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3화 얼굴을 때려라!
"하하, 진남! 스스로 문이 없는 지옥으로 왔느냐!"
강각선왕은 기뻐하며 두루마기를 휘저었다.
수많은 선광이 그의 손바닥에 한데 뭉쳤다.
그는 주먹을 쥐고 진남을 공격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진남은 과천일격을 다시 드러내 열한 개의 이수의 뒤에 나타났다.
"너……."
강각선왕은 경악했다.
열한 개의 이수는 진남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진남은 속으로 한숨을 쉬더니 휘익 하는 소리를 내며 축강선왕의 옆에 나타나 그의 장검을 내리치더니 사라졌다.
진남은 또 고정선왕의 뒤에 나타나 그의 검을 내리치고는 사라졌다.
"악! 내……."
이때, 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하늘에 가득하던 힘 속에서, 선왕들과 대단한 이수들 속에서 고작 지선 경지의 존재가 반짝거리며 도기들에게 중상을 입혔다.
"헉……!"
팔요마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원적이 감탄했다.
서래, 소일우, 축자황 등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진남은 너무 담이 컸다.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진남의 경지로는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다.
"진남!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강각선왕, 축강선왕, 고정선왕 등 패자들은 빠르게 반응했다.
두 눈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살기가 가득했다.
많은 천선 경지의 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좀 전에 진남은 짧은 시간에 그들의 십여 개의 도기를 부쉈다.
그들은 실력이 강하고 자원이 풍부했지만, 가슴이 아팠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 이렇게 많이 잃었으니 그들은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
가장 중요한 건 이건 진남이 세 번째로 그들을 골탕 먹이는 것이었다.
자신보다 경지가 많이 약한 무인에게 연거푸 골탕을 먹는다면 누구라도 화가 났을 것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패자였다.
"선왕님들 저는 더 이상 여러분과 함께하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포권하고 공수하더니 팔요마왕에게로 날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속이 후련했다.
'선왕이면 어때서? 선왕이 서른여 명이면 또 어때서? 기회가 생기면 나는 여러분을 골탕 먹일 수 있습니다!'
"진남, 끝났느냐?"
보천정 안의 명망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그럼 꾸물대지 말거라. 십무혈금의 위력은 예전보다 많이 약해졌다. 패자들이 연합하면 조만간 없애버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다시 산골짜기에 들어가야 한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산골짜기에…… 다시 들어가라고요?"
명망은 한참 말이 없었다.
"설마 잊었느냐? 과도선제에 오르면 오래된 유적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갈 수 있다."
그의 눈에 빛이 스쳤다.
평소라면 진남이 보천정의 주인이라 해도 그는 절대 진남을 대신해 손을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게다가 진남은 전에 보천정을 팔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는 진남이 들어간 유적이 평범하지 않고 대단한 비밀이 숨어있다는 걸 발견했다.
과도선제가 나타나면 그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랐다.
하지만 십악인 그는 과도선제가 가리키는 곳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잘 알았다.
운이 좋으면 엄청난 전승이나 보물 등을 얻을 수 있었다.
"진짜 잊을 뻔했습니다!"
진남은 방금 선왕들을 상대하는 것만 신경 썼다.
"팔요, 원적, 우리 이제……."
진남은 다른 네 명에게 전음했다.
팔요, 원적 등은 전음을 듣고선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기뻤다.
지금이 그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갑시다!"
진남 등은 지체하지 않고 몸을 날려 빠른 속도로 나무 문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저자들이…… 들어갔어?"
강각선왕 등 패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아차! 나무 문에는 이제 십무혈금이 없소. 저들이 다시 들어가면 아무런 위험도 부딪히지 않을 거요.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쉽게 가져갈 수 있소!"
고정선왕은 빠르게 이유를 깨달았다.
다른 선왕들은 그 말을 듣자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골탕을 먹은 것도 모자라 진남이 보물을 가져가는 걸 보기만 해야 한단 말인가?'
"문제 될 거 없소. 십무혈금은 경지가 높은 사람을 감시하오. 진남 등이 들어갈 수 있으면 축자황 등도 들어갈 수 있소."
청리선왕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걸 잊을 뻔했소."
축강선왕, 강각선왕 등은 눈을 반짝거리더니 바로 전음했다.
"너희들도 나무 문으로 들어가거라. 명심하거라. 진남 등은 경지가 평범하지 않다. 옆에 원적……."
선왕들은 진남이 매우 미웠다.
하지만 진남의 경지가 매우 강하고 동급에는 상대가 거의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축자황 등에게 반드시 연합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려 했다.
"알겠습니다! 가자."
축자황 등 무인들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동시에 나무 문으로 들어갔다.
서래와 소일우 등도 뒤를 따랐다.
* * *
잠시 후, 산골짜기 안.
진남 등은 과도선제 아래에 도착했다.
그들은 계단 위로 날아올라 발끝을 차고 더 높은 계단으로 올라갔다.
계단은 평범하지 않았다.
바로 날아 넘을 수 없고 한 계단 한 계단씩 기어올라야 했다.
"명망, 너는 가장 깊은 곳의 물건 때문에 우리를 도와준 거냐?"
진남은 신념을 통해 보천정 안의 흉수에게 전음했다.
오는 길에 그는 팔요와 원적에게 상고십악에 대해 물었다.
십악은 열 마리의 상고이수를 가리켰다.
이수들은 악기가 하늘을 찌르고 많은 사람과 요수들을 죽였다.
그들은 도경 원만의 경지에 도달해 구천지존과 조금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그들은 혈통이 기이하여 가끔씩 구천지존과도 싸우곤 했다.
'자식, 바보는 아니구나…….'
명망은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차갑게 말했다.
"아니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어찌 너의 생사를 신경 쓰겠느냐?"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길게 한숨을 들이쉬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연합할까? 경과야 어떻든 이제 나는 보천정의 주인이다."
그가 동의하지 않으면 명망이 상고십악 중 서열이 이 위라고 해도 보천종의 구속을 벗어날 수 없고 외계를 공격할 수 없었다.
"네가 보천정의 주인이라는 걸 알았느냐? 근데 전에는 왜 보천정을 팔려고 했느냐?"
명망은 조롱하더니 말했다.
"나와 연합하려고? 좋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너는 적어도 이번에 가는 유적과 비슷한 곳으로 가야 한다. 평범한 곳은 나는 관심 없다."
그의 눈에 빛이 스쳤다.
만약 특별한 물건을 얻는다면 그는 보천정의 구속을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당연하지."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가지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명망의 얼굴에 악기가 떠올랐다.
"응? 무슨 조건?"
"수신량 그 자식을 제대로 혼내줘!"
명망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그는 원한을 기억했다.
"그래, 그렇게 하자."
진남은 통쾌하게 긴말하지 않고 선력을 드러내 주먹을 만들더니 수신량을 공격했다.
"진남, 너……?"
수신량은 어리둥절했다.
"수신량, 미안하다. 이건 명망이 요구한 거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다른 조건이라면 그는 조금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신량은 전에 그를 여러 번 비웃었다.
다만 그도 혼내 줄 이유가 없어 고민 중이었다.
"어? 명망? 이 영감탱이, 전에 몇 마디 놀렸을 뿐이잖아! 지금은 한배를 탔는데 이렇게 원한을 기억하고……. 혈안, 팔요, 원적 도와주십시오!"
수신량은 투덜거리며 도움을 청했다.
그는 지금 선제 위에 있어 피할 수 없었다.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잘했다!"
"진남, 얼굴을 때려라!"
"진남, 힘들지 않아? 우리가 도와줄까?"
팔요마왕 등은 수신량을 도와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분위기를 더 격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진작부터 수신량을 혼내주고 싶었다.
"여러분, 양심이 있습니까? 아악! 나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 말거라. 내가 화를 내면…… 억! 지, 진남, 얼굴을 때리지 말거라……. 팔요, 뭐 하시는 겁니까!"
처음에는 진남이 혼자 공격했지만, 마지막에는 여러 명이 협공했다.
수신량이 얼굴이 퍼렇게 멍이 들어서야 진남 등은 공격을 멈추었다.
수신량은 속이 답답했지만, 화를 내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길을 걷다 보면 신이 젖는 건 흔한 일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을 조롱하는 나쁜 습관 때문에 얼마나 맞았는지 몰랐다.
게다가 진남과 팔요 등은 의리를 지켰다.
연합하기로 한 후에는 그의 경지가 인선 정상밖에 안 된다고 나무라지 않았다.
다른 무인들이었다면 진작에 그를 내팽개쳤을 것이다.
"나중에 명망에게 제대로 따져야지……."
수신량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들은 계속 앞으로 움직였다.
백 개 셀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은 과도선제의 끝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주위는 새하얬다.
넓이가 삼천여 장 되고, 높이가 삼백여 장 되는 고목으로 지은 큰 절이 조용히 떠 있었다.
절에선 아무런 기운도 뿜어져 나오지 않았지만, 장염하고 숙연한 느낌을 주었다.
저도 모르게 마음이 경건해지고 함부로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제길, 이게 뭐야?"
팔요마왕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마도선왕인 그는 절 앞에서 긴장되고 불편했다.
"이 절은 간단하지 않구나. 나도 조금 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명망은 눈빛이 묘해졌다.
"이 절은……. 설마 상고팔묘 중 첫 번째 팔룡고묘인가?"
원적은 한참 바라보더니 뭔가 발견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고팔묘? 그게 뭡니까?"
진남 등은 물었다.
"우리 불도의 무인들도 자신만의 불도지기가 있다. 보통 육신사리(肉身舍利), 가사선장(袈裟禪杖), 목어경서(木魚經書), 불주불상(佛珠佛像)이고 다음은 이런 절이다."
원적의 눈에 불광이 스쳤다.
"상고팔묘는 천지가 만든 것이고 위력이 비범하다. 어느 것이 나타나든 불도지존(佛道至尊)을 불러올 수 있다. 소문에 팔룡고묘는 곧 도기를 초월해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거라고 한다."
진남 등은 마음이 떨렸다.
'앞에 있는 이 절이 곧 도기를 초월한다고?'
"에잇, 알고 보니 여기는 불가지보(佛家至寶)구나."
팔요마왕은 답답했다.
'설마 처음에 울려 퍼진 울음이 환상을 움직였나?'
"팔요! 이건 좋은 일이요!"
원적은 흥분했다.
기회가 있으면 팔룡고묘를 연화하겠다고 결심했다.
"일단 들어가 봅시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발끝을 차 가장 먼저 절에 날아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뒤를 따랐다.
절에 들어간 후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명망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커다란 절에는 불상은 하나도 없고 아무런 불교의 흔적이 없었다.
절은 여러 가지 물건들로 혼란스럽고 지저분했다.
비석, 고화, 조각상, 수상, 석지, 망가진 병기 등이 있었다.
가장 시선을 끄는 건 절 가운데에 있는 높이가 삼 장도 안 되는 돌 제단이었다.
제단 위에는 깨끗한 흰색 옥거울이 있었다.
거울 위쪽 팔 촌 되는 곳에 피가 한 방울 조용히 떠 있었다.
먹처럼 시커멓고 기운이 낡은 마혈이었다.
마혈은 아무런 기세를 드러내지 않았다.
동술로도 안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마혈이 다른 곳에 나타났다면 전혀 관심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마혈이 나타난 곳은 불도지보이고 상고팔묘 중 첫 번째이고 이제 곧 도기를 초월하는 존재인 팔룡고묘였다.
또, 마혈은 가장 가운데에 있었다.
제단과 지저분한 바닥을 보아 불교의 기운에 눌린 것이 아니라 여기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불(佛)과 마(魔)는 공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마혈이 여기서 휴양하는 걸까?
마혈은 팔룡고묘를 훨씬 강했기에 불교지보도 고개를 숙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