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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59화 (1,059/1,498)

1058화 왜 유혹하는 거 같지?

"조카, 무슨 일이냐?"

중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삼색 도포를 입은 중년 사내가 일남일녀의 보호를 받으며 걸어왔다.

소하의 부어오른 얼굴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십욕종의 장로?"

임영원과 팔양각의 강자들은 온 사람을 보자 마음이 무거웠다.

요심문과 십욕종이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들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보니 진짜인 것 같았다.

연종과 상구종의 사람들이 갑자기 요심문의 편에 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황숙(黃叔)?"

소하는 기뻐하며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말했다.

"황숙, 잘 오셨습니다. 방금 이자가 나를 꺼지라 하고 뺨도 때렸습니다."

황숙이라는 중년 사내가 진남을 보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네가 누구든 소하는 우리 종문 태상장로의 마음에 들었다. 곧 제자로 받아들일 거다. 네가 그자를 공격하는 건 우리 십욕종에 대한……."

팔양각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소하가 십욕종 태상장로의 마음에 들었을 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 더 대단한 광경이 펼쳐졌다.

신비한 무인이 중년 사내를 걷어찼다.

중년 사내는 경지가 천선 정도밖에 안 되어 당할 수 없었다.

비명을 지르며 백 장 밖으로 튕겨나 벽에 부딪혔다.

"너……. 너 감히……."

소하, 두 명의 부종주 그리고 임영원과 무인들은 모두 크게 놀랐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중년 사내는 십욕종의 장로였다.

그를 공격한 건 십욕종에 도발하는 것이었다.

"일이…… 커졌구나!"

임영원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는 좀 전까지도 혼란스러운 틈을 타 진남을 떠나게 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참견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가 참견하면 팔양각이 진남의 편을 들어 십욕종에 도발하는 것이었다.

"우두커니 서서 뭐 하는 거야? 빨리 공격해! 저놈을 죽여라!"

소하는 크게 소리쳤다.

강자들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강한 기세가 진남을 가뒀다.

좀 전까지도 십여 개였지만 이제는 서른여 개나 되었다.

진남은 여전히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이 일에 참견할 때 그는 이미 예상했었다.

이따 공격할 때 신분이 폭로되지 않도록 속전속결 해야 했다.

"나는 팔양성에 온 지 반 시진도 안 된다. 그런데 우리 십욕종 장로를 공격하는 자가 있다니. 누구인지 보고 싶구나!"

이때, 천둥 같은 외침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형상이 희미한 흑발 노인과 안색이 어두운 중년 사내가 허공에서 나왔다.

흑발노인은 십욕종의 한 태상장로의 의지였다.

옆에 있는 중년 사내는 요심문의 문주였다.

그는 패자 정상 경지의 거물이었다.

"제자, 스승님을 뵙습니다!"

소하는 어안이 벙벙하여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

"태상장로를 뵙습니다. 문주를 뵙습니다!"

공격하려던 강자들은 서둘러 행동을 멈추고 공수했다.

"십욕종 태상장로가 왔어?"

"요심문 문주도 왔어?"

"어……."

팔양각의 강자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서둘러 인사했다.

"큰일 났군!"

임영원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십욕종의 태상장로는 구천지존에 도달한 대단한 거물이었다.

한 개의 의지라 드러낼 수 있는 전력이 요심문 문주보다 약했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면 팔양각은 팔양성에서 사라질 수 있었다.

진남을 생각하자 임영원은 고마움보다 원망이 생겼다.

진남은 이 모든 일의 장본인이었다.

"어?"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는 이들이 올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애먹을 것 같았다.

"인사할 필요 없다!"

태상장로는 손을 젓고 아래를 둘러보더니 진남을 주시하며 말했다.

"너는 누구냐?"

그는 진남의 진면모를 꿰뚫어 봤다.

하지만 무상도통의 구천지존인 그는 진남의 명성이 높다고 일부러 외모를 기억하지 않았다.

때문에, 진남인 걸 알아보지 못했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평범한 무인입니다."

요심문 문주는 싸늘하게 진남을 훑어보고 말했다.

"허 장로, 긴말할 필요 없소. 이자를 죽이는 건 어떻소?"

태상장로는 손을 젓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 중상을 입히고 다리를 부러뜨립시다. 나중에 황 장로더러 제대로 심문하라고 합시다."

진남이 신분을 말하면 그는 공격을 줄일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진남이 말하지 않으니 봐줄 생각도 없었다.

"알겠소."

요심문 문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진남을 바라보더니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방대한 마의가 그의 등 뒤에서 솟아오르고 주위가 시커메졌다.

"무릎 꿇어라!"

그는 긴말하지 않고 바로 공격했다.

마기가 한데 모여 세 개의 백골 귀신으로 변했다.

그들은 삼지창으로 진남의 무릎을 찔렀다.

진남의 다리에 상처를 입히려 했다.

"단단히 혼내주겠다!"

소하는 흉악하게 소리쳤다.

이따 황숙이 이자를 심문할 때 자신도 따라가 제대로 심문하겠다고 결심했다.

"정상 등급의 패자인가? 제대로 싸울 수 있겠다."

진남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체내의 전혈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때, 외침이 들렸다.

"멈추시오!"

눈부신 선광이 강림해 세 개의 귀신 형상을 꿰뚫었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카락이 옅은 파란색이고 기질이 범상치 않은 중년 사내가 진남 앞에 내려왔다.

"남문(藍門) 문주?"

"저자가 어떻게 왔지?"

"이 청년은 저자의 사람인가?"

무인들은 당황했다.

남문도 팔양성 육대 세력 중 하나였다.

규모가 요심문보다 좀 작았다.

남문의 사람들은 매우 겸손하고 거의 참견하지 않았다.

많은 무인들은 남문 문주를 처음 봤다.

진남도 어리둥절했다.

그는 남문 문주와 아무런 친분이 없었다.

"혹시 이자를 보호하려는 거요? 이자는 십욕종의 장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나의 아들도 때렸소."

요심문 문주는 사납게 외쳤다.

하지만 마음은 기뻤다.

이 청년이 남문의 사람이라면 조금만 부추겨도 십욕종의 세력을 빌어 남문을 없앨 수 있었다.

"상처를 입히면 어떻소?"

남문의 문주는 놀라지 않고 되물었다.

"자네……."

요심문 문주와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남문 문주는 미친 거 아닌가? 자신의 말이 얼마나 큰 화를 불러올지 모르나?'

"뭐라고 했소?"

태상장로는 안색이 싸늘해졌다.

주위의 온도도 빠르게 내려갔다.

"저 도우는 상월산(尙月山)의 귀빈이오. 이자에게 시비를 건다면 상월산은 얼마든지 상대해주겠소."

남문 문주는 평온한 표정으로 영패를 꺼냈다.

영패에 기세가 웅장한 '월(月)' 자가 쓰여져 있었다.

"상월산의 귀빈이라고?"

태상장로는 표정이 굳었다.

"상, 상월산?"

요심문 문주, 임영원 그리고 다른 무인들은 머릿속에서 쿠웅 하고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평범한 무인들은 모르지만, 그들은 잘 알았다.

상월산은 스물세 번째 소선역에 숨은 큰세력이었다.

십욕종도 섣불리 건드리지 못했다.

'이 청년이 이렇게 대단한 내력이 있다고?'

"너는 상월산의 귀빈이구나. 좀 전의 일은 오해다. 우리 먼저 가겠다."

태상장로는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웃으며 소매를 저었다.

진남에게 차여 튕겨난 황 장로 등을 휩쓸고 사라졌다.

구천지존인 그는 상월산의 사람들이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상원산에서 청년을 귀빈이라고 부르는 걸 보아 내력이 평범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청년과 갈등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

"도우, 괜찮소?"

남문 문주는 궁금한 듯 진남을 바라봤다.

'이자가 명성이 자자한 진남인가?'

"괜찮습니다. 문주 고맙습니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사람들을 둘러봤다.

임영원 등은 놀라움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건방지던 소하 소문주는 놀랐을 뿐만 아니라 안색이 창백해져 몸이 떨렸다.

"자네는……."

요심문 문주는 정신을 차렸다.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문주, 아드님을 제대로 가르쳐야겠습니다. 이번에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만나면 봐주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무표정하게 남문 문주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빛으로 변해 성의 다른 편으로 날아갔다.

"우두커니 서서 뭐 하는 거냐? 돌아가거라!"

요심문 문주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소리쳤다.

사나운 눈길로 소하를 쏘아보았다.

팔양각의 강자나 무인들은 눈앞의 광경에 처음에는 망연자실하더니 기뻤다.

이번에 운 좋게 재난을 피했다.

임영원만 목석처럼 제자리에 서 있었다.

* * *

같은 시각, 남문 깊은 곳의 독실 안.

남문 문주는 술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 상월산의 태상장로가 나에게 당부했소. 자네가 어떤 요구를 제시하든 최대한 만족시켜주겠소. 자네는 아마 모를 거요. 남문은 크지는 않지만, 팔양각에서 얻은 정보나 암살 등이 우리에게도 있소."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가 스물세 번째 소선역에 도착했을 때 상월천주는 이미 영패를 통해 그가 온 걸 느꼈다.

다만 진남이 전음하지 않자 자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련다는 걸 깨달았다.

상월천주는 상월산의 무인들에게 진남의 움직임을 주의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진남을 도와 해결하여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덜어주라고 명령을 내렸다.

"시간이 되면 상월천주를 뵈러 가야겠다."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정색하고 말했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팔양각에 간 건 십용종의 절세천재들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였습니다."

남문 문주는 깜짝 놀랐다.

그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십욕종에는 절세천재가 네 명 있소. '제일'이라 불리는 소녀는 이미 다른 소선역에 패자를 돌파할 기연을 찾으러 갔소. 나머지 세 명은 종문에서 폐관하고 있을 거요."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하지? 소녀를 쫓아가야 하나? 아니면 절세천재였다가 지금 패자가 된 존재들을 공격해야 하나?'

마지막 생각이 가장 가능성이 적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이 제일 소선역으로 가고 스물세 번째 소선역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적었다.

진남도 문도법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제일 소선역으로 갔을 것이었다.

"그럼 절세천재들을 나오게 할 방법이 없습니까?"

진남은 계속 물었다.

가능하다면 그는 멀리까지 소녀를 쫓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남문 문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방법은 없소. 요 며칠 사이에 은월천교에 이상이 나타날 것이오. 지선, 천선, 심지어 패자들이 모두 갈 거요. 십욕종의 절세천재인 하환환도 사내를 찾아 수련하기 위해 거기 나타날 가능성이 크오."

진남은 표정이 묘해졌다.

'사내를 고른다고?'

남문 문주는 진남의 의문을 느낀 것처럼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소문에 하환환은 예쁘게 생겼다오. 함께 수련을 하면 많은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지도 진급할 수 있다오. 전에 많은 무인들이 은월천교에 간 건 그녀 때문이었소. 하지만……."

남문 문주는 머뭇거리다 또 말했다.

"하환환은 눈이 매우 높고 까다롭다오. 보통 사람은 그녀의 법안에 들 수 없다오. 만약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그녀는 나타나지 않는다오. 하지만 진남 도우가 경지를 드러내면 하환환이 간다면 무조건 끌릴 거요."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 방법은 왜 유혹하는 것 같지?'

진남은 꽤 오래 침묵하고 천천히 말했다.

"문주 저에게 은월천교로 가는 지도를 주십시오."

남문 문주는 바로 옥간을 건넸다.

"문주, 그럼 이만 가겠습니다."

진남은 돌아서 떠나가려 했다.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진중하게 말했다.

"또 이 일은 비밀로 해주십시오. 상월산의 사람들에게도 말하면 안 됩니다."

말이 끝나자 그는 몸을 날려 사라졌다.

남문 문주는 어안이 벙벙하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진남은 꽤 재미있었다.

이런 것까지 신경 쓸 줄 몰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일선이 유혹했다는 소문이 외부에 전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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