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화 패자가 되려면……
"상고 제일체, 만법불침성체의 체내에는 백남지화가 나타난다. 백남지화의 작용을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저들은 백남지화 속에 들어간 적 있다."
비월여제는 차갑게 말했다.
"어쩌면 그것이 묘묘 공주가 혈통과조를 일으키고 고족의 사람이 아닌 강벽난이 이 정도로 강해질 수 있는 이유일 수 있다."
비월여제의 말에 두 노인과 허수아비는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넋을 잃었다.
"상고…… 상고 제일체, 만…… 만법불침성체라고?"
두 노인과 허수아비는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상고 제일체다!
그들은 상고 제일체가 어떤 위능이 있는지 조금은 알았다.
이 두 계집애들이 이렇게 큰 기연을 만났을 줄은 몰랐다.
"구리거울. ……고맙습니다!"
진남은 복잡한 마음을 진정하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비월여제에게 포권했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
전생이나 다른 것들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들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웅-!
이때, 진남에게서 한 개의 도의가 스스로 뿜어져 나왔다.
그의 영혼 깊은 곳의 전신의 혼이 조금씩 흥분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온 도광은 반짝거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짙어졌다.
"자식 제법이구나. 마음속 걱정이 해결되니 바로 도경대성의 경지에 도달하겠구나."
두 노인과 허수아비는 정신을 차렸다.
눈에 감탄이 드러났다.
그들이 만약 진남에게서 뿜어져 나온 도광의 가장 중요한 것이 구색이라는 걸 알았다면 감탄하는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었다.
"선배님들, 방금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저들이 깨어나길 기다리겠습니다."
진남은 허수아비 등에게 공수했다.
그는 지금은 아무 생각 없었다.
그녀들이 도의를 다 느끼고 깨어나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싶었다.
"자식, 우리는 바로 떠나겠다. 다만 가기 전에 너와 의논할 일이 있다."
숱이 적은 노인은 묘묘 공주를 힐끗 보더니 눈빛이 뜨거워졌다.
"내가 저 여인을 데리고 가도 되겠느냐?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저 여인을 제자로 들여 강자로 키우련다. 다른 생각은 없다. 나는 여러 가지 도세를 할 수 있다!"
무표정한 노인도 서둘러 말했다.
"나도 저 여인을 제자로 들이고 싶다."
두 도우의 말을 들은 허수아비는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자신이 배운 공법을 생각하더니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들을 제자로 들이겠다고요?"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진남, 동의해도 된다. 저들이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제자로 들이면 너를 따라 궁우태황종에 가는 것보다 훨씬 좋다."
비월여제는 옆에서 차갑게 말했다.
입도지존도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맞다. 너 안심하거라!"
두 노인은 병아리가 모이를 쪼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세력이 있었다.
가문과 비슷했다.
그동안 그들의 세력에는 오랫동안 절세천재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도 애써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지금 이렇게 좋은 유망주를 만났는데 어찌 지나칠 수 있을까?
"그게……."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저들이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면 안 됩니다."
진남은 또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선배님들은 여기 남아 저들이 도의를 다 느끼고 깨어나기를 기다려주십시오."
숱이 적은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말했다.
"그건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저들을 데리고 가겠다. 저들은 이제 곧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 또 주경 강자가 남긴 도의가 체내에 있다. 만약 저들을 특수한 곳으로 데리고 가면 우리가 갖고 있는 문도법을 수련하여 도경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진남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노인들의 제안은 묘묘 공주와 강벽난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진남은 묘묘 공주와 강벽난에게 할 말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진남은 말했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거라. 다만,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 있는데 누구 옆에 있을 거냐?"
숱이 적은 노인이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두 여자애 모두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지? 누구를 혼자 둬도 시름이 놓이지 않을 거다."
입도지존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줄곧 말이 없던 허수아비가 입을 열었다.
"너는 지금 쓸데없는 것에 집착한다. 지금의 너는 도경대성을 이루고 주선들과 연관되어 있어 앞날이 창창하다. 그녀들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고 커다란 기연을 얻었지만, 기초가 약해서 너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녀들이 깨어난 후 너와 함께 있는다고 해도 그녀들은 고작 천선 경지일 것이다. 그녀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 혹시라도 너에게 방해가 되면 그녀들은 또 얼마나 미안해할까?"
허수아비는 한숨을 쉬더니 이어서 말했다.
"무도의 세계는 그렇다. 형제나 사랑하는 사람이나 한쪽의 실력이 너무 뒤처지면 결과가 좋지 않다. 네가 무도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또 모르지만."
숱이 적은 노인과 무표정한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많은 일을 보고 겪은 그들은 그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진남은 침묵했다.
그는 무도를 추구했다.
허수아비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너나 그녀들이나 아직 젊으니 시간이 많다. 그리 급할 게 있느냐? 곧 도경대성을 이룰 때이니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깨우침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수련에 매진하여 하루빨리 패자가 되거라.
저자들이 여자애들을 데려가면 깨어난 후 경지가 너와 많이 차이가 나지 않을 거다. 나중에 너희들이 다 패자가 되고 다시 만나 제일선역을 함께 누빈다면 더욱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마지막 말에 진남은 생각에 빠졌다.
현령종에서 묘묘 공주를 만난 장면, 하역에서 강벽난과 싸우다가 나중에는 연합하여 싸우던 장면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세 선배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진남은 심호흡을 하고 인사를 했다.
"큼큼, 인사치레를 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하면 어떠냐? 우리가 너에게 빚진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라든가."
두 노인은 마른기침을 했다.
"잊었나 본데, 너희들은 선마도세를 했다. 그리고 훌륭한 제자까지 얻었는데 축하하는 의미로 문도법을 공유하지 않겠느냐?"
입도지존은 살짝 웃었다.
노인들은 어이가 없어서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진남, 지금……."
노인들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배님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진남은 돌아서서 묘묘 공주와 강벽난에게 다가갔다.
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들을 얼굴을 바라보았다.
"깨어나서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욕하면 안 돼. 허수아비 선배님의 말처럼 우리는 수련을 잘하는 게 우선이다. 패자가 되어 함께 제일선역을 누비자."
깊은 잠에 빠진 그녀들은 무언가 느낀 것 같았다.
묘묘 공주는 입을 살짝 삐죽거렸고, 강벽난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선배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감정을 추슬렀다.
"걱정하지 말거라."
노인들은 손을 들고 엄청난 도광을 뿜었다.
빛이 둘을 감쌌다.
둘은 서로 다른 세 개의 맹세를 하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아! 잠시만요. 선배님들의 존함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진남은 정신이 들어서 얼른 물었다.
그는 아직 세 사람의 내력도 몰랐다.
그들을 믿은 것도 구리거울 때문이었다.
두 노인과 허수아비는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잠시 후, 세 개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십삼 선역 제일 주인, 막소리(莫笑離)이다!"
"나는 십구 선역의 제일 주인, 이계(李季)이다!"
"나는 이십삼 선역의 제일 주인, 상월천주(?月天主)이다. 갈 곳이 없거나 진도(陣道)를 수련하고 싶으면 나를 스승으로 모시거라!"
* * *
그 시각, 북경의 파란색 수림.
수림에는 줄곧 비경, 전승 또는 기연이 나타나지 않았다.
덕분에 찾아오는 무인도 적어 화목한 곳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림의 깊은 곳에 넓이가 몇만 장이고 깊이가 몇천 장이 되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구덩이의 안쪽에는 피가 가득했다.
피범벅이고 손과 발이 하나씩 없으며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난 사람이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바로 남세지존이었다.
"아, 아직 안 죽은 거야?"
남세지존은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종문의 그것이 겨우 그의 목숨을 지킨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기쁘지 않았다.
자랑스러운 실력으로 구천지존이 된 그가 직접 천선을 죽이러 갔다가 실패하고 이런 꼴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진남의 뒤에 그렇게 대단한 주경거물(主境巨物) 있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우연히 만난 걸까?'
"오늘 운이 좋구나. 또 상처를 입은 구천지존을 만나다니!"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세지존은 왜소하고 얼굴에 귀문이 가득한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은 흔들거리며 내려왔다.
"육체가 많이 다쳤구나. 아쉽다. 그래도 괜찮은 축이다. 다만, 귀존(鬼尊)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노인은 남세선왕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그는 두 손을 들고 현묘한 법인을 만들었다.
남세지존은 생각했다.
'이게 내 운인가? 마지막 숨이 간당할 때 귀수 거인을 만났어?'
"어? 이건, 제십 주선이 가진 그 물건의 기운이잖아?"
노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이 녀석은 운수가 좋다! 그렇다면 물어보마. 나와 함께 제육주선에게 기대겠느냐?"
* * *
같은 시각, 무범지지.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미리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놀랐다.
점잖지 못한 두 노인과 허수아비가 생각보다 대단했다.
"화로 인하여 복을 얻었다. 공주와 강벽난에게는 저자들을 만난 것이 큰 기연이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비월여제는 이미 제단을 업었다.
인사도 없이 먼저 가버렸다.
진남은 그녀의 이런 성격에 이미 적응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비월여제는 방금 세 정상 등급의 구천지존과 싸우면서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부활하러 왔다.
진남이 이 일을 알았다면 생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꼬마 낭군, 나도 이만 가볼게."
입도지존은 살짝 웃었다.
"나는 만 년 동안 실력을 늘리지 못했다. 이제는 가서 수련에 매진해야겠다. 자, 찰나도술 이다. 나는 다 익혔으니 이건 네가 가지거라."
수피화권도 만나고 주경거물도 만난 그녀는 느끼는 바가 있었다.
비월여제 덕분에 진남은 계속 엄청난 경지의 강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오래전에 진남과 인연을 맺었으니 그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비월여제와 진남은 아직은 그저 좋은 사이였다.
나중에 비월여제와 겨뤄야 한다면 외모나 분위기는 각자 매력이 있으니 제외하고 경지를 겨뤄야 했다.
"영감탱이가 진남을 건드리지 말라면 나는 더욱 건드릴 거야. 언젠가 반드시 진남을 내 것으로 만들겠어."
입도지존은 중얼거렸다.
진남은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눈 후 입도지존을 보냈다.
커다란 무범지지에서 능람람은 여러 진반을 연구하고, 팔요마왕과 원적은 깨우침을 얻었다.
오직 진남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의 안에 있는 명망도 마찬가지였다.
상고십악 중 서열 이 위인 명망은 며칠 동안 큰 타격을 받았다.
두 노인과 허수아비에게 충격을 받고 그는 인생을 돌아보았다.
천선 경지인 진남에게 엮인 사람과 일들은 그의 인식을 벗어났다.
"잘 생각해봐야 해. 패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남은 고민에 빠졌다.
이때, 저장주머니에서 영패가 반짝거렸다.
신념으로 살펴보던 그는 깜짝 놀랐다.
'궁우태황종의 사람이 왔어?'
잠시 후, 두 형상이 진남이 알려준 대로 무범지지의 밖에 도착했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진남도 안면이 있는 황뢰지존이었다.
오른쪽에는 얼굴에 윤기가 흐르는 백발노인이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을 보니 그도 구천지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