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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40화 (1,040/1,498)

1039화 천재들의 연합

"맹구궁,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우리를 전부 불러왔으면 어서 용건을 말하거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본 사람들은 긴장했다.

말한 사람은 미간에 달이 새겨진 청년이었다.

청년은 보라색 장발을 기르고 두 눈은 보라색 빛을 반짝거리고 신비한 기세를 풍겼다.

그는 열네 개 무상도통 중 하나인 환도선종의 절세천재 종상(宗常)이었다.

환도선종과 구궁금선종은 줄곧 맞지 않았다.

이건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었다.

맹구궁은 안색이 변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종 도우가 말을 꺼냈으니 바로 말하겠다. 도우들은 많은 소식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구궁금선종에서 아는 것만큼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많은 패자들이 이미 원혈계를 부수고 쳐들어오려 한다."

맹구궁은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때문에 나는 우리가 연합해 금제를 부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말에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종상은 하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열 명이 넘는 구천지존이 이미 오족법성 안에 많은 수단을 설치했다. 어떤 패자들이 감히 죽으러 오겠느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의 다섯 개 종족은 이번 모임이 방해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큰 심혈을 기울였다.

맹구궁은 웃음을 잃지 않고 말했다.

"다섯 개 종족의 수단은 진짜 대단하다. 하지만 패자들도 만만치 않다. 종 도우 은밀하게 숨어있는 세력도 있다는 걸 잊지 말거라. 태고금기 등이다."

말이 끝나자 퍼엉-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선잔(仙盞)이 폭발했다.

문고족의 고풍, 고소요는 차가운 기운을 풍겼다.

문고족과 태고금기는 생사를 겨루는 원수였다.

종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말이 맞다. 하지만 고작 천선 경지 일 단계이고 도경소성을 이룬 자가 무슨 자격으로 연합하자고 하는 거냐?"

천선 경지 정상의 무인들은 속으로 감탄했다.

종상은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마음이 굳건한 맹구궁도 안색이 싸늘해졌다.

"종상, 너는 또 무슨 자격으로 내 동생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내 동생은 홍운지체이고 미래의 궁주다. 너는 뭐냐?"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고 산발을 하고 장검을 진 방랑검객 같은 청년이 맹구궁의 뒤에서 걸어왔다.

"맹금선 형님?"

"뭐? 맹금선도 왔어?"

천선 경지 정상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고풍, 축염, 고소요, 육경음, 십일소 등 절세의 천재들도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맹금선은 구궁금선종의 궁주의 아들이고 구궁금선종의 제일 절세의 천재였다.

태어날 때부터 주경이상을 일으켰고 가장 최고급 절세의 천재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평소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많은 절세의 천재들도 그저 듣기만 했다.

"맹금선, 너도 왔구나. 잘 왔다!"

종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라색 머리카락이 스스로 흩날리고 강한 기세가 풍겨 땅을 흔들었다.

"오 년 전에 너에게 졌는데, 오늘은 반드시 너를 이기겠다!"

그는 선력을 움직여 공격하려 했다.

"도우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 건 중요한 일을 의논하기 위해서다. 너는 여기서 싸우려는 거냐? 그렇다면 내가 너를 상대하겠다."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발머리 청년이 뒷짐을 지고 궁무화와 얼굴을 가린 여인과 함께 천천히 걸어왔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마치 절세의 왕자가 인간 세상에 다시 나타난 것 같았다.

"강역(江逆)?"

절세의 천재들과 천재들 등 무인들은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종상도 눈을 살짝 찌푸렸다.

강역은 극생문의 제일 절세의 천재였다.

그는 맹금선과 달리 여러 번 무상도통, 고족 세력에 나타나 혼자 절세의 천재들에게 도전했다.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강역 도우의 말이 맞다. 종상 도우 멈추거라. 나중에 패자들이 쳐들어오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이때 육경음은 말했다.

낭랑한 목소리는 마치 샘물처럼 사람들의 심금을 적셨다.

왠지 모르게 시원했다.

"육 미인과 강 도우가 다 이렇게 말하니 봐주겠다."

잠시 후, 종상은 미소를 지으며 기세를 거두었다.

"금선 도우, 구궁금선종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구나. 어디 말해보거라."

강역은 맹금선을 보며 말했다.

"가능성 있으면 나는 연합하겠다."

맹금선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대답하지 않고 고풍, 축염, 육경음 등 절세의 천재들을 바라보았다.

절반이 넘는 무인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계획을 말했다.

* * *

몇 시진 후, 성산 산속.

진남은 큰 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선의를 빨아들였다.

삼 일 전부터 그는 더는 주시하지 않았다.

올 사람은 대부분 왔기 때문이었다.

은밀하게 숨어있는 자들은 관찰할 수 없었기에 그는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응?"

진남은 무언가를 느끼고 전신선동을 움직여 바라봤다.

"강제로 금제를 부수려는 건가?"

진남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묘과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동으로 보아 이번의 공격은 앞선 몇십 번보다 더 강할 것 같았다.

* * *

같은 시각, 묘과성 안.

무인들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강한 파동에 깜짝 놀랐다.

"여러 종족의 절세의 천재들이 공격을 하려 한다."

"이번에 참여한 절세의 천재들은 서른 명이 넘는대. 천재들과 천선 경지의 정상도 매우 많대."

"이 정도로 큰 세력이면 금제를 열 수 있겠지!"

의논이 분분할 때 성안에서 사십여 개의 절세의 무지갯빛이 뿜어져 나와 구름 위로 솟아올랐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은 맹금선이었다.

"선령지체, 천하를 호령한다!"

육경음은 옷자락을 날리며 선녀처럼 선령족의 천선 경지 정상의 천재들을 몇 명 거느리고 허공에 나타났다.

이마 중간에 새겨진 '선' 자에서 눈부신 빛을 뿜으며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순식간에 천지의 힘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와 맹금선 등에게 주입되었다.

그들은 기세가 부쩍 강해졌다.

"넓은 성동, 만법을 부숴라!"

"천지뇌동, 질(疾)!"

십일소는 성공족과 뇌동족의 천선 경지의 정상의 천재들을 거느리고 동시에 동술을 움직였다.

매우 방대한 동력이 폭발해 금제 위에 떨어졌다.

잠시 후, 금제의 가운데에 성진부호가 나타났다.

"건(乾)!"

맹금선의 등 뒤의 고검에서 윙윙 하고 소리가 나고 손에 법인이 나타났다.

"곤(坤)!"

"진(震)!"

"손(巽)!"

절세의 천재인 효례기, 무제, 영심설이 뒤를 따랐다.

"감(坎)!"

"이(離)!"

"간(艮)!"

"태(兌)!"

나머지 절세의 천재들, 천재들, 천선 경지 정상의 무인들도 연달아 법인을 만들었다.

그들에게서 도광과 선광이 솟아올랐다.

웅-!

방원 몇만 리의 허공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흰색 진문과 검은색 진문이 사십여 명을 중심으로 얼기설기 엉켰다.

사방에 매우 위엄 있는 형상들이 나타났다.

맹금선은 기세가 마치 절세의 선검처럼 하늘을 찔렀다.

순식간에 몇천 개의 법인을 만들었다.

눈동자도 흑백 두 가지 색으로 변했다.

"선천팔괘도존진(先天八卦屠尊陣)!"

맹금선이 손으로 내리치자 대진에서 강한 힘이 폭발했다.

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성진부호를 내리쳤다.

쿠쿠쿠쿵-!

사방에서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천지가 끊임없이 흔들리고 강풍이 휘몰아쳤다.

산처럼 꿈쩍 않던 금제가 처음으로 크게 흔들렸다.

성진부호가 나타난 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이 가기 시작했다, 부서질 것 같다!"

"진짜 강한 대진이다. 구궁금선종에서 이렇게 강한 수단을 준비하다니!"

묘과성 안의 무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었다.

"아직 멀었다. 이 정도의 힘으로는 금제를 부술 수 없다."

강한 존재들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진짜 이렇게 쉽다면 진작에 연합해 금제를 부쉈을 것이었다.

"분양진(焚陽陣)!"

"신황선국(神皇仙國)!"

"구궁화삼청(九宮化三?)!"

형상들이 허공에 나타나 서른여 개의 대진을 이루었다.

대진에서 뿜어져 나온 방대한 힘은 여러 가지 놀라운 빛으로 변해 연이어 공격했다.

축염이 이끄는 분멸족, 조용한 공동족 그리고 대효족, 대재족, 검왕족 등 고족들과 삼청고교, 천허조교 등 세력들이었다.

"지옥문이 열려라, 오방염라(五方閻羅)!"

고풍과 고소요와 문고족의 무인들이 움직였다.

둘이 손바닥을 아래로 누르자 시커먼 지옥문과 오래된 진법이 동시에 나타나 빛을 반짝거렸다.

이어 상고에 명성이 자자한 귀장들과 상고시대에 경지가 대단했던 무인들이 천지에 나타나 상고 선술을 드러냈다.

"인마일검(人魔一劍)!"

"영롱생사기(玲瓏生死棋)!"

뿐만 아니라 궁무화, 종상 등등 절세의 천재들은 방대한 기세를 폭발했다.

진법들 앞에서도 여전히 눈부셨다.

그들은 무상의 살술들을 드러내거나 동시에 몇 개의 상고 도기들을 움직였다.

금제는 이렇게 많은 공격을 받고 끼익 끼익 끼익하는 소리를 냈다.

다른 곳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

무인들은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이번 연합이 이렇게 강할 줄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성산 안의 진남도 깜짝 놀랐다.

그는 가장 가까이에 있었기에 크게 느꼈다.

여러 가지 선술과 진법의 의지들이 금제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도무존(道無存)."

줄곧 꼼짝하지 않던 강역이 나타났다.

손에 쥔 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주위에 풍화뢰전 등등 이상이 연이어 나타나고 기세들이 한데 모였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많은 대진을 누르고 시선을 끌었다.

"일검만고공!"

강역이 검을 휘두르자 하늘이 어두워졌다.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금제는 소리와 함께 부서져 산산조각 났다.

조각들은 수정처럼 반짝거렸다.

마치 성하가 펼쳐진 것 같았다.

"금제가 부서졌다!"

"진짜 부서졌다!"

"이것이……. 이것이 바로 극생문 제일진전의 힘인가?"

성안의 무인들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이제야 큰 세력, 무상도통에서 제일이라고 불리는 절세의 천재가 얼마나 강한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검이 진짜 강하구나!"

진남의 눈속의 흰색 불꽃도 크게 타올랐다.

검의 위력과 기세에 그의 전혈은 들끓을 징조가 보였다.

하지만 위기일발의 순간에 절세의 천재들이 성산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하늘에 걸려있던 오륜자월에서 청색을 띤 달빛이 폭발했다.

빛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커다란 성산을 비추었다.

슉-! 슉-! 슉-!

곧 사라질 것 같던 수정 조각들은 순식간에 한데 모여 금제를 회복했다.

금제는 짙은 음기가 풍겼다.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부, 부서지지 않았어?"

무인들은 어리둥절했다.

'이렇게 큰 세력과 강한 공격도 금제를 부술 수 없다고?'

"사방이 혼란스럽다. 청련, 나타나거라!"

강역은 안색이 변하지 않고 다시 공격을 펼쳤다.

몇만 개의 검기가 사방에 가득 차고 상고의 청련들이 연달아 앞으로 날아갔다.

맹금선이 무인들을 거느리고 드러낸 선천팔괘도존진, 성공족과 뇌동족의 동술 그리고 농염족 등등 고족과 세력들이 드러낸 진법이 다시 움직이며 신위를 풍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제가 크게 흔들리고 금이 갔을 뿐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금제는 진짜 강하구나!"

"미리 부술 것 같지 못하다. 부수려면 정상 등급의 패자들이 와야 될 것 같다."

성안의 무인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도우."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금제와 멀지 않은 허공에 한 형상이 나타났다.

형상은 깨끗한 흰색 두루마기를 입었다.

강풍이 휘몰아쳤지만 검은 머리카락은 한 개도 날리지 않았다.

그는 기세가 강역처럼 강하지 않았지만, 시선을 끌었다.

마치 혼탁한 천지에 깨끗한 옥돌이 나타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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