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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96화 (996/1,498)

994화 그걸 깜빡했구나!

동굴에 열한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앞장선 사람은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이었다.

그는 이마에 성(聖)자가 새겨져 있고 피부가 유난히 희며 지선 경지 육 단계에 도달했다.

그는 놀란 시선으로 진남 일행을 바라보았다.

남은 열 명도 젊은 무인들이었다.

다만, 그들은 앞장 선 청년보다 경지가 훨씬 높았다.

그들은 이마에 성자가 있고 경지가 지선 팔 단계 전후였다.

그들 중 두 명은 무도사극을 이루었다.

"이마에 성자가 있는 걸 보니 선령족들이다."

팔요마왕은 사람들에게 전음하고 진남에게 특별히 설명했다.

"선령족은 백 대 고족 중 하나이다. 제이소선역에 거주하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이들은 실력이 백 개 고족들 중에서 이십 위 안에는 든다고 해."

"서열 이십 위 안에 든다고요?"

진남은 살짝 놀랐다.

이제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백 대 고족에서 서열 이십 위 안에 든다는 것은 선령족의 실력이 십삼 대 무상도통보다 못 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떤 방면에서는 심지어 십삼 대 도통보다 강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묘묘 공주가 선령족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았어."

진남은 중얼거렸다.

"오호, 도우들은 선령족도 아닌데 이곳을 발견하다니 실력이 좀 있는 것 같구나."

앞장선 청년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는 오만하게 말했다.

"나는 지금 기분이 무척 좋다. 너희들을 죽이지 않을 테니 썩 꺼지거라."

그의 말에 진남, 원적, 팔요마왕 등은 안색이 싸늘해졌다.

"이곳은 우리가 먼저 발견했다. 무슨 자격으로 꺼지라고 하는 거냐?"

진남은 무뚝뚝하게 물었다.

"너희가 먼저 발견했다고? 유치하구나. 천지의 천재지보들이 모두 우리 선령족의 소유라는 것을 모르느냐?"

청년은 하찮다는 듯 말을 이었다.

"호의를 무시했으니 이제 나도 더 이상 양보하지 않겠다."

그와 함께 온 젊은 무인들도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엄청난 선광이 그들에게서 솟아올랐다.

그들은 술법을 사용하여 몰래 진남 일행을 살펴봤다.

진남 일행 중 셋은 지선 경지 정상이였지만 그들이 연합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마침 기분이 불쾌했던 진남은 말했다.

"감히 너 혼자서 우리 열을 상대하겠다는 망언을 한 게냐?"

젊은 무인들은 화가 났다.

비록 그들은 선령족에서 내문제자밖에 되지 않았지만, 누군가 지금처럼 그들을 얕잡아본 적은 없었다.

"구구신우천창(九九神羽天槍)."

"적강검법(赤?劍法)."

"분신권(焚神拳)."

열은 몸을 움직여 빠른 속도로 선인을 만들고 선술을 사용했다.

강기가 흩어지며 동굴이 진동하고 흔들렸다.

"허허, 나보다 더 버르장머리가 없구나. 너 혼자 어떻게 우리 열을 당해낼지 두고 보……."

앞장선 청년은 차갑게 웃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냉담한 표정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아무런 기세도 풍기지 않고 선술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단순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쿵-!

단순하게 휘두른 주먹에 엄청난 위력이 실렸다.

주먹에 맞은 선술들이 부서지며 방대한 강기로 변해 용처럼 날아올랐다.

"아차!"

젊은 무인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너희 아홉은 성령지체를 움직이고 술법을 사용하여 저자를 막아라. 나는 도련님을 데리고 가마……!"

무도사극을 이루고 나이가 조금 있는 제자가 외치며 뒤로 물러섰다.

"가려고?"

진남은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는 강한 동력을 전부 드러냈다.

허공에 커다란 산이 나타나 동굴을 부수고 그들을 진압했다.

쿠쿠쿵-!

굉음이 들리고 산이 흔들렸다.

열 명의 젊은 제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몸을 둘러싼 성인의 빛이 부서지고 육체도 중상을 입었다.

그나마 진남이 힘을 덜 썼기에 이 정도였다.

아니면 젊은 무인들은 당장에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너……."

앞장선 청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붉은 머리카락의 청년은 보기와 다르게 강한 경지를 가지고 있었다.

진남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그 청년에게 다가갔다.

"너, 너 왜 이래? 우리 할아버지는 구천지존이고 선령족의 이족장이다. 그, 그리고 근처에 많은 선령족들이 있다. 네가 만약……."

청년은 당황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호통쳤다.

"오호, 이 녀석이 그렇게 대단해?"

팔요마왕과 수신량 등은 감탄했다.

그는 믿는 구석이 있기에 감히 육합금구에서 건방을 떨었던 것이었다.

청년의 내력을 들으면 누구라도 더 따지지 않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구천지존이고 선령족의 이족장으로 매우 대단했다.

진남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청년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비명이 들리고 청년의 얼굴에 피가 흘렀다.

"너, 너, 네가 감히 나를 때려……!"

청년은 믿을 수 없었다.

그는 화가 잔뜩 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지금껏 할아버지, 아버지, 누나, 삼촌 외에 누구도 나를 때린 적이 없다! 오늘 일을 우리 할아버지께 말할 거다! 그럼 네 가문은 멸망할 것이고 너와 연관된 모든 이들이 죽일 거다!"

팔요마왕과 수신량은 그의 말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보천정에 있던 명망도 어이가 없어서 하하 웃었다.

'어이쿠, 배짱이 대단하구나. 감히 할아버지에게 말하겠다니! 진남과 연관된 사람들은 다 죽이겠다고? 상고십악 서열 이 위인 나는 둘째치고 비월여제도 죽일 거야? 아니면 주선제오인도 죽일 거야?'

주선제오인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그렇게 강한 존재가 어떤 대단한 수단을 이미 만들어뒀을지 아무도 몰랐다.

또, 궁우태황종의 지존 장로도 진남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진남은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는 이런 말로 위협하는 자들을 가장 싫어했다.

"녀석, 성격이 대단하구나."

팔요마왕은 웃으며 말했다.

"진남, 이런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것들은 나에게 맡겨라. 내가 오랫동안 사용하지 못한 수단들이 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너, 너 뭐 하려는 거야?"

청년은 가슴이 서늘했다.

이어 비명과 울음, 살려달라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역시 마왕다웠다.

그는 실력이 진남보다 약하지만, 사람을 괴롭히는 수단은 훨씬 대단했다.

"팔요 도우, 그만하면 되었소. 이제 얌전해진 것 같소."

원적은 과한 것 같아서 팔요마왕을 말렸다.

"아직 다 즐기지 못했소만……."

팔요마왕은 아쉬워하며 멈추었다.

청년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그의 두 눈에 고통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는 원적에게 고마웠다.

이들 중에서 중이 가장 좋은 사람 같았다.

"이 녀석에게 어떤 좋은 물건이 있는지 보자."

팔요마왕은 청년의 저장주머니를 꺼내고 신념을 주입했다.

진남은 살짝 흔들렸다.

청년은 내력이 비범해서 많은 진귀한 보물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혹시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많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빼앗는 방식으로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빨리 얻을 수도 있었다.

"빼앗는 건 안 좋은 짓이다. 하지만……."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에 빠졌다.

"뭐야. 너 선령족 이족장의 손자라면서? 왜 저장주머니에 부적과 법보밖에 없느냐?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은 왜 하나도 없는 거냐?"

팔요마왕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뭐?"

원적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팔요, 뭐 하는 거요? 계속 찾아보시오."

원적은 청년이 가난뱅이라는 것에 화가 났다.

이에 청년은 안색이 변하고 울먹거렸다.

'출가한 사람이 자비로워야 하는 거 아니야? 이 중은 강도보다 더하잖아?'

"그, 그건 나를 탓하면 안 돼."

청년은 얼른 설명했다.

"우리도 육합금구 변두리에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찾으러 왔다. 전에 찾은 것들은 전부 장로에게 바쳤다."

팔요마왕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두 눈에 초록색 빛을 번쩍이며 말했다.

"그래? 솔직하게 말하거라. 너희 종족은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얼마나 찾았느냐?"

진남, 원적 등은 귀를 쫑긋 세웠다.

청년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는 팔요마왕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빼앗는 건 꿈도 꾸지 말거라. 우리 종족에서 육합금구에 패자만 둘을 들여보냈다. 육합금구 밖에는 구천지존도 한 명 있다."

팔요마왕은 우울해졌다.

선령족이 대단한 세력을 이끌고 왔을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팔요마왕은 간이 부었지만, 감히 빼앗으러 가지 못했다.

"나를 데리고 가서 교환하면 되지 않느냐? 많은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청년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이에 팔요마왕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녀석아, 머리를 굴리지 말거라. 너를 데려가서 교환하는 건 스스로 덫에 걸리는 짓이 아니냐? 응? 이 옥간은 뭐지?"

그는 저장주머니의 보물 사이에서 보라색 옥간을 발견했다.

기대가 무너진 청년은 솔직하게 말했다.

"옥간에 지도가 있다. 몇 시진 전에 우리가 발견한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이 표기되었다. 다만, 다들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

진남은 두 눈에 실망이 스쳤다.

'또 완전하지 않은 보물이라니!'

"됐습니다.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 우리 다른 곳에 가서 봅시다."

진남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이 예의 없이 먼저 도발을 했다. 그러니 어른이 아이들을 괴롭힌다고 하지 말거라. 우리 손실을 보상할 만한 것을 생각해내지 않으면 너희들을 이대로 풀어주지 않을 거다."

팔요마왕은 차갑게 웃었다.

청년과 열 명의 제자들은 미칠 것 같았다.

'재수 없는 건 우리들인데 왜 보상을 해줘야 하지?'

"나는 성령인(聖靈印)을 펼칠 수 있다. 열흘만 주면, 아니, 우리가 연합하면 닷새면 이곳의 보물들을 완성품으로 만들 수 있다. 어때?"

청년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빨리 진남 일행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혹시 팔요마왕이 기분이 상해서 또 그들을 괴롭히면 큰일이었다.

팔요마왕의 대단한 수단들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닷새? 이변이 곧 일어나는데 너를 기다릴 시간이 어디 있느냐?"

팔요마왕은 눈을 흘겼다.

"잠깐, 방금 뭐라고 했느냐? 성령인?"

이때 진남이 다급히 물었다.

"그래, 맞다. 우리 선령족은 천지가 키운 기이한 고족이다. 우리는 지령지체(地靈之體)로 태어난다. 경지가 강해짐에 따라 천령지체(天靈之體), 성령지체(聖靈之體), 왕령지체(王靈之體), 선령지체(仙靈之體), 조령지체(祖靈之體)로 변한다. 체질마다 대응된 법인이 있는데 지령인, 천령인, 성령인 등등이다. 법인들을 펼쳐 천지의 힘을 사용하면 천재지보들을 키울 수 있다."

청년은 설명했다.

이것들은 제이소선역에서 비밀도 아니었다.

"그걸 깜박했구나!"

진남은 기뻤다.

그는 입도지존동부에서 화도선염의 불꽃을 얻을 때 주령인을 수련한 적이 있었다.

이 법인은 천령인, 성령인과 작용이 비슷했다.

또, 주령인은 천령인, 성령인보다 훨씬 강했다.

다만 화도선염의 불꽃을 남긴 신비한 강자는 진남에게 구천지존이 되기 전에 선령족 앞에서 주령인을 사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를 어기면 엄청난 화를 불러온다고 했다.

"진남, 뭘 깜빡했느냐? 너 방법을 찾았느냐?"

팔요마왕은 궁금했다.

"네."

진남은 평온하게 말했다.

"저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십시오.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팔요마왕과 원적 등은 호기심이 생겼지만 깊이 묻지 않았다.

청년과 무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선령족도 아닌 자가 천재지보들을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

진남은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해서 손가락을 튕겨 입구에 금제를 만들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두 손을 모아 주령인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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