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7화 감히 나를 때렸어!
이틀 후 진남은 팔양성에 도착했다.
팔양성은 매우 크고 면적이 넓었다.
성벽은 광석으로 쌓은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었다.
담홍색을 띠고 화도의지가 강했다.
이곳은 예전에는 매우 대단한 동천복지였다.
나중에 이곳을 차지했던 세력이 공격을 받아 파멸된 후 많은 강한 무인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지금의 광경을 이루었다.
팔양성 안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최상의 쌍수로정(雙修爐鼎)이오. 싸게 파오!"
"상고의 도기의 지도 조각이요, 놓치면 절대 안 되오!"
"천선의 시골이요. 잘 보관되었고 보기 드무오. 어서 오시오!"
길 양옆의 노점상들이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다.
진남은 힐끗 보았다.
관심이 생기지 않고 오히려 반감을 느꼈다.
이곳에는 마도와 연관 있는 물건들도 많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수(女修)들을 팔았다.
여수들 대부분은 큰세력의 제자들이었다.
다만 세력이 파괴된 후 잡혀 노정(爐鼎)으로 팔렸다.
"응? 주루인가? 들어가 보자."
두 거리를 지난 후 진남은 '취선방'이란 패쪽이 걸린 궁전을 발견하고 몸을 날려 안으로 들어갔다.
취선방은 삼 층이었다.
세 번째 층은 독실이고 여러 가지 금제들이 쳐져 신념과 동술로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일 층과 이 층은 대청이었다.
상이 몇백 개 있었고 절반 넘게 자리가 찼다.
진남은 술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들었다.
"그저께는 운이 나빴다.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십욕종의 오찰 중 한 명을 만나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소문에 십욕종의 전진인(典眞人)은 이미 고목애(枯木崖)로 갔대. 구천지존으로 도전할 거래."
"그거 알아? 얼마 전에 원혈지계에서 소란을 피웠던 고서선왕도 이곳으로 왔대."
고서선왕이란 말에 진남은 행동을 멈추었다.
하지만 신기할 것도 없었다.
고서선왕은 마도의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스물세 번째 소선역은 그에게 적합했다.
"젠장, 팔양각(八陽閣) 때문에 큰 낭패를 봤다. 나에게 준 정보에 그곳에 지존시골이 있다는 내용이 없었다."
진남과 멀지 않은 곳에 얼굴이 상처투성이고 살기등등한 대머리 사내가 꿀꺽꿀꺽 술을 마시더니 투덜거렸다.
주위 사람들이 들을까 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남은 몸을 날려 대머리 사내가 앉은 책상 옆으로 다가가 공수하고 물었다.
"도우, 나는 이곳에 처음 와서 이곳의 상황을 잘 모르오. 팔양각은 정보를 파는 곳이오?"
대머리 사내는 어리둥절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에게 묻는 거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머리 사내는 싸늘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날렸다.
그는 천선 경지 오 단계였다.
공격은 힘이 매우 강했다.
"성격이 불같은 것 좋지 않소."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피하지 않고 또 수단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두 눈에 흰색 화염이 꿈틀거렸다.
대머리 사내는 번개에 맞은 것처럼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손바닥을 거두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눈이 삐어 선배님을 몰라봤습니다. 부디 화내지 마십시오. 팔양각은 성안의 여섯 세력 중 한 개입니다. 여러 가지 정보를 팔고 무인들을 암살합니다. 충분한 가격을 지불하면 됩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날려 주루에서 사라졌다.
* * *
잠시 후 그는 팔양각 앞에 도착했다.
팔양각은 오 층이었다.
진남은 팔양각을 훑어봤다.
안에는 많은 천선 경지 정상의 존재들과 열세 명의 패자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패자대성 경지에 도달하여 하나의 세력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대인, 소식을 알고 싶습니까, 아니면 원수를 없애버리렵니까?"
진남이 팔양각에 들어가자 무인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다.
"소식을 알고 싶다."
진남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에게서 희미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선왕 대인이시군요. 저를 따라오십시오."
무인은 깜짝 놀라 서둘러 안내했다.
제일 소선역을 제외하고 다른 소선역에서 패자 등급에 도달한 존재들은 거물이라 할 수 있었다.
무인의 안내에 따라 진남은 네 번째 층의 독실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돼 은발의 노인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나는 팔양각 부각주 임영원(林榮遠)이오. 나는 임씨라고 부르면 되오."
진남을 보던 임영원의 눈에 빛이 스쳤다.
"자네는 이름이 뭐요?"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임 도우, 나는 소식을 알려고 왔소. 동술을 드러내지 말고 내력도 묻지 마시오."
임영원도 패자 초급 경지의 거물이었다.
동술을 움직이면 진남의 진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팔양각은 정보 세력이라 진남의 신분이 들킬 수 있었다.
"하하하,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규칙을 알고 있소. 겸사겸사 물어본 거요."
임영원은 웃고 물었다.
"어떤 정보를 알고 싶소?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에 관한 거요? 아니면……."
진남은 잠시간 생각하더니 말했다.
"나는 십욕종의 절세천재들이 지금 어떤 금지에 갔는지 알고 싶소."
임영원의 눈에 빛이 스치고 미소가 더 짙었다.
"자네는 당돌하군. 우리 팔양각에는 이런 정보들이 당연히 있소. 하지만 이런 정보를 팔면 나중에 일이 생기면 팔양각에 영향을 줄 수 있소. 위험이 크오. 내 뜻을 이해하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임 도우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소. 또 좋은 점도 충분히 줄 것이오."
사실 그는 지금 내놓을 수 있는 좋은 물건이 없었다.
하지만 무주궁도 안에 누른 절세천재들이 있었다.
나중에 한 명을 풀어주고 빼앗으면 좋은 물건을 많이 얻을 것이었다.
"자네와 같은 총명한 사람과 거래를 하려니 진짜 쉽군. 그럼……."
임영원이 말하려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강한 기운이 팔양각의 일 층, 이 층, 삼 층에서 솟아올랐다.
동시에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지고 여러 가지 비명이 들렸다.
커다란 궁전이 흔들렸다.
진남과 임영원은 어안이 벙벙했다.
"전주, 전주, 큰일 났습니다. 요심문(妖心門), 연종(年宗), 상구종(上九宗)의 사람들이 쳐들어……."
지선 경지의 무인이 빠르게 독실로 뛰어들어 와 헐떡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다 말하기도 전에 뒤에서 큰손이 나타나 그의 머리를 잡았다.
머리를 붙잡힌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큰 힘이 그를 눌러 기절시키고 한쪽으로 내동댕이쳤다.
"임 부각주, 오랜만입니다!"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슴에 신비한 마영을 새긴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 등에 검을 진 청년과 붉은색 치마를 입고 자태가 아름다운 여인이 걸어 나왔다.
진남은 그들을 힐끗 봤다.
말한 청년은 지선 정상의 경지였다.
하지만 검을 등에 진 청년과 붉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패자 초기의 경지였다.
거물이었다.
"소하(蕭河)? 왜 또 너냐?
임영원은 눈꺼풀이 뛰었다.
둘을 힐끗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장 부종주, 나 부종주, 연종과 상구종은 요심문에 항복했소? 어떻게 이 자식과 함께 여기까지 왔소? 각주가 돌아온 후 따질까 두렵지 않소?"
하지만 검을 등에 진 청년과 붉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한 명은 무표정하고 한 명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하라는 청년은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임영원, 각주로 우리를 누르지 마십시오. 각주가 돌아오려면 적어도 일 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임영원은 진정하고 물었다.
"소하, 너 뭐 하려는 거냐?"
소하는 눈을 찌푸렸다.
눈에 붉은빛이 반짝거렸다.
"제가 뭘 하려는지 모르십니까? 따님을 저와 결혼시키면 부각주는 저의 장인어른입니다. 우리 두 세력이 연합하면 정보와 암살할 기회를 독점할 수 있습니다. 좋지 않습니까?"
임영원은 안색이 싸늘해져 말했다.
"소하, 다른 사람들은 요심문을 모를 수 있지만 나도 모르겠느냐? 내 딸과 결혼하려는 건 그 아이의 심장으로 수련하려는 거지? 꿈 깨거라!"
소하는 입술을 핥고 말했다.
"그렇다면 더 말할 것 없습니다. 오늘 우선 팔양각 사람들을 전부 죽이겠습니다. 부각주가 동의할 때까지 죽일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폭발음, 비명이 더 세게 들렸다.
"죽고 싶으냐!"
임영원은 화를 참을 수 없어 선력을 드러냈다.
"임 부각주,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시오. 소하 소문주가 데리고 온 사람들이 팔양각의 사람들과 무예를 겨루는 것일 뿐이오."
붉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낭랑하게 웃으며 검을 진 청년과 함께 몸을 날려 임영원을 둘러쌌다.
이때, 팔양각의 다른 패자들이 강한 기세를 드러냈다.
그들의 사방에도 강한 기세가 하늘로 솟아올라 그들을 공격했다.
"임 부각주, 저의 인내심은 한계가 있습니다. 따님을 내놓지 않으면 잠시 후면 팔양각은 피바다가 될 것입니다. 아, 제자가 몇 명 있죠, 그들……."
소하는 득의했다.
'임영원, 딸을 숨긴다고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임영원은 더 화가 났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잡혀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썩 꺼지시오. 우리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지 못했소?"
진남은 이들 사이의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소하가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그도 영향을 받을 게 뻔했다.
또 소하 등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하, 임영원 그리고 다른 두 부종주는 어리둥절했다.
"뭐라고?"
소하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의심되어 되물었다.
"나더러 꺼지라고?"
팔양성에는 여섯 개의 세력이 있었다.
요심문은 다른 세력들보다 강해 패자들이라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요심문의 소문주인 그는 처음 이런 일을 겪었다.
"이 일은 자네와 상관없소. 어서 떠나시오. 소하는 자네를 가만두지 않을 거요."
임영원은 빠르게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진남이 자신을 도와준 건 고마웠다.
하지만 진남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소."
진남은 듣지 못한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소하는 눈살을 찌푸리고 화가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 나와 너는 초면이다. 내가 너에게 시비를 걸지 않으면 고마워해야지, 감히……."
진남은 소하의 말이 끝나기 전에 손바닥을 후려쳤다.
소하는 겨우 지선 정상의 경지라 막거나 피할 수 없었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소하는 신음을 흘리고 독실 밖으로 튕겨나 벽에 부딪혔다.
임영원과 다른 두 부종주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앞에 있는 신비한 청년이 손을 쓸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얼굴을 때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무슨 일이야?"
"누가 소문주에게 상처를 입혔지?"
팔양각의 강자들과 싸우고 있던 요심문의 강자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른 무인들도 깜짝 놀랐다.
이렇게 간이 부은 사람이 있을 줄이야.
"죽어라!"
등에 검을 진 청년과 붉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정신을 차리고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그들은 몸을 날려 두 가지 강한 살술을 드러내 진남을 공격했다.
그들은 소하를 보호하기 위해 왔다.
만약 소하가 상처를 입으면 그들은 벌을 받을 것이었다.
"대룡횡천!"
진남은 안색이 변하지 않고 화도선염을 드러내 몸을 감싸 커다란 용의 형상을 만들고 두 발로 내리쳤다.
"진짜 강한 화염이구나!"
등에 검을 진 청년과 붉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커다란 위기감을 느끼고 서둘러 모습을 바꾸어 뒤로 물러갔다.
그들이 드러냈던 살술은 불에 타 사라졌다.
"너……. 너 감히 나를 때렸어!"
소하는 정신을 차리고 벌겋게 부은 얼굴을 잡고 화가 나 소리쳤다.
"모두들 내 명령을 듣거라. 저자를 죽여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저자를 죽여야 한다!"
그는 지금까지 아버지에게도 맞은 적 없었다.
"죽여라!"
몇십 개의 강한 살기가 허공에서 진남을 가두고 많은 선술을 드러내 진남을 공격했다.
그중에는 패자 초급 경지의 존재가 세 명 있었다.
"조심하시오!"
임영원은 안색이 어두워져 소리쳤다.
진남은 제자리에 서서 이 모든 걸 지켜봤다.
눈에 두 개의 선화가 꿈틀거렸다.
대단한 전의가 그의 체내에서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