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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99화 (999/1,498)

997화 이제야 찾았다

"미안하오. 지존심과는 자네에게 팔 수 없소. 어린 도우, 지존심과를 가져가거라."

고름선왕의 진남을 대하는 태도는 아까와 전혀 달랐다.

진남이 입을 열기 전에 우람한 사내가 얼른 말했다.

"도우, 대답하지 말거라. 지존심과는 사법팔상에 비교도 되지 않는다. 내가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와 도기 세 개를 주마. 그리고 내가 한 번 도와줄게. 나와 바꾸지 않겠느냐?"

무인들은 진남이 더욱 부러웠다.

세 개의 도기에 패자가 한 번 도와주겠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두 선배님의 호의는 너무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존심과가 필요합니다."

진남은 고민도 하지 않고 그들을 거절했다.

그는 지존심과를 저장주머니에 넣었다.

"에잇, 오늘은 재수가 없구나!"

우람한 사내는 불쾌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서서 떠났다.

붉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도 고름선왕을 기억하려는 듯 몇 번 더 보더니 사라졌다.

"좋다."

고름선왕은 기뻤다.

그는 사법팔상을 받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법팔상은 확실히 지존심과보다 가치가 있다. 이 옥간도 가지거라."

옥간을 건넨 그는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가판대와 사람 모두 사라졌다.

진남은 신념으로 옥간을 훑어보았다.

그 속에 고름선왕의 기운과 같은 낙인이 있었다.

고름선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진남이 낙인을 사용하면 고름선왕이 와서 그를 도와주겠다는 것이었다.

"어린 도우!"

골마노조의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지존심과가 필요하다. 그것을 나에게 팔지 않겠느냐? 걱정 말거라. 가격은 섭섭하지 않게 주마. 그리고 내가 너에게 신세를 진 걸로 하자."

진남은 그를 보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얼마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셔도 지존심과는 팔 수 없습니다."

골마노조의 눈에 초록색 빛이 확 많아졌다.

그는 음산한 말투로 말했다.

"꼬맹아, 네가 맹구궁의 벗이라고 해서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거라. 혼란선역에서는 맹구궁을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

골마노조는 대놓고 위협했다.

진남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어떤 위험이 있어도 끝까지 상대해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맹구궁과 시선을 교환했다.

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날아갔다.

사법팔상이 나타나는 바람에 많은 강자들이 이곳에 몰려왔다.

그들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 없었다.

더 있으면 제왕고도와 만중선루의 사람들에게 들킬 위험이 있었다.

"끝까지 상대하겠다라, 고작 지선 경지가 감히 나에게 그딴 식으로 말을 하다니……."

골마노조는 살기를 풍겼다.

그는 깡마른 두 손으로 신비한 법인을 만들었다.

그의 손바닥에 소귀(小鬼) 그림이 떠올랐다.

골마노조의 첫 번째 술법이었는데 다음번에 상대방을 만나면 소귀 그림이 뜨거워졌다.

그는 이 술법으로 변화술에 능한 강자들을 죽이고 위험한 적들을 피했다.

* * *

그 시각, 구궁금선종의 주루 방 안.

진남과 맹구궁이 이곳에 도착하자 맹구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진남, 사법팔상은 어디서 찾았느냐? 설마 내가 준 옥간의 세 곳 중에 있었느냐? 그럼 내 몫도 있는 거다."

진남은 그를 무시하고 삼생홍승에 대고 신념을 전했다.

"구리거울, 남은 천재지보들도 다 찾았습니다. 이제 공주와 강벽난을 부활시켜주십시오."

이제 패자의 시체만 남았다.

패자의 시체는 구리거울이 준비해주기로 했다.

진남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것은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혼자서 하면 뜻밖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구리거울이 나선다면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그 말을 잊어먹고 못 했다. 내가 비밀을 발견했는데 음양대전도술을 할 때 사용하는 시체가 훌륭할수록 부활하는 자에게 더 유리해. 그녀들은 죽기 전까지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패자의 시체로 부활을 한다면 너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거다. 그럼 나중에는 차이가 점점 더 커지겠지."

차가운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럼 구천지존의 시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진남은 쓴 미소를 짓고 말했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현재의 저는 구천지존을 죽일 수 없습니다. 또, 제 실력이 늘기를 기다리면 얼마나 걸릴지 모릅니다. 더 기다리고 싶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진남은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육합금구에 대이변이 일어나면 반드시 죽는 구천지존이 있을 거다. 너는 그들을 쫓아 깊은 곳에 들어가면 된다."

비월여제는 냉랭하게 말했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렇지! 왜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지금 내 경지로 깊은 곳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구천지존의 시체를 얻을 수 있으니 해볼 만하다.'

"이번 이변이 벌어지면 엄청난 기연뿐만이 아니라 커다란 살기도 있다. 죽는 구천지존이 한둘이 아닐 거다."

비월여제는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

"또, 도령을 데리고 가거라. 마혈에 관한 일은 그녀가 아는 게 많다. 나는 의지 하나를 보내 선복도지에서 너를 기다리마. 시체를 찾으면 내가 그녀들을 부활시켜주겠다."

진남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구리거울은 그를 위해 모든 것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그녀는 곧 제일지존이 될 자인데 이런 일까지 신경 써주고 직접 처리했다.

진남은 그녀에게 큰 신세를 졌다.

"구리거울, 고맙습니다."

진남은 심호흡을 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공주가 부활하면 생선을 몇 마리 더 구워드리겠습니다."

"됐다, 나한테 신세 한 번 갚으면 된다."

비월여제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다.

'왜 그러지?'

진남은 의아했다.

'구리거울이 화가 난 것 같은데? 이제 구운 생선이 싫은가? 여인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더 생각하지 않고 잔소리를 하는 맹구궁에게 질문했다.

"육합금구의 대이변이 언제 시작하는지 구체적인 시간을 아느냐?"

"내가 들은 정보에 따르면 육합금구의 깊은 곳에서는 이미 작은 이변이 벌어지고 있대. 많은 세력들이 이미 사람을 보냈어."

맹구궁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왜? 대이변에 관심이 있느냐?"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능람람에게 신념을 전하다가 무언가 생각나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같이 연합해서 들어갈래?"

이변이 일어나면 참가하는 세력들도 많고 구천지존도 많았다.

맹구궁과 연합을 하고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면 훨씬 쉬울 수 있었다.

"구궁금선종은 그런 일에 엮이지 않는다."

맹구궁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밝게 빛났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고 더 권하지 않았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얌전히 기다렸다.

맹구궁은 진남과 한번 겨뤄보고 싶었지만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잠시 후, 능람람이 왔다.

그녀는 진남의 생각을 듣자 탄식했다.

그러나 말리지는 않았다.

굳이 죽으러 간다는 데 그녀라고 별수 있겠는가?

시간은 조금씩 흘러 네 시진이 지났다.

육합금구에 드디어 대이변이 일어났다.

비월선교를 통해 갈 수 있는 대지의 끝에 붉은빛이 하늘로 솟구쳤다.

빛은 방원 만 리의 하늘을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옛 부처, 신비한 선인의 형상, 방대하고 웅장한 마상 등 이상들이 생겨났다.

육합금구를 둘러싸고 흐르는 환멸황하도 어떤 자극을 받은 것처럼 강물이 용으로 변해 일렁거리고 포효했다.

고성의 무인들은 가슴이 떨렸다.

진남과 능람람은 소식을 듣고 나왔다.

커다란 고성은 여러 소리들로 시끌벅적했다.

능람람은 이렇게 성대한 장면은 처음이라 얼굴이 상기되었다.

쿵쿵쿵-!

두 고성 사이에 여섯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림자들은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기세가 강했다.

그들은 선광으로 변해 엄청난 속도로 비월선교를 지났다.

"구천지존이 입장했다!"

"구천지존이 여섯 명이나 돼! 이번 이변에 대체 뭐가 있는 걸까?"

"누가 여섯 명이래? 내가 알기로 이곳에 온 구천지존이 이미 열은 넘었어. 심지어 더 많아."

무인들은 감탄했다.

특히 일부 무인들은 구천지존은 구천선역의 가장 높은 경지라고 생각했다.

방대한 기운이 두 개의 고성에서 흩어지고 고성들이 흔들렸다.

선광들이 하늘을 가득 덮고 빠른 속도로 날아갔는데 장관이었다.

"전신의 선동, 열려라!"

진남은 두 눈에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강한 동력으로 모든 것을 살피던 그는 익숙한 형상들을 여럿 발견했다.

강각선왕, 축강선왕, 고정선왕, 골마노조 등이 있었다.

"농염족, 문고족, 무액족, 공동족(??族), 칠목족(七目族)이다."

"제왕고도, 만중선루 그리고 극생문, 보제고찰종, 주도문도 왔어!"

"상고백족에서 일곱 고족이 왔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자들과 오는 중인 자들까지 합하면 이번 이변에는 많은 세력들이 참가하는구나."

여기저기서 놀란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전혈이 들끓기 시작했다.

육합금구의 대이변은 승선싸움과 비슷했다.

강자나 천재들이 전부 모여들었다.

진남은 구천선역에 온 이후 처음으로 이렇게 성대한 사건에 참여했다.

"군웅들이 모였다. 이번에는 단천도가 외롭지 않겠어."

진남은 중얼거렸다.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의 오른팔은 웅웅 진동하며 도의를 드러냈다.

"이 녀석……."

능람람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의 두 눈이 밝게 빛이 났다.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역시 다채로웠다.

이번에 그녀는 많은 기연을 얻고 경지를 돌파할 수도 있었다.

당당당, 둥둥둥-!

이때,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많은 선광들 중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붉은 무늬의 두루마기를 입고 오른손에 나무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어떤 자의 막대기 끝에는 구리방울이 있고 어떤 자들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북을 달았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구리방울과 북에서 소리가 났다.

"벽, 피천고교다!"

"뭐? 피천고교의 사람들도 왔어?"

"의외다. 이번 이변에 가장 신비한 무상도통도 오다니! 허허, 이번에는 반드시 들어가야겠어."

천선경지 강자들은 한마디씩 했다.

"피천고교?"

진남은 두 눈에 이상한 빛이 돌았다.

진남은 견식이 적었지만 피천고교의 사람들이 구천선역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문도법을 수련하는데 열세 개의 무상도통 중 피천고교와 구궁금선종만 빼고 전부 모았다.

"우리도 들어가자."

진남은 능람람을 데리고 앞으로 날아갔다.

이제 장면은 혼잡하고 성대해졌다.

강각선왕 등도 이미 들어갔기에 진남은 지금 간다고 해도 쫓길 일이 없었다.

진남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고성의 가장 꼭대기 층에 절세미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옷자락을 흩날리며 서 있었다.

그녀는 선광을 바라보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남의 뒷모습이 보이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꼬마 낭군, 잘 돌아다니네. 이제야 찾았다."

* * *

잠시 후, 육합금구 가장자리.

전에 사람 그림자도 안 보이던 곳이 이제는 무인들로 가득했다.

인선 경지, 천선 경지 심지어 패자들도 보였다.

인선 경지를 제외하고 천선 경지 이상에 이른 무인들은 가장자리에 거의 머무르지 않았다.

그들은 바로 안으로 날아갔다.

이번 대이변은 육합금구 깊은 곳에서 벌어졌다.

그들은 깊은 곳의 여러 싸움에 참가할 실력은 안 되었지만, 중간지대까지 갈 수 있었다.

중간지대에 있는 전승과 기연도 엄청 많았다.

진남과 능람람은 팔요마왕 등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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