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3화 흐뭇하게 보다
"인간, 죽어라!"
흉수들은 화가 나서 발을 휘두르고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
그들은 상고요술을 펼치며 진남을 공격했다.
진남은 고개를 흔들더니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쿠쿠쿵-!
산골짜기에서 대전이 벌어졌다.
잠시 후, 진남은 칼 한 자루를 들고 압도적인 기세로 이십여 마리의 요수들을 이겼다.
화가 잔뜩 나서 살기가 가득하던 흉수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우우우 거리며 신음했다.
그들은 오만한 요수들이었다.
그러나 진남의 실력이 너무 대단해서 그들은 기가 죽었다.
"선마도세를 하고 금색 문으로 나가서 여기로 들어오려는 무인이 있으면 막거라. 부득이한 경우에는 죽여도 된다."
진남은 그들을 다 굴복시키고 시선을 파란색 바위에 돌렸다.
보물지는 이미 찾았으니 이제부터 묘과건수의 종자를 키우는 일이 중요했다.
"진남, 내가 선력을 주입해서 선월궐구를 움직일게. 너는 법인을 펼치거라. 이 종자는 본원이 상처를 입었다. 그러니 다 자랄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정신을 팔면 안 된다."
명망은 진지하게 당부했다.
그는 보천정에서 나와 발을 휘둘렀다.
방대한 요력이 용처럼 보라색 돌로 날아들어 갔다.
진남은 묘과건수의 종자를 꺼내 바위에서 반 장 떨어진 땅에 심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여 주령인을 만들었다.
검은 종자에서 빛이 돌았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종자는 현재 상황을 아는지 엄청난 흡입력으로 방대한 선의를 빨아들였다.
종자가 선력을 빨아들이는 속도는 전신의 혼보다 훨씬 빨랐다.
선령족이 와서 무령인을 펼친다고 해도 종자의 이런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주령인은 달랐다.
상고 십 대 주선이 선역에서 활동하던 시대에 주선제구인이 화난 김에 큰 대가를 치르고 선령족의 신비한 성지에 숨어들어 가져온 법인이었다.
주령인은 선령족의 가장 큰 비밀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어느덧 세 시진이 지났다.
빛을 뿜던 종자는 갑자기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종자의 겉에 있던 검은색이 벌어지고 벗겨졌다.
그 사이로 초록색 새싹이 머리를 내밀고 위로 자랐다.
둥-!
어둠 속에서 커다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골짜기에 신비하고 순수한 도의가 많아졌다.
사극경지에 오래 머무른 무인들이 이곳에서 수련을 하면 도경초규에 이를 가능성이 컸다.
다른 곳보다 이할 정도의 가능성이 더 있었다.
"이제 겨우 새싹이 돋았는데 이 정도 도의라니 묘과건수의 종자는 역시 절세삼도구나."
진남은 감탄했다.
그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새싹의 기운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진남은 깜짝 놀라서 법인을 거두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중간 지역에 있던 무인들은 깊은 곳에 도착했다.
그들은 굶주린 늑대처럼 사방을 훑었다.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죽는 사람이 있고 일어서는 사람이 있었다.
* * *
또, 여덟 시진이 지났다.
신비한 산골짜기에서 주령인과 방대한 선의의 도움 하에 새싹은 쭉쭉 자랐다.
어느덧 열 장이 되고 잎이 무성하며 현묘하고 순수한 기운을 가진 나무로 자랐다.
또, 나무가 뿜어내는 기운 원고의 절세선검처럼 느껴졌다.
선월궐구라는 파란색 바위도 기가 눌렸다.
산골짜기에는 짙고 순수한 도의가 가득했고 땅 위에는 옅은 도광이 씌었다.
이제는 이곳에서 반년에서 일 년 정도 수련하면 도경초규가 아니라 도경소성도 이룰 수 있었다.
진남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표정이 무겁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돋았다.
하루 내내 법인을 펼치느라 그는 힘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묘과건수가 임계점까지 자란 느낌이 들었다.
"거의 다 됐다!"
한 시진 후, 진남은 외쳤다.
주의력을 집중하던 명망은 바로 발을 휘둘러 만들어놓은 금제들을 없앴다.
파란색 바위는 자유를 얻자 웅 소리를 내며 방대한 선력을 한꺼번에 뿜었다.
선의는 홍수처럼 쏟아져 묘과건수에 흘러들었다.
쿵-!
나무의 가지와 잎이 빠른 속도로 자라며 강기를 사방으로 뿜었다.
진남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버티면서 계속 법인을 펼쳤다.
이런 상태로 반 시진이 더 지나서야 끝이 났다.
산골짜기는 잠잠해졌다.
묘과건수는 서른 장 높이로 컸고 나뭇잎과 가지 등은 투명하게 변했다.
한입 물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만들었다.
진남과 명망은 꼭대기의 나뭇가지에 청색 꽃봉오리가 맺힌 것을 발견했다.
"허허, 훌륭해. 네 법인은 보통 강한 게 아니다. 이대로라면 열흘 후에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겠다. 두 알, 아니 세 알이 열릴 수도 있다."
명망은 흥분했다.
진남도 기뻤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선력을 회복했다.
"참, 진남."
명망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월궐구의 선력이 이미 대부분 흡수되었다. 남은 선력은 부족할 거다. 새로운 절세 보물지를 찾아야 한다. 선월궐구보다 더 강한 곳으로 말이다. 아니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해."
진남은 눈을 번쩍 뜨고 물었다.
"그럼 묘과건수는 어떻게 합니까?"
묘과건수가 문제없이 자라게 하려면 그의 주령인이 필요했다.
명망은 말했다.
"그건 문제없다. 묘과건수는 이미 다 자랐기에 네가 하루 정도 자리를 비운다고 해도 괜찮다. 내가 여기에 남아서 나무가 계속 선력을 흡수하게 하면 된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선력을 회복했다.
선력이 정상으로 회복되고 정신도 맑아지자 그는 명망에게 인사를 하고 신비한 골짜기에서 벗어났다.
스물여덟 마리의 흉수들은 하루 동안 최선을 다했다.
금색 문이 아니라 방원 만 리에 가까이 오는 무인들도 전부 쫓아냈다.
"잘했다. 나중에 너희들도 이곳에서 수련을 하거라."
진남은 살짝 웃고 동남쪽으로 계속 날아갔다.
깊은 곳에서 싸움이 점점 많이 일어났다.
진남은 잠깐 날아가는 동안 여러 싸움을 목격했다.
천선 경지 정상급의 기운도 사라지지 않았다.
"절세보물지 찾기가 참 힘들구나."
반 시진을 날아다닌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이 선월궐구를 만난 것은 운이었다.
무작정 날아다니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진남은 제자리에서 생각하더니 주변을 살폈다.
그는 서북쪽 하늘에 선광과 이상이 번쩍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방향을 바꾸어 그쪽으로 날아갔다.
거의 접근했을 때 그는 걸음을 멈추고 커다란 나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 시진 동안 많은 무인들이 그의 머리 위로 지나가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섯 번째 사람들이 지나갈 때 진남은 길을 막았다.
"감히 우리 길을 막느냐?"
다섯 청년과 한 여인이었다.
그들은 다른 무인들과 다른 기운을 풍겼는데 고족이었다.
"깊은 곳에 다른 곳과 다른 지역이나 혹은 많은 무인들이 갈 만한 곳이 있느냐?"
진남은 무덤덤하게 물으며 손가락으로 도의를 튕겨 허공을 베었다.
다섯 사람은 깜짝 놀랐다.
방금 도의는 엄청나게 포악했는데 그들을 베었다면 저항할 수도 없을 것이었다.
"선배님, 우리도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저쪽에 무슨 다리가 나타났다는데 우리 종문의 최고의 강자들이 거의 그쪽으로 갔습니다……."
앞장 선 청년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네 말에 거짓이 없다고 선마도세를 하거라."
진남의 말에 청년은 그대로 따랐다.
진남은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청년이 알려준 쪽으로 날아갔다.
"이 다리인가?"
잠시 후, 진남은 속도를 늦추었다.
먼 곳의 수림 속에 옅은 금색의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는 허공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상한 것은 다리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진남은 자세히 관찰하고 비밀을 발견했다.
그는 보답천하를 펼쳐 다리의 부동한 방향을 밟으며 끝에 도착했다.
어떤 힘이 내려와 진남을 감쌌다.
진남은 다른 공간에서 나타났다.
"응?"
진남은 주변을 살폈다.
그는 옅은 붉은색의 초원에 와 있었다.
위쪽은 어두컴컴해서 보라색 달이 보이지 않았다.
초원의 동서남북에는 세 개의 낡은 유적들이 있고 구리 문, 요수의 조각상 그리고 고목 등이 스무 개 있었다.
낡은 부채 앞에는 검과 깃발이 있었고 다른 것들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또, 초원에는 몇백 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고족의 사람들과 무상도통의 사람들 그리고 소속이 없는 무인들이었다.
진남이 살펴보니 그들은 대부분 천선 경지 팔 단계 전후였다.
열다섯 명의 무인들은 법인을 만들고 최강의 선술을 사용하며 싸웠다.
"휴, 좋은 기회를 놓쳤다."
"저자의 싸움 실력은 별로야. 하지만 도기가 많아."
주변의 무인들은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며 가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도우, 이게 무슨 상황이냐?"
진남은 가까운 곳에 있는 무인에게 질문했다.
무인은 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이었는데 얼굴이 하얗고 도련님 분위기가 났다.
진남의 물음에 청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아직 모르는구나? 다섯 개의 보라색 달이 나타난 뒤에 하늘에 이곳 지도가 나타났다. 지도를 보면 이곳에 열두 개의 기연과 전승이 있다고 해서 우리도 달려온 거다."
청년은 갑자기 물었다.
"도우는 천선 경지 칠 단계에 도달했느냐? 안 되었다면 쫓겨난다."
"나는 천선 경지 칠 단계다. 도우, 걱정하지 말거라"
진남은 또 물었다.
"열두 개의 기연과 전승이 앞에 있는데 왜 안 들어가느냐?"
청년은 뿌연 하늘을 가리키며 탄식했다.
"달빛이 뿌려지고 하늘이 맑아져야 열두 개 상이 깨어난다. 그때 들어가야 해. 지금 억지로 들어가면 죽는다. 나는 이제 여기서 여섯 시진이나 기다렸다."
진남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전신의 선동으로 하늘을 살폈다.
하늘에는 기이한 힘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달빛이 비치고 하늘이 맑아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어? 너는 동술이 강한 것 같구나. 잠시 후에 우리 연합하면 어떻느냐? 우리 쪽에는 이미……."
청년은 신이 나서 말했다.
"상우, 또 사람을 끌어들이느냐? 얌전히 있거라!"
표정이 차가운 청년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는 진남을 대충 훑어봤다.
상우라는 청년은 어색한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전음했다.
진남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무인들은 싸움에 집중했다.
진남이 기운을 드러내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흐뭇하게 보며 구석에 서 있었다.
무인들이 계속 모여들었는데 그중엔 천선 경지 정상급도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강한 기운을 풍겨 진남의 시선을 끌었다.
구천선역에는 절세천재들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 천재들은 많았는데 대부분이 도경소성을 이루었다.
그들은 곧 절세천재가 될 자들이라 실력이 대단했다.
하늘은 반 시진이 지나자 반응을 보였다.
뿌연 기운이 스스로 사라지고 다른 기운이 흩어지며 초원에 바람이 불었다.
"거의 다 왔어!"
무인들은 정신을 집중하고 하늘을 살폈다.
싸우던 자들도 멈추었다.
슉-!
잠시 후, 도광이 번쩍이는 것 같더니 뿌연 하늘이 반으로 갈리고 세 개의 기이한 보라색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비한 골짜기와 마찬가지로 달빛은 쏟아지더니 요수상을 먼저 비추고 다시 구리 문을 비추었다.
그 뒤로 다른 것들도 순서대로 비추었다.
스무 개의 기이한 물건들은 달빛을 받고 진동하더니 눈부신 선광을 뿜으며 이상으로 변했다.
요수가 포효하고 검을 든 형상이 나타났으며 재난의 형상 등도 나타났다.
이런 이상들은 기이한 보물의 기연과 전승을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가리켰다.
경험이 풍부한 자들은 이상으로 어떤 곳이 절세보물지인지 절세살지인지 판단했다.
"우리는 이쪽으로 가자."
"하하하, 저쪽에 검법 전승이 있을 거다!"
무인들은 흥분해서 너도나도 외쳤다.
이때, 열두 개의 기이한 보물들 중 낡은 모양의 산에서 눈부신 달빛이 폭발했다.
그 빛은 다른 이상들을 전부 제압했다.
먼 곳에서 전해지는 상고의 기운이 초원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