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5화 대신 혼내주마
법인이 만들어지고 빛이 비처럼 동굴 벽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에 쏟아졌다.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에 영지가 생긴 것처럼 어둠 속에서 무형의 힘을 힘껏 빨아들였다.
동굴에 강풍이 불었다.
진남은 이 장면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잠시 후,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은 웅 소리를 내더니 빛과 색채가 더 짙어지고 의지도 몇백 배는 늘었다.
진남은 바로 깨달았다.
"역시 주령인이라 비범하구나. 열한 명이 성령인을 사용한다고 해도 닷새가 걸리는 일이다. 그런데 나 혼자 주령인을 사용하여 얼마 되지 않아서 완성했어."
진남은 무척이나 기뻤다.
이제 채 완성되지 않은 보물을 만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진남은 차분하게 주령인을 다시 사용했다.
그리고 영기로 된 커다란 손을 만들어 보물들을 전부 챙긴 뒤 동굴에서 나왔다.
"진남, 어떻게 되었느냐?"
팔요마왕은 얼른 다가가 물었다.
진남은 그들에게 신념으로 대답했다.
사람들의 표정이 기쁨으로 활짝 폈다.
청년과 무인들은 더욱 의아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강도들이 저렇게 좋아하는 걸까?'
진남은 열한 명의 무인들이 선마도세를 시켰다.
그리고 신념을 전할 수 있는 영패를 전부 가져가고 수많은 진법으로 그들을 꽁꽁 가두었다.
그제야 진남 일행은 그곳을 떠났다.
"이제 둘로 나누어서 행동합시다. 한 쪽은 맹구궁이 준 지도대로 움직이고 저는 옥간에 표기된 위치로 가겠습니다."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곳은 광맥이었다.
광맥에는 적어도 오천 개 이상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이 있었다.
"좋다. 그럼 우리는 내일 오시(午時)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
팔요마왕 등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날아갔다.
진남도 지도를 훑어보고 자리를 떴다.
청년들이 발견한 광맥은 동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두 시진이 지나 진남은 그곳에 도착했다.
진남의 앞에는 구름 높이 솟은 방대하고 기운이 가득한 선산이 나타났다.
산에는 옥으로 만든 것 같은 고목이 있었는데 햇빛을 받아 빛이 번쩍거렸다.
"그놈들은 조심성이 많구나. 이곳에 금제를 많이 쳐놨어."
진남은 산 중턱에 날아가 주변을 살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두 눈에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동력이 힘을 발휘했다.
펑펑펑-!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몇십 개 대진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높다란 고목들이 사라지고 백 장 넓이의 동굴이 나타났다.
진남은 날아서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동굴 깊은 곳에 도착하자 강풍이 느껴졌다.
"요수?"
동굴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한 진남은 흉악하고 방대한 요수 다섯 마리가 바닥에 엎드려 잠든 것을 발견했다.
동굴의 강풍은 그들이 숨을 쉬면서 생겨난 것이었다.
"그 녀석들이 이곳을 포기한 이유가 있었구나. 지선 경지 구 단계의 대요 네 마리와 지선 경지 정상의 대요 한 마리가 이곳을 지키다니……."
진남은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여전히 놀라웠다.
넓은 동굴 벽에 얼음 수정과 흑옥이 반짝이며 빛을 뿜었다.
마치 밤하늘에 가득한 별 같았다.
이곳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은 최소 만개였는데 아까 동굴의 백배였다.
다섯 대요들이 인기척에 깨어났다.
그들의 커다란 두 눈에 화가 잔뜩 떠올랐다.
'인간이 감히 우리를 없는 사람 취급해?'
그들은 요기를 드러내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인간을 갈기갈기 찢으려고 했다.
이때,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자의 오른팔이 칼로 변해 그대로 바닥에 꽂혔다
동굴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다섯 대요는 눈이 작아졌다.
잠깐 고민하던 그들은 웅얼거리더니 돌아서서 꽁무니를 뺏다.
그들은 젊은 무인들처럼 멍청하지 않아 진남이 가진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싸움을 하면 그들은 죽을 게 분명했다.
"주령인!"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법인을 만들고 빛을 동굴 벽에 주입했다.
강풍이 동굴에 가득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이번에는 두 시진이 거의 다 되어서야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이 완전해졌다.
역시나 진남의 저장주머니에 전부 들어갔다.
"만 개면 지존심과를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때 맹구궁이 오는 바람에 고름선왕에게 몇 개나 필요한지 묻지도 못했어……."
진남은 혼잣말을 했다.
그는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최대한 많이 모아야 했다.
"응?"
진남은 자리를 뜨려다가 심상치 않은 힘을 발견했다.
그는 날아서 왼쪽 동굴 벽의 구석을 자세히 살폈다.
울퉁불퉁한 벽에 옅은 무늬가 있고 보이지 않는 진법이 있었다.
진법은 아무런 기운도 풍기지 않고 잘 숨어 있었다.
진남도 우연하게 발견한 것이었다.
"이 진법은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니라 천지가 만들어낸 것 같구나……."
진남은 구미가 당겼다.
그는 동력을 최대로 사용하여 진법을 살폈다.
잠시 후, 그는 진법의 가장 약한 곳을 찾아내고 선력을 주입했다.
슉-!
진법에서 빛이 번쩍거렸다.
진법을 중심으로 주변의 벽이 소리 없이 갈라지며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에서 기이한 기운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응? 동굴 벽 뒤에 또 다른 세상이 있어?"
진남은 경악했다.
"가서 보자."
진남은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내일 오시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 살펴보고 가도 늦지 않았다.
"응?"
몇 걸음 옮기던 진남은 표정이 무거워졌다.
육합금구 특유의 압박감이 늘어났다.
진남은 지선 경지 일 단계로 힘이 제압되었다.
"이건……."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멀지 않은 곳에 고목대전(古木大殿)이 나타났다.
대전의 동서남북에 높이가 칠장이고 얼음 수정으로 조각한 기이한 고목들이 나뭇잎을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대전의 중앙에는 여덟 개의 검은색 옥돌로 만든 사람 조각상이 있었다.
그들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지만, 표정이 다 달랐다.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었다.
이런 장면 때문에 놀랄 진남이 아니었다.
진남이 놀란 것은 나무 조각상이나 인물 조각상이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진남은 똑똑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무 조각장과 인물 조각상에 포함된 의지는 만 개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보다 힘이 작았지만, 단계는 훨씬 높았다.
마치 하품 영석과 신석의 차이 같았다.
"이 물건들은 대체 뭐 하는 용도일까? 사람이 만든 것일까? 아니면 천지가 만든 것일까?"
육합금구의 일부 기연들은 겉으로 좋아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살기를 띠고 있었다.
"더 보지 말거라. 분명 천지가 만든 것이다.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은 지존구천도 모양을 변화시킬 수 없다."
잠자코 있던 명망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천지가 만들었다고요?"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천지가 만든 것인데 이런 모습으로 있다는 건 비밀을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엄청난 기연이거나 혹은 큰 위험일 수 있었다.
"에잇, 모르겠다. 우선 가져가자."
진남은 바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지존심과를 사려면 얼마나 많은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이 필요한지 몰랐다.
최대한 많이 가져가는 수밖에 없었다.
진남은 영기로 열두 개의 손을 만들어 조각상들을 전부 거두었다.
곧바로 그는 빠른 속도로 이곳을 빠져나갔다.
"응?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
진남은 잠잠한 동굴을 보고 의아해서 걸음을 멈추었다.
한참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팔요마왕 일행을 찾으러 갔다.
진남은 알지 못했다.
그가 떠난 후, 동굴의 고목대전이 조금씩 무너지더니 결국 검은 기운으로 변해 큰 산의 깊은 곳에 스며들었다.
* * *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다음 날 점심까지 팔요마왕 일행은 맹구궁이 준 지도에 표기된 두 곳에 갔다.
한 곳은 다른 사람들이 이미 가져갔는지 아무것도 없었다.
다른 한 곳에서 그들은 삼백여 개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얻었다.
진남과 팔요마왕 일행은 약속한 자리에서 만났다.
그들은 논의를 거쳐 팔요마왕 등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진남이 혼자 두 고성으로 가서 고름선왕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러 세력들은 밖에 많은 무인들을 두었다.
혹시 그들이 함께 갔는데 일행이 적다는 것을 들키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이변이 일어나기 전이라 비월선교를 지나가는 무인들이 많아서 다행이다. 아니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성에 섞여 들어가기 어려웠을 거다."
진남은 비월선교 끝자락에 거의 도착하자 오가는 무인들을 살피며 흑포를 거두었다.
그는 주도문의 문도법을 사용하고 문도대전으로 온몸에 주살의지를 가득하게 한 뒤 앞으로 날아갔다.
* * *
같은 시각, 육합금구 가장자리.
진남 일행이 동굴 밖으로 나가자 폭발음이 들려오고 진법들이 풀어졌다.
진남에게 제압을 당했던 청년과 무인들은 자유를 얻었다.
"누님……."
청년은 마음이 단단하지 못한데다 팔요마왕의 괴롭힘까지 받아서 억울함이 가득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만난 그는 당장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청년의 앞에는 흰옷을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
여인은 청년보다 살짝 키가 컸다.
그녀는 예쁜 이목구비에 피부가 눈보다 희고 옅은 파란색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무표정한 그녀의 이마에 은은하게 '선(仙)' 자가 보였다.
그녀는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파란색 옥잠으로 얹고 허리에 세 개의 크기가 다른 옥패를 차고 있어 잘생긴 백의 공자 같았다.
"육소명(陸昭明), 너는 선령족 이족장의 손자이다. 그러니 더 강해야 한다."
여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는 청년의 모습을 보자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놈을 찾으면 내가 대신 혼내주마."
육소명은 기뻤다.
"누님, 고맙습니다. 역시 누님이 저를 가장 아끼십니다."
백의 여인의 곁에는 몇 명의 선령족 천선 경지 무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런 모습이 익숙한지 어깨를 으쓱했다.
선령족의 유명한 절세천재인 그녀는 완벽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육소명을 지나치게 사랑했다.
"맞다. 누님,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육소명은 무언가 생각난 듯이 동굴로 날아갔다.
그러나 동굴 안을 확인한 그는 충격을 받았다.
청년과 동행했던 열 명의 무인들도 얼른 확인했다.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분명 기억했다.
붉은 머리 청년이 동굴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채 완전하지 않은 보물들이 사라졌다.
'설마 그 짧은 시간에 붉은 머리 청년이 다 자라지 않은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완전하게 만들었다고?'
"아니야, 그럴 리 없다! 누님이 나선다고 해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불가능해! 그렇다면 그놈들이 다 자라지 않은 것을 가져갔다는 말인데……."
육소명은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인정하기 싫었다.
"무슨 일이냐?"
백의 여인이 물었다.
육소명은 설명하려고 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마도세를 했느냐?"
백의 여인은 바로 알아차렸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과 동굴을 번갈아 보더니 추측해냈다.
"이 동굴에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이 있었을 거다. 다만, 어떤 일이 이들이 놀라고 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게 했을까? 다 자라지 않은 빙백극령과 육금선옥 때문인 것 같다. 다만, 상대방은 선령족이 아닌데 보물들을 완전하게 만들었겠지."
백의 여인은 중얼거렸다.
그녀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곧 그녀는 육소명이 만 개의 완전하지 않은 광맥을 발견했다고 하던 일이 생각났다.
방금 그녀가 살펴보니 육소명의 저장주머니도 사라졌다.
광맥을 표기한 옥간도 온데간데없어졌다.
"나를 따라오너라."
그녀는 무덤덤하게 말하고 빛으로 변해 앞으로 날아갔다.
육소명 등은 이유를 모르고 그냥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