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3화 빛을 꺼트려주마!
산꼭대기의 싸움은 열 곳으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한 싸움에 세 명의 절세천재와 많은 천선 경지 강자들이 있었다.
"문고비법(紋古秘法), 십삼천장(十三天將)!"
고소요와 고풍은 어쩌다 손을 잡았다.
그들의 이마에 새겨진 '고'자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두 개의 전혀 다른 힘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들은 양손을 모아 똑같은 법인을 만들고 열세 개의 늙은 형상을 불러냈다.
"제일염식(第一焰息)!"
축염은 동족의 무인들과 힘을 합쳐 금기술을 사용했다.
그들 종족에서 가장 강한 화염의 기운이 나타나 사방을 뜨겁게 달구었다.
"천하무아(天下無我), 선령재세(仙靈在世)."
육경음은 절세의 선녀처럼 손을 휘둘렀다.
선광이 반짝이고 그녀의 몸에서 신비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천지의 힘이 움직였다.
절세의 천재들은 연거푸 비장의 수를 사용하고 엄청난 위력을 드러냈다.
산 아래의 무인들은 연신 감탄했다.
그러나, 절세천재들은 결국 제압당했다.
열 명의 패자들은 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절세의 천재들은 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절세의 천재들은 패자들을 이길 수 없었다.
"악!"
비명이 울려 퍼졌다.
문공선왕이 성공족의 절세천재 십일소의 오른팔을 잘라버렸다.
십일소의 팔에서 옅은 파란색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검의가 독사처럼 그의 몸에 스며들어 선력을 물어뜯었다.
대재족의 무제도 중상을 입었다.
언도족의 영심설은 가장 크게 다쳤다.
그의 가슴엔 구멍이 뚫렸고 생기가 빠르게 꺼져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섯 종족의 패자가 구하러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빨리 도망가야겠다. 영심설은 생긴 게 봐줄 만하니 데려가자……."
당천군은 눈알을 굴리며 상황을 살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음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선력을 움직였다.
그의 등 뒤에서 관이 웅웅 소리를 냈다.
절세의 천재가 죽으면 그는 태고금기의 사람들이 오기 전에 시체를 빼앗아가려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부숴라!"
고소요와 축염은 동시에 외쳤다.
강한 기세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둘은 육합금구에 있을 때 이미 천선 경지 정상급에 이르렀다.
그 뒤로 상명선과까지 얻었다.
이제 싸움의 압박까지 더해지니 경지를 돌파할 기회가 생겼다.
"감히 내 길을 막아?"
맹금선은 엄청난 기세를 풍기고 선력이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윤회법무변(輪回法無邊), 천하허무중(天下虛無中)"
여고봉은 고충이 가득한 곳에 나무처럼 꼿꼿이 서 있었다.
그의 두 눈에 파문이 연거푸 나타났다.
그의 기운은 신비하기 그지없었다.
맹금선과 여고봉도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맞이했다.
"하하하, 역시 절세의 천재답구나. 이런 상황에서 패자의 경지를 돌파하다니!"
태고금기의 무인들은 오히려 기뻐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들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경지를 돌파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한꺼번에 네 명의 천재들이 싸움에서 빠진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여고봉, 내가 있는데 패자의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고서선왕은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손에 감았던 붕대가 풀리고 시커먼 손바닥이 드러났다.
"대고도(大蠱道), 충마시천(蟲魔?天)!"
고서선왕은 양손을 콱 움켜쥐었다.
강역은 그 모습을 보자 주경의 기운으로 여고봉을 감쌌다.
하지만 고서선왕의 손은 주경거물의 형상을 뚫고 지나가 여고봉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갔다.
여고봉은 바짝 긴장하고 기운이 크게 흔들렸다.
패자로 진급할 때는 집중력이 흔들리면 안 되었다.
여고봉이 반격을 하려면 진급에 실패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여고봉, 진급에 집중하거라. 나머지는 나에게 맡겨."
무뚝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깨달음을 얻은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은 날카롭게 빛이 났다.
"붕멸궁우전도!"
칼은 서늘한 빛을 뿜으며 고서선왕의 손을 베었다.
여고봉은 긴장을 풀었다.
그는 진남을 믿는 게 아니라 이대로 패배를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었다.
오직 패자가 되어야만 상황을 역전할 기회라도 있었다.
위험해도 시도해볼 가치가 있었다.
"대단한 칼이다. 나의 손을 상하게 했구나. 허나, 고작 너희들이……."
고서선왕은 살짝 놀랐지만, 냉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는 말이 끝나기 전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이 그의 머리 위로 휙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파동이 번졌다.
"도법의 나무, 저자를 진압하라!"
눈부신 빛이 비치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나무가 강하게 고서선왕을 진압했다.
"금토현고(金土玄蠱)"!
고서선왕은 고함을 질렀다.
수많은 고충들이 붕대 사이에서 날아와 그를 물샐틈없이 감쌌다.
쿠쿠쿵-!
굉음이 울리고 고서선왕은 산꼭대기로 날아갔다.
그의 몸이 바닥에 부딪히며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가, 강하다!"
산꼭대기의 무인들과 절세의 천재들, 패자들까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진남의 공격이 이 정도로 강한 위력을 가졌을 줄 몰랐다.
'이게 제일선의 힘인가?'
"금불파망장(金佛破妄掌)!"
이때, 문공선왕과 다른 패자가 연합하여 공격했다.
강한 검기와 불광을 뿜는 손바닥이 진남에게 날아왔다.
"세상에나!"
팔요마왕과 수신량은 겁을 먹고 도망쳤다.
강역은 장고를 상대하는 한편 두 개의 문도법을 동시에 움직였다.
그의 몸은 눈부신 도광에 휩싸였다.
"극생고영대도술(極生枯榮大道術)!"
강역은 왼손을 휘둘렀다.
두 개의 무상도술이 하나로 합쳐져 무상살초가 되었다.
무상살초는 검기를 향해 날아갔다.
"태황전룡대횡천(太荒戰龍大橫天)!"
진남은 도법의 나무를 거두고 용으로 변해 용발을 휘둘렀다.
쿠쿠쿠쿵-!
진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강역과 진남의 연합 공격으로 인해 패자들의 살초가 부서졌다.
반동의 힘 때문에 그들도 뒤로 한참 밀려났다.
"진남, 제법 실력이 있구나. 나를 다치게 하다니!"
고서선왕은 차갑게 말했다.
"나를 화나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성공했다! 본명선고(本命仙蠱), 천고왕(天蠱王)!"
손바닥만 한 크기에 검은색 비늘이 덮여있고 두 눈이 금빛이 나는 고충이 날아왔다.
온 세상이 추워졌다.
싸우는 중이던 절세의 천재들과 패자들은 가슴이 섬찟했다.
그들은 무서운 기운을 느꼈다.
"세 선왕들이 협공하는 거야?"
산기슭의 무인들은 영혼마저 떨렸다.
세 패자의 협공은 위력이 대단했다.
게다가 그들 중 두 명은 삼대 패자에 속하기도 했다.
"강역, 장고와 문공선왕을 막을 수 있느냐?"
진남은 무거운 표정으로 외쳤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놀랐다.
'진남이 혼자서 두 선왕을 상대하려는 거야? 미쳤어?'
"네가 가능하다면 나라고 못 하겠느냐?"
강역은 살짝 놀랐지만 이내 패기를 드러냈다.
그가 왼손을 흔들자 세 개의 상고도기가 나타났다.
도기들은 엄청난 신위를 뿜으며 문공선왕을 공격했다.
"진남, 죽을 짓을 찾아서 하는구나."
세 번째 선왕은 차갑게 웃으며 불장을 다시 휘둘렀다.
"과천일격!"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천고왕과 불장은 방향을 바꾸어 그를 공격했다.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진남의 술법을 그들은 이미 경험했다.
그들은 평소와 다른 살초를 사용했다.
위기의 순간에 진남은 뒤로 물러서서 도법의 나무를 다시 불러냈다.
굉음이 두 번 들리고 도법의 나무는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슈슉 하는 소리와 함께 고서선왕은 고충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고권(蠱拳)을 날렸다.
세 선왕은 몸이 팽창하더니 노목금강으로 변해 도법의 나무를 공격했다.
"없애거라!"
고서선왕은 눈빛이 서늘해졌다.
신비한 나무는 너무 이상했고, 그는 이번 공격에 피해를 입었다.
처음 나무와 부딪혔을 때 그는 위기감을 느꼈다.
진남은 당황하지 않았다.
도법의 나무를 사용할 때 그의 손에 이상한 법인도 만들어졌다.
"만세주림!"
사방이 무너져내려 허공으로 변하고 방원 몇만 리의 빛들도 옅어졌다.
"너도 이 공격을 사용하느냐? 그런들 어쩌겠느냐? 네가 사용하려는 초식은 이 나무보다 못하거……."
고서선왕은 놀라지 않고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패자 초급 단계에게 이 초식은 큰 충격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고서선왕은 패자대성 경지였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와 세 번째 선왕은 동시에 위험을 감지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쿵-!
폭발음에 사람들이 놀랐다.
진남의 등 뒤에 청색 빛이 흐르더니 오관이 흐릿한 웅장한 형상이 나타났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 초식을 배우다니……."
강역은 깜짝 놀랐다.
진남의 무예 재능이 너무 대단했다.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진남의 뒤에 나타난 웅장한 형상이 풍기는 강한 위압감에 그들이 불러낸 세 개의 주경거물들이 덜덜 떨었다.
제압을 당하고 겁을 먹은 그런 떨림이었다.
"이럴 수가!"
고서선왕과 세 번째 선왕 그리고 다른 선왕들도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만세주림을 사용하는 것은 여러 번 보았지만 이렇게 강한 기운과 위압감을 풍기는 주경거물을 불러낸 적은 없었다.
절세의 천재들과 다른 무인들도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았다.
"이 기운은 설, 설마……."
흑포를 입은 백골 무인들도 목소리가 떨렸다.
그들은 죽기 전에 영웅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추측이 맞는다면 이 주경거물과 비교했을 때 자신들은 보잘것없었다.
"주선! 주선의 기운이다!"
흑포를 입은 백골의 무인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
"저자가 누구든 죽여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시체를 가져가자!"
태고금기가 절세천재들에게 금기가 될 만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 무인에게 남긴 의지였다.
그는 이곳에서 주선 후계자를 만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뭐라?"
"주, 주선?"
"진남이 상고 십 대 주선의 후계자였어?"
패자들이나 천재들이나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구천선역에 사는 무인들 대부분이 상고 십 대 주선을 몰랐다.
그러나 주선을 아는 사람이 일부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상고 십 대 주선 중 서열 사위 안에 드는 자들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진남은 붉은색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전신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전신의 선동과 단천도 그리고 적금갑옷은 한 단계 진급했다.
그의 전의도 배로 늘었다.
"싸우자!"
진남이 주먹을 날리자 전신의 형상도 같은 행동을 했다.
고서선왕과 세 번째 선왕은 신음을 흘렸다.
그들은 연신 뒤로 밀려나며 강기가 흩날렸다.
이 두 선왕과 다른 선왕들 그리고 절세의 천재들까지 심신에 충격을 입었다.
상고 십 대 주선이라 힘이 남달랐다.
"내가 오늘 상고 십 대 주선의 후계자를 만날 줄이야! 그렇지만 천선 경지일 뿐이다! 오늘 네 빛을 꺼트려주마!"
고서선왕은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의지를 최대로 모았다.
그가 풍기는 살기에 허공은 시뻘겋게 물들었다.
절세천재들은 성격이 어떻든지 막론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절대적으로 강한 힘이 아니고서는 그들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쿠쿠쿠쿵-!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강역은 문공선왕과 장고와 맞서 싸웠다.
강한 제압에 그의 몸에는 상처가 늘어나고 피가 두루마기를 적셨다.
진남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실력도 강했지만 두 패자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곧 불리한 처지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무인들은 그들의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두 천재는 커다란 산처럼 버티고 있어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의 재난이라도 그들을 흔들 수 없었다.
진남과 강역은 세 패자와 장고를 단단히 막고 있었다.
그들은 여고봉, 맹금선, 고소요, 축염이 패자로 진급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게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