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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00화 (1,000/1,498)

998화 절세천재 육경음

"진남, 드디어 왔구나."

팔요마왕은 진남이 원망스러웠다.

몇 시진 전에 대이변이 벌어지고 먼 곳에서 엄청난 의지들이 몰려와 그들은 덜컥 겁이 났다.

그렇지만 자리를 뜰 수도 없어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

"미안합니다. 계획에 변동이 생겼습니다. 저는 깊은 곳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진남은 말했다.

원래는 진남이 지존심과를 얻은 후 무범지지로 가서 팔요마왕 등은 지보들과 교류를 하고 진남은 묘묘 공주를 살리기로 했다.

"진남, 더 말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형제다. 네가 깊은 곳으로 가겠다면 나도 함께 가겠다."

원적은 진지하게 말했다.

팔요마왕 등은 그를 경멸했다.

'땡중이 잘도 둘러대는구나.'

보제고찰종에서 구천지존 한 명이 육합금구의 깊은 곳으로 갔다.

그가 원적을 지켜줄 수 있었기에 당당하게 나섰다.

"그때 가서 다시 결정하고, 지금은 먼저 가운데로 갑시다."

혈안은 이의가 없었다.

그러나 팔요마왕과 수신량은 내키지 않았다.

깊은 곳에는 엄청난 기연이 있을 수 있었지만,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패자들도 스스로 목숨 지키기 바쁘고 구천지존들도 죽을 위험이 있었다.

"그래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오는 내내 합이 좋았다.

그러나 서로의 상황이 다른데 억지로 묶어두면 결국 좋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한 시진이 지났다.

육합금구는 명확하게 중간지대와 깊은 지대를 구분하지 않았다.

다만, 진남 등은 날아가다가 중간지대라는 느낌을 알아차렸다.

이 땅은 무형의 힘이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강해졌다.

그들의 능력도 제압이 되어 육안으로 주변 상황을 살펴야 했다.

그들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구천지존이나 패자들이 신념으로 살필 수 있는 범위가 크면 그들은 쉽게 들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일하게 나쁜 점이라면 육합금구에 살기와 금제가 가득해서 조심하지 않으면 위력이 강한 것들을 건드려 중상을 입거나 죽을 수 있었다.

"깊은 곳에서 곧 두 번째 이변이 벌어질 거다."

명망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그들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두 번째 이변?"

진남 등은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들었다.

멀지 않은 곳에 붉은빛이 덮여있었는데, 그곳에 금색 부문이 수없이 나타났다.

부문은 빠른 속도로 하늘에 퍼지더니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떠 있었다.

"불가의 부문 같소."

원적이 말했다.

팔요마왕은 손가락을 튕겨 마기를 날려 보냈다.

기이한 장면이 벌어졌다.

마기가 부문에 가까이 가자 보이지 않는 힘이 나타나 마기를 없앴다.

"어? 저게 뭐지?"

팔요마왕은 겁에 질려 말했다.

"저 부문들이 하늘을 봉쇄했다. 억지로 날면 죽을 수도 있어."

수신량과 혈안은 그런 그를 경멸했다.

특히, 수신량은 그를 무시하며 말했다.

"그러고도 마왕입니까? 하늘을 봉쇄한 게 뭐가 대단합니까? 환멸황하가 육합금구를 주변을 감싸고 있는데 강으로 도망가도 죽임을 당할 수 있습니다."

"너, 너 버르장머리 없는 놈. 감히 나를 가르치려고 들어?"

진남 일행은 곧 평온을 되찾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 뒤로도 살기와 금제들을 만났지만, 위력이 그리 강하지 않아 쉽게 해결했다.

또, 그들은 천재지보들과 옛 물건들을 얻었다.

가는 동안 무인들도 만났다.

그들은 진남 일행을 보고 멀리 피하려고 했지만 팔요마왕이 쫓아가서 보물들을 다 빼앗아왔다.

원적은 여러 무인들의 뒤통수를 쳤다.

능람람은 처음에는 그들의 행동에 반감을 가지고 무시했지만, 뒤로 갈수록 자신도 해보고 싶어 했다.

팔요마왕 등의 말에 따르면 잘살고 싶으면 강탈하는 게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그들은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멀지 않은 곳에 다섯 개의 선광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중 세 개는 천녀산화(天女散花), 고수입천(古樹立天), 풍우제무(風雨齊舞)라는 이상으로 변했다.

다섯 개의 전승 기연이 나타났다.

선광을 보면 다섯 개의 전승 기연이 다 대단했다.

"허허, 드디어 만났구나."

팔요마왕은 손을 비비며 진남에게 말했다.

"어때? 같이 가 볼래? 너는 지선 정상의 경지이니 천선까지 한 걸음밖에 남지 않았잖아."

그는 잠깐 멈추었다가 말했다.

"천선 경지를 돌파하면 깊은 곳에 들어가 위험을 만나도 해결할 능력이 되잖느냐?"

많은 무인들이 금구에 모였다.

패자와 구천지존은 제외하고 천선 경지의 강자들도 엄청 많았다.

진남과 원적이라는 강자들이 옆에 없으면 팔요마왕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혼자였다면 전승기연은 그림자도 구경 못 할 것 같았다.

"일리가 있습니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깊은 곳에 이변이 금방 시작되었다.

진남은 바로 시체를 주우러 가지 않았다.

"내가 판단했을 때 천녀산화 이상이 있는 곳이 대단한 것 같다."

팔요마왕이 말했다.

"팔요, 자네는 믿음직스럽지 못하오. 내가 선택하겠소."

원적이 손을 흔들며 그들의 말을 끊었다.

그는 우쭐해서 말했다.

"나는 인과불술(因果佛術)을 수련해서 어느 곳이 우리에게 어디가 더 유익한지 알아맞힐 수 있소."

그는 두 손 위치를 바꿔가며 불인을 만들었다.

불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거울로 변했다.

진남은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불가가 인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불가의 인과지술로 예측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모든 일에는 결과가 있고,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인과를 벗어날 수 없다……."

원적은 중얼거리더니 손가락으로 거울의 가운데를 짚었다.

"나와라!"

거울은 살짝 떨리더니 네 글자가 떠올랐다.

동남방향!

진남 등은 주변을 훑어봤다.

동남방향의 끝에는 풍우제무의 이상이 있었다.

"땡중, 이 술법을 믿을 수 있소?"

팔요마왕은 궁금증이 가득했다.

"물론이오. 우리가 동남방향으로 가면 반드시 수확이 있을 거요."

원적은 눈을 흘겼다.

그러나 사실은 불안하기도 했다.

그는 이 술법을 배운 후 처음 써봤다.

그래서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갑시다."

진남이 말하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선광으로 변해 동남방향으로 날아갔다.

어느덧 한 시진이 지났다.

진남 일행은 걸음을 늦추었다.

멀지 않은 곳에 넓이가 십만 장이 되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그 위에 선광이 변한 폭풍우가 쏟아졌다.

그들은 전승기연지에 도착했다.

진남 일행은 기운을 거두고 구덩이 변두리로 다가가 살폈다.

상황을 파악한 그들은 놀랐다.

구덩이의 아래쪽에 틈이 가득하고 선술의 의지가 허공에 가득했다.

그리고 풍화되지 않은 시체들이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방금 격렬한 싸움을 벌어진 것 같았다.

또, 수많은 빛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높이가 열다섯 장이 되는 문 형상으로 변했다.

문 양쪽에는 팔십여 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무인들은 경지가 지선 정사이거나 천선 경지였다.

"용현령이다!"

혈안은 흑포인들을 살피더니 두 눈이 차갑게 변했다.

그의 신념과 혈동이 제압을 당해 상대방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용현령은 타서 잿가루가 된다고 해도 알아볼 수 있었다.

"용현령?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맞구나."

진남은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이때, 커다란 구덩이 바닥의 시커먼 동구에서 그림자들이 날아올랐다.

그들은 모두 흰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는데 이마에 각각 성, 왕, 선 자가 있었다.

"선령족?"

진남 일행은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번에 그들이 만난 이족장의 손자라 자칭하는 청년이 그 무리에 있었다.

흰옷을 입은 여인이 동굴에서 나오자 구덩이 바닥 쪽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진남 일행도 그녀의 미모에 깜짝 놀랐다.

그 여인은 경국지색이라고 할만한 외모였다.

"저 여인의 경지가……."

진남은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여인은 그와 마찬가지로 지선 정상의 경지였다.

그리고 여인은 옛 기운을 풍겼다.

"육경음은 점점 아름다워지는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종문에 있을 때 밤에 불러다 불도를 자세히 토론할 걸 그랬어."

원적은 아쉬웠다.

팔요마왕은 그의 모습에 기가 막혔다.

원적이 이렇게 음흉할 줄 몰랐다.

"육경음? 저 여인은 누구냐?"

진남이 묻자 원적은 그제야 아쉬운 듯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진남에게 전음했다.

"육경음은 선령족의 절세천재이다. 어린 나이에 선령지체를 얻었지. 그녀의 경지가 더 돌파했다는 소문이 있으니 얕잡아보면 안 된다."

'선령족의 절세천재?'

진남은 두 눈에 불꽃이 일었다.

"원적, 이게 자네가 예측한 곳이요?"

팔요마왕은 이를 갈았다.

"저번에 선령족 녀석을 때렸는데 우리를 만나면 적으로 간주하지 않겠소? 그리고 혈안이 말한 용현령은……."

이때 수신량이 옆에서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팔요마왕, 벌써 겁을 먹었습니까? 나를 따라오십시오. 선령족이니 용현령이니 별거 아니니 나를 따라다니십시오."

그들이 말씨름을 할 때 구덩이 바닥에 있던 육경음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위쪽에 있는 도우들, 숨지 말고 내려오세요."

바닥에 있던 무인들과 용현령 등은 놀라지 않았다.

그들도 처음에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결국 육경음에게 다 들켰다.

"응?"

진남 등은 두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육경음은 역시 선령족의 절제천재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을 발견할 줄은 몰랐다.

진남 일행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바로 주변에 몸을 숨겼던 열몇 명의 무인들과 함께 바닥으로 날아갔다.

상황이 그들에게 불리했지만 이미 왔으니 돌이킬 길이 없었다.

"원적?"

"너희들이었어?"

"진남? 혈안?"

진남 일행이 모습을 드러내자 육경음과 육소명 그리고 용현령은 어안이 벙벙했다.

육소명은 팔요마왕을 보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겁에 질리고 몸이 떨렸다.

육경음은 상황을 보자 육소명을 괴롭혔던 자들이 진남 일행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제일선 진남?"

"그 도기가 잘렸다던 제일선?"

"저자가 어떻게 궁우태황종의 절세천재 원적과 함께 있는 거지?"

다른 무인들은 경악했다.

"진남, 왜 내 동생을 때렸느냐?"

떠들썩한 가운데 육경음이 냉랭하게 물었다.

진남은 살짝 놀랐다.

육소명은 분명 선마도세를 했는데 그녀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다.

'설마 육소명의 선마도세를 강제로 없앴나? 아니다, 구천지존도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긴 시간을 들여야 선마도세를 없앨 수 있다. 그럼 저 여인은 육소명의 표정으로 결론을 유추한 것이구나. 생각이 치밀한 여인이다.'

진남은 두 눈에 불꽃이 살짝 떠올랐다.

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네 동생이 주제 파악을 못해서 우리가 대신 교육해준 것뿐이다."

주변의 무인들은 눈이 흔들렸다.

제일선 진남이 선령족과 원한이 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육소명은 화가 났다.

그러나 팔요마왕의 시선을 보자 바로 겁을 먹고 기가 죽었다.

"그럼 내가 진남 도우에게 고맙다고 인사해야 하느냐?"

육경음의 두 눈에 차가운 기운이 살짝 빠졌다.

그녀는 동생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육소명이 신분을 믿고 거리낌 없이 진남 일행에게 시비를 걸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육 낭자, 인사는 됐다. 네 동생이면 내 동생 아니겠느냐?"

원적이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주변의 무인들은 경악했다.

'원적은 궁우태황종의 절세천재잖아? 그런데 중 아니었어? 왜 음흉해 보이지?'

"원적대사, 자중하거라."

육경음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그녀는 진남에게 신념으로 말했다.

"진남 도우가 이틀 사이에 만여 개의 육금선옥과 빙백극령을 완전하게 만들었다는 걸 안다. 너의 대단한 실력에 비해 내 실력이 부끄럽구나."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수단이 없다. 완전하지 않은 것들이라도 남겨두기 싫어서 가져갔다."

진남은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지만, 경계심이 발동했다.

육경음은 생각보다 총명했다.

작은 흔적으로 여기까지 추측한 것도 대단했다.

육경음은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는 진남의 말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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