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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12화 (1,012/1,498)

1011화 살진이 가득하다

진남은 잠시도 긴장을 풀지 않고 전신의 선동으로 살피며 앞으로 날아갔다.

깊은 곳에 대해 진남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응?"

문득,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무주궁도의 백남지화가 전에 없이 밝은 빛을 뿜었다.

또, 꽃잎들이 불규칙하게 닫히고 열렸다.

마치 어떤 것의 부름에 대답하는 것 같았다.

"설마……."

진남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육합금구의 깊은 곳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쿠쿠쿵-!

어둠 속에서 수많은 번개가 쳤다.

커다란 땅이 진동했다.

수많은 옛 기운들이 어떤 가쇄를 벗고 멀리에서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

이 땅의 동쪽에 시선이 닿는 곳은 모두 금빛 찬란한 구름으로 바뀌었다.

신비하고 웅장하며 천지의 비밀을 모아둔 것 같은 신통한 대문이 떠올랐다.

깊은 곳에 있던 구천지존, 패자 그리고 가운데 지역과 변두리에 있던 무인들까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들은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황제를 뵙는 것 같았다.

"뭐가 나타났어?"

"엄청난 위압감이다."

"이렇게 멀리서도 느껴지다니?"

"구천지존들이 기다리던 것이 끝내 나타났어!"

"아쉽다. 나는 경지가 너무 낮아. 아니면 따라가서 구경했을 텐데."

가운데 지역, 변두리 쪽에 있던 무인들 그리고 싸우는 중이거나 폐관 수련 중이거나 보물을 쟁탈하던 무인들은 모두 멈추었다.

그들은 동쪽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다만, 그들은 구름만 보고 문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게 고름선왕이 말하던 천문인가?"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아무리 마음이 단단한 그지만 살짝 넋을 잃었다.

"천문은 너무 대단해. 구천지존을 초월했다."

명망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보고 들은 것이 많은 그도 이렇게나 강한 존재는 처음이었다.

이때, 거대한 천문이 살짝 흔들렸다.

기이한 검은색 무늬가 형언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땅에 번졌다.

"이건 뭐지?"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선력으로 무형의 힘을 태워버렸다.

진남의 선력과 선도화염이 하나로 합쳐져 화도선염선력이 되었다.

어떤 힘이든 그의 체내에 침입하면 선력이 다 불태워버렸다.

진남은 이 일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무주 궁도에서 빛을 뿜는 백남지화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천문이 열린 것도 백남지화 때문일까?'

진남이 생각에 잠긴 사이 검은색 무늬가 육합금구의 대지에 번지고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 * *

"이게 뭐야!"

"내 선력이 왜 제압당했어?"

"사방청탁(四方淸濁) 건곤무명(乾坤無明), 속박을 깨거라!"

가운데 지역과 변두리 지역의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선광을 뿜거나 선술, 법보, 부적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천선 경지 강자들은 빠르게 무형의 힘을 막았다.

대부분의 지진 경지들도 무탈했지만 많은 수단을 사용하느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일부 지선 경지들과 변두리에 있던 인선 경지들은 수단을 사용하고 버둥거렸지만 결국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차고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몸에 변화가 생겼다.

몸이 계속 팽창되고 먹을 뒤집어쓴 것처럼 점점 시커멓게 변했다.

뾰족한 이빨이 나고 두 눈이 검은색이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아무런 감정도 없고 난폭해졌다.

"죽여라!"

고함이 울려 퍼지고 무인들은 신지가 없는 악마로 변해 사방으로 선술을 마구 날렸다.

그들은 지치지도 않았다.

또, 선력을 아무리 사용해도 고갈되지 않았다.

* * *

가운데 지역, 상명선수가 있는 곳.

"소식이 왔다. 변두리 쪽 무인들은 이제 거의 몰락했다. 많은 지선 경지들도 있어……."

제왕고도와 만중선루의 무인들이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변두리에는 만 명 좌우의 무인들이 있었다.

"대장로의 명령이다. 천선 경지 오 단계 아래인 무인들은 전부 금구에서 나가거라. 천선 경지 오 단계 이상들은 깊은 곳에 발도 들여서는 안 된다."

극생문의 천선 경지 정상급이 외쳤다.

다른 세력들도 신념으로 명령을 전했다.

굳이 명령을 받지 않아도 그들은 이미 마음이 흔들렸다.

그들은 멍청하지 않았다.

신비한 문이 나타나자마자 이변이 일어났다.

다음번에 더 강한 이변이 일어나면 그들은 도망갈 수도 없었다.

천선 경지는 꽤나 실력이 있었지만 엄청난 존재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러가자!"

천신과 지신들은 분분히 자리를 떴다.

소속이 없는 무인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자리를 떴다.

일부 사람들만이 이를 악물고 버텼다.

진남을 쫓아가던 축염과 고소요도 멈추었다.

"재미있구나. 어때? 고소요, 도전해볼래?"

축염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축 도우가 도전한다면 나도 함께 가겠다."

고소요는 살짝 웃었다.

그들 곁에 있던 천신 경지 강자들은 표정이 다채롭게 변했다.

마지막에 그들은 씁쓸하게 웃었다.

절세천재들의 배짱은 역시나 대단했다.

* * *

같은 시각, 커다란 구덩이.

육경음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던 천신의 위엄이 흩어졌다.

그녀는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명, 장로들과 함께 돌아가거라."

육소명은 어안이 벙벙했다.

"누님은요?"

육경음은 두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위험할수록 기회가 있다. 나는 반드시 깊은 곳에 가봐야겠다."

그녀는 꼼꼼한 사람이었다.

죽을 상황이 아닌 이상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육소명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누님! 깊은 곳은 패자들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금방 천신이 된 누님이 억지로 뛰어든다면……."

그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동굴에서 진남이 살육을 펼치고 명망이 그를 잡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는 문득 자신이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누님,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육소명은 이를 갈았다.

"네가?"

육경음과 선령족의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귀한 도련님이 직접 위험한 곳에 가겠다고?'

"누님, 정했습니다. 저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습니다. 적어도 몇 번은 목숨 걸고 싸워야겠습니다. 그래야 아무에게나 지지 않고 쉽게 밟히지 않을 겁니다."

육소명은 단호했다.

육경음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한참 후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거라."

그녀는 별로 기쁘지 않았다.

그녀는 육소명이 외부의 영향 때문에 변하지 않았으면 했다.

* * *

육합금구의 깊은 곳.

진남은 평온해졌다.

백남지화가 그에게 준 놀라움은 점점 많아져서 이제는 이상하지도 않았다.

"진남, 진짜로 갈 거야?"

명망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천문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물론입니다. 겁을 먹었습니까? 수신량이 이 문을 만났다면 겁을 먹기는커녕 한바탕 비웃었을 겁니다."

진남은 살짝 웃었다.

"허허, 수신량의 성격을 내가 모르겠느냐?"

명망은 눈을 흘겼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고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반 시진 후, 진남은 원고수림(遠古樹林)에 들어섰다.

주변의 고목들은 높이가 백 장이 되고 잎이 무성해서 햇빛을 가렸다.

대범하고 모든 것을 제압하는 느낌이 들었다.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깊은 곳은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나무들도 천지의 기세가 있고 엄청난 힘을 품었다.

진남의 실력으로 건드려도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 같았다.

크라아아-!

이때, 귀청을 찢을듯한 요수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살폈다.

거대한 요수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커다란 발들이 서로 부딪히면 요기를 풍겼다.

요기는 사방을 휩쓸었다.

요수들은 천선 경지 정상급을 초월하고 패자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

초식마다 천지를 없앨 정도의 위엄을 가졌다.

"깊은 곳은 역시 위험하다. 요수들도 이렇게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그들을 피해서 갔다.

이어, 그는 요수들끼리의 싸움을 적지 않게 목격했다.

가장 흉악한 싸움은 패자 등급 대요 세 마리의 생사전이었다.

그들이 싸우면서 생겨난 강기는 사방 몇만 리의 땅을 부쉈다.

진남은 위험에 처한다는 것에 대해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조심하지 않아 대요를 건드리면 죽지는 않더라도 중상을 입고 더 움직일 수 없었다.

"응?"

잠시 후,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멀지 않은 곳에 수많은 해골이 나타났다.

해골들은 엄청난 기운을 풍겼다.

해골들은 난잡하게 널브러진 것 같지만 진남이 선동으로 살펴보니 규칙이 있었다.

"제사를 지낸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피천고교의 짓이겠다."

명망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피천고교?"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깊은 곳으로 오는 동안 여러 세력과 부딪히고 싸워보기도 했다.

다만 피천고교의 사람들은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을 뿐이었다.

"피천고교의 사람들은 천문 때문에 온 건가?"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천문이 나타나고 열린 것은 백남지화 때문에 생긴 이변이었다.

백남지화가 없었더라면 천문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이때, 등 뒤에 빛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진남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축염과 고소요 무리가 진짜로 쫓아올 줄이야. 이제 재미있구나……."

진남은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는 신경 쓰지 않고 몰래 속도를 빠르게 했다.

천문 가까이에 가서 대이변의 진상을 알아내고 구천지존의 시체를 얻을 때까지 그는 일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반 시진 후.

진남은 드디어 원고수림을 벗어나 사막에 도착했다.

"이상한 모래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앞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모래는 파란색이었다.

문에서 뿜어지는 금색 빛을 받은 모래는 몽환적인 빛을 뿜었다.

또, 파란색 모래는 은은한 도의를 품었다.

"진남, 얼른 이곳을 떠나자!"

명망이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진남은 어리둥절했지만, 저도 몰래 뒤로 물러섰다.

진남이 있었던 곳에 진법 무늬가 나타났다.

그러자 몇십 장이 되는 상고 병기의 형상이 나타났다.

검도 있고, 망치도 있고 칼도 있고 창도 있었다.

병기들은 거물들이 휘두르는 것처럼 엄청난 힘과 기운을 폭발했다.

잠시 후, 커다란 사막에 병기들이 날아다녔다.

"위험했어……."

진남은 이마에 땀이 맺혔다.

명망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는 저도 몰래 말려들어 힘을 소모하고 중상을 입었을 것이었다.

"진남, 내가 왜 진짜로 갈 거냐고 질문했는지 알겠지? 이곳의 깊은 곳은 살역과 같고 사방에 무서운 살진이 가득……."

명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와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병기들이 갑자기 눈부신 선광을 뿜으며 대진을 벗어나더니 살의를 가득 품고 진남에게 날아왔다.

"이곳의 진법은 정령일맥(定靈一脈)의 진법이다. 무인들을 쫓아다닌다는 말이다. 얼른 가자!"

명망은 외쳤다.

진남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는 보답천하와 과천일격을 전부 사용해서 육안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쿠쿠쿵-!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진법들이 연거푸 허공에 나타났다.

몇천 장이 되는 요수들도 있고 살벌한 기운을 풍기는 산과 강 들이 진남을 공격했다.

"만양일격!"

진남은 긴장해서 솜털이 곤두섰다.

그는 보천정을 사용하여 찬란한 빛을 뿜었다.

"이런!"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진법들은 만양일격에 맞아 흩어져도 다시 생겨났다.

즉, 진남은 이 살진들을 부수지도 못하고 벗어날 수도 없었다.

"진남, 저기 선광 이상이 있다. 가서 확인하자!"

명망이 낮은 소리로 외쳤다.

진남이 살펴보니 남쪽 몇백 리 밖에 서른여 개의 일그러진 동굴이 있었다.

동굴 주변에는 선광 조각들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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