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992화 (992/1,498)

990화 우리는 형제다

"나의 의지는 선력이 부족하다.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비월여제의 새하얀 볼이 상기되었다 다시 빠르게 회복되었다.

"네? 선력이 부족해도 선배님의 의지입니다. 또 한 개의 의지면 어떻게……."

진남은 믿을 수 없었다.

"긴말하지 말거라! 너는 나에게 두 가지를 빚진 게 있다. 나는 지금 그중의 한 개를 쓰겠다. 지금 바로 물고기를 몇 마리 구워오거라."

비월여제는 안색이 시커메져 소리쳤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비월여제는 나를 그렇게 많이 도와줬는데 지금은 나더러 물고기를 몇 마리 구워오라고?'

"구리거울."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진중하게 말했다.

"저는 아직 경지가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제가 빠르게 성장할 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선배님에게 진 빚을 이런 일로 쓰시면……."

비월여제는 진남이 변명하자 입술을 깨물고 차갑게 말했다.

"내가 너를 잘못 봤구나. 너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구나."

진남은 어이없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물고기를 구워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두 개 빚진 것이 있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강가로 걸어갔다.

물밑에서 헤엄쳐 다니는 요어들을 본 그는 문득 깨달았다.

'아니다! 비월여제의 의지는 절대 배고플 리 없다. 그렇다면 비월여제는 물고기구이가 먹고 싶은 건가?

틀림없다. 전에 창람대륙에서 구리거울은 평범한 사람으로 변했었다. 오랜만에 배고픔을 느끼고 물고기구이를 먹었을 거다. 그때 물고기구이를 좋아하게 됐겠다. 구리거울이 이런 걸 좋아할 줄 몰랐다!'

"하하하!"

진남은 저도 모르게 소리 내 웃었다.

비월여제와 자신의 거리가 너무 멀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다.

문득 비월여제도 얼음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리거울, 저는 문득 선배님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돌리더니 웃는 얼굴로 말했다.

"감히 나를 조롱하다니. 도기를 다시 만들더니 너 간이 부었구나."

비월여제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진남은 헛기침을 하더니 긴말하지 않고 물고기를 굽는 데 집중했다.

그는 비월여제의 차가운 얼굴에 보기 드문 부끄러움이 스친 걸 보지 못했다.

진남에게 자신이 물고기구이를 좋아한다는 비밀이 발견된 것도 부끄럽고 진남이 한 말도 부끄러웠다.

* * *

만중선루, 제구공간의 독실 안.

서래는 이번에 동경에서 발생한 일들을 낱낱이 무구지존에게 보고했다.

"에잇, 그 자식은 운이 진짜 좋구나!"

무구지존은 투덜거렸다.

"지존 대인, 어떻게 할까요? 진남은 지존심과가 있는 곳으로 갈 겁니다. 우리는 공격을 멈출까요, 아니면……."

서래는 여기까지 말하고 계속 말하지 않았다.

무구지존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잠시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이 소식을 제왕고도와 다른 세력에 알리고 함께 진남을 죽이러 가자고 하거라."

서래는 이해되지 않아 말했다.

"지존 대인, 그럴 필요 없습……."

그는 홀로 진남을 공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무구지존은 손을 저어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어찌 됐건 진남은 그 여인과 연관이 있다. 이 때문이라도 우리는 모험할 수 없다."

그는 서래의 눈을 보며 물었다.

"만약 실수하여 진남을 죽여 그녀가 화가 나면 우리 만중선루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서래는 말했다.

"당연히……."

그는 할 말이 없었다.

'그 여인의 실력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성장 속도가 두렵다. 지금은 전력을 다해 겨우 버틴다 해도 나중에는 어떻게 하지?'

"주인님께서 며칠 전에 신념을 전해오셨다. 육합금지의 깊은 곳에 이변이 일어날 것 같다고 하셨다. 이 소식은 제왕고도와 몇몇 무상도통과 상고백족의 종족들이 다 알고 있다."

무구지존은 천천히 말했다.

"뭐라고요?"

서래는 깜짝 놀랐다.

'동경, 서경에 이변이 일어났다. 이제 육합금지에도 이변이 일어난다. 이 모든 건 매우 평범하지 않다. 제사소선역에서 평범하지 않다는 건 큰 기연을 만나는 것이다. 그럼 매우 평범하지 않다는 건 또 뭘 의미하지?'

서래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큰 폭풍이 일어날 거라는 걸 짐작했다.

"됐다. 어서 가서 처리하거라."

무구지존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 * *

같은 시각, 제오소선역, 극생문.

포악한 기운이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혈색 석굴 안에 수많은 검흔이 가득했다.

깊은 곳에서 무거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슉-!

베옷을 입은 노인이 석굴 입구에 나타나 신념으로 안을 훑어보았다.

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마음을 놓은 듯 말했다.

"회생,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너를 막는 것이 아니란 걸 너도 알 거다.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

"알고 있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동굴 안의 기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너……."

노인은 고개를 젓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진남이 제사소선역에 나타났다."

"네?"

목소리는 떨렸다 다시 평온해졌다.

"그가 어느 곳에 나타나든 저와 상관없습니다."

"진짜 상관없느냐?"

노인은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됐다. 너에게 숨기지 않겠다. 그자는 이미 도기를 다시 만들어 지선 정상의 경지에 도달했다."

동굴 안은 조용해졌다.

"하하하!"

잠시 후, 귀청을 찢는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형상이 안에서 날아 나오며 천지를 뒤엎는 검의가 뿜어져 나왔다.

"그자가 저를 실망시키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스승님, 저는 제사소선역으로 가겠습니다."

노인은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여 말했다.

"우리 극생문에도 두 명의 절세천재가 있다. 너는 왜 그들을 상대로 여기지 않는 거냐? 왜 하필이면 진남을 상대하려는 거냐?"

노인은 고개를 젓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후, 됐다……. 가거라."

* * *

같은 시각, 제구소선역, 구궁금선종.

선산 위에 한 청년이 아무 걱정 없이 옥실로 만든 그물에 누워 손에 고서를 쥐고 뒤적거렸다.

"어? 목이 마르다."

청년은 입을 다셨다.

그러자 그의 등 뒤의 선수에서 닫혔던 꽃망울이 활짝 피더니 여러 가지 색깔의 물방울이 튕겨 나와 정확히 청년의 입에 떨어졌다.

순간 그의 영패에 빛이 반짝거렸다.

신념으로 영패를 훑어보자 청년의 생기 없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진남, 너 진짜 보통이 아니구나. 도기를 다시 만들다니! 좋다. 지난번 대결은 비겼다고 치자. 지금 바로 너를 찾아가 승부를 가리겠다."

* * *

그 시각, 무범지지.

'비월은 경지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예뻐지는구나.'

팔요마왕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아무리 담이 커도 예전처럼 대놓고 비월여제에게 사랑을 고백할 용기가 없었다.

"진남이 왜 나보다 운이 좋은지 이제 드디어 알았다."

팔요마왕의 눈에 부러움이 드러났다.

운은 보이지 않는 것이고 지금까지 아무도 그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운은 확실히 존재했다.

진남처럼 출생이 평범하지 않고 내력이 대단한 존재나 절세라고 불리는 천재나 강자들은 대운이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넘볼 수 없고 죽일 수도 없었다.

팔요마왕은 진남이 조금 부러웠다.

운이 아무리 좋아도 노력을 이길 수 없기에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남 도우가 왜 친근감이 있는지 깨달았다. 그는 내가 잃어버린 형제와 성격이 똑같구나."

원적은 감탄하며 합장하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결심했다. 오늘부터 진남과 함께 하며 그를 형제로 생각하겠다."

팔요마왕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이 중놈이 너무 염치없잖아! 진남이 주선제오인이고 신분이나 내력이 범상치 않으니 진남 옆에 있으면 큰 좋은 점을 얻을 것 같아서 이런 생각을 하고도 큰소리치기는.'

"원적, 이런 말은 필요 없소. 우리 모두 진남의 형제요! 커다란 구천선역에서 우리는 함께 걸어야 하오."

팔요마왕은 숙연하게 말했다.

"팔요의 말이 맞소. 진남은 신분이 나보다 많이 낮지만, 됨됨이는 괜찮은 것 같소."

명망, 혈안, 능람람은 멸시하듯 원적을 바라보았다.

명망과 능람람은 눈빛을 반짝거렸다.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게 분명했다.

진남이 물고기를 다 굽자 비월여제는 소매를 휘저어 물고기를 감더니 한마디도 하지 않고 향기만 남기고 사라졌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무범지지로 다시 돌아왔다.

팔요마왕, 원적 등은 그때 이미 다시 지보들을 연화하고 있었다.

진남은 왠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열두 번째 문도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 * *

시간이 흘러 사흘이 지났다.

그 사이 육합금지 안에 많은 이상이 나타났다.

많은 세력과 무인들은 평범하지 않은 냄새를 맡고 육합금지로 몰려왔다.

팔요마왕 등도 계속된 연화가 효력이 발생하여 지보들도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수신량은 지선 경지로 진급하고 혈안은 지선 경지 삼 단계로 진급했다.

"진남, 북경에 도착했다."

문득 능람람이 신념을 전해왔다.

북경은 동서남북 사경 중에 육합금지와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진남은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팔요마왕 등을 깨웠다.

그는 능람람더러 은밀한 곳을 찾아 멈춰서라고 했다.

그들은 연합하여 몇십 개의 금제를 치고는 능람람의 은근한 시선을 받으며 무범지지를 떠났다.

지존심과의 위치는 만중선루에서 알려준 것이었다.

지난번의 풍파를 겪었으니 만중선루가 다른 세력들과 연합하여 그들을 상대하러 올 가능성이 컸다.

무범지지는 몇십 분의 일로 작아졌지만, 여전히 매우 크고 폭로되기 쉬웠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능람람은 여기서 기다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진남 등은 빠른 속도로 선산을 날아 지났다.

북경은 동경과 비슷했다.

이곳의 상고유적은 산, 수림, 강으로 이루어지고 성국 같은 곳은 매우 적었다.

육합금지와 가까운 이유로 북경은 구천지존, 패자들이 많이 찾아왔다.

때문에, 대단한 기연 등이 매우 적어졌고 이곳으로 오는 무인들도 많이 줄었다.

다섯 시진이 빠르게 지나고 진남 등도 지도에 표기된 곳에 도착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하늘을 찌를듯하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앞쪽 몇백 리 되는 곳에 높이가 십 장 정도 되고 용발 모양의 새빨간 꽃들이 서쪽을 향해 피어있었다.

마치 시뻘건 불바다 같았다.

수신량과 혈안은 지선 경지에 도달했지만, 눈앞의 광경을 보자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피안화(彼岸花).

불도에서는 악마의 꽃, 지옥의 꽃이라고 불렀다.

눈 앞에 펼쳐진 피안화 꽃밭은 북경에서 명성이 자자한 열아홉 개 상고유적 중 한 개인 이천 년 전에 나타난 피안화림(彼岸花林)이었다.

"제가 찾으려는 선복 경지의 천재지보는 피안화림의 깊은 곳에 있습니다. 무척 위험할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저는 여러분에게 빚을 지는 겁니다."

진남은 진중하게 말했다.

"진남 도우, 우리는 형제다. 예의를 따질 필요 있느냐?"

"맞다, 너의 일이면 나의 일이다!"

팔요마왕과 원적은 의리 있게 말했다.

'이들이 갑자기 왜 이러지?'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어 고맙다고 인사하고 피안화도 안으로 들어갔다.

피안화는 확실히 범상치 않았다.

계속 이유 없이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허무의지가 뿜어져 나왔다.

깊이 들어갈수록 허무의지도 더 강했다.

시간이 흘러 두 시진 후 진남 등은 피안화림의 깊은 곳의 가까이까지 갔다.

커다란 피안화 아래에는 텅 빈 것이 아니라 오래되고 낡고 형태가 기이한 궁전들이 나타났다.

팔요마왕과 원적은 잠깐 둘러봤지만 별로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이곳의 지보나 기연의 대부분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가져갔고 나머지는 가격이 비싸지 않았다.

"응? 잠깐, 앞에 대단한 환진이 있다!"

갑자기 원적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두 눈에 불문이 떠 오르더니 끊임없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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