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5화 꽤 재밌었다
"재미있구나!"
진남의 눈에 선화가 꿈틀거렸다.
순식간에 선력 전부를 드러내고 대룡횡천선술을 드러내 커다란 용발을 만들었다.
하지만 묵직한 느낌은 줄어들지 않고 배로 증가되었다.
"이곳은 진짜 쉽지 않구나!"
명망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진남은 패자 초급 경지였다.
선력을 움직여 폭발한 힘은 매우 강했다.
하지만 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력이 무척 강한 것 같았다.
"됐다. 계속 앞으로 가보자."
진남은 몇 번 더 시도했다.
여전히 아무 반응 없자 고개를 젓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몇 리를 걸어도 신비하고 시커먼 정석은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세 개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뼈는 꽤 많이 나타났다.
뼈들은 완전한 몸이 아니었다.
손뼈나 다리뼈 등이고 기운도 없었다.
진남이 선력을 주입하자 뼈들이 바로 부서졌다.
"저건…… 나무?"
진남은 또 걸음을 멈추고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앞쪽 어둠 속에 높이가 몇십 장 되는 하늘을 찌르는 나무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나뭇가지나 줄기 등은 실체가 아니라 붓으로 그린 것 같았다.
"응? 잠깐!"
보천정 안의 명망은 몸을 곧게 펴고 눈을 크게 뜨고 나무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몇백 개 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놀란 표정으로 헛숨을 들이켰다.
"내 짐작이 맞다면 이건 상고 십수(十樹) 육초(六草) 삼화(三花) 중 십수의 하나인 영혼의 나무일 가능성이 크다. 소문에 영혼의 나무는 실체가 없고 갈 곳 없는 영혼들이 머물고 있다고 한다."
명망의 말에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십수 육초 삼화는 주천불사산에서 전해온 절세의 선물이었다.
그중 어느 걸 얻어도 매우 강하고 기이한 힘을 장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것들은 전에 그들이 얻은 악록고화의 자국과 달리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아!"
명망은 뭔가 생각난 듯 목소리가 무거웠다.
"왜? 설마 이건 살기야?"
진남은 물었다.
"그런 건 아니다."
명망은 고개를 저었다.
무겁고 의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고서에서 본 적 있다. 이 나무는 요상하고 마도거물에게 연화되어 많은 강자의 영혼을 삼켰대. 어떤 의미에서 이 나무는 이미 마도지보라고 부를 수 있다. 근데 이런 물건이 어떻게 보제고찰종에 나타났지?"
진남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보제지는 무인이나 악귀 등등을 강제로 인도하기 위한 곳이다. 이런 마도지보가 있다면 왜 인도하지 않고 더 깊은 공간에 처넣었지? 게다가 우리가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본 희미한 빛에는 시살의 악기도 있었다…….'
진남과 명망이 의심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로 오거라……. 여기로 오거라……."
목소리는 낮고 쉬고 가늘고 끊어졌다 이어졌다.
마치 언제든 사라질 것 같았다.
"이곳에 사람이 있다고?"
진남과 명망은 동시에 놀랐다.
"진남, 이제 어떻게 할까?"
명망은 물었다.
기이한 광경에 그는 이미 포기할 생각이 들었다.
"남태로불이 일부러 우리를 들어오게 했으니 가보자."
진남은 곰곰이 생각하고 말했다.
"남태로불은 나의 신분을 알았다. 그럼 육계 외에 여고봉 등 절세천재들이 내 손에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만약 진짜 위험한 상황이나 변고가 일어나 내가 여기서 죽으면 보제고찰종은 감당이 안 될 것이다."
그가 한꺼번에 여러 명의 절세천재들을 누른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들을 잡고 있는 동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전했다.
"일리가 있다!"
명망은 눈을 반짝거렸다.
진남은 눈을 감고 소리 나는 곳을 느꼈다.
몇백 개 세는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방향을 알고 영혼의 나무의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반 주 향의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의 앞에 작은 산이 나타났다.
산은 높이가 천 장도 되지 않았다.
시커멓고 나무나 화초가 자라지 않았다.
형언할 수 없이 조용했다.
산기슭에 높이가 삼 장 되는 동굴 입구가 있었다.
동굴은 깊어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로 오거라……. 여기로 오거라……."
한동안 사라졌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좀 전보다 더 잘 들렸다.
진남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단천도를 들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찬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왔다.
진남은 패자 초급의 경지였지만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
구유지풍(九幽之風)이었다.
상고의 전설에 따르면 유명지계의 가장 깊은 곳에만 이런 바람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이런 바람이 폭풍을 일으키면 위력은 사람의 영혼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구천지존이라도 버틸 수 없었다.
진남이 동굴 안에서 꽤 걸었지만, 구유지풍은 강해지지 않고 매우 약했다.
그는 화도선염을 움직여 바람을 막았다.
시간이 흘러 몇천 개 셀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은 동굴 끝에 도착했다.
"이건……."
진남과 명망은 눈살을 세게 찌푸렸다.
석굴 바닥은 방원 천 장 정도 되었다.
사방에 검, 극, 고정 등등 열여덟 가지의 옅은 금색의 병기들이 시커먼 시골을 동굴 벽에 굳게 박았다.
시골의 밑에 수많은 진문이 나타났다.
진남과 명망은 시골에서 생기를 느꼈다.
그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
"무, 무인이다!"
"구해줘, 구해줘, 나를 구해줘!"
"꺼내줘, 꺼내줘!"
열일곱 개의 조용하던 시골들은 세게 발버둥 쳤다.
외침이 천둥처럼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강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구유지풍은 순식간에 몇백 배나 강해지고 우우우 하고 소리를 냈다.
"아차!"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빠르게 전도선전과 궁우태황경, 삼청일기현결 등 세 개의 문도법을 동시에 움직여 웅장한 도의를 드러냈다.
동시에 화도선염을 솟구쳐 몸을 감쌌다.
세게 발악하던 열일곱 개의 시골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마치 화염이 나타나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화도선염? 화도선염이야? 너는 그자의 후계자구나! 잘됐다, 잘됐어!"
조용하던 열여덟 번째 시골의 퀭한 눈에 두 개의 눈부신 빛이 반짝거리고 강한 기운이 솟구쳤다.
"너의 생명을 나에게 줘!"
외침이 울려 퍼지고 방대한 마의가 솟아올랐다.
창백한 마수로 변해 진남을 잡으려 했다.
"헉, 남태로불은 진짜 나쁘구나. 일부러 우리를 골탕 먹였어!"
명망은 투덜거리며 서둘러 법인을 만들고 요술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요의는 마의에 비하면 너무 약했다.
막을 수 없었다.
신비한 시골은 적어도 구천지존 정상 등급의 존재였다.
진남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긴장해 백남지화를 태우려 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진남의 체내에서 조용하던 전신의 혼이 스스로 떠올랐다.
웅장한 전의가 출렁거리는 바다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강한 위세로 진남을 잡으려던 마수는 바로 멈췄다.
"전신! 에잇, 저자의 후계자라니!"
열여덟 번째 시골은 비명을 질렀다.
위세가 전부 사라지고 뿜어져 나오던 기운도 다 사라졌다.
다른 열일곱 개의 시골은 떨더니 조용해졌다.
동굴 안은 평온을 되찾았다.
잔잔한 구유지풍만 스쳤다.
진남과 명망은 어리둥절했다.
살기등등하고 그들을 죽이려던 마물들이 순식간에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이것들은 전신을 무척 두려워하는구나…….'
진남은 생각에 잠겼다.
"진남, 이곳에 더 있을 필요 없겠다. 가자, 영혼의 나무를 굴복시킬 수 있을지 보자……. 응? 언제 석실이 나타났지?"
반쯤 말한 명망은 저도 모르게 석실을 훑어봤다.
석실은 열여덟 개의 시골의 옆쪽 모퉁이에 있었다.
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가보자."
진남은 전신의 혼을 다시 체내에 거두고 몸을 날려 석실 안으로 들어갔다.
석실은 매우 작고 방원 삼 장밖에 안 되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왼쪽 벽에는 옅은 청색의 촛불이 타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잖아."
명망은 조금 실망했다.
그는 이렇게 신비한 곳에 대단한 지보가 있을 줄 알았다.
"잠깐, 벽에 글자가 있다."
진남은 촛불의 옆을 주시했다.
먼지가 글자를 가려 대략적인 윤곽만 볼 수 있었다.
"글자가 있다고? 아무것도 없잖아, 너 눈이 멀었어?"
명망은 자세히 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보이지 않아?"
진남은 날아올라 손을 뻗어 먼지를 닦았다.
무상지검으로 새긴 것 같은 글자가 나타났다.
획마다 매우 날카로웠다.
"창은 천하의 중생들을 이어주고 있다. 하지만 어리석은 자들은 영원히 모른다. 영원히 몰라!"
?벽에 새겨진 글자를 읽는 진남의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창? 누구지?' 왜 이렇게 익숙하지? 게다가 왜 마음이 편치 않지?'
"맞다, 수피고화가 성립한 열네 번째 무상도통이 참창종이다."
진남은 뭔가 떠올랐다.
수피화권은 창이란 자를 적으로 생각했다.
뼛속 깊이 미워하는 생사의 적이었다.
하지만 이 말에 따르면 창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진짜 복잡하군."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창이란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했다.
그의 경지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점점 많은 일을 접촉하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신비한 전생과 전신, 수피화권 등 주선들에 대해 점점 깊이 이해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단서들이 한데 모여 전신 등이 살던 시대에 발생한 모든 일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었다.
"진남, 방금 뭐라고 했느냐? 여기 진짜 글자가 있어?"
명망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의심스레 훑어봤다.
"됐다. 가자."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계속 신비한 공간에서 탐색했다.
한 시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진남과 명망은 돌아가서 영혼의 나무를 굴복시키려 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들의 선력이 영혼의 나무에 닿는 순간 나무의 형상은 사라졌다.
마치 환상 같았다.
결국 진남과 명망은 포기하고 보제지로 돌아왔다.
동굴 벽에 새겨진 말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 * *
"하루가 되었다. 가거라!"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담담한 목소리가 위쪽에서 전해왔다.
진남은 보제지 안에서 눈을 뜨고 아래에서 날아올라 불상이 만든 불문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의 광경이 휘어지더니 몇십 개 셀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은 한 정원에 나타났다.
문불성에서 원적과 원각이 가게를 하던 정원이었다.
"진남, 괜찮느냐?"
기다리고 있던 원적과 원각이 다가와 물었다.
"괜찮다. 보제지는 꽤 재미있었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다!"
원적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생각난 듯 흉악하게 말했다.
"영감탱이가 이토록 고약할 줄 몰랐다. 네가 별일 없어 다행이다. 아니면 나는 그자와 사제관계를 끊었을 것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 콧방귀를 뀌는 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남태로불의 형상이 정원에 나타났다.
"누구와 사제관계를 끊겠다는 거냐?"
남태로불은 화가 난 듯 물었다.
"스, 스승님?"
원적과 원각은 깜짝 놀랐다.
원적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도 아시잖습니까, 저는 가끔씩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반대로 말을……."
남태로불은 손을 젓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중에 다시 따지겠다. 나는 진남과 할 말이 있다. 너희들은 먼저 들어가거라."
원적과 원각은 마주 보고 상대방의 눈에서 묘한 낌새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마당으로 들어갔다.
남태로불는 손을 들어 불광을 드러내 자신과 진남을 감싸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진남 도우, 미안하다. 이번에는 내가 너를 떠본 거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문득 무언가 생각나 물었다.
"선배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어떻게 제가 그 공간에 들어갈 거라고 확신하셨습니까? 또 어떻게 제가 들어간 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남태로불은 나에게 전신의 혼이 있어 열여덟 구의 시골도 두려워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