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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28화 (1,028/1,498)

1027화 아무도 간 적이 없는 길

"종주께서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아시고 네가 여러 세력에게 쫓기는 것을 걱정하셨다. 그래서 너를 데려오라고 우리를 보낸 거다."

황뢰지존은 웃으며 말했다.

"네 녀석 꽤 대단하구나. 우리가 천선 경지를 데리러 온 건 처음이다."

진남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궁우태황종과 그리 깊은 정을 나눈 게 아니었다.

그러나 목적은 잘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진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게 느껴졌다.

백발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왕 온 김에 우리도 들어가 보자. 우리가 진법도 좀 만들어놓으마. 그럼 대부분의 무인들도 막을 수 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안내했다.

황뢰지존과 백발노인은 선복도지 안에 들어서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곧 폭발할 것 같은 대진들을 발견한 그들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턱 막혔다.

'이게 천선 경지 무인이 가질 수 있는 선복도지인가? 금방 구천지존이 된 자도 이 정도의 대진들을 만들기 어렵다.'

"너는 참 사람을 놀라게 하는구나. 너를 걱정할 게 아니라 다른 세력의 사람들을 걱정해야 하는 게 맞겠다."

횡뢰지존은 기가 찼다.

"허허, 운이 좋아서 얻은 것뿐입니다."

진남은 살짝 부끄러웠다.

"됐다. 그럼, 이제 너는 우리를 따라가겠느냐? 아니면……."

황뢰지존은 미간을 찌푸렸다.

육합금구의 싸움에 주경거물들도 이미 참여했다.

그는 진남이 이곳에 더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대진이 진남을 지켜주니 있어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선배님들, 저는 이제 천선 경지 오 단계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저는 이곳에서 폐관수련을 하여 천산 경지 정상급에 이르고 다시 패자의 경지를 돌파하겠습니다."

진남은 진지하게 말했다.

"패자의 경지를 돌파하겠다고?"

황뢰지존과 백발노인은 서로 마주 보면서 한참 동안 고민했다.

잠시 후, 황뢰지존이 입을 열었다.

"그것도 좋겠다. 구천선역에는 패자의 경지를 돌파할 수 있는 곳이 여럿 있다. 우리 소선역에도 있다. 이 옥간을 가지고 있다가 네가 천선 정상급이 되면 다시 선택하거라."

인선 경지, 패자, 구천지존 그 위의 주경거물까지 모두 커다란 경지였다.

이 경지들을 돌파하려면 선력과 영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패자는 적어도 천선 정상급 경지가 되어야 하고 무도사극이어야 하며 보이지 않는 족쇄를 부숴야 했다.

진남은 눈앞이 환해졌다.

그는 옥간을 받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두 구천지존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배웅했다.

수피화권의 진짜 신분, 상고제일체이고 만법불침성체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너, 인기가 장난이 아니구나. 조금 전까지 주경거물 세 명과 담소를 나누고 지금은 구천지존들이 먼 길을 마다하고 달려와 너를 보호해주는구나."

보천정에 있던 명망은 비아냥거렸다.

진남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비꼬지 마십시오. 그런 것들은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다시 볼지 모르지만 결국 의미가 없습니다. 스스로 실력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합니다."

진남은 눈빛이 날카롭게 빛이 났다.

그는 날아서 무범지지의 깊은 곳에 들어섰다.

이제 폐관수련을 할 시간이었다.

진남은 구천선역에 온 이후 폐관수련을 한 적이 없었다.

무도를 수련하는 길이 싸우고 죽이는 것과 천재지보를 연화하여 경지를 높이는 것만 있다고 하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었다.

진남은 기초실력이 좋았다.

또, 도기가 잘렸는데 다시 만들기도 했다.

그에게 아직까지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혼탁한 숨을 내뱉었다.

전신의 혼이 모습을 드러내고 사방의 순수한 선의를 전부 흡수했다.

마음을 움직이자 몸 안에 깊숙이 숨어있던 구색 도광이 활짝 피었다.

아홉 개의 색깔이 밖으로 갈수록 점점 옅어지더니 칠색이 되었다.

가장자리에 이르니 빛은 세 가지 색밖에 남지 않았다.

"문도법, 움직여라!"

진남은 고함을 질렀다.

전도선전, 궁우태황진경 그리고 나머지 열몇 개의 문도법이 전부 움직였다.

서로 다른 도의들이 번졌는데 강한 것도 있고 약한 것도 있었다.

진남이 천선이 될 때 열두 개의 문도법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이 되었다.

진남은 이게 도광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평범한 무인들의 도광은 문도법에 힘을 실어줘서 더 강하게 만들었다.

또, 살상력도 가지고 있어 형태를 갖추지 않은 것들에 대해 효과를 발휘했다.

진남 같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좋은 일인지 아닌지 진남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기회일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진남이 가진 힘은 혼잡스러웠다.

화도선염선력도 있고 구색도광을 핵심으로 하는 칠색 도광이 있으며 여러 문도법도 있었다.

도광과 여러 문도법을 잘 정리하고 합칠 수 있다면 진남의 실력은 또 다른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팔요마왕과 원적 등은 무명묘비, 팔령고묘 등 지보들을 성공적으로 다스리고 깨어났다.

그들은 진남이 폐관 중인 것을 확인하고 깨우지 않았다.

그들은 능람람에게 당부하고 무범지지를 떠났다.

팔요마왕과 원적은 진남의 곁에 있는 것도 좋지만 줄곧 따라다닐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길은 스스로 가는 게 맞았다.

그들이 만날 시간은 많았다.

* * *

육함금구에서 벌어진 구천선역을 뒤흔든 싸움이 드디어 끝이 났다.

태고금기가 보낸 자들이 전부 죽고, 제왕고도, 만중선루, 극생문, 보제고찰종, 농염종, 무액족 등 구 대 세력이 물러갔다.

수많은 무인들과 세력들은 감탄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수피화권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제팔 소선역에서 열네 번째 무상도통을 만들고 이름을 참창종(斬蒼宗)이라고 했다.

종지는 두 개의 소세계로 이루어졌는데 스물한 개의 선복도지를 가지고 있었다.

수피화권은 인선 경지거나 그 이상인 무인들이 참창종에 가입하면 첫 번째 외문제자가 될 수 있다고 구천선역에 선포했다.

많은 무인들이 소식을 듣고 그곳에 몰려들었다.

진남은 어느새 천선 경지 칠 단계가 되었다.

한 달 동안 진남은 구색 도광이 열두 개의 보이지 않는 실을 열두 개의 문도법에 각각 주입한 것을 발견했다.

진남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또, 보름이 지났다.

진남의 경지는 천선 경지 팔 단계가 되었다.

진남은 실력이 느는 것보다 구색 도광과 열두 개의 문도법에 정력을 집중했다.

도의가 그의 몸에서 물처럼 흘렀다.

도의는 진남의 주변을 세 장 이상 벗어나지 않고 흩어지지도 않았다.

웅-!

이때, 진동이 느껴졌다.

구색 도광은 배로 커지고 다른 도광들도 색채가 더 선명해졌다.

변두리의 도광들도 더 짙고 밝은 칠색으로 변했다.

진남의 도의는 세 배로 늘었다.

진남은 이제 도경대성을 이루었다.

"기회다!"

진남의 두 눈에 흰색 불꽃이 튀었다.

그는 정신을 구색 도광에 전부 집중했다.

"구색 도광이 열두 개의 문도법과 연결되어 있다. 그럼, 우선 열두 개의 문도법을 합치자. 그리고 구색 도광을 중심으로 하나로 만드는 거야. 무조 경지일 때 생겨난 무조의 나무가 좋았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누구도 수련한 적이 없는 도법(道法)의 나무를 만들어야겠다."

진남은 의지를 모아 문도법을 최고로 움직였다.

특히, 전도선전과 궁우태황경의 도의들은 다른 문도법보다 훨씬 훌륭했다.

"지난번에 마의는 양대 문도법의 의지를 중화시켰다. 그럼 그것들로 나무줄기를 만들자, 그리고 도광은 나무뿌리가 되어라!"

진남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충격적인 장면이 벌어졌다.

진남의 구색 도광은 스스로 펼쳐지며 나무뿌리 모양으로 변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으로 전도선전, 궁우태황경의 도의를 잡아당겨 나무줄기가 되었다.

쿠쿠쿠쿵-!

진남의 몸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강렬한 도의들이 강풍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뭐 하는 거지?"

폐관수련 중이던 명망은 놀라서 깨어났다.

"이건……?"

명망은 자세히 살펴보더니 욕설을 퍼부었다.

"이렇게나 많은 문도법을 배웠어? 근데 도의들이 왜 융합되기 시작한 거지?"

전도선전의 도의와 궁우태황종의 도의는 이미 융합이 되었다.

다른 문도법의 도의들도 나뭇가지로 변해 융합되기 시작했다.

"성공했다!"

진남은 흥분했다.

이것이 성공하면 진남은 이제 어떤 문도법이나 자유롭게 바꿀 수 있었다.

강적을 만났을 때 문도법들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지막 문도법의 도의가 나뭇가지로 변할 때 저항의 힘이 폭발했다.

진남의 몸은 커다란 산에 눌린 것처럼 무거웠다.

뼈에서 우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주변의 허공이 비틀렸다.

"뭘 했기에 대도가 거부하는 거지?"

명망은 깜짝 놀랐다.

구천선역은 창람대륙과 달리 인위적인 규칙은 없었다.

그러나 역시 자신만의 규칙이 있었다.

수행의 길은 규칙을 부수고 보이지 않는 족쇄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아직 천선 경지였다.

'어떻게 대도의 심기를 건드린 걸까?'

"대도가 거부한다고? 그거 잘됐다."

진남의 두 눈에 불꽃이 더욱 활활 타올랐다.

무도의 수련은 물을 거슬러 배를 타고 오르는 것 같았다.

멀리 가면 갈수록 힘이 더 세지고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해졌다.

진남이 줄곧 걸어온 길도 마찬가지였다.

"파하라!"

진남은 높이 외쳤다.

붉은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따라 흩날렸다.

선력이 빠르게 움직이며 엄청난 압력에 저항했다.

보이지 않는 대도는 진남의 태도에 화가 난 것 같았다.

진남이 받는 저항력과 압력이 점점 강해졌다.

진남은 바위처럼 바람이 불어도 파도가 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웅-!

식해에서 얌전히 있던 무주궁도가 진남의 의지에 감동되어 빛을 뿜었다.

보이지 않는 엄청난 힘이 흩어졌다.

저항력과 압력이 사라졌다.

마지막 나뭇가지가 드디어 모습을 갖추었다.

쿵-!

진남의 기세가 쭉쭉 늘어났다.

주변의 허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 경지가……."

명망은 의아했다.

이제 진남의 기세는 패자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진남의 선력은 아직 천선 경지 팔 단계였다.

"정말 이상한 놈이구나."

명망은 살펴보았지만, 이유를 알아내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주선제오인의 후계자기에 이런 일도 벌일 수 있고 다른 사람과 다른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진남은 기뻐서 자신의 몸을 살폈다.

몸속에 구색 도광이 있던 자리에 커다란 나무가 생겨났다.

뿌리를 제외하고 나무줄기나 가지들이 때로는 흐릿하게, 때로는 실체가 되어 현묘했다.

나무줄기는 실체가 더욱 강했다.

"열 개의 문도법은 총강만 배워서 너무 아쉽다. 나머지 부분들도 전부 익힌다면 도법의 나무의 나뭇잎이 더욱 무성해질 텐데. 그래야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무도 간 적이 없는 엄청난 길에 들어섰다.

"이제 폐관은 그만하고 황뢰지존 선배님이 준 옥간을 살펴보자."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옥간을 살폈다.

옥간에 푹 빠진 그는 반 시진이 지나서 정신을 차리고 감탄했다.

대선고에 가야 승선할 수 있는 것처럼 구천선역에는 패자가 될 수 있는 곳이 여럿 있었다.

첫 번째는 여러 무상도통과 상고의 상고만족(上古萬族)이 연합하여 만들어낸 곳이었다.

소선역에는 궁우태황종과 삼청고교, 천허조교가 연합하여 독특한 소세계를 만들었다.

이들 종문의 제자들이 패자가 될 조건이 되고, 사람도 어느 정도 차면 소세계가 열렸다.

외부 무인들도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장소의 좋은 점은 큰 장면이 알아서 생기고 소세계에 기연도 많아 패자가 되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었다.

다만, 진남은 이런 곳들을 제외했다.

궁우태황종에서 만든 소세계는 반년이 지나야 열릴 수 있었다.

또, 천재들이 많이 모여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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