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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86화 (986/1,498)

984화 도령(道靈) 능람람

"헉! 이, 이건…… 환각인가?"

원적은 놀랐다.

그는 믿을 수 없어 뒷걸음질 쳤다.

"하하하! 하늘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여기에 마도지보(魔道至寶)가 있을 줄 알았다!"

팔요마왕은 우레처럼 큰소리로 웃었다.

눈빛이 전에 없이 뜨거워졌다.

마도선왕인 그는 구천지존의 위에 더 대단한 존재가 있다는 걸 알았다.

마혈이 어쩌면 그 대단한 존재의 정혈일 지도 몰랐다.

그가 얻는다면 환골탈태하고 역천법을 얻어 나중에 구천지존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컸다.

"잠깐! 어서 저기 있는 돌상들을 봐라!"

이때 명망이 소리쳤다.

소리는 진남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지 않고 대전에 울려 퍼졌다.

진남 등은 돌상들을 바라봤다.

멀지 않은 곳에 여섯 개의 돌상이 있었다.

그중 두 개는 매우 기이한 인형 조각상이었다.

다른 네 개는 네 마리의 서로 다른 요수들이었다.

조각상들은 살아 숨 쉬는 것 같고 표정이 흉악했다.

조각상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악기가 느껴졌다.

"이건…… 상고십악 중의 사악인가?"

원적이 중얼거렸다.

"사악이 맞다. 저것들은 뒤 네 개의 순위다. 누군가 생으로 조각상으로 연화해 여기 가져다 놓은 것 같다."

명망은 말했다.

"누군가 조각상으로 연화했다고?"

진남, 팔요마왕 등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사악을 조각상으로 연화하다니, 얼마나 수법이 대단할까?

그들은 너무 놀라지 않았다.

사악의 조각상은 팔룡고묘와 마혈과 비하면 차이가 컸다.

"이 네 개 재수 없는 것들을 보라는 것이 아니다. 이 두 개의 조각상이 선민유상(先民遺像)이 아닌지 보라는 거다!"

명망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요? 저 두 개가 선민유상이라고?"

원적과 팔요마왕은 정신이 번쩍 들어 동시에 몸을 날려 두 개의 기이한 인형조각상 앞으로 가서 제대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선민유상이란 게 뭡니까?"

진남은 궁금했다.

"넌 그것도 모르냐?"

명망의 눈에 멸시가 드러났다.

"소문에 구천선역이 처음 나타났을 때는 생명이 백여덟 개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람도 있고 요수도 있었지. 후대들은 그들을 선민이라고 부른단다. 선민들은 무엇 때문인지 조각상으로 변해 천지의 여러 곳에 널려 있다. 조각상은 비교할 수 없는 힘이 있고 원고의 비밀과 연관되어 있다."

여기까지 말한 그는 머뭇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누군가 전에 선민유상을 다 모은 자는 천지를 개척할 힘이 생긴다고 말한 적 있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천지를 개척한다고? 선민유상이 그렇게 대단한가?'

"물론 천지를 개척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거짓말 같다. 그렇지만 어찌 됐건 모든 유상을 모으면 대단한 기연일 것이다!"

명망은 눈빛이 뜨거워졌다.

그는 마혈이나 팔룡고묘나 사악조각상이 선민유상과 비교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늬와 특수한 기운을 보니 선민유상이 틀림없소! 우리 보제고찰종에 전에 한 개 있었소. 그런데 후에 잃어버렸소.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원적은 잠깐 관찰하더니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

"맞소, 이 선민유상을 나도 전에 본 적 있소……. 헉!"

팔요마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절반쯤 말한 그는 곁눈질로 뭔가 보고 깜짝 놀랐다.

"왜 화들짝 놀라는 거요? 나를 놀라 죽게 할 셈이요?"

원적은 팔요마왕을 흘겨봤다.

"팔요, 뭘 발견했습니까?"

진남 등은 물었다.

"보거라. 이 비석은 전설 속의 무명묘비(無名墓碑)인 것 같다! 묘비 뒤에 있는 저 그림은 사라졌던 생멸지화(生滅之?)다! 그리고 부서진 병기는 시혈지존의 본명도기다……!"

팔요마왕은 큰 충격을 받아 말이 두서가 없었다.

"무명묘비? 열 개의 시골 위의 무명묘비?"

"생멸지화? 그건 우리 환도선종에서 천여 년 전에 잃어버린 제이진종지보잖소?"

명망, 원적과 수신량은 깜짝 놀랐다.

진남과 혈안은 이것들에 대해 아무런 이해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만 듣고도 이 물건들이 얼마나 진귀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지보가 나타났지? 평소라면 한 개도 만나기 힘들다! 이곳은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팔요마왕은 중얼거렸다.

마지막에 그는 뭔가 알아챈 듯 말을 멈추고 눈살을 찌푸렸다.

진남, 명망, 원적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는 마혈 한 방울, 팔룡고묘, 선민유상, 무명묘비, 생멸지화, 사악조각상 그리고 구천지존의 본명도기가 있다. 여기는 도대체 어떤 곳이지? 왜 이렇게 많은 지보가 있지? 가장 중요한 건 이곳의 지보들은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다. 저것들이 한데 모인 건 인위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느 대단한 자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절 안은 조용해졌다.

진남 등은 헛숨을 들이켰다.

가슴이 뜨겁던 팔요마왕, 원적, 명망도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일이 비정상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니 뭔가 잘못되고 있었다.

앞에 있는 이곳은 비정상적이라는 단어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들의 견식이나 경험으로 이곳의 모든 것은 대단한 존재와 연관 있는 게 틀림없었다.

만약 함부로 움직이면 죽을 수도 있었다.

지보들은 유혹이 매우 컸다.

얻으면 좋은 점이 매우 많았다.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살아있어야 했다.

"너희들은 방금까지도 흥분하지 않았느냐? 왜 다들 조용해졌느냐?"

이때, 조롱하는 듯한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구냐?"

진남 등은 소름이 돋아 긴장한 채 선력을 움직였다.

그들은 팔룡고묘에 들어온 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상대방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

"뭐야. 건장한 사내들이 담이 이렇게 작아?"

앳된 목소리는 더욱더 조롱했다.

진남 등은 정신을 차리고 소리 나는 곳을 바라봤다.

그들은 모두 넋을 잃었다.

머리를 높게 묶고 피부가 새하얗고 예쁘게 생기고 흰색 바탕에 금색 무늬가 가득한 치마를 입은 열두세 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가 석지에 서서 조롱하듯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아이의 이마에는 발견하기 어려운 파란색 달 모양의 부호가 있었다.

부호에는 깨끗한 선의가 가득했다.

부호 안의 선의는 선복도지의 선의와 기운이 거의 똑같았다.

다른 곳의 선의보다 더 강하고 현묘했다.

"선의가 똑같다. 이마의 부호는……. 헉! 너…… 설마 선복도지의 도령(道靈)은 아니겠지?"

팔요마왕은 중얼거리더니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어? 마두, 눈썰미가 좋구나. 맞다. 나는 무범지지(無凡之地)의 도령, 능람람(?嵐嵐)이다!"

여자아이는 오만한 표정으로 턱을 쳐들었다.

"진짜 도령이야?"

원적과 수신량은 깜짝 놀랐다.

"이곳은 진짜 비범하구나. 도령도 키우다니."

명망도 감탄했다.

"선복도지의 도령? 보기 드문 겁니까?"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도령이 대단한 것 같지 않았다.

"드물다뿐이겠냐?"

명망은 눈을 흘기며 퉁명스레 말했다.

"넌 왜 아무것도 모르느냐? 말해줄게. 구천선역 전체에 도령이 있는 선복도지는 몇 개 안 된다. 선복도지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없게 된다. 그러나 도령이 있으면 스스로 수련하여 천지영기를 빨아들일 수 있다.

그러면 다 소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더 강해질 수 있다. 여러 무상도통과 상고백족에 도령이 있는 선복도지는 한두 개뿐이다. 어떤 곳은 한 개도 없다."

명망의 설명을 듣고서야 진남은 깨달았다.

능람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나는 줄곧 선복도지를 한 개 차지하고 수시로 혼자 폐관 수련하고 싶었다. 만약 능람람이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면 이 선복도지는 나의 것이 되잖아?'

"너…… 너 눈빛이 왜 그래?"

진남의 눈빛에 능람람은 소름이 끼쳤다.

겉으로는 강한 척하며 말했다.

"말해줄게, 나는 남자에게 관심 없다! 절대 너의 도려가 되지 않을 거다. 너 일찌감치 생각을 버리거라."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 계집애가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능람람이라고? 너는 이곳의 비밀을 다 아느냐?"

팔요마왕은 정신을 차리고 눈알을 굴리더니 물었다.

진남 등의 시선이 능람람에게 쏠렸다.

선복도지의 도령이다.

이곳의 신비한 마혈, 팔룡고묘 등과 밖에 있는 원고유적, 유리고궁은 모두 선복도지에 있다.

틀림없이 뭔가 알고 있을 거다.

"헛소리하는구나. 내가 모를 리 있겠어?"

능람람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럼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느냐? 걱정하지 말거라. 우리는 너를 손해 보게 하지 않을 거다."

팔요마왕은 서둘러 물었다.

"흥! 나는 절대 너희들에게 말해주지 않을 거다!"

능람람은 눈빛에 조롱이 짙어졌다.

말을 마친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히죽히죽 웃으며 송곳니를 드러내고 말했다.

"아, 나는 너희들과 연합할 수 있어."

진남 등은 어리둥절해 물었다.

"어떻게 연합할 거야?"

능람람은 뒷짐을 쥐고 석지를 거닐며 말했다.

"너희들이 이곳의 지보들을 욕심낸다는 걸 알아. 말해줄게. 너희들이 만약 강제로 지보를 얻으려 한다면 죽는 길뿐이다. 대신 너희들은 소통해볼 수 있어. 운이 좋으면 지보가 눈이 삐어서 따르겠다고 할지도 몰라."

진남 등은 마주 보더니 신념으로 소통했다.

그들은 능람람이 자신들을 속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보의 존중을 받지 못하면 다른 방법은 없느냐?"

명망은 물었다.

"당연히 있지.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은……."

능람람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너희들이 마혈을 얻은 후라야 말해줄 수 있어."

팔요마왕은 순식간에 흥분했다.

"마혈을 얻을 수 있어?"

그러자 능람람은 조롱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너 바보 아니야? 방금 말했잖아. 이곳의 모든 건 소통해볼 수 있다고. 마혈도 소통할 수 있다."

마지막에 그녀는 한마디 보탰다.

"먼저 마혈을 얻은 후에는 석지의 금제를 풀어 나에게 자유를 찾아줘야 한다. 아니면 나는 절대 다른 걸 말해주지 않을 거다."

그녀는 연합하는 목적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하하! 내가 마혈을 얻게 되면 너를 위해 금제를 풀어주겠다!"

팔요마왕은 큰소리로 웃었다.

눈에 흥분이 드러났다.

'기회가 왔다.'

일행들 중에서 그만이 제대로 된 마도인이었다.

그는 마도조예가 약하지 않았다.

구천지존으로 등극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진남, 너희들은 소통해 보거라. 나는 마혈을 느끼겠다. 어떠냐?"

팔요마왕은 서두르지 않고 진남 등을 바라봤다.

"좋소. 자네는 느끼시오. 이 계집애의 말과 이곳의 상황을 보아 마혈은 이 절에서 주인과 같은 존재인 것 같소. 마혈을 얻으면 다른 지보와 소통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지보들을 강제로 가져갈 수 있을 거요."

명망도 관심이 가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시오."

원적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팔요 도우, 자네는 될 거요!"

수신량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팔요, 자네는 나의 백 분의 일 정도의 능력이 있소. 마혈을 얻을 수 있을 거요."

그는 팔요마왕에게 아부를 떨려 했다.

하지만 끝내는 자신을 칭찬한 격이 되었다.

그러나 팔요마왕은 기분이 좋았다.

그는 수신량과 따지지 않고 콧방귀를 뀌더니 진남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진남,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성공하면 너를 섭섭하게 하지 않을 거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와 진남은 세 번이나 연합했었다.

그는 전에 두 번 진남에게 골탕을 먹었다.

이제는 그의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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