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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54화 (1,054/1,498)

1053화 애들은 참견하지 말거라

"절대 안 된다!"

대장로는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임 시주, 육계를 데려가는 건 절대 안 된다. 만약 다른 요구가 있으면 말하거라. 적당한 것이면 네 요구를 만족시켜 주겠다."

다른 장로들은 합장하고 아미타불을 외웠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었다.

진남의 눈에 선화가 꿈틀거렸다.

'다른 요구? 무슨 의미가 있어?'

"여러분, 제가 기어코 그자를 데려가겠다면요?"

진남에게서 무형의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대장로, 왜 억지를 부리십니까? 분명 이렇게 내기를 걸었는데……."

원적과 원각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서둘러 앞을 막았다.

"임 시주, 미안하다."

대장로는 원적과 원각을 무시하고 패자의 기세를 드러냈다.

몸도 빠르게 부풀어 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높이가 이십삼 장 되는 금색 대불로 변했다.

"임 시주, 네가 육계를 내놓으면 우리는 멈출 거다!"

대장로의 목소리는 우레처럼 대전 안에서 울려 퍼졌다.

커다란 불장에서 눈부신 불광을 뿜어져 나와 진남을 세게 내리쳤다.

불장은 좀 전의 희미한 대불의 손바닥과 달랐다.

불장은 실체가 있고 힘이 매우 컸다.

"중놈이 진짜 손을 썼구나."

원적과 원각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염룡횡천(焰龍橫天)!"

진남은 선력을 최대로 움직였다.

많은 화도선염이 그를 덮어 용 모양의 형상을 이루더니 용발을 내밀어 앞쪽을 내리쳤다.

우르릉-!

큰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많은 강기가 풍겼다.

싸움의 여파로 인한 충격에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세심선사도 순식간에 불광이 솟아올랐다.

"어떻게 된 거지?"

"감히 세심선사에서 싸우다니?"

대전 밖의 무인들과 제자들은 이변에 놀라 믿을 수 없었다.

세심선사는 보제고찰종 휘하의 많은 불성과 절 중에서 가장 명성이 높고 시주들이 많았다.

때문에, 외부에서 온 무인들은 무력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금지령이 있었다.

무력을 사용하면 보제고찰종의 스님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이렇게 간이 부었지?'

"진마인(鎭魔印)!"

이때, 대장로가 다시 한번 공격했다.

한 손에 기이한 결인을 만들어 방대한 기세로 진남을 눌렀다.

진남은 순식간에 커다란 압력을 느꼈다.

패자 경지의 초기와 패자 경지의 정상은 차이가 무척 컸다.

"만세주림(萬世主臨)!"

진남은 크게 외쳤다.

순식간에 위엄 있는 형상이 그의 등 뒤에 솟아올랐다.

형상은 대단한 위압을 풍기며 주먹을 날렸다.

대장로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불인을 거두고 뒤로 물러갔다.

"너의 스승은 어느 주경의 거물이냐?"

대장로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장로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진남이 육계를 격파하는 순간 그들은 진남이 범상치 않다는 걸 짐작했다.

하지만 주경의 거물과 연관이 있을 줄 몰랐다.

"말해줄 수 없습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하며 다시 한번 전신의 혼을 불러내 세 가지를 합쳤다.

그의 기세는 매우 강해졌다.

"진도도결!"

진남은 스스로 공격해 칼을 내리쳤다.

수많은 도기가 한데 엉켜 암암리에 매우 강한 도도대세가 뭉치기 시작했다.

대장로는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는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불경을 읊었다.

글자마다 무상의 힘으로 진남의 도도대세를 충격했다.

임남은 내력이 대단했다.

하지만 그들은 임남이 육계를 데리고 가게 할 수 없었다.

"진을 칩시다!"

다른 장로들은 바로 날아올라 방대한 불광을 뿜으며 손에 불인을 만들었다.

많은 장로들 중에서 대장로 외에 두 명의 장로가 패자 경지 정상이었다.

패자대성을 이룬 장로는 열네 명이고 패자 경지 초급의 장로는 스무 명이었다.

"퉤, 득도한 고승이라고? 지고도 신용을 지키지 않더니 이제는 싸우려고 하다니!"

"스승님, 제가 파계했다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원적은 욕설을 퍼부었다.

그의 등 뒤에 희미한 큰 나무가 나타나고 흰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장로들에게서 뿜어져 나온 불광을 눌렀다.

그는 상고 십 대 체질 중 보제지체였다.

보제지체는 움직이면 다른 현묘한 점들 외에 다른 사람의 불의를 누르는 기이한 점이 있었다.

장로들은 원적을 힐끗 보고 나선 못 본 척하고 계속 결인했다.

희미하고 강한 위세가 풍겼다.

원적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지고 빠르게 전음했다.

"진남, 잠깐 멈추거라. 우선 육계를 저들에게 돌려주거라. 나는 스승님께 전음했다. 잠시 후면 오실 거다."

장로들은 세력이 너무 컸다.

그가 그들을 누르고 진남의 전력이 무쌍이라 할 수 있었지만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계속 싸우면 낭패만 볼 것이었다.

"조급할 것 없다. 우선 저들이 어떤 수단을 쓰는지 보자."

진남은 머리카락을 날리며 칼을 연거푸 내리쳤다.

원적은 걱정되었지만 긴말하지 않았다.

그는 진남과 어울린 시간이 길지 않았다.

하지만 진남의 성격을 잘 알았다.

진남은 충동적이고 미련한 사람이 아니었다.

진남에게는 아직 드러내지 않은 비장의 수가 있는 게 분명했다.

"달마고찰(達摩古刹), 세상 사람들은 모두 부처가 된다!"

이때 장로들은 법인을 이루었다.

그들은 장엄한 표정으로 선력을 반쯤 움직였다.

많은 금색 불광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러더니 빠르게 높이가 백 장, 길이가 천 장 되는 고찰을 이루었다.

고찰 앞에 희미한 불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불상은 목탁을 두드리며 이름 모를 불경을 읊었다.

목소리가 낮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순간 진남은 강한 불도대세를 느꼈다.

마치 산을 밀어버리고 바다를 뒤집을 것처럼 그에게로 밀려왔다.

그가 칼을 놓고 성불하도록 인도하려는 것 같았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도법의 나무를 드러내려 했다가 순간 어떠한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지난번에 윤회지해에 눌려 참창종의 세 명의 무인들이 나더러 백남지화를 드러내고…….'

진남은 눈에 선화를 불태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백남지화를 태웠다.

이 기회에 백남지화가 전문적으로 윤회의 힘을 누르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힘도 누를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응?"

대장로와 많은 장로들은 아무 기운이 없고 작은 꽃송이가 자신들에게로 날아오는 걸 보고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손바닥보다 작은 백남지화가 고찰에 떨어지는 순간 상상할 수 없는 방대한 힘이 솟아올랐다.

불영, 고찰 등을 전부 부쉈다.

불의도 사라지고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어떻게 이럴 수가!"

모든 장로와 무인들 그리고 원적과 원각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

장로들은 진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지만 오 할 정도의 힘은 썼다.

패자 정상의 경지라도 그들을 쉽게 이길 수 없었다.

그런데 패자 초급 경지밖에 안 되는 진남은 고작 꽃 한 송이를 태워 공격을 막았다.

그들뿐만 아니라 진남도 한 번밖에 본 적 없었다.

다시 한번 보자 그도 놀랐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으로 보아 백남지화는 윤회의 힘에 효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힘에 효력이 있었다.

"진남, 이 꽃은 도대체……."

원적은 참지 못하고 전음했다.

'설마 이 꽃은 주선제오인의 본명지기인가?'

"나도 모르겠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백남지화를 거두어들이고는 장로들을 보며 말했다.

"여러분, 계속 수단을 드러낼 겁니까? 만약 계속 싸우면 저는 살수를 쓸 겁니다."

대장로 등 장로들은 정신을 차리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좀 전의 백남지화가 그들에게 준 충격은 너무 컸다.

만약 임남이 계속 수단을 드러낸다면 그들은 모두 연합한다 해도 임남의 상대가 안 되었다.

그 시각, 대전 안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패자 정상, 대성 경지의 존재들은 패자 초급 경지의 무인의 말 한마디에 막연한 생각이 들어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진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관문은 넘긴 것 같았다.

이때, 위엄 있는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너희들 뭐 하는 거냐?"?

대전 위쪽에 검은색 굴이 나타났다.

숱이 적고 등이 구부정하고 가슴에 백옥으로 만든 불주를 단 노인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다.

"응?"

진남은 긴장했다.

노인은 아무 기운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산처럼 위엄 있는 느낌을 주었다.

체내의 힘이 폭발하면 무척 강하고 무엇이든 막을 수 없었다.

"스승님, 드디어 오셨군요!"

원적과 원각은 기뻤다.

"남태로불을 뵙습니다!"

장로들은 난감했다.

하지만 그들은 빠르게 인사를 올렸다.

남태로불은 보제고찰종에서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먹고 마시고 도박을 즐기고 자주 욕을 했다.

불도의 사람 같지 않았다.

원적과 원각의 성품도 남태로불이 눈감아주었기 때문이었다.

제자들이 아무리 말하고 종문의 보살들의 노여움을 사도 마지막에는 흐지부지 끝났다.

소문에 남태로불은 종문 불조의 형님이라고 했다.

다만 증명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스승님, 어떻게 된 거냐면……."

원적은 장로들을 힐끗 보더니 빠르게 전음했다.

과장하고 거짓말을 보태기도 했다.

"흥, 세심선사의 장로라는 자들이 이렇게 불공평한 행동을 하다니. 만약 소문나면 다른 사람들이 보제고찰종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남태로불은 정색하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대전이 흔들렸다.

"남태로불, 그게……."

장로들을 울상을 지었다.

"진남, 스승님께서 오셨으니 이제 됐다. 스승님은 평소에 내기를 매우 좋아하신다……."

원적은 서둘러 진남에게 전음했다.

만약 진남이 보제고찰종에서 낭패를 본다면 그는 체면이 구겨질 것이었다.

"하지만, 너희들의 초심은 매우 좋았다. 마음에 든다."

남태로불은 문득 화제를 돌렸다.

장로들 그리고 원적과 원각은 어리둥절했다.

진남도 기이한 눈빛으로 원적을 바라봤다.

"스승님……."

원적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어른들이 말하는데 애들은 참견하지 말거라!"

남태로불은 사정을 봐주지 않고 원적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원적은 눈을 찌푸렸다.

그가 아무리 말해도 우우우 하는 소리만 날 뿐 신념조차 전할 수 없었다.

"노불, 저희들은……."

상황이 변한 것 같자 장로들은 서둘러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어른이 말할 때 애들은 참견하지 말거라."

남태로불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

무형의 위엄이 장로들을 덮었다.

그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진남도 당황했다.

'무슨 뜻이지?'

"진……. 퉤, 도우."

남태로불은 미소를 짓더니 자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육계를 데려갈 수 없다. 보제지로 가기를 원한다면 데려가도 된다."

진남은 순식간에 눈빛이 싸늘해졌다.

보제지가 어떤 곳인지 그는 잘 알았다.

장로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생각이었구나.'

"물론 너를 줄곧 보제지에 있으라는 건 아니다. 그곳에서 하루만 지내면 된다. 너더러 오래 있으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남태로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하루……? 하루만 있으라고요?"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장로들은 피를 토할 뻔했다.

남태로불의 태도가 이렇게 크게 변할 줄 몰랐다.

보제지는 생령들을 강제로 인도하는 기이한 곳이었다.

절세천재가 들어가면 적어도 사오 개월은 있어야 가까스로 인도할 수 있었다.

임남 같은 경우에는 칠 개월 정도 필요했다.

'하루를 지낸다고 무슨 소용 있어? 이건 진남을 도와주는 것이잖아!'

"노불, 대광명보살(大光明菩薩)은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대장로는 서둘러 말했다.

대광명보살은 육계의 스승이었다.

구천지존 정상의 등급에 도달한 거장이었다.

보제고찰종에서 지위가 높았다.

남태로불은 무덤덤하게 대장로를 힐끗 봤다.

대장로는 말을 할 수 없게 입이 턱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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