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4화 이래도 안 된다고?
묘과성.
"나의 홍운지체가 그 녀석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이유가 있었구나. 내력이 너무 대단하다!"
맹구궁은 정신이 들자 흥분해서 말했다.
"좋구나. 이제 삶이 그리 지루하지 않게 되었어."
말을 마친 그는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이한 법인들을 만들자 몸에서 보이지 않는 파문이 번졌다.
그는 성대한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금 팽팽한 대치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는 그가 나서서 맹금선에게 좋은 기운을 더해줘야 했다.
"에잇, 너에게도 운을 더해줄게."
맹구궁은 잠깐 생각하더니 진남에게 기운을 보냈다
* * *
성산 산꼭대기.
태고금기 휘하의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은 육신이 있었다면 표정이 일그러졌을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절세의 천재 네 명이 패자로 되고 상대편의 패자 열을 막을 수 있다. 또 밖에 있던 패자들도 몰려올 테니 우리 계획이……."
계획도 실패할 마당에 진남을 벤다는 건 더 말이 안 되었다.
"음일, 그리고 다른 무인들아. 공격하는 것을 도와주면 큰 좋은 점을 주겠다."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흑포를 입은 무인이 전음했다.
음일은 두 눈에 기이한 초록빛이 떠 올랐다.
그는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상고 십 대 주선의 후계자이자 제일선이다. 내가 저자의 육신을 차지한다면……."
그는 떠오르는 생각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때, 두 개의 강한 기운이 강풍과 선광 사이를 뚫고 하늘로 솟구쳤다.
패자의 위압 두 개가 파도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열 명의 패자와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고소요와 축염이 패자로 진급했다.
여고봉과 맹금선도 곧 진급할 것 같았다.
"도우들, 호법으로 지켜줘서 고맙다."
고소요와 축염은 눈을 떴다.
그들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선력을 움직였다.
오랫동안 잠들었던 선검이 검집을 벗어난 것처럼 그들은 선왕들을 공격했다.
"이번 싸움에서 이길 수도 있겠어!"
천재들과 천선 경지 정상급의 무인들은 기뻤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그들은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허허, 탁월한 안목을 가진 덕분에 도망을 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잠시 후에는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실력을 보존해서……."
당천군은 음흉하게 웃으며 기운을 거두었다.
"화도선염, 진도도결!"
진남은 다시 두 개의 살초를 사용했다.
그는 도법의 나무를 드러냈다 거두어들였다 하면서 고서선왕과 세 선왕을 한 걸음도 다가서지 못 하게 했다.
진남의 선력은 잔뜩 소모되었지만, 전의는 오히려 더 늘었다.
이때, 진남의 식해가 흔들렸다.
신비한 느낌이 솟아오르고 어떤 문을 돌파하려는 것 같았다.
느낌은 점점 강렬했다.
'경지를 돌파할 기회가 온 건가?'
진남은 강역을 바라보았다.
강역도 마침 진남을 바라보았다.
두 개의 강한 기운이 곧 폭발할 것 같았다.
"강역, 입을 벌리거라!"
진남은 고함을 질렀다.
강역은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저도 몰래 입을 벌렸다.
열 개의 빛이 그의 입 안으로 날아들었다.
열 개의 순수하고 방대한 힘이었다.
"상명선과? 설마……."
고서선왕 등과 장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전신의 형상과 다른 두 개의 형상이 동시에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진남과 강역은 기묘한 술법을 펼치고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둘의 기운은 바다에 가라앉은 돌처럼 평온해졌다.
"이건……."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과 다른 무인들도 그 모습을 보자 깜짝 놀랐다.
'싸우다 말고 경지를 돌파하려는 거야?'
"진남, 강역! 꿈도 야무지다!"
고서선왕, 문공선왕, 세 번째 선왕 그리고 장고는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살초들로 그 둘을 덮었다.
쿵-!
이때 두 개의 강한 기운과 위엄이 날아와 신처럼 진남과 강역을 지켰다.
여고봉과 맹금선이 패자 진급에 성공했다.
"너희들은 내가 상대하겠다!"
여고봉의 흰옷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를 중심으로 검은색 파문이 사방으로 번졌다.
윤회지계(輪回之界)의 기초가 형성되었다.
맹금선은 여덟 개의 분신으로 변했다.
분신마다 영지가 있고 그의 사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본체와 어떤 대진을 이루었다.
맹금선은 전에 구궁도경(九宮道經)을 수련했다.
그는 패자가 된 후 선력이 충분해져서 아버지가 만든 구궁천하술(九宮天下術)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구궁의 힘을 일 할만 사용해도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나를 막을 수 없다! 서아만고옥(?牙萬蠱獄)!"
고서선왕, 문공선왕, 세 번째 선왕은 고함을 지르며 강한 도술을 사용했다.
네 명의 절세천재가 패자가 되었으니 선왕들이 우세를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또, 진남과 강역이 패자 진급에 성공한다면 가능성은 더 작았다.
특히, 진남이 패자가 되어 만세주림을 사용한다면 위력은 엄청날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선왕들은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맹금선, 저자들이 패자가 될 수 있게 지켜줬다가 이 상황이 끝나면 너희들은 저자들을 이길 수 없다. 천지묘과를 다 빼앗기고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게 된다!"
장고는 비술을 사용하였기에 그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 가슴에 콕콕 박혔다.
주변의 무인들도 영향을 받았다.
"그게 뭐? 실력이 안 되면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면 된다."
맹금선은 그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아홉 개의 분신들이 등 뒤에서 검을 뽑아 들고 공격을 했다.
검기가 천지를 가득 채웠다.
"상황이 역전되었다!"
"믿을 수가 없어!"
"나도 직접 본 게 아니었다면 믿지 않았을 거다!"
산 아래의 무인들은 넋을 잃고 감탄했다.
열 명의 패자들을 상대로 이런 상황을 만든 진남, 강역, 여고봉 등 절세의 천재들은 대단했다.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은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
그들이 어렵게 꾸며낸 계략이 이런 결말을 맞이했다.
'이번 계획이 실패하면 우리는…….'
"참, 태고금기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상고 십 대 주선의 후계자를 죽이라고 했어!"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의 우두머리가 텅 빈 눈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열몇 개의 신념을 전달했다.
신념을 받은 자들은 껄껄거리며 웃더니 살기를 풍겼다.
"진남, 죽어라!"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은 공격을 퍼부었다.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산 중턱에 있던 외모를 바꾸었거나 가면을 쓴 천선 경지 정상급의 무인들이 용처럼 진남에게 달려갔다.
그들은 큰 이득에 마음을 바꾸었다.
"내가 허수아비로 보이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팔요마왕과 수신량이 제때 나타나 무명묘비와 생멸고화(生滅古?)를 사용했다.
강한 신위가 풍겨 달려드는 무인들을 막았다.
팔요마왕은 혼자 무인의 대부분을 막았는데 실력이 강하고 위풍당당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처음의 흥분은 사라졌다.
그는 진남의 곁에만 있으면 위험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좋은 점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하하, 주선의 후계자라 그런지 죽이기 쉽지 않구나. 하지만……."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의 우두머리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팔요마왕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만귀야행(萬鬼夜行), 혼래귀혜(魂來歸兮)."
음침한 목소리가 팔요마왕과 수신량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
그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미처 반응하기 전에 귀기가 큰 산처럼 그들을 눌렀다.
쿵, 쿵-!
굉음이 두 번 울리고 그들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무명묘비와 생멸고화의 위력이 반으로 줄었다.
또, 관을 멘 창백한 청년이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 지났다.
청년은 날카로운 귀신의 손을 쫙 펼치고 진남의 심장을 움켜쥐려고 했다.
음일이 위험을 무릎 쓰고 달려든 것이었다.
주선 후계자의 시체는 크나큰 유혹이었다.
"안 돼!"
맹금선과 여고봉 등 천재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들도 음일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열 명의 패자들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패자들은 법인을 만들고 큰 대가를 치르면서 금술들을 사용했다.
"내가 얻었어!"
음일은 기뻤다.
진남이 깨어나고 그의 살초를 막는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진남은 힘을 엄청 많이 소모했고 강제로 진급을 멈춘다면 가장 허약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면 음일은 진남을 죽일 수 있었다.
"진남, 내가 요란하게 일을 벌이면 죽을 수도 있다고 했지?"
위기의 순간에 야수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보천정이 진남의 몸에서 화를 내며 나왔다.
"고작 상고의 도기 주제에 감히……."
음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진남, 네놈은 운이 좋은 줄 알거라! 내가 이미 도경원만 경지에 이르렀거든! 하하하!"
귀청을 찢을 듯한 웃음소리가 사람들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거대한 짐승의 발이 보천정에서 나오더니 빠른 속도로 음일을 움켜잡았다.
"이럴 수가!"
음일은 안색이 확 바뀌어 짐승의 발을 막았다.
도경원만을 이룬 상고도기의 기영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기영의 경지는 매우 낮아 음일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영과 싸우는 사이에 진남은 패자로 진급할 수 있었다.
"이래도 안 된다고?"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은 웃음을 멈추었다.
'주선의 후계자를 죽이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니…….'
여고봉, 맹금선 등 천재들은 그제야 안심했다.
진남이 진급에 방해를 받아 실패를 한다면 그들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진남과 강역의 도움 덕분에 그들도 패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예상 밖으로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 죽어라!"
환선도종의 종상이 예고도 없이 공격을 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진남에게 접근했다.
흉악한 표정의 그는 몇백 년의 수명을 대가로 움직인 허름한 고검을 들고 있었다.
"종상, 너……."
여고봉, 맹금선 등 절세천재들은 그가 진남을 공격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안 돼……!"
궁무화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진남을 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운중월이 아직 진남의 손에 잡혀 있었다.
진남이 죽으면 운중월은 어쩐단 말인가?
"그렇지!"
선왕들과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은 기뻐했다.
"삼환시신검(三幻弑神劍)!"
종상은 진남의 앞까지 날아왔다.
그는 음흉하게 웃으며 고검을 휘둘렀다.
고검은 엄청난 위력을 드러냈다.
그는 장고의 말에 큰 영향을 받아 공격을 하게 되었다.
강역이 패자가 된다면 이번 싸움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남이 패자가 된다면 그들에게 큰 위험이 될 것 같았다.
또, 그는 생멸고화와 진남의 천지묘과에 눈독을 들였다.
"감히!"
명망은 포효하고 거대한 발로 공격했다.
그러나 음일은 음산하게 웃었다.
그가 멘 관 뚜껑이 열리고 깡마른 손이 나와 명망을 눌렀다.
명망은 안색이 변해서 깡마른 손을 막았다.
"진……."
위기의 순간에 명망은 도의를 사용하여 진남을 깨우려고 했다.
패자로 진급하는 기회도 소중했지만, 목숨을 건지는 게 우선이었다.
종상이 공격에 성공하려는 순간, 방대한 검의가 산꼭대기에서 솟구치더니 삼환시신검을 부쉈다.
"누구냐?"
종상의 흉악한 미소가 굳었다.
뒤로 몇 걸음 물러선 그는 일갈했다.
"주도문의 오회생이다."
검을 든 자가 진남의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두 눈은 전혀 감정이 없었다.
며칠 전 그도 묘과성에 도착했고 성대한 연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제일선 대전과 달리 이번에 그는 절세천재들에게 가려져 눈에 띄지 않았다.
"오회생?"
"주도문의 제일 천재?"
산꼭대기의 무인들 중 몇몇은 오회생의 신분이 생각났다.
선왕과 천재들은 경악했다.
평범한 그가 이런 싸움에 끼어들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