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2화 나 대신 지켜라
"명망, 더 말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 달 동안 저만의 길을 걸었습니다. 만약 절세천재들을 만나지 못한다면 열몇 개의 천지묘과가 있다고 해도 제가 원하는 경지에 이를 수 없습니다."
진남은 이미 도법의 나무를 만들었다.
도법의 나무는 아직 초기 단계였다.
그는 다른 무상도통의 문도법을 완전하게 익혀야 원만을 이룰 수 있었다.
문도법을 얻으려면 두 가지 길이 있었다.
하나는 무상도통의 절세천재들을 무주궁도에 가두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패자가 되고 암암리에 절세천재들과 패자들을 쫓아다니며 일일이 굴복시켜야 했다.
첫 번째 방법은 불가능했다.
구천선역에 큰 무예 시합이 없으니 무상도통의 절세천재들이 절대 한자리에 모일 리 없었다.
그리고 진남이 천지묘과에 관한 소식을 퍼뜨려도 모든 무상도통의 천재들이 모여들 수 없었다.
만약 천지묘과를 몰래 키우고, 암암리에 무주궁도로 천재들을 가둔다면 그게 가장 이상적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시간도 많이 들고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천재들을 만나고 겨뤄보고 싶었다.
그러면 다른 세력의 절세천재를 굴복시키고 문도법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한 번에 열두 개의 문도법도 익힐 수 있는데 열세 개, 열네 개도 안 될 게 없잖아?'
암암리에 하나씩 진압하는 것은 진남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남은 커다란 싸움을 거치면서 실력을 키우고 싶었다.
"진남, 나는 잘 알고 있다. 너는 이렇게 하지 않아도 다른 방법으로 너만의 무도를 만들 수 있다."
명망은 차갑게 웃었다.
"너를 과대평가하지 말고 천재들을 과소평가하지도 말거라. 상고 십 대 주선만 봐도 그렇다. 주선제삼인, 제이인, 제일인의 후계자도 있을 수 있지 않느냐?"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더 강한 절세천재를 만난다면 저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명망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주선제오인의 후계자의 생각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이미 말릴 만큼 말렸다. 알아서 하거라."
명망은 눈을 흘기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리고 나도 종자 하나를 가져야겠다. 남은 것들은 네 마음대로 하거라."
그는 전성기 때도 도경원만을 이루지 못했다.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명망은 그제야 표정이 누그러졌다.
진남은 행동이 거침없었지만 대범했다.
"먼저 법인으로 종자를 빨리 자라게 해보거라."
명망은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무통을 꺼내 법인을 만들었다.
짧은 시간에 종자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게 해야 했다.
잠시 후, 종자에서 뿜어지던 빛이 점점 눈부셨다.
딸각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현묘한 기운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잠깐, 잠깐, 멈춰봐. 계속하다가 이변이라도 일어날 것 같다."
명망은 얼른 제지했다.
동시에 그는 감탄했다.
"이걸 남긴 자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위력이 무령인보다 더 강한 것 같구나."
무령인은 선령족만이 가진 특별한 법인이었다.
그것을 장악한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한편, 진남은 고민에 빠졌다.
'신비한 노인은 선령족의 사람일까?'
"가자. 법인만으로 안 되겠다. 종자를 자라게 하려면 순수한 선의가 엄청 많이 필요하다. 우리 두세 개의 절세 보물지를 찾아야 된다."
명망은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니 더 깊은 곳으로 가자."
진남은 바로 빛으로 변해 날아갔다.
패자가 되는 일은 잠시 제쳐둬야 했다.
원혈지계는 소세계처럼 땅이 넓었다.
진남는 쉬지 않고 여섯 시진을 날았다.
그는 무인들의 싸움을 피하고 기우가 있는 곳을 지나 많은 살기들을 없애고서야 깊은 곳 변두리에 도착했다.
진남은 무성한 수림을 향해 걸어가면서 선동으로 주변을 살폈다.
"이곳이 좋구나. 우선 이곳에서 쉬자."
진남은 한 산골짜기에서 주변을 살펴보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했다.
원혈지계의 지도가 없으니 보물지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목적 없이 찾아다니면 시간만 낭비였다.
그래서 그는 아예 얌전히 기다리다가 백남지화가 힘을 발휘하고 이곳의 깊은 곳에 영향을 주기를 기다렸다.
* * *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원혈지계는 평소와 같이 수많은 싸움이 벌어졌다.
진남보다 먼저 들어왔던 세 절세천재들은 파죽지세로 적들을 격파하고 기연을 얻었다.
이때, 진남은 무언가 느끼고 눈을 번쩍 떴다.
"곧, 올 것 같습니다."
보천정에 있던 명망도 얼른 고개를 들었다.
쿵-!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눈부신 선광이 무상의 검을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허공이 찢어지고 사방이 진동했다.
크라아아-!
엄청난 짐승 포효가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방대한 요수의 형상이 하늘로 솟구쳤다.
짐승 발이 하늘을 때렸다.
마치 대도를 부수려는 것 같았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원혈지계의 깊은 곳은 끓는 물처럼 이상이 끊임없었다.
원혈지계의 변두리와 가운데에서 전승들이 연거푸 나타났다.
"저건……."
명망이 눈을 번쩍 떴다.
하늘에 있던 다섯 개의 달이 어느새 기이한 보라색으로 변해 빛을 뿜었다.
천지 사이의 선의가 몇 배로 늘어나고 수많은 강풍이 원혈지계의 깊은 곳, 중간 지역, 변두리에서 생겨나 사방을 휩쓸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달들이 왜 색이 변한 거야?"
"빨리 봐봐, 유적이 나타났어."
"원혈지계의 깊은 곳에 대이변이 벌어진 것 같아. 얼른 가보자!"
커다란 원혈지계에 있던 수많은 무인들의 마음이 흔들렸다.
원혈지계에서 계속 이변들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빛으로 변해 원혈지계의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천선 경지에 이른 무인들은 수많은 일들을 겪었고 경험도 있었다.
원혈지계가 이렇게 변한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깊은 곳에 엄청난 보물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깊은 곳에서 엄청난 보물을 얻지 못해도 전승이나 기연 등이 변두리보다 훨씬 강했다.
* * *
깊은 곳의 변두리.
명망은 감정을 추스르고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우리는 두세 개의 절세 보물지만 찾으면 된다. 이렇게 요란하게 움직이면 많은 무인들이 몰려들 거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조절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명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하늘의 다섯 개 보라색 달은 상고대진일 거다. 땅에 있는 여섯 개의 기연을 가진 보물지와 대응된다. 지금은 비밀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동남쪽으로 날아가면 큰 수확이 있을 것 같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동남쪽으로 날아갔다.
원혈지계의 깊은 곳에 원고의 유적이나 전승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깊은 곳에 무인들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진남은 훨씬 수월했다.
"이곳은 분명 원고의 전승이다. 별로 볼 것도 없고 묘과건수의 종자에 아무런 작용도 하지 못한다. 앞으로 더 갈 필요도 없다. 내 경험에 의하면 앞에는 절세살지이다. 전문 무인들을 죽인다. 이곳의 선의는 조금 모자라다. 좀 더 찾아보자."
둘은 선광 이상이 있는 곳을 일일이 둘러봤다.
수많은 전승과 기연들이 그들 앞에 나타났지만 하나도 가져가지 않았다.
명망은 보물지에 대한 요구가 엄청 높았다.
순수한 선의가 그 어느 선복도지보다도 강해야 했다.
시간은 흘러 진남과 명망은 어느덧 깊은 곳에 왔다.
진남은 속도를 늦추었다.
그들은 아까처럼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이곳의 살기와 금제의 힘은 진남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저건……."
잠시 후,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고목들 사이에 있는 금색 문을 발견했다.
흐릿하게 보이는 문은 언제든지 사라질 것 같았다.
진남은 바로 날아가지 않고 전신의 선동으로 살폈다.
역시 고목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금색 문도 없었다.
"보아하니, 평범하지 않은 곳이로구나."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발끝을 차고 문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그들은 신비한 골짜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의가 엄청 짙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자세히 느끼기 시작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조금 부족했다.
"진남, 앞에 있는 안개를 보거라."
명망은 의아해서 말했다.
진남은 그제야 산골짜기를 살폈다.
골짜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주변의 산은 구름까지 솟구쳤다.
또, 신비한 힘에 덮여있었다.
금빛 문을 제외하고 그들은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산골짜기 앞쪽에는 흰 안개가 덮여있었는데 묘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전신의 선동으로 살펴봐도 고작 몇십 장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남은 흥미가 생겨 천천히 다가갔다.
골짜기는 조용해서 자신의 숨소리도 잘 들렸다.
안개 속에 들어서도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진남은 주변을 살폈다.
양쪽 산에는 엄청 크고 시커먼 동굴이 있었다.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
곧 안개의 끝에 이르렀다.
평평하고 아무것도 없는 대지가 나타났다.
땅 위에는 높이가 이십 장이 되는 반달 모양의 하늘색 바위가 있었다.
바위에는 혼돈스러운 빛이 깜박거렸다.
"어? 설마 선월궐구(仙月闕口)야?"
명망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월궐구는 뭡니까?"
진남은 바로 물었다.
동력으로도 이 바위의 비범한 곳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바위가 평범하게 느껴졌다.
"허허, 너는 운이 참 좋구나. 내가 하늘에 있는 다섯 개의 보라색 달이 여섯 개의 절세 보물지를 가리킨다고 했잖아? 선월궐구가 바로 그중 하나다."
명망은 흥분했다.
"선력을 주입해보거라."
말을 들은 진남은 망설이지도 않고 손가락을 튕겨 선력을 주입했다.
웅-!
파란색 바위는 마치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무형의 힘이 흩어져 신비한 산골짜기에 강풍이 불었다.
산골짜기 위를 덮고 있던 하늘과 구름이 갑자기 사라졌다.
대신 보라색 달이 나타났다.
이상한 것은 보라색 달이 뿜는 빛은 다른 곳은 비추지 않고 오직 파란색 바위에 떨어졌다.
쿵-!
엄청난 선의가 파도처럼 바위에서 뿜어졌다.
기세만으로 엄청났다.
"이 선의는……."
진남은 깜짝 놀랐다.
선의는 어떤 선복도지보다 강했다.
또, 선의들마다 다른 의지를 가지고 있어 무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하하하, 선월궐구의 선의만으로도 묘과건수 종자가 자라는 것을 버틸 수 있겠다. 심지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도 있어!"
명망은 신나서 활짝 웃었다.
이때, 스물여덟 개의 엄청난 기운이 검은색 동굴에서 폭발하더니 요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인간! 무엄하다! 복지는 너희들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죽어라!"
천둥 같은 호통이 동굴에서 울려 퍼졌다.
몸집이 크고 두꺼운 갑옷을 입었으며 두 눈이 시뻘겋고 흉악한 이빨을 가진 흉수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살기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흉수는 대부분 천선 경지 팔, 구 단계였다.
천선 경지 오 단계가 되는 흉수가 다섯 마리였다.
"흥, 내가 있는데 네 놈들이 건방을 떨어?"
명망은 바로 공격하려고 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진남은 그를 말리고 혼자 스무 마리의 흉수들을 상대하려고 했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나는 여기서 큰일을 하려고 한다. 너희들이 나 대신 이곳을 지켜주면 죽이지는 않으마. 어떠냐?"
이십여 마리의 흉수들은 깜짝 놀랐다.
곧 산산조각이 날 무인이 그들을 굴복시키겠다니 기가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