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5화 뭘 망설이느냐
"진남을 죽이려거든 패자가 된 다음에 죽이거라."
오회생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제일선대전이 끝난 후 그는 종문으로 돌아가 폐관하고 고민에 빠졌다.
그는 무예를 연마하는 데 넘어야 할 고비가 진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즉, 기회가 있다면 그는 진남을 죽여야 했다.
진남을 죽여야 그는 고비를 넘기고 원만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진남은 그의 철천지원수였다.
그러나 그는 진남의 진급이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기를 바랐다.
진남이 강해져야 그가 넘어야 할 고비도 더 커질 수 있었다.
그래야 그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언젠가 진남을 멸망시킬 수 있었다.
"진급은 무슨, 평범한 천재인 네가 나를 막을 수 있겠느냐? 너도 같이 죽여주마!"
종상은 버럭 화를 냈다.
그의 검은 방대한 검기를 뿜었다.
"왜 내가 너를 막으면 안 되느냐? 너는 나의 고비가 될 자격도 없다. 다른 사람들은 너를 두려워할지 몰라도 나는 네가 무섭지 않다."
오회생은 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주도법을 움직이자 검기가 무지개처럼 날아갔다.
"오 도우, 내가 너를 도와 이 나쁜 놈을 혼내주겠다!"
수신량이 호통치며 다시 생멸고화를 펼쳤다.
종상의 검기가 변한 환술들은 산산조각이 났다.
펑펑펑-!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오회생의 공격은 다른 천재들보다 훨씬 강했다.
또 생멸고화의 도움까지 더해지니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들이 연합을 했다곤 해도 종상과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잠시 후, 그들은 종상에게 제압을 당했다.
오회생의 주도의지가 엄청 강한 게 아니었더라면 그들이 하늘을 가득 채운 검기에 죽었을 수도 있었다.
"종상 도우, 내가 천지의 힘으로 너에게 도움을 주겠다."
육경음은 신념을 전달했다.
그녀는 상황을 살피다가 적합한 때에 나서려고 했다.
그녀도 진남이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패자가 되는 것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쏴아아아-!
천지의 힘이 쏟아지고 종상은 기세가 대폭 늘었다.
무인들은 또 한 번 경악했다.
선령족도 끼어들 줄 몰랐다.
"다 같이 죽어라!"
종상은 고함을 지르며 양손을 잡아당겼다.
사방으로 흩어졌던 검기가 한데 모여 오회생과 생멸고화를 공격했다.
오회생과 수신량은 신음을 흘리고 피를 토했다.
그들은 강한 힘을 맞고 튕겨 나갔다.
"죽어!"
종상은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살기를 풍기며 마왕처럼 진남을 공격했다.
문득, 그는 몸이 굳고 한기를 느꼈다.
"이, 이런……."
종상은 손이 살짝 떨렸다.
그는 허공에 세 개의 시선이 그를 노려보는 것을 느꼈다.
시선마다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왜 멈추었느냐? 빨리 진남을 죽이거라……!"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은 미칠 것 같았다.
절호의 기회에 종상이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쿵-!
이때, 엄청난 기운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강역의 몸에 옛 부문들이 연거푸 나타나더니 빠르게 모이고 부서졌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엄청난 힘들이 몸에서 동시에 용솟음쳤다.
선력이 패자의 경지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봉인되어 있던 무언가가 풀리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왜 저리 빨리 진급했지?"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과 선왕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들은 기분이 바닥에 떨어지고 손에 식은땀이 났다.
천재가 경지를 돌파하고 왕이 되어 세상에 나타났다.
이번 싸움은 드디어 역전할 수 있게 되었다.
"강역, 너……."
종상은 정신을 차리고 입을 벙긋거렸다.
"꺼져!"
강역은 차갑게 말했다.
거대한 손이 허공에서 나타나 종상을 때렸다.
종상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명망, 팔요마왕, 수신량, 오회생, 맹구궁 등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종상 등의 뜻대로 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나는 선왕이 되었다. 고서선왕, 지금 도망가지 않으면 언제 도망갈 생각이오?"
강역은 뒷짐을 지고 냉담하게 바라보았다.
"도망을 가다니? 강역, 참 건방지구나!"
고서선왕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다른 선왕들에게 전음했다.
"도우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소. 연합하여 천지묘과를 한두 개라도 빼앗읍시다."
그는 이번에 큰 대가를 치렀다.
태고금기에게 세 개의 맹세까지 했는데 어찌 아무것도 못 얻고 떠날 수 있겠는가?
다른 선왕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의견을 통일했다.
그들은 이제 절세의 천재들을 공격하지 않고 묘과건수를 노렸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진남을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우선 물러가자!"
우두머리가 이를 갈며 낮게 외쳤다.
계속 있으면 죽음뿐이었다.
도망가려고 하던 그들은 뒤통수가 서늘했다.
강역, 여고봉, 맹금선이 그들에게 시선을 돌린 것이었다.
쿠쿠쿵-!
세 개의 선술들이 날아와 서로 다른 이상으로 변했다.
이상은 백골 무인들을 삼켰다.
"삼혼만천술(三魂瞞天術)!"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의 우두머리가 고함을 지르며 비술을 펼쳤다.
그는 기이한 빛으로 변해 허공으로 사라졌다.
다른 백골 무인들은 그에게 버림을 받았다.
맹금선과 여고봉 등 절세의 천재들은 그 모습을 보자 돌아서서 고서선왕 등을 공격했다.
그들은 고서선왕 등이 천지묘과를 가져가지 못하게 했다.
장고는 입술을 핥았다.
살기가 대폭 늘어난 그는 마치 태고의 살신처럼 강한 살초를 연거푸 날렸다.
"강역, 네가 나서지 않으면 고서선왕 등이 천지묘과를 몇 개 가져갈 수 있다."
음일은 음흉하게 말했다.
하지만 강역은 그를 힐끗 보더니 여전히 진남의 앞을 지켰다.
음일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방금 진남을 죽이는 데 실패했다.
진남이 패자가 되면 그에게 복수할 가능성이 컸다.
"제길! 이번에는 손실이 크구나!"
음일은 욕설을 퍼붓고 허공으로 몸을 숨겼다.
그는 이제 어두운 곳에 숨어서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육경음은 미간을 찌푸리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진남이 진급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이때 강한 기운이 하늘로 솟구쳤다.
"진남이 패자로 진급하려고 한다!"
수많은 시선이 진남에게 쏠렸다.
명망, 수신량, 오회생, 팔요마왕 그리고 멀리 성에 있던 맹구궁도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동시에 명망, 수신량, 오회생, 팔요마왕은 돌발상황에 대비하여 더욱 경계했다.
강역이 지키고 있으니 육경음 등도 바라만 볼 뿐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진남의 붉은색 머리카락이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흩날렸다.
화도선염선력도 배로 늘었다.
진남의 기세가 쭉쭉 늘어나고 사람들이 압력을 느꼈다.
펑-!
보이지 않는 사슬이 부서졌다.
신비하고 순수한 힘이 진남의 몸을 감싸고 돌았다.
진남이 풍기는 패자의 위압에 사방이 흔들렸다.
전신의 선동, 적금갑옷, 단천도 그리고 백남지화까지 변화가 생겼다.
백남지화는 꽃송이가 두 개 더 늘고 신비한 무늬가 늘어 혼돈의 기운을 풍겼다.
쿵-!
전신의 혼도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흐릿하던 형상이 또렷해지고 방대한 전의가 강물처럼 진남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도법의 나무의 줄기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전신이 진남에게 준 전신각인도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각인은 부름을 받은 것 같았다.
"전신의 혼이 서서히 깨어나면 내가 수련한 전도선전에 큰 도움을 주는구나. 실력이 엄청나게 강해졌어!"
진남은 혼잣말을 했다.
그는 구천지존이 되면 전신의 혼이 제 모습을 온전히 갖추고 나타나 그에게 큰 도움을 줄 거라고 확신했다.
"대단한 기운이다!"
"패자 초급 단계인데 풍기는 기운은 패자대성보다 훨씬 강하구나."
주변의 무인들은 감탄했다.
주선의 후계자는 너무 강했다.
진남이 천천히 눈을 떴다.
"이제 너에게 진 신세를 다 갚았다."
강역은 눈을 반짝이더니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눈부신 검광을 뿜으며 고서선왕 등을 공격하려고 날아갔다.
"가자!"
고서선왕 등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들은 천지묘과 두 개를 얻은 후 빛으로 변해 먼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진남과 강역 등 절세의 천재들에게 겁을 먹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진남이 진급에 성공했는데 계속 싸우면 그들은 발목을 잡힐 것 같았다.
게다가 밖에 있는 오 대 종족의 패자들이 온다면 도망가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주선의 후계자라. 허허, 흥분되는구나! 네 피를 마시고 싶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때가 아니야. 진남, 다음번에 만나면 절대 놓치지 않을 거다!"
장고는 흥분했다.
그는 솟구치는 살기를 억제하고 날아서 중상을 입은 영심설과 십일소에게 다가갔다.
그의 두 팔은 엄청난 기운을 드러내더니 지옥에서 올라온 손처럼 두 천재를 꽉 움켜잡았다.
손은 두 천재의 가슴팍을 뚫고 지났다.
그는 입술을 핥고 제물을 사용하여 사라졌다.
이번 싸움에서 그는 태고금기 편에 섰다.
다섯 종족의 강자들이 오면 그에게 따질 테니 빨리 자리를 떠야 했다.
"태고금기가 이번에는 실패했구나."
산 아래 무인들은 방금 겪은 일과 지금 상황이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남, 방금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아? 내가 아니었으면……."
"내가 없었더라면 너는 오늘……."
명망과 팔요마왕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진남은 손을 저으며 그들에게 그만하라고 했다.
그리고 절세의 천재들에게 무뚝뚝하게 말했다.
"다른 것들은 나중에 이야기하고 우선 정리하자."
진남의 말에 무인들은 가슴이 차갑게 식었다.
패자들이 도망쳤으니 이제 위험은 사라졌다.
절세의 천재들도 더 이상 연합할 필요가 없었다.
종상과 육경음은 가장 먼저 표정이 바뀌었다.
종상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바로 부적을 꺼냈다.
강역의 공격에서 종상은 둘의 격차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진남은 강역보다 실력이 낮지 않았다.
진남에게 잡힌다면 그의 상황은 좋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종상이 부적을 미처 사용하기 전에 날카로운 칼 빛이 부적을 사정없이 잘랐다.
종상은 위기감이 들어 안색이 확 바뀌었다.
"오환신경(五幻神境)!"
위기의 순간에 종상은 고함을 질렀다.
그는 가장 강한 상고도기를 꺼내고 문도법을 사용했다.
눈부신 오색 빛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과천일격!"
진남은 그의 머리 위로 날아올라 칼을 휘둘렀다.
쿵-!
오색 빛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도기에 금이 갔다.
남은 도기는 종상의 몸에 부딪혔다.
종상은 신음을 흘렸다.
수많은 상처가 생기고 피가 흘렀다.
"진남의 칼이 더 강해진 것 같아!"
무인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진남은 이제 대성을 이룬 패자들보다 약하지 않게 느껴졌다.
"육경음, 지난번에 덜 혼났구나, 이번에도 또 왔어?"
진남은 차갑게 말하며 보천정을 꺼냈다.
엄청난 신위가 육경음 등 선령족을 공격했다.
진남이 패자가 된 후, 보천정도 위력이 더 강해졌다.
"음일, 숨어서 구경하려고?"
진남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두 눈에 흰색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강한 동력이 보이지 않는 손 형태로 변해 허공을 움켜잡았다.
"아차!"
음일은 수많은 귀기를 드러내 동력을 없앴다.
"진남, 운중월을 풀어주거라!"
궁무화와 삼청고교의 천재들은 고함을 지르며 눈부신 검광으로 변해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도우들, 연합하자!"
종상은 기뻤다.
그는 진남이 자신만 상대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한꺼번에 많은 절세의 천재들을 건드렸을 줄은 몰랐다.
그들은 더 이상 진남이 무섭지 않았다.
음일과 육경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진남은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
그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오회생, 도와줘서 고맙다. 너는 나를 죽이고 도경원만을 이루고 싶지 않느냐? 뭘 망설이느냐. 저들과 함께 공격하거라."
오회생은 어안이 벙벙했다.
산 아래 무인들과 절세의 천재들도 살짝 놀랐다.
진남은 너무 패기가 넘쳤다.
한꺼번에 네 절세의 천재를 상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회생과 다른 천재들도 건드렸다.
이들이 연합하면 고서선왕과도 한참을 싸울 수 있는 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