다.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나무가 어떻게 이렇게 커졌지? 기세가 어떻게 지난번보다 배나 강해졌지?'

"이건……."

세 명의 패자들은 몸을 떨었다.

'주선의 후계자는 대단하구나. 만세주림 외에 이렇게 대단한 수단을 드러낼 수 있다니!'

순간 고서선왕은 위기를 느끼고 신비한 조각을 드러냈다.

쿠쿵-!

많은 강기가 솟아올랐다.

조각은 눈부신 선광이 뿜어져 나왔다.

신비하고 오래된 의지가 깨어났다.

하지만 오래된 의지는 강한 힘에 순식간에 부서졌다.

그뿐만 아니라 나머지 힘은 채찍처럼 고서선왕을 내리쳤다.

고서선왕은 비명을 지르고 멀리 튕겨나 궁전에 부딪혔다.

궁전은 완전히 무너졌다.

"저 자식이 연화한 나무는 아직 다 자라지 못했다. 하지만 이토록 위력이 강하다. 만약 다 자라면……."

명망은 침을 삼켰다.

게다가 진남은 체내의 문도법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만약 동시에 움직인다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할 수 없었다.

"과천일격!"

진남은 빠르게 도법의 나무를 체내에 거두고 전도선전과 궁우태황경을 동시에 움직였다.

그리고 온몸의 의지를 칼끝에 모아 고서선왕을 내리쳤다.

"진남, 너 진짜 강하구나. 제일선역을 포함하여 구천선역 전체의 괴물들 중에 너와 겨룰 수 있는 자는 다섯 명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나는 반드시 너를 죽이겠다. 고조강림(蠱祖降臨)!"

고서선왕은 법인을 만들었다.

연왕과 두 패자는 신음을 흘렸다.

방대한 생기와 선력이 강제로 뽑혔다.

그는 선혈 일곱 방울을 허공에 뿜었다.

무형의 힘이 어디선가 날아와 진남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뒀다.

사방의 광경이 모두 변했다.

궁전, 도장 등은 사라지고 시커멓고 흐릿한 큰 산이 나타났다.

산에는 크고 작은 동굴이 가득했다.

동굴마다 기이한 고충들이 있었다.

가장 위쪽에는 매우 강한 고충이 있었다.

시뻘건 눈은 싸늘하게 진남과 사람들을 주시했다.

숨을 쉴 때마다 강한 폭풍이 일었다.

"이건 뭐지?"

진남과 명망은 눈빛이 굳었다.

"고서, 미친 자식, 고조를 불러오다니!"

연왕과 두 패자는 두려움을 느끼고 안색이 크게 변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선술을 드러내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크고 작은 동굴 안의 고충들이 기이한 소리를 냈다.

가장 꼭대기의 강한 고충은 입을 크게 벌렸다.

매우 강한 흡입력이 사방을 휩쓸었다.

세 명의 패자는 날아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빨려왔다.

커다란 공간도 빨려 휘어지고 뒤로 줄었다.

마치 천지의 모든 걸 삼킬 것 같았다.

"대룡횡천!"

진남은 위풍당당하게 싸울 준비를 했다.

고충이 얼마나 강한지 알아보려던 순간, 진남의 동공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의 선력, 방대한 도의는 흡입력을 만나 고충의 쩍 벌린 입으로 날아갔다.

"하하하. 진남, 고조(蠱祖) 앞에서 어떤 수단이든지 모두 헛수고다. 방금 그 나무를 펼쳐보거라. 그것부터 없애주지!"

고서선왕의 웃음소리는 귀에 거슬렸다.

이 초식을 사용하면 그의 몸에도 무리가 갔다.

그러나 진남을 없앨 수 있다면 가치가 있었다.

"그렇습니까? 고서선왕 그거 아십니까? 구천지존 이하의 무인들 중에서 저를 이길 자가 없습니다."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는 기세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백남지화도 꺼냈다.

백남지화는 사방을 가득 채운 흡입력들 사이에서 미약한 빛을 뿜었다.

"너를 이길 자가 없다고? 고작 이 꽃을 믿고 하는 말이냐? 웃기는구나! 주선의 후계자면 또 어떠하냐? 내 오늘 너를……."

고서선왕은 하찮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는 진남이 곧 죽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백남지화가 고조의 앞까지 빨려 들어갔을 때 꽃잎이 활짝 피었다.

그리고 엄청난 힘이 폭발했다.

펑펑펑-!

수많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고조와 크고 작은 고충들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혈무로 변했다.

흡입력도 사라졌다.

환경이 처음처럼 바뀌었다.

이게 바로 영생지화의 위력이었다.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고 죽지도 없어지지도 않으며 꽃이 있는 곳에는 모든 규칙들이 통하지 않았다.

"이럴 수가……"

고서선왕, 연왕과 다른 두 선왕은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그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방금 초식은 패자 정상급도 죽일 수 있는 엄청난 살초였다.

진남은 고작 꽃 한 송이로 상황을 쉽게 역전시켰다.

"궁우진도도결(穹宇震道刀訣)!"

진남은 날아올랐다.

그는 두 문도법을 동시에 사용하였다.

두 개의 의지가 칼끝에 모여 고서선왕에게 날아갔다.

"아차!"

고서선왕은 안색이 확 바뀌어 저항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사용하는 수단들은 전신의 혼과 만세주림에게 제압당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칼이 날아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안 돼!"

고서선왕은 비명을 질렀다.

칼을 맞은 그의 육신은 혈충으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고서선왕, 당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

진남은 차갑게 말하고 다시 공격했다.

화도선염이 용솟음치더니 혈충들을 전부 태워 죽였다.

치지직- 하고 불에 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혈충들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화도선염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커멓게 탔다.

혈충들은 생기를 잃었다.

"죽, 죽었어?"

연왕과 두 패자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위풍당당하던 고서선왕이 이렇게나 쉽게 죽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도망가자!"

셋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죽음의 공포가 그들의 생존본능을 자극했다.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금기시된 법인들을 사용했다.

대가로 수명을 줄어들게 하거나 영혼의 힘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일단은 이곳에서 도망가는 게 더 중요했다.

"내가 있는데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명망은 천둥 같은 목소리로 호통쳤다.

커다란 체구에서 엄청난 요기들이 용솟음쳤다.

무형의 요계(妖界)가 만들어지고 세 선왕을 가두었다.

명망은 이제 세 패자대성경지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선왕 셋을 가두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다.

"도법의 나무, 저자들을 없애거라!"

진남의 호통에 커다란 나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무……."

선왕들은 창백해져서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쿠쿠쿵-!

그들의 수단은 도법의 나무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순식간에 도법의 나무가 그들을 제압했다.

패자대성 경지를 이룬 선왕 셋이 목숨을 잃었다.

"아쉽다. 경지가 조금 더 높았더라면 저자들을 붙잡고 뭐라도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명망은 감탄했다.

패자를 죽이는 일보다 붙잡아 두는 일이 더 어려웠다.

"빨리 도법의 나무를 대성 경지로 진급시키자."

진남은 기운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중얼거렸다.

고서선왕 같은 패자들은 실력이 대단했다.

백남지화가 없었더라면 많은 힘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위험한 처지에 처할 수도 있었다.

"어? 저장 반지도 있네?"

명망은 눈을 반짝거렸다.

진남이 살펴보니 시커멓게 탄 고충들 사이에서 검은색 반지가 미약한 빛을 뿜고 있었다.

"안에 분명 좋은 것들이 있을 거다."

진남은 기뻤다.

그는 얼른 반지를 줍고 금제들을 풀었다.

대제 이상의 강자들이 싸우면 저장주머니거나 저장반지를 남기기 어려웠다.

싸움의 충격에 평범한 저장주머니 등은 버티지 못했다.

"응? 이건……."

진남은 신념으로 반지를 살펴보았다.

반지에는 부적, 법기, 천재지보 그리고 팔 장 정도 높이의 낡았지만 생생한 조각상이 세 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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