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989화 (989/1,498)

987화 평범한 선복도지가 아니야!

십 대 주선이 어떤 존재인지 비월여제는 잘 알았다.

전신, 수피화권,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같은 세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주선제칠인인 무천마군까지 끌어들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천마군과 그들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점점 재미있구나. 누가 배후에서 판을 짜는 걸까? 이런 판을 짜서 뭐 하려는 걸까?"

비월여제는 중얼거렸다.

그녀는 진남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마혈이 미끼면 뒤에 다른 수단이 있을 것이었다.

진남이 다른 수단을 만나기를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너……. 마혈이 융합된 후 특이한 느낌이 있느냐?"

팔룡고묘 안의 석지에서 능람람이 기이한 눈길로 진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에 진남은 자신에게서 일어난 변화를 숨김없이 말했다.

"너 지보들의 각인을 조종할 수 있느냐?"

명망, 원적, 팔요마왕 등은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팔요마왕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속의 분노, 답답함 등이 모두 사라졌다.

마혈을 얻지 못했지만 이곳의 지보를 한두 개 얻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기연이고 좋은 점이 많았다.

"너……. 마혈을 연화할 수 있어?"

능람람은 기뻐하지 않고 놀라 물었다.

마혈을 얻는 것과 연화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그녀는 잘 알았다.

절세선검을 갖고 있다고 해서 절세선검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왜? 너 뭔가 아는 게 있어?"

진남은 물었다.

"아, 아니야."

능람람은 시선을 다른 곳에 돌렸다.

그녀는 마혈을 연화하면 어떤 결과인지 잘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바로 네 금제를 풀어줄게."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더니 더 묻지 않고 신념을 움직였다.

석지 안의 마도각인은 순식간에 불에 타더니 연기로 변해 날아갔다.

능람람은 제대로 느끼더니 한 번에 날아 나왔다.

"와! 드디어 죽일 놈의 금지에서 벗어났어!"

능람람은 흥분했다.

제자리에서 몇 바퀴 돌며 자유를 만끽했다.

"능람람, 네가 약속을 실현할 때가 됐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지보들을 얻을 수 있느냐?"

진남은 물었다.

원적, 팔요마왕 등도 능람람을 바라봤다.

"어……."

능람람은 얼굴이 상기되더니 멋쩍게 말했다.

"사실 나도 강제로 지보들을 얻는 방법은 없어. 전에는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야."

진남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계집애가 우리를 속였어?'

능람람은 서둘러 말했다.

"전혀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너는 지금 마도각인을 움직여 지보들과 담판할 수 있어."

그의 말에 원적, 팔요마왕 등은 눈을 반짝거렸다.

'맞다! 지보들은 이렇게 구속되어 있는 걸 원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보들과 담판하여 이것들이 우리를 위해 백 년 동안 힘쓰게 할 수 있다. 백 년이 지나면 우리는 경지가 더 대단해질 것이다. 그러면 지보를 굴복시키는 것도 전혀 문제없을 거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안색은 조금도 부드러워지지 않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능람람, 너 우리를 속였다. 어떻게 할 거냐?"

차가운 도의가 뿜어져 나왔다.

능람람은 당황했다.

그녀는 선복도지의 도령일 뿐이었다.

경지가 기껏해야 지선 정상 정도였다.

만약 진남 등이 그녀를 공격하면 그녀는 당할 수 없었다.

"너, 너 뭐 하려는 거야? 말해줄게, 만약 강제로 나를 공격하면 이곳의 금제들이……."

그녀는 염치 불고하고 말했다.

절반쯤 말하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진남은 마혈도 연화했으니 이곳의 금지를 전부 풀 수 있었다.

"……어떻게 하고 싶어?"

그녀는 주눅이 들어 물었다.

이번 일은 그녀의 잘못이 맞았다.

"간단하다. 앞으로 이 선복도지는 내 것이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도령이 있는 선복도지를 만났는데 그가 어찌 놔줄 수 있을까?

"뭐? 나더러 앞으로 너의 명령을 들으라고?"

능람람은 눈을 크게 뜨고 화를 내며 말했다.

"안 돼, 절대 안 돼. 나는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을 거다."

진남은 콧방귀를 뛰더니 오른손을 부숴 단천도로 변화시켰다.

싸늘한 도의가 그물처럼 펼쳐지더니 능람람의 주위에 떨어졌다.

능람람은 몸을 떨었다.

"너……."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몇 발짝 뒷걸음질 치더니 화를 냈다.

"너 이런 방식으로 남을 억압하고도 사내대장부가 맞느냐?"

그러자 순식간에 사방에 도의가 많아졌다.

언제든 내리칠 것 같았다.

"……동의하면 되잖아."

능람람은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울상을 지었다.

'운도 나쁘지! 겨우 금제를 벗어났는데 또 잡혔구나! 미인은 명이 기구하다는 말이 이런 걸 말하는 건가?'

"걱정하지 말거라. 나에게 굴복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연합했다고 생각하거라. 너의 안전을 약속한다. 기연을 만날 수 있으면 네가 수련하는 걸 도와줄 수도 있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능람람이 거절한다 해도 그는 손을 쓸 생각이 없었다.

"진짜야?"

능람람은 눈을 반짝거렸다.

진남이 자신을 노리지 않아도 다른 무인들을 만나면 그들이 노릴 거라는 걸 그녀도 잘 알았다.

다른 무인들에게 연화될 바에는 진남과 연합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진짜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능람람은 활짝 웃었다.

"너희들 아직도 얘기가 안 끝났느냐? 지금은 지보를 굴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팔요마왕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

그는 이미 마혈을 잃어 역천기연을 잃었다.

한두 가지 지보라도 굴복시켜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것이 급했다.

명망, 원적, 혈안과 수신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이 모든 걸 말해줬다.

"좋습니다. 내가 하겠습니다."

진남은 긴말하지 않고 신념을 움직여 지보들 안에 있는 마도각인을 움직였다.

선민유상, 팔룡고묘, 무명묘비, 생멸지화, 사악조각상 등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무형의 위압이 퍼졌다.

지보들은 눌리고 안에 들어있는 기영이 정신을 잃었지만, 여전히 영성이 있었다.

앞에 있는 청년이 자신들을 위해 금제를 풀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너희들이 마혈에 강제로 눌렸다는 걸 안다. 나는 이미 마혈을 연화했다. 너희들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나는……."

진남은 말했다.

웅-!

얼마 안 돼 선민유상, 팔룡고묘, 무명묘비 등 지보들은 크게 흔들리더니 대단한 의지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지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남, 팔요마왕 등은 순식간에 깨달았다.

지보들은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었다.

금제를 풀지 못하더라도 그들을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한순간이라도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에잇,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나를 도와주는 것이 그렇게도 싫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팔요마왕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마음이 답답했다.

'이렇게 애를 썼는데 천재지보만 조금 얻고 다른 좋은 물건은 하나도 얻지 못한단 말인가?'

원적, 혈안, 수신량은 실망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원적은 이번에 지보를 굴복시키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하지? 지보들을 여기 남겨둬야 하나? 그건 안 돼. 지보들이 코앞에 있다. 우리는 매우 큰 우세를 차지했다. 가져가지 못하면 너무 아쉽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능람람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너희들 왜 이렇게 미련해? 여기 있는 지보들은 생전에 누군가에게 연화되었다. 이것들의 주인은 죽었지만 너희들에게 굴복하고 너희들을 도와주기를 바라는 건 불가능하다. 이것들을 무범지지에 두고 오랜 시간을 들여 연화하면 안 돼?"

무범지지는 이 선복도지의 이름이었다.

선복도지마다 이름이 있었다.

패자들이 지은 것도 있고 처음부터 이름이 지어진 것도 있었다.

"이것들을 연화한다고?"

팔요마왕, 원적 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소! 강제로 지보들을 굴복시킬 필요 없소. 연화하면 되잖소! 지보들은 금제의 구속을 받고 있소. 우리가 강제로 연화한다 해도 반항할 수 없을 거요. 지보들은 영지가 매우 허약하오. 우리가 계속 연화하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오."

"좋은 생각이요. 좀 번거롭긴 하지만 좋은 방법이요."

명망도 눈을 반짝거렸다.

"진남, 너는 이렇게 대단한 마도기연을 얻었으니 우리 걸 빼앗지 말거라. 무명묘비, 선민유상, 사악조각상은 모두 내 것이다!"

팔요마왕은 흥분하며 손을 비볐다.

"팔요, 죽는 게 어떤 건지 경험하고 싶소?"

명망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 자식은 욕심이 나보다 더 많구나.'

상의를 거쳐 명망은 두 개의 선민조각상을, 팔요는 사악조각상을, 수신량은 생멸고화를, 원적은 팔룡고묘를 갖기로 했다.

혈안은 자신의 경지로 지보를 연화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았다.

수신량이 생멸고화를 고른 건 생멸고화가 환도선종과 연관이 있어 자신이 우세가 있기 때문이었다.

혈안은 부서진 도기를 몇 개 골랐다.

무명묘비는 진남의 것이 되었다.

진남은 이의가 없었다.

명망, 팔요, 수신량은 믿기 힘들었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동고동락하는 느낌이 들었다.

"너희들 지보만 생각하지 말거라. 밖에 패자들이 가득하다. 그들이 십무혈금을 모두 죽이면 우리도 여기서 죽어야 한다."

능람람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마터면 그들을 잊을 뻔했다!"

팔요마왕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큰 문제를 발견했다.

그들은 지보들을 가져갈 수 없고 무범지지에 두고 천천히 연화해야 했다.

그런데 패자들도 무범지지에 있었다.

그들은 패자들을 쫓아낼 수도 없었다.

만약 그들이 도망가면 목숨은 지키지만 지보들은 패자들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었다.

"패자들이 뭐가 대단해? 꼬맹아, 말해줄게. 내가 손을 쓰면 저들을 죽이는 건 장난하는 거나 마찬……."

수신량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팔요마왕은 수신량을 힐끗 보고는 대꾸도 하지 않고 진남을 보며 말했다.

"진남, 무범지지를 버리고 지보들을 챙겨 도망가자."

도망가면 패자들도 그들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능람람은 화가 나 바라봤다.

'이 자식! 너무 의리가 없구나! 좋은 건 다 챙기고 나를 버리겠다고?'

"람람, 다른 방법이 있느냐?"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

'계집애가 이렇게 침착한 걸 보니 틀림없이 방법이 있을 거다.'

"방법은 있다. 너는 마혈을 연화하였기에 이곳의 다른 세 개의 금지를 움직일 수 있다. 패자들도 억지로 버티지 못하고 무범지지에서 도망갈 거다."

능람람은 안색이 부드러워지더니 턱을 살짝 쳐들고 말했다.

"그때 내가 무범지지를 움직여 이곳을 떠나면 그들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진남, 원적, 명망과 팔요마왕 등은 자신들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되어 어리둥절했다.

'무범지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선복도지들은 천지가 만든 것이었다.

도령이 있든 없든 선도복지들은 나타난 곳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패자가 강제로 손을 써 선복도지들을 움직인다면 그 선복도지는 꽃처럼 시들고 힘이 모두 사라질 것이었다.

이 때문에 패자들, 구천지존들, 무상도통, 상고백족은 각자의 종지를 세울 때 일부러 특이한 곳을 선택하곤 했다.

"너희들 왜 그런 눈길로 나를 봐? 말해줄게. 나의 무범지지는 평범한 선복도지가 아니야!"

능람람은 자랑스레 말했다.

"진남, 너 보물을 찾았구나."

팔요마왕은 정신을 차리고 침을 삼켰다.

움직일 수 있고 도령이 있는 선복도지는 가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무범지지는 다른 비범지지로 움직여 가 천지의 선기를 빨아들이고 스스로 커질 수 있었다.

선복도지를 차지하는 데 가장 위험한 것이 무엇인가?

바로 언제든 올 수 있는 적이다!

선복도지가 움직일 수 없으면 다른 무인들이 지선 정상의 경지가 선복도지를 차지한 걸 알게 되면 틀림없이 쫓아올 것이고 매우 시끄러울 것이었다.

한데 무범지지는 움직일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었다.

"이 자식은 운이 진짜 좋구나."

명망도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십악인 그는 능람람이 움직일 수 있는 건 마혈과 연관 있다는 걸 알았다.

"좋다. 람람, 지금 바로 가서 금제를 움직이자!"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