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6화 내가 사겠다
육소명 일행은 광맥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육소명이 부랴부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이 다 사라졌다.
"나쁜 놈!"
육소명은 화가 났다.
'참 뻔뻔한 놈들이다. 다 자라지 않은 보물을 전부 가져갔구나. 완전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모르나?'
'육소명이 광맥을 발견하기까지 서른 시진이 되지 않는다. 상대방은 육소명을 만나고 이 광맥에 오기까지 세 시진이 걸릴 것이다. 방금 동굴과 광맥은 모두 완전하지 않은 보물들이 있었다. 그러니 가져가도 별 의미가 없는데 굳이 가져간 이유가 무엇일까?'
백의 여인은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녀의 추측일 뿐이었지만 거의 확신 할 수 있었다.
육소명을 공격한 사람은 다 자라지 않은 보물들이 완성된 후 가져간 게 분명했다.
'고작 스물일곱 시진이다. 상대방이 떠난 시간을 계산하지 않아도 짧은 시간에 몇만 개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완전하게 만들었다. 나도 이렇게 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선령인을 장악했거나 그 이상의 수단을 가졌다는 것이다. 만약 선령족의 사람이라면 누구일 수 있을까? 그러나 정말 무서운 것은 상대방이 선령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의 여인은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태상장로께 나서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육소명의 선마도세를 억지로 푸는 방법밖에 없구나.'
그녀는 결정을 내리고 신념을 전했다.
비록 그녀의 추측일 뿐이라 아예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한 일이면 결과가 어떻든 해야 직성이 풀렸다.
* * *
같은 시각, 고성.
진남은 거리에 들어서자 시름을 놓았다.
방금 들키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크게 시끄러울 뻔했다.
"이변이 곧 일어날 예정이라 강자들이 성안에 점점 많이 모이는구나."
진남은 떠들썩한 거리에서 강한 기운들을 느꼈다.
가슴 떨리는 엄청난 기운도 느껴졌다.
진남은 두 눈을 반짝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축염(祝焰)과 고소요의 싸움에서 고소요가 이겼대."
"이기기는! 축염이 화가 나서 어떤 금기를 사용했대. 결국 농염족의 구천지존이 와서 잡아갔다더구나."
"휴, 아쉽다. 절세천재의 싸움은 보기 드문데 말이다."
"뭐가 아쉬워? 결국 구궁금선종에서 고소요가 이겼다고 판정했어. 덕분에 나도 빙백극령을 세 개 벌었다고. 하하하!"
주변의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대부분 축염과 고소요에 관한 일들이었다.
일부는 충돌이 생긴 세력이나 죽은 천선 등을 언급했다.
진남과 원적이 여러 세력에 쫓기는 일은 이미 잠잠해졌다.
도기가 잘린 제일선의 소식은 그들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그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사람들 사이를 오가다가 가부좌를 틀고 앉은 고름선왕을 발견하자 진남은 안도했다.
고름선왕이 아직 있었다.
지존심과를 사 간 사람이 없었다.
"선배님, 지존심과를 사려면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이 얼마나 필요합니까?"
진남은 목소리를 깔고 물었다.
"오? 너구나."
고름선왕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살짝 놀랐다.
그러나 곧 무덤덤하게 말했다.
"구체적인 가격은 정하지 않았다. 나를 만족시키면 된다."
'만족시키면 된다고?'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말은 너무 형식적이었다.
아무리 많은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가져와도 상대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면 끝이었다.
"그럼 선배님, 오천 개면 충분합니까?"
진남은 떠보듯이 물었다.
"오천 개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내놓겠다고?"
"대단하다!"
"저자가 광맥을 만났나 보구나!"
주변의 무인들은 진남의 말을 듣자 깜짝 놀랐다.
오천 개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은 대단했다.
고름선왕은 고개도 들지 않고 조롱박의 술을 꿀꺽꿀꺽 삼켰다.
그의 태도도 분명했다.
"선배님, 만 개는 됩니까?"
진남은 잠깐 고민하다가 바로 배로 늘렸다.
"만 개?"
주변의 무인들은 더욱 놀랐다.
무인들이 진남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육합금구에서 만 개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이라면 도기를 바꾸어도 충분했다.
선복 등급의 상처치료 성약 등도 바꿀 수 있었다.
"허허, 선복 등급의 지존심과이다. 고작 만 개로 가질 수 있겠느냐?"
이때, 음침한 목소리가 진남의 뒤에서 울려 퍼졌다.
"저게 지존심과야?"
"에잇, 사흘 동안 이곳에 있었는데 몰라봤다니!"
"선복 등급의 지존심과다. 고름선왕이 이것까지 꺼낼 줄 몰랐다!"
"허허, 그런 보물이라면 만 개로 절대 안 되지."
주변의 무인들은 감탄했다.
진남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의 뒤에 깡마르고 머리카락이 얼마 없으며 얼굴에 몇십 개의 검은 반점이 난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의 옆에는 흑포인이 두 명 있었다.
"패자?"
노인이 아무런 기세도 풍기지 않고 보기에 허약했지만, 진남은 바로 상대방이 가진 엄청난 힘을 느꼈다.
진남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패자도 지존심과를 가지고 싶어서 왔을까? 무인들의 반응을 보니 만 개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으로 모자란 것 같았다.
"지존심과와 벽타룡화는 내가 다 가지겠소."
깡마른 노인은 진남을 무시하고 고름선왕에게 살짝 웃으며 말했다.
"시원하게 말하겠소. 십팔만 개면 팔 수 있소?"
그의 말에 무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많은 무인들이 헛숨을 들이켰다.
십팔만 개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은 대단한 수량이었다.
도기로 치면 열여덟 개는 바꿀 수 있었다.
고름선왕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았다.
엄청난 재부에 그도 마음이 흔들렸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선배님, 고름선왕은 가판대를 차린 거라 규칙이 없지만, 선후 순서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무엄하다!"
깡마른 노인 옆에 있던 흑포인은 시선이 차갑게 변해 호통쳤다.
"고작 지선 경지가 노조께 그딴 식으로 말하느냐? 썩 꺼지거라!"
그들은 천선 경지 정상의 위엄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깡마른 노인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진남을 무시했다.
무인들은 저도 몰래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진남이 배짱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성격이 나쁜 선왕을 만났더라면 죽을 수도 있었다.
"내 벗에게 꺼지라고 하다니 성격이 대단하구나."
진남이 대꾸하기 전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청년이 천선 경지의 강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나타났다.
바로 맹구궁이었다.
진남은 이상했지만, 곧 깨달았다.
그는 지난번에 지존심과를 얻으려고 했기에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얻으면 다시 돌아올 게 분명했다.
'그런데 왜 여기로 온 거지?'
맹구궁은 진남의 의혹을 알아차리고 전음했다.
"겨우 너를 잡았는데 당연히 싸워야지! 그런데 네 녀석이 이렇게 사건 사고를 달고 다닐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럴 수도 있구나. 너는 액운지체라 홍운지체인 나와 다를 테니."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더 이상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맹구궁은 저번에도 그를 도와줬다.
이번에도 맹구궁이 나서서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
둘 사이의 오해만 빼면 맹구궁은 그나마 괜찮은 친구였다.
"맹 소종주군. 실례가 많았소. 방금 이들의 태도가 안 좋았다고 기분 상해하지 마시오."
깡마른 노인은 드디어 돌아섰다.
그는 미소를 지었는데 주름과 검은 반점과 어울려 여전히 음산하게 느껴졌다.
"골마노조(骨魔老祖), 예를 차리지 마십시오. 제 벗이 지존심과를 사고 싶어 하는데 혹시 가격경쟁에 끼워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선후 순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가격을 높이 제시하는 자가 가져가는 게 어떻습니까?"
맹구궁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골마노조였어?'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상행천소선역에서 명음태자라는 자를 죽였다.
그자의 스승이 골마노조였다.
"가격을 높이 제시하는 자가 가져가는 거야 당연하오. 다만, 맹구궁. 자네의 벗이 만 개나 이만 개로 지존심과를 얻을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하오."
골마노조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의 풍자에 무인들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진남, 너 대체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내가 좀 빌려줄까?"
맹구궁은 체면이 서지 않아서 얼른 전음했다.
"고맙다. 아직 필요하지 않다. 나도 아직 꺼내지 않은 게 있거든."
진남은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진남은 골마노조를 무시하고 고름선왕에게 말했다.
"선배님, 저에게 어떤 물건이 있는데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치를 잘 몰라서 대신 봐주시겠습니까?"
그는 신념으로 저장주머니에 있던 빙백극령으로 만들어진 나무와 육금선옥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을 꺼냈다.
햇빛이 비치자 둘은 서로 다른 빛을 뿜었다.
"사법팔상?"
고름선왕, 골마노조, 맹구궁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저자가 어떻게 저것들을 얻은 거지?"
"뭐야? 사법팔상이라는 게 뭐야?"
"너 모르는구나. 육합금구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은 두 가지 이상으로 변할 때가 있다. 하나는 이합삼결(二合三缺), 하나는 사법팔상이다. 사법팔상이란 네 개의 빙백극령 나무와 여덟 개의 육금선옥 사람을 가리킨다.
두 개의 이상 중 아무거나 얻어도 정보를 얻고 대기연을 만날 수 있다. 엄청난 대기연일 수도 있어."
"그렇게 대단하다고? 저 녀석 운이 좋구나!"
"그 정도는 아니다. 보통 하나를 전부 얻기가 힘들다. 그리고 저자는 하나의 이상 중에서 두 가지만 얻은 것 같구나. 하지만 두 가지만 가져도 대단하다."
주변의 무인들은 감탄했다.
그들은 진남이 부러웠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이렇게 값진 물건일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네가 사법팔상 중 일법일상을 얻을 줄 몰랐다."
골마노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다만 일법일상은 기껏해야 삼만 개의 빙백금옥과 맞먹는다. 내가 제시한 십팔만 개보다 한참 적다."
고름선왕은 아쉬웠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삼법삼상을 가져오면 가치가 더 적어도 너에게 지존심과를 주마. 그러나 일법일상은 안 된다."
그의 말에 진남은 기뻐서 말했다.
"선배님, 그럼 지존심과를 저에게 파십시오."
고름선왕, 골마노조, 맹구궁 그리고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 삼법삼상……."
고름선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삼법삼상은 없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나 저는 운이 좋아서 사법팔상을 얻었습니다."
그는 신념으로 남은 사법팔상을 전부 꺼냈다.
사법팔상이 모이자 햇빛 아래서 두 가지 빛을 뿜었다.
"응? 이건 무슨 기운이지?"
고성의 천신 경지 강자들과 패자들은 깜짝 놀라서 신념으로 살폈다.
"사법팔상이……?"
고름선왕, 골마선왕은 믿기지 않았다.
주변의 무인들은 충격을 받고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와!"
맹구궁은 감탄했다.
'저놈은 액운지체야 홍운지체야? 고작 이틀 동안에 귀한 보물을 얻다니!'
"사법팔상이라니!"
이때, 사람 그림자들이 슉슉슉 날아왔다.
그들은 사법팔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사법팔상의 주인이 누구냐? 내가 사겠다. 어떤 가격을 제시하거나 요구를 제기해도 모두 들어주겠다."
몸집이 우람하고 기세가 하늘에 솟구치는 중년 사내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우렁차게 외쳤다.
그는 기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렇게 귀한 보물을 가지고 싶다고 가질 수 있소? 가격을 높이 주는 자가 가져가는 거지!"
붉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이 내려오며 차갑게 말했다.
그 역시 패자였다.
"두 분, 이게 무슨 뜻이오? 도우는 사법팔상으로 지존심과를 바꾸기로 했소."
고름선왕이 정신을 차리고 호되게 말했다.
골마노조는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는 패자에 대성 경지였는데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지존심과를 가지고 벽타룡화까지 더하면 돌파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