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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21화 (1,021/1,498)

1020화 절세보물지로 변하다

"우리가 아는 데 따르면 이 능원의 주선의 시체는 아직 파괴되지 않았다. 세 개의 궁전 안에 있다."

무표정한 노인과 숱이 적은 노인, 허수아비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들이 마도장벽을 공격한 이유 중 하나는 이곳을 떠나기 위해서이고 다른 이유는 시체 때문이었다.

상고 십 대 주선 중 일 위부터 상 위까지는 이미 더 높은 경지에 발을 들였고 나머지 여섯 명은 모두 주경에서 무적이라고 불렸다.

만약 그들의 시체를 얻는다면 좋은 점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습니까?"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두 노인과 허수아비는 침입자였다.

그럼 능람람이 말하던 무덤 안의 산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노인들이 말하는 주선은 죽지 않고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선이 모두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진남은 괴상한 느낌이 들었다.

'주선이 진짜 살아있고 또 나의 전생과 연관이 있다면 왜 내가 왔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까?'

"됐습니다. 다른 건 생각하지 맙시다. 우선 마도장벽을 엽시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허수아비 옆으로 다가가 공수했다.

"선배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허수아비는 도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따 내가 너더러 움직이라고 하면 너는 모든 힘을 써 마기를 주입하거라."

그는 더 말하지 않고 다시 나뭇가지를 들고 그림을 그렸다.

숱이 적은 노인은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이 자식은 마혈을 연화했잖아? 그럼 그냥 마도장벽을 넘어갈 수 없소?"

허수아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경멸하듯 말했다.

"이자가 연화한 마혈이 능원 안의 주선의 마혈이라 해도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소. 마도장벽은 모든 외부의 물건을 막을 수 있소."

진남도 허수아비의 말에 동의했다.

그가 마도장벽을 넘는 거랑 능원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건 완전히 달랐다.

"좋소. 어차피 이 자식이 먼저 들어간다 해도 좋은 일은 아니오……."

숱이 적은 노인은 중얼거렸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도장벽에 이변이 일어나 파도처럼 꿈틀거리더니 화르륵 화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허수아비와 숱이 적은 노인, 무표정한 노인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도장벽의 힘은 보통이 아니었다.

절세살기로 변하면 그들은 진짜 위험했다.

갑자기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마도장벽에서 빛이 내려와 진남에게 떨어졌다.

"이건……."

진남은 어안이 벙벙하다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설마 세 개 궁전 안의 주선이 내가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손을 썼나?'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마도장벽에 부딪쳤지만, 방해를 받지 않고 쉽게 장벽을 꿰뚫고 지나갔다.

뒤에서 욕설이 들렸다.

그 두 노인이 아니라 줄곧 말수가 적고 진중한 느낌을 주던 허수아비였다.

그는 그동안 마도장벽의 오묘함을 연구했다.

마도장벽이 얼마나 위력이 강한지 그는 잘 알았다.

'대체 어떻게 들어갔지? 이렇게 쉽게 들어가다니?'

"역시 나의 서방님이구나."

입도지존은 입을 삐죽거렸다.

언제부턴가 진남이 대단한 모습을 보이면 그녀는 매우 자랑스러웠다.

또 진남이 공격을 받거나 수모를 당하면 그녀는 매우 화가 났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휙- 하는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더니 마도장벽에서 빛들이 뿜어져 나와 그녀에게 떨어졌다.

입도지존은 어리둥절했다.

'나는 마혈을 연화하지 않았고 진남처럼 전생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특수대우를 받는 거지? 설마……'

그녀의 머릿속에 영광이 스쳤다.

그녀는 기뻐 어찌할 바를 모르며 은방울 굴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몸을 날려 장벽을 넘어 진남 옆으로 왔다.

"헉!"

허수아비와 두 노인은 깜짝 놀랐다.

자신들이 본 걸 믿을 수 없었다.

'진남은 마혈을 연화했기에 그렇다 쳐도 어떻게 입도지존도 쉽게 들어간 거지?'

"하하하, 알 것 같소. 마도장벽은 이미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소!"

숱이 적은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큰소리로 웃더니 무지갯빛으로 변해 앞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렸다.

숱이 적은 노인은 몇만 개의 번개에 맞은 것처럼 시커메져 튕겨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모습은 매우 처참했다.

"제길, 장벽도 여인을 좋아하고 남자를 싫어하는 거야?"

숱이 적은 노인은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몇천 년 동안 구천선역을 휩쓸면서 한 번이라도 패기롭지 않은 적 있었던가? 그런데 지금은 이 괴상한 곳에서 대체 몇 번이나 창피를 당하는 거야.'

"창피하오!"

무표정한 노인은 숱이 적은 노인에게 한마디 하더니 진남과 입도지존을 바라보며 알랑거리며 말했다.

"동생, 좀 전의 우리의 합작이 어땠느냐? 매우 좋았지, 매우 통쾌했지? 우리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진심으로 너를 우리의 동생으로 생각한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아……."

허풍을 떠는 걸 듣던 진남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을 잘랐다.

"긴말하지 마십시오. 요구가 있으면 바로 말하십시오."

무표정한 노인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다. 너 우리를 도와 마도장벽을 깰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거라."

허수아비는 정신을 차리더니 서둘러 말했다.

"마도장벽 안에는 틀림없이 대진이 있을 것이다. 대진을 부수면 장벽도 사라질 것이다."

진남과 입도지존은 마주 보았다.

입도지존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두 노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입도지존은 한마디 보탰다.

"대신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를 스무 개 더 추가하겠다."

두 노인과 허수아비는 심장이 떨렸다.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 스무 개? 아까 것까지 합하면 모두 스물다섯 개잖아? 저 여인은 천재지보를 갖고 싶어 미쳤구나!'

"안 된다, 안 돼. 우리는 그렇게 많은 천재지보가 없다."

허수아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우리는 기껏해야 천재지보 열다섯 개와 상고 도기 열 개밖에 없다. 어떠냐?"

그의 말에 진남은 헛기침을 했다.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를 얻기 얼마나 힘든지 그는 잘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상대방을 도와 장벽을 깨고 이렇게 많은 양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입도지존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너무 적어. 아니면 나중에 너희 셋이 우리를 한 번 도와주는 건 어때?"

허수아비와 두 노인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허수아비는 엄숙하게 말했다.

"그럴 수 없다. 우리는 신념 한 개로 너희들을 한 번 도와줄 수 있다."

입도지존은 난감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자."

허수아비 등뿐만 아니라 진남도 질색했다.

그는 입도지존이 기회만 있으면 상대방에게 바자기를 씌우는 걸 처음 알았다.

"가자, 안으로 들어가보자."

입도지존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손을 저었다.

진남은 세 개의 궁전을 바라보았다.

마도장벽이 가운데 있을 때는 세 개의 궁전이 대단한 걸 몰랐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들이 평범함 속에서 보이지 않는 위엄을 풍기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런 위엄은 구천지존이라도 비교가 안 되었다.

"내 뒤를 따르거라."

진남은 한마디 하고는 왼쪽 궁전으로 걸어갔다.

"어?"

열 발짝도 가지 못하고 그는 고개를 숙여 발밑을 내려다봤다.

어느샌가 바닥에 붉은색이고 불규칙적인 무늬가 새겨지고 아무런 기운도 없는 돌이 나타났다.

"이 돌은……."

입도지존은 깜짝 놀랐다.

"헉!"

무표정한 노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천노살진(天怒殺陣)의 진반이잖아? 근데 진반은 왜 움직이지 않지? 설마 아직은 기초단계인가?"

다른 노인과 허수아비도 깜짝 놀랐다.

천노살진은 별로 대단한 살진은 아니었다.

하지만 살진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구천지존이라도 함부로 쳐들어오면 적어도 하루는 방해를 받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진반은 아직 기초상태였다.

쉽게 말해 누군가 진반을 만들었지만,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기초상태라고요? 그건 뭡니까?"

진남은 의문이 들었다.

"이건 좋은 물건이다! 서방님……."

입도지존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녀는 바로 설명했다.

"만약 동불 같은 걸 만들고 싶으면 이런 물건을 가져다 설치하면 된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나는 마침 주인 없는 선복도지가 있잖아?'

"진짜 좋은 물건이구나. 아쉽게도 위력이 너무 약하다. 좀 더 강하면 좋겠다."

진남은 진반을 넣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때 입도지존이 비명을 지르며 다른 쪽을 바라봤다.

어느샌가 그쪽 땅에 높이가 십 장, 넓이가 삼 장 되고 알락달락하고 사악한 기운이 가득한 요호의 석상이 나타났다.

그는 생명이 있는 것처럼 진남과 입도지존을 조롱하듯 바라보았다.

"헉!"

무표정한 노인은 투덜거렸다.

"구채살호진(九彩殺虎陣)의 진반? 역시 기초상태인가?"

입도지존은 예쁜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진남, 어서 거둬들여라. 구채살호진은 방금 구천지존이 된 무인에게 중상을 입힐 수 있다."

진남은 흐뭇하여 구채살호진을 챙겼다.

잠시 후, 그와 입도지존은 태고백옥으로 조각된 태고의 부채가 그들과 몇 장 떨어진 곳에 떠 있는 걸 발견했다.

"육풍지진(戮風之陣)? 왜 또 기초상태지?"

무표정한 노인, 숱이 적은 노인, 허수아비 같은 대단한 강자들은 투덜거리는 게 습관이 되었다.

진남과 입도지존이 세 개의 궁전과 두 발 가까워질 때마다 태고살진의 진반이 한두 개 떠 올랐다.

그들이 깊게 들어갈수록 진반은 점점 더 많이 떠 올랐다.

그중 두 개는 심지어 구천지존 경지의 정상 등급을 죽일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많은 태고살진이 있는 곳은 절세살지라고 불리고 보통 사람은 절대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절세보물지로 변했다.

진남과 입도지존은 이미 세 개의 궁전에서 백 장 정도 떨어진 곳까지 도달했다.

그들은 가장 왼쪽 궁전에 먼저 들어갈 생각이었다.

문득 앞쪽 허공이 떨리더니 손바닥만 하고 시뻘건 영패가 천천히 나타났다.

"살진 진반이 또 있나?"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선배님, 이 영패는 어떤 내력이 있습니까?"

궁전으로 오는 길에 그가 얻은 서른여섯 개 진반 중에서 입도지존도 열 개밖에 알지 못했다.

나머지는 노인들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이미 이렇게 많이 가졌는데 이것도 가지려느냐? 이건 기껏해야 구천지존을 상대할 정도의 위력이 있다. 너무 많이 가져도……."

숱이 적은 노인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하지만 곁눈질로 영패를 보던 그는 번개에 맞은 것처럼 몸이 긴장되고 말도 채 하지 못했다.

무표정한 노인과 허수아비도 호흡이 가빠졌다.

"허어……."

숱이 적은 노인은 연거푸 감탄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건 상고 칠 대 묘진 중 한 개?"

입도지존은 살짝 놀라 참지 못하고 물었다.

"상고 칠 대 묘진? 설마 주경을 상대할 수 있는 진법이야?"

숱이 적은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말했다.

"맞다. 천하에 주경을 상대할 수 있는 진법은 천 개도 안 된다. 이것은 그중의 한 개이고 서열도 높다!"

입도지존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진짜 운이 좋구나!"

말을 마친 그녀는 영패를 잡아 진남에게 주려 했다.

"멈춰!"

숱이 적은 노인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허수아비는 날카롭게 말했다.

"이런 진법은 대도진의가 있다. 기초상태라 해도 진법을 만든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누구든 진법을 다치면 공격을 당한다."

입도지존은 눈빛에 의심이 드러났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숱이 적은 노인의 말이 맞든 틀렸든 이번에 그들이 얻은 살진 진반은 이미 충분했다.

매우 강한 주경과 연관 있는 물건은 욕심내지 않는 것이 나았다.

"응, 좋아. 먼저 궁전에 들어가자."

입도지존은 부드럽게 말했다.

아름다운 눈빛은 사람을 녹일 것 같았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고개를 젓고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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