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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53화 (1,053/1,498)

1052화 규칙을 지키십시오

"아미타불, 임 시주의 제안에 나는 마음이 흔들리오. 하지만 며칠 동안 의투를 하며 의력을 많이 썼소. 다음에 다시 얘기하는 게 어떻소?"

육계는 가까스로 참으며 완곡히 거절했다.

"육계, 설마 두려운 건 아니겠지?"

원적은 피식 웃고 나선 멸시하듯 물었다.

"전에 나와 원각 사형을 습격할 때는 용기가 대단했잖느냐? 패자로 진급했는데 왜 이 모양이야?"

원적은 수신량과 어울린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신량한테서 이 할 정도의 비웃는 기술을 배웠다.

"원적, 함부로 지껄이지 말거라!"

대장로는 사납게 소리쳤다.

원적의 말이 사실이지만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말해서는 안 되었다.

원적은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육계, 이렇게 하자. 네가 이기면 내가 갖고 있는 세 개의 불패를 너에게 주겠다. 어때?"

중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보제고찰종에는 열여덟 개의 불패가 있었다.

절세천재들은 불패를 모두 모으면 소종주가 될 수 있었다.

육계가 전에 원적과 원각을 습격한 것도 불패를 얻기 위해서였다.

원각은 갖고 있던 두 개의 불패를 육계에게 빼앗겼다.

"원적 사제, 진짜야?"

육계는 마음이 흔들려 눈을 살짝 찌푸렸다.

"내가 거짓말한 적 있어? 하지만 네가 지면 청류 등 외에 너도 임남의 말을 들어야 한다. 어때?"

원적은 말했다.

뒷말은 진남이 시킨 것이었다.

"좋다."

육계는 깊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청류 등을 보며 말했다.

"시주들, 내가 지면 너희들은 한 달 동안 임남 도우를 따라야 한다. 괜찮느냐?"

청류 등은 잠깐 머뭇거리고 나선 고개를 끄덕였다.

임남이 이런 조건을 제시한 건 목적이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보제지에 가는 것과 비하면 이 결과가 가장 좋았다.

임남이 뭘 하려고 하든 상황에 따라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임남 시주, 시작하자."

육계는 다시 날아올라 가부좌를 틀고 앉고 나선 손짓을 했다.

그의 눈에 불광이 반짝거렸다.

'임남은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원적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려 할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도 줄곧 드러내지 않은 비장의 수가 있다!'

"육계 대사, 잘 부탁드리오."

진남은 공수했다.

강한 용의가 순식간에 폭발했다.

주위에 용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육계는 아미타불을 읊었다.

무형의 불의가 커다란 벽으로 변해 용의를 막았다.

"임남 시주, 능력을 모두 사용하시오. 나를 떠볼 필요 없소."

육계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기질이 남달랐다.

"좋소."

진남의 눈에 선화가 타올랐다.

그는 전도선전을 움직였다.

웅장한 전의가 파도치는 바다처럼 들끓고 커다란 궁전이 흔들렸다.

"이건……."

주위의 장로들, 무인들, 그리고 청류 등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전의는 너무 대단했다.

그들은 무상의 전계가 천천히 강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주선의 후계자는 진짜 대단하구나!'

원각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임 시주, 경지가 대단하오!"

육계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두 손에 순식간에 법인을 만들고 보제고찰종의 두 가지 문도법을 동시에 움직였다.

"보제본무수(菩提本無樹), 명경역비태(明鏡亦非台)!"

육계가 우렁차게 염불을 읊었다.

글자마다 천둥 같았다.

그의 등 뒤에 나무와 오래된 사찰이 떠 올랐다.

순식간에 염불하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많은 금색 불문이 허공에 나타났다.

불문마다 대단한 불도의지가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육계 대사의 진정한 경지겠다!"

청류 등은 입술을 깨물었다.

좀 전에 그들이 연합했을 때 육계는 칠 할도 안 되는 힘을 썼을 뿐이었다.

"육계 사제가 제불보제진경과 여래고찰진경(如來古刹眞經)을 이 정도로 느꼈을 줄 몰랐다!"

"임남 시주가 지겠다!"

주위의 장로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원적과 원각은 무표정했다.

소맷자락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선술을 드러낼 수 있다면 육계가 두 명이라도 진남의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투 중이었다.

이때, 원형 도안 속에서 불의가 넘실거리는 강물처럼 쏟아져 내려왔다.

진남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전의를 완전히 인도하려는 것 같았다.

"진짜 강한 불의구나! 우리가 진짜로 싸우는 거라면 나는 다른 수단을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의투 중이다! 전천전지, 무소불전, 무소불승!"

진남은 다시 한번 전의를 끌어올렸다.

주위가 청색으로 물들었다.

오래된 위압이 대전을 휩쓸었다.

두 개의 방대한 불의가 순식간에 눌렸다.

육계도 안색이 어두워져 연거푸 뒤로 밀렸다.

"저자는 어떻게 의지가 강해졌지?"

주위의 장로들과 무인들은 자신들이 본 걸 믿을 수 없었다.

문도법은 등급이 없었다.

임남과 육계는 같은 등급이었다.

임남은 문도법을 한 개 드러냈지만, 육계는 문도법을 두 개 드러냈다.

'왜 육계가 밀리지?'

"세심선사(洗心禪寺), 나를 도와줘!"

육계는 진정하고 법인을 만들었다.

커다란 절이 살짝 흔들리고 불광이 번쩍거렸다.

외부의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라 넋이 나갔다.

쿠웅-!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주전 꼭대기의 불화들에서 눈부신 불광이 뿜어져 나와 육계에게 주입되었다.

육계는 기세가 폭등하고 전보다 두 배나 강해졌다.

'뻔뻔스럽게 굴 줄 알았어!'

원적과 원각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의투 중에는 법보나 도기를 쓰지 못한다는 성문화되지 않은 규정이 있었다.

"좌역선, 행역선, 일화일세계, 일엽일여래!"

육계의 아래에 희미한 연화보좌가 나타났다.

육계가 한마디 할 때마다 대전 안에 금강과 보살들이 나타났다.

진남에게서 뿜어져 나온 전의는 순식간에 눌렸다.

"법보를 써도 되나?"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세심선사, 파괴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있거라!"

진남은 차갑게 외치며 오른팔을 부숴 단천도로 변화시켜 땅에 박았다.

우웅-!

칼을 떨리며 매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쿠쿠쿠쿵-!

허공에 폭발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세심선사에서 뿜어져 나온 불광 등이 모두 사라지고 평온을 되찾았다.

대장로들은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세심선사는 곧 도기를 돌파한다. 선력을 드러내 움직이지 않아도 패자 정상 등급의 존재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임남이란 신비한 무인이 꺼낸 칼은 어떤 칼이기에 세심선사를 이렇게 누를 수 있지?'

"진도도결!"

진남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도의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하늘 가득하던 금강, 나한, 보살 등은 부서졌다.

세상에서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아차!"

장로들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임남은 의지가 강했다.

육계는 막다른 골목까지 밀려 뒤집을 수 없었다.

"원적 사제, 원각 사형, 오래전부터 준비를 한 것 같구나."

육계는 문득 미소를 짓고 말했다.

"임남의 의지는 진짜 내가 상대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의 승자는 나이다!"

그가 손뼉을 치자 강한 위압을 풍기는 금색의 동그란 구슬이 떠 올랐다.

"지존사리?"

원적과 원각 그리고 사람들은 일제히 눈을 찌푸렸다.

불도의 고승은 좌화(坐化, 승려가 죽음을 말함)한 후 사리로 변했다.

사리들은 위력이 대단한 불도 고승의 생전 의지가 있었다.

수련하는 데 쓸 수도 있고 적과 싸우는 데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종문에서는 줄곧 사리를 엄격히 보관했다.

원적은 패자의 사리조차 얻지 못했다.

그런데 육계는 지존사리를 내놓았다.

"아미타불!"

육계는 불호를 높게 외쳤다.

그의 앞에 있던 금색 사리에서 강한 불도의지를 뿜는 위엄 있는 형상이 나타났다.

불의 앞에서 사람들은 모두 작아졌다.

"재미있구나!"

진남은 산처럼 꿈쩍 않고 속으로 낮게 외쳤다.

'전신의 혼, 나타나거라!'

파란빛이 반짝거리고 오래된 위압을 풍기는 희미한 형상이 진남의 등 뒤에 떠 올랐다.

"강자의 영혼?"

육계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합장하고 말했다.

"임 시주는 수단이 비범하구나. 아쉽게도 다 소용없다."

그는 빠르게 불인을 만들어 체내의 두 가지 불의를 지존사리에 주입했다.

쿠웅-!

대전이 시커메졌다.

위엄 있는 금색 형상은 어둠 속에서 걸어왔다.

장엄하고 불위가 넘쳤다.

마지막에 불장을 내리쳐 태산처럼 진남과 전신의 혼을 눌렀다.

위기의 순간에 전신의 혼은 무언가를 느낀 것처럼 살짝 고개를 쳐들었다.

희미하고 공허한 눈빛이 금색 형상에게 쏠렸다.

마치 시공간이 굳은 것 같았다.

금색 형상이 내리친 불장은 전신의 혼과 삼 장도 안 되는 곳에서 멈췄다.

"어떻게……."

육계는 가장 먼저 느끼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대단한 광경이 펼쳐졌다.

위엄 있는 금색 형상은 천지의 판결을 받은 것처럼 부서져 금색 빛무리로 변했다.

지존사리에서 펑펑펑- 하는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작은 틈이 생기더니 빛이 어두워졌다.

뿐만 아니라 나머지 강한 의지를 조금도 남김없이 육계의 식해 속에 주입했다.

육계는 신음을 흘리며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몸은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원형 도안에서 날아 나왔다.

기운도 매우 허약해졌다.

"어……."

주위의 장로들,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지존사리다. 육계가 지존사리의 도움을 받고 드러낸 의지를 버티는 것은 우리라고 해도 매우 어렵다. 임남이 불러온 청색 형상이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 광경을 본 진남은 전혀 놀라지 않고 전신의 혼을 거두어들였다.

만약 진짜 싸우는 거라면 육계는 지존사리로 진남에게 큰 위협을 줄 수 있었다.

지존사리는 실로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투 중이었다.

불도지존의 의지가 어찌 주선제오인인 전신과 비교될까?

"하하하, 우리가 이겼다!"

원적과 원각은 기뻤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참고 있던 악기를 대부분 드러내니 매우 후련했다.

"내, 내가……."

육계는 땅에 쓰러졌다.

믿을 수 없었다.

"무주궁도, 거둬라."

진남은 신경 쓰지 않고 손가락을 튕겨 고도를 드러내 빠르게 육계를 고도 속에 끌어들였다.

"세 분, 실례하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이건 자네들에게 아무 상처를 주지 않을 거요."

진남은 또 청류 일행을 바라봤다.

청류 일행은 어리둥절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고도 안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수확이 크구나. 이제 십욕종과 천허조교의 문도법만 남았다."

진남은 기뻤다.

게다가 육계 대사는 보제고찰종의 두 가지 문도법을 수련했다.

"간이 부었구나!"

이때, 화난 외침이 대전 안에서 울려 퍼졌다.

대장로는 성큼 나서며 화난 얼굴로 외쳤다.

"임 시주, 육계는 졌을 뿐이다. 너는 그를 어디로 데려갔느냐? 어서 그를 내놓거라!"

다른 장로들도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불도위엄을 풍기며 진남을 바라봤다.

진남은 꿈쩍도 하지 않고 안색도 변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여러분, 방금 저와 육계 대사가 의투를 하기 전에 원적 대사와 육계 대사는 내기를 했습니다. 육계 대사가 저에게 지면 제 마음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그자를 잠시 거두었는데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여러분 설마 신용을 지키지 않을 겁니까?"

원적과 원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원적은 어안이 벙벙했다.

"여러분, 규칙을 지키십시오. 아니면 나는 스승님에게 보고하여 스승님더러 공평하게 처리해달라고 하겠습니다."

대장로는 원적을 흘겨보고 나선 싸늘하게 말했다.

"임 시주, 그렇긴 하지만 모든 일은 원칙이 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면 너는 마음대로 그를 죽이지 않겠느냐?"

다른 무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여전히 안색이 변하지 않고 말했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육계는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을 겁니다. 길어야 반 달 후면 그자를 꺼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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