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0화 차하계로 가기 위한
진남은 훑어보고는 주먹을 날렸다.
쿠웅-!
모든 광경이 사라졌다.
"과천일격!"
진남은 하환환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보이지 않는 기세가 원고의 천산처럼 눌렀다.
하환환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존도의!"
하환환은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부적을 꺼냈다.
위엄 있는 형상이 솟아올랐다.
"이걸 갖고 있다고?"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신념을 움직였다.
더욱더 위엄 있는 형상이 진남의 등 뒤에 떠 올라 하환환이 드러낸 지존의지를 진압했다.
"만세주림?"
하환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초식을 드러낼 수 있다니. 앞에 있는 패자는 내력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절세천재구나!'
"이자는 누구지? 왜 나를 노리는 걸까?"
하환환은 더욱더 의문이 들었다.
전에 없이 강한 위기감에 그녀는 길게 생각할 새 없었다.
입술을 깨물고 눈빛이 확고해졌다.
"십욕도경, 문심대욕도술(問心大欲道術)!"
그녀는 입술을 벌리고 담홍색의 기운을 뱉었다.
기운은 무척 빠른 속도로 사방을 휩쓸고 진남을 둘러쌌다.
"응? 이 도술은……"
진남은 의아했다.
방금 그는 암암리에 기이한 힘이 자신을 꿰뚫어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하환환은 묘묘 공주로 변했다.
"부군, 왜 나를 죽이려는 거냐?……."
묘묘 공주는 진남에게 다가왔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 눈을 반짝거리는 모습이 매우 가련했다.
잠시 후 그녀는 흰 머리카락이 날리는 강벽난으로 변했다.
"십욕도경은 대단하구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알 수 있다니."
진남은 감탄했다.
그는 도심이 강했지만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보자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우리들은 경지가 너무 크게 차이 난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이 모든 걸 부수려 했다.
이때, '강벽난'은 또 절세의 여인으로 변했다.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음장처럼 도도했다.
"헉, 진남, 자식 간이 부었구나. 감히 여제를 사랑하다니!"
몰래 웃고 있던 명망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구리거울이 나타났지?'
"진남, 말하지 말거라. 비월여제는 보기 드문 미인이다. 또 세상을 놀라게 한 천재이다. 그녀를 얻는다면 행운이다. 맞다, 입도지존도 함께 아내로 들이거라."
명망은 정신을 차리고 비웃었다.
"헛소리하지 말거라."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재미있구나."
맞은 편의 하환환은 진남의 모습에 기뻤다.
두말하지 않고 손을 허리에 올려 입고 있던 치마를 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과 눈앞에 있는 청년이 경지 차이가 크다는 걸 알았다.
생김새 등으로는 잠깐 흔들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옷을 벗어 진남을 넋을 잃게 할 생각이었다.
"풉!"
진남과 명망은 놀라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하환환은 도망가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거라면 몰라도 지금의 상대는 진남이었다.
게다가 진남에게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홍승이 있었다.
비월여제는 홍승을 통해 이 모든 걸 볼 수 있었다.
하환환은 진남이 당황해하자 확신이 들어 기뻐했다.
그녀는 애교를 부리며 처량하게 말했다.
"부군, 왜 저를 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부군은 저를……."
그녀는 말하며 치맛자락을 풀어 매끄러운 어깨를 드러냈다.
이어 치마를 벗으려 했다.
쿠웅-!
위기의 순간에 위엄 있는 의지가 솟아올랐다.
사방의 허공이 크게 떨리고 천지가 시커메졌다.
하환환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어떻게 이렇게 강한 의지를 드러낼 수 있지?'
그녀가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대단한 의지가 그녀의 마음속에 쳐들어와 그녀를 기절시켰다.
그녀는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진남이 손을 쓴 것이 아니라 비월여제가 손을 쓴 것이었다.
"구리거울, 그게……."
진남은 난감했다.
어찌 됐건 하환환이 이렇게 변한 건 그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이런 일이 발생하면 너를 내시로 만들 것이다!"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후, 다행이다! 다행이야!'
진남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구리거울을 잘 알았다.
진짜 화가 났다면 그녀는 설명하지 않고 바로 손을 썼을 것이었다.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무주궁도를 드러내 하환환을 거둬들였다.
그리고는 하환환이 데리고 온 청년을 바라봤다.
"선배님, 저는……."
청년은 목을 움츠리고 절망하여 말했다.
자신이 출세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큰일에 휘말릴 줄 몰랐다.
"너도 들어오거라."
진남은 선력을 드러내 청년을 기절시키고 무주궁도에 거뒀다.
"진남, 너는 지금까지 절세천재들만 거둬들였다. 천선 경지의 무인은 한 명도 거둬들인 적 없었다. 하환환이 저자를 선택하여 앙심을 품고 보복하려는 건 아니겠지?"
명망은 조롱하듯 말했다.
진남은 눈을 흘겼다.
명망에게 대꾸하지 않고 주위를 훑어봤다.
방금 그는 하환환을 쫓아 신비한 궁궐의 깊은 곳까지 왔다.
주위에는 무인들이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 기세가 강하고 옅은 파란색 빛을 반짝거리는 큰 산이 있었다.
산 중턱에는 오래된 성이 있었다.
진남의 전신선동은 성과 산에서 평범하지 않은 기운의 파동을 느꼈다.
이 두 곳에 상고의 전승과 기연이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진남은 관심이 없었다.
그가 하환환을 거둬들였으니 오래지 않아 십욕종의 사람들이 하환환이 사라진 걸 발견하고 많은 강자들을 파견할 것이었다.
그는 빨리 떠나야 했다.
웅 웅 웅-!
이때,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남은 소리 나는 곳을 바라봤다.
큰 산에서 수천 개의 시커먼 고충이 날아 나와 사방으로 날아갔다.
떨리는 소리는 그것들이 날개를 젓는 소리였다.
"명망, 이건 설마……."
진남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맞다. 고충이다. 게다가 흑고선충이다. 패자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키울 수 있다."
명망의 혈동은 싸늘해졌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우리는 운이 좋구나. 옛 친구를 만났다."
그가 말하는 옛 친구는 원혈지계에서 싸운 적 있는 고서선왕이었다.
진남은 전에 우연히 고서선왕이 스물세 번째 소선역에 왔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진남은 고충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걸 느끼고 빠르게 문도법을 드러내 기운을 바꿨다.
눈에 선화가 천천히 꿈틀거렸다.
그는 고서선왕에게 호감이 없었다.
전에 만세주림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변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진남, 가보자. 고서선왕은 삼대 패자 중 한 명이다. 그가 이곳에 나타난 건 어떤 지보나 전승을 노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
명망은 말했다.
진남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시간이 촉박하지 않고 여유가 있었다.
고서선왕이 있는 곳으로 가보고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면 다시 나가도 늦지 않았다.
슉-!
진남은 몸을 날려 큰 산으로 왔다.
전신선동을 최대로 움직여 주위를 살폈다.
"여기다!"
잠시 후, 진남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나무를 발견했다.
선력을 주입하자 나뭇잎들이 떨어져 진법을 이루었다.
진남이 진법에 들어서자 무형의 힘이 그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는 석굴에 떨어졌다.
석굴은 높이가 오 장, 넓이가 삼 장 정도였다.
매우 습하고 대단한 선의가 흘렀다.
진남은 기운을 거두고 앞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앞이 밝아지고 방원 몇천 장 되는 석실이 나타났다.
석실 양옆의 벽에는 고화가 새겨졌고 촛불이 타고 있었다.
"이곳의 물건들은 모두 가져갔군."
텅 빈 석대를 본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고서선왕이 이곳에 왔던 게 틀림없다. 그는 어디로 갔지? 왜 사라졌지?'
"진남. 봐! 저쪽에 전송대진이 있다!"
명망의 소리에 진남은 시선을 움직였다.
석실의 모퉁이에 흔적이 가득했다.
"명망, 네가 전력을 드러내면 어느 정도일까?"
진남은 움직이지 않고 물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전성기의 십 분의 일 정도밖에 회복하지 못했다곤 하지만 도경원만의 위력을 너는 상상할 수 없다. 평범한 패자대성을 상대하는 건 문제 없다."
명망은 오만하게 말했다.
전에 원혈지계에서 드러낸 전력은 별로였다.
하지만 그건 도경원만을 방금 깨달아 위력을 드러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좋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어 선력을 흔적에 주입했다.
무형의 힘이 솟아올라 그를 감쌌다.
* * *
잠시 후 진남은 낯선 곳에 도착했다.
사방에 기세등등한 큰 산이 우뚝 솟고 야수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의 발아래는 커다란 도장이었다.
끝에 흔적이 가득하고 어두운 궁전이 여섯 개 있었다.
웅 웅 웅!
이때, 흑고선충들이 사방에서 큰 산으로 날아왔다.
고충들은 기이한 빛을 반짝이는 신비한 돌을 잡고 가장 가운데의 궁전 안으로 날아들어 갔다.
전신선동을 움직여 궁전 안을 본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대전에는 신비한 힘이 가득했다.
그의 동력은 늪에 빠진 것처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진남은 한숨을 내쉬고 기운을 최대한 낮춰 조용히 대전으로 다가갔다.
"저쪽에 커다란 틈이 있다."
진남은 한동안 훑어보고 궁전 오른쪽 위에 눈이 멎었다.
그는 위로 훌쩍 뛰어올라 고개를 내밀고 틈이 생긴 곳을 바라봤다.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커다란 궁전에 높이가 이십여 장 되고 넓이가 구 장 넘고 옅은 파란색을 띤 제단이 있었다.
고충들은 가져온 신비한 돌을 전부 제단에 던졌다.
제단 주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형상들이 있었다.
형상들에게서 뿜어져 나온 기운은 바다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이들은 패자대성 경지였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은 삼대 패자 중 한 명인 고서선왕이었다.
"진남, 저들은 구신과계제단(九神跨界祭壇)을 만드는 것 같다."
명망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대상계에서 차하계로 돌아가려면 몇백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이런 제단을 통과하는 것이다."
진남은 눈빛이 굳었다.
그동안 그는 줄곧 차하계로 돌아가 아버지와 용호, 사마공을 만날 생각을 했다.
'고서선왕 이들도 왜 차하계로 가려는 거지? 설마 이들은 차하계에서 날아온 것인가?'
"사실 정상적이다. 대상계에서 차하계로 돌아가면 경지가 크게 눌릴 것이다. 하지만 무도의 경지나 견식 등은 차하계의 무인들은 비교가 안 된다. 때문에 많은 대상계의 무인들은 차하계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돌아간 후 종문을 열고 문파를 세워 정상급 거물이 되어 권세와 영화를 누리려는 것이다. 닭의 머리가 될지라도 봉황의 꼬리가 되려 하지 않기 위함이다."
명망은 말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명망이 말한 무인들은 야심이 없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고서선왕은 절세천재이고 천지묘과를 얻기 위해 태고금기와 연합해 절세천재들을 죽이려 한 악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차하계로 돌아가려 할까?'
"제길, 무슨 제단인데 보름이 지났는데 아직도 다 짓지 못했지?"
얼굴이 상처투성이인 패자가 귀찮은 듯 말했다.
진남은 긴장했다.
"연왕(年王), 조용히 하시오. 고서가 깨나면 결과를 스스로 감당하시오."
몸에 오래된 부적을 가득 부친 패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고서? 내가 그자를 두려워하는 줄 아시오? 보름 사이에 그자……."
연왕이란 존재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를 풍겨 눈부신 혈광으로 변해 엄청난 속도로 진남에게로 날아왔다.
"대살인(大煞印)!"
연왕은 손바닥에 엄청난 살기를 드러내 세게 내리쳤다.
"화도선염!"
준비하고 있었던 진남은 화염이 솟구쳐 장인을 막아 앞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총명하구나. 우리가 너를 발견한 걸 알았구나."
연왕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흥미진진하게 말했다.
"너는 어느 세력이냐?"
다른 두 패자는 연왕 옆으로 다가와 진남을 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