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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91화 (991/1,498)

989화 배가 고프다

"효과가 있구나!"

원적은 기뻤다.

하지만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

"진남, 나는 안다. 너는 절대 네가 주선전승을 얻고 도기를 다시 만든 일을 나에게 말해주지 않을 거다."

주선!

이 두 글자에 명망과 팔요마왕 등은 귀를 기울였다.

마음이 설레었다.

'진남이 도기를 다시 만든 건 주선전승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아니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주선전승을 얻지 못했다. 나는 화도선염의 불씨를 얻어 몇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와 많은 영약들로 도기를 다시 만들었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도기를 다시 만든 방법을 낱낱이 말했다.

"주, 주선이 아니라고?"

원적은 어리둥절하여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내 짐작이 틀렸나? 아니다, 이자의 체내의 기운은 상고 십 대 주선 중 한 명의 기운이다! 설마 이자는 자신이 얻은 것이 주선이 남긴 전승이라는 걸 모르나?'

원적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짜라면 꽤 힘들었다.

진남이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물어도 그와 주선 사이의 비밀을 말할 수 없었다.

'안 되겠다. 오늘 주선에 관한 비밀을 물어보지 못하더라도 다른 건 물어봐야겠다! 진남이 제일선이 될 수 있던 건 틀림없이 뭔가 있을 거다.'

원적은 입술을 깨물더니 결심을 내렸다.

잠깐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진남, 네가 어떤 대단한 기연을 얻었기에 오늘의 성과를 이루었는지 말해주지 않을 거란 걸 잘 안다."

멀지 않은 곳의 능람람의 눈에 호기심이 드러났다.

그녀는 땡중이 거꾸로 물으면 진남이 제대로 대답한다는 걸 눈치챘다.

'진남은 어떤 기연을 얻었기에 이렇게 강해진 걸까?'

"아니다, 말해줄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주선제오인인 전신의 영혼을 얻었다. 나중에 전신의 육신을 융합했다. 이건 내 생에서 얻은 가장 큰 기연이다."

진남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그의 말은 번개가 정원을 내리친 것 같았다.

"주, 주선제오, 제오인의 영혼? 그리고 육, 육신?"

원적, 명망, 팔요마왕 등은 솜털이 곤두서고 소름이 끼쳤다.

얼굴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주선제오인!

상고십악인 명망은 십 대 주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주선제오인이 다른 아홉 명의 주선과 달리 매우 특이하다는 것도 알았다.

"아니다, 이럴 수 없다! 주선 경지에 도달하면 아무리 운이 좋다 해도 그들의 전승을 얻을 수 없다. 설마……."

명망은 정신을 차렸다.

마지막에 그는 더욱더 놀랐다.

'진남은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 그렇다면 진남은 신분이 얼마나 대단할까?'

능람람과 수신량, 혈안만이 어떻게 된 건지 어리둥절했다.

'주선은 뭐지? 무척 대단한가?'

"진, 진남……. 나는 네가 또 어떤 다른 기연을 얻었기에 평범한 무인에서 지금 이 정도가 되었는지 말해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원적은 마음속의 놀라움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

"아니다, 말해줄 수 있다. 나는 전에 강벽난을 만났다. 증제할 때 그녀가 나를 위해 살기를 막아 위기를 넘겼다.

또, 나는 전에 마발검신, 무연각, 원도천산과 많은 선배님들을 만났다. 그분들은 나를 도와 남천문을 공격했다.

그리고 나는 공주를 만났다. 그녀는 여러 차례나 나를 도와줬다. 내가 봉신할 때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나를 구해주어 봉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나는 또……."

진남은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진남의 말을 듣던 능람람과 수신량, 혈안 등은 침묵했다.

겨우 몇 마디였지만 그들은 진남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겪었는지 깨달았다.

'그를 위해 죽은 두 여인은 그에게 매우 중요하겠다!'

"나는 구리거울을 만났다. 지금까지 선배님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많은 위기를 해결해주셨다."

진남은 계속 말했다.

'구리거울? 설마 무상지보인가?'

원적은 한 가지 생각이 들어 서둘러 물었다.

"진남, 구리거울이 어떤 내력이고 어떤 위력이 있는지 네가 말해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진남은 바로 말했다.

"아니다, 말해주겠……."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팔목에 묶은 홍승에서 아무 징조 없이 방대한 선광이 반짝거렸다.

섬 위에 커다란 틈이 생기더니 절세형상이 걸어 나왔다.

대단한 지존위압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이건……."

원적, 명망, 팔요마왕 등은 깜짝 놀라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피부가 눈처럼 하얀 미인을 본 순간 팔요마왕은 엄청난 한기가 마음에 솟아올랐다.

"나의 내력을 알고 싶으냐?"

절세형상은 걸어와 진남의 옆에 섰다.

파란색 눈동자로 원적을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나는 이름 없는 사람이다. 다들 나를 비월여제라고 부른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절세도술의 위력과 비슷했다.

원적, 수신량의 눈에 짙은 놀라움이 드러났다

진작에 이 일을 알고 있은 혈안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팔요마왕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이름 없는 사람? 비월여제는 구천지존에 등극하자마자 얼마나 많은 구천지존을 죽였는지 모른다. 이제 곧 제일지존이 될 사람이 자신을 이름 없는 사람이라고 하다니? 커다란 구천선역에 비월여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팔요, 이 여인은 대단하오?"

명망은 그들의 표정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줄곧 보천정 안에 갇혀있었다. 후에 또 음양소세계에 눌렸다.

때문에, 그는 외부의 일을 거의 몰랐다.

그가 생전일 때는 비월여제란 인물이 없었다.

비월여제의 기운은 기껏해야 구천지존이었다.

그런데 원적과 수신량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그는 이해되지 않았다.

"저 여인은……."

팔요마왕이 설명하려는데 비월여제가 싸늘하게 말했다.

"명망, 나는 얼마 전에 부주의로 연고를 죽였다. 이제 너는 구악의 우두머리다."

명망은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연고는 상고십악의 우두머리였다.

상고십악의 이 위인 명망은 연고의 경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았다.

그가 눌려 지낸 몇천 년 동안 연고는 구천지존에 등극했을 것이었다.

'앞에 있는 여인이 연고를 죽였다고? 그것도 부주의로 죽였다고?'

'저 여인은 진짜 예쁘다!'

능람람은 속으로 감탄했다.

같은 여인이지만 비월여제를 본 그녀는 전에 없이 놀랐다.

비월여제의 기질은 유일하고 대단했다.

그녀가 상상했던 형상과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제, 제자 원적, 비월여제 대인을 뵙습니다!"

정신을 차린 원적은 울상을 하고 말했다.

'이번에는 큰 낭패를 보겠다! 제오주선은 비월여제보다 지위가 더 높지만 어차피 죽은 상고 인물이다. 이 비밀을 알았다고 해도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 하지만 비월여제는 다르다. 오늘 비월여제가 나를 죽이면 아무리 스승님이 나를 아낀다 해도 비월여제에게 따지지 못할 것이다.'

"너를 죽이지 않겠다. 그러나 주선제오인의 일을 다른 사람이 알게 하고 싶지 않다. 너희들은 스스로 맹세하거라. 선마도세, 심마대세(心魔大誓), 영혼대세(靈魂大誓) 세 가지를 모두 하거라."

비월여제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네, 네! 바로 맹세하겠습니다!"

원적은 한숨을 쉬더니 긴말하지 않고 맹세를 시작했다.

그가 진남의 비밀을 알아본 건 호기심 때문이지 다른 생각은 없었다.

때문에, 그더러 맹세를 하라고 하자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물론 망설였다 해도 소용없었을 것이었다.

팔요마왕, 수신량, 명망 등도 긴말하지 않고 서둘러 맹세했다.

그들이 맹세하는 걸 본 비월여제는 그제야 진남을 바라보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선광이 진남의 머릿속에 주입되었다.

"나는……. 구리거울? 어떻게 오셨습니까? 선배님은 제사소선역에 들어올 수 없지 않습니까?"

긴장을 푼 상태에서 깨어난 진남은 앞에 있는 절세형상을 보자 경악했다.

"의지만 가끔씩 강림할 수 있다."

비월여제는 말했다.

"아, 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느낀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여러분은 왜 그럽니까?"

그를 바라보는 명망, 팔요마왕의 눈빛은 전과 달랐다.

깊은 곳에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두려움이 있었다.

'설마 구리거울을 보았기 때문인가? 아니다. 구리거울은 보통 상황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진남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원적을 바라보았다.

"진남 도우, 나는 그저 몇 가지를 물었을 뿐이다.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건 우리가 약속한 거다."

원적은 괜찮은 척했지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한 일은 숨길 수 없을 거다. 방법을 찾아 진남의 화를 풀어줘야 한다. 어느 누구라도 내가 그런 수단으로 자신의 비밀을 물어본 걸 알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렇습니까?"

진남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나를 따라오거라."

비월여제는 한마디 남기고 선복도지를 날아나갔다.

"원적, 기다리십시오. 이따 다시 따지겠습니다!"

진남은 낮은 소리로 신념을 전하고는 비월여제를 따라갔다.

* * *

무범지지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동경에 있고 아직 동경을 떠나지 못했다.

무범지지에서 나온 진남은 허공 속에 오래된 기운이 가득한 걸 느꼈다.

"응?"

진남은 전신선동을 움직여 멀리 바라보았다.

동력이 닿는 곳에 몇십 개의 반짝이는 선광이 부딪혔다.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번에 동경과 서경에 이변이 일어난 건 너와 연관 있느냐?"

비월여제는 천천히 허공을 걸으며 물었다.

새하얀 두루마기가 바람에 흩날렸다.

"동경에 이변이 일어난 건 저와 연관 있을 겁니다. 다만 서경에 왜 이변이 일어났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들의 짐작이 맞구나."

비월여제는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무슨 짐작이요?"

진남은 눈에 호기심이 드러났다.

"아니다. 육합금지에도 큰 변화가 발생할 것 같다. 그때면 많은 구천지존과 강한 세력이 몰려올 것이다."

비월여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육합금지에도 이변이 일어날 것 같습니까?"

진남은 살짝 놀라 말했다.

"지존심과가 있는 곳은 육합금지와 매우 가깝습니다. 저는 속도를 높여야겠습니다."

평소라면 이런 엄청난 이변에 관심이 갔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지막 한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만 남았다.

그는 다른 변고가 일어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비월여제는 더 말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빛이 반짝이는 깨끗한 강 옆에 도착해서야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무표정하게 앞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진남은 이런 조용한 분위기가 매우 편안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씩 고개를 돌려 비월여제의 옆모습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놀라움이 솟아올랐다.

이 여인은 천하무쌍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강한 경지로 아무도 이길 수 없고 선역의 많은 강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뿐만 아니라 생김새, 기질도 완벽하여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녀의 영혼으로부터 나온 차가움은 다른 사람들의 반감을 사기는커녕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다가가 차가움에 얼어붙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어떤 남자가 비월여제를 정복할 수 있을까…….'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엇 때문인지 구리거울이 다른 사람에게 정복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진남."

"네?"

"배가 고프다."?

"배, 배가 고프다고요?"

진남은 깜짝 놀랐다.

'뭔 소리 하는 거야? 나는 무황으로 진급한 후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았다. 비월여제는 이제 곧 제일지존이 되는데 어떻게 배고플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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