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2화 이용하다
크롸아아-!
천지를 흔드는 포효가 산골짜기 위에서 터졌다.
엄청난 힘이 용솟음치며 흉악한 이수를 공격했다.
이수는 힘에 밀려 날아갔다.
그뿐만 아니라 남은 힘은 땅 위의 기이한 그림에 떨어졌다.
"고작 십무혈금이 내 앞에서 함부로 날뛰다니?"
명망은 십무혈금을 한껏 무시했다.
그는 매우 오만했다.
"보천정이 이렇게 강해?"
진남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보천정의 흉수가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하하, 진남. 역시 대책이 있을 줄 알았어. 너 심지어…… 아차!"
팔요마왕은 호탕하게 웃으며 아첨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이상함을 느꼈다.
진남과 원적도 표정이 굳었다.
바닥의 기이한 그림들에서 빛이 솟아오르고 흉악한 이수들이 연달아 생겨났다.
이수들은 엄청난 살기를 뿜었다.
방금 명망의 공격이 힘 조절을 제대로 못 해서 금제들을 전부 깨웠다.
이수 한 마리도 대단한데 전부 깨어났으니 재앙이었다.
"너……."
진남은 화가 나서 보천정을 노려보았다.
명망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이내 부끄러워서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러나 곧 정신을 가다듬고 호통을 쳤다.
"내가 뭐? 어차피 우리는 흉악한 이수를 못 이겨. 시간을 좀 벌었을 뿐이다. 빨리 도망가!"
진남은 얼른 움직였다.
믿음직하지 못한 흉수를 혼낼 새도 없이 그들은 빛무리로 도망갔다.
* * *
같은 시각, 상고유적.
"고정선왕, 이것 좀 보십시오. 그림에 금이 갔습니다."
서래는 외쳤다.
그의 말에 고정선왕, 강각선왕 등 패자들은 놀라서 날아왔다.
그들은 신비한 나무 문 앞에 모였다.
문을 확인한 고정선왕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놀랄 것 없다. 그림에 금이 갔다는 것은 십무혈금 중 한 금제가 열린 것이다. 진남 일행들이 조심하지 않아 건드린 모양이다."
강각선왕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럼 진남 등이 십무혈금 중 하나를 상대해야 한다는 말인가?'
"진남, 하늘도 너를 죽으라고 하는구나."
강각선왕은 차갑게 웃었다.
그는 십무혈금 중 하나를 건드리고 진남이 살아서 도망칠 수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고정선왕, 이, 이게 우리에게 영향이 있습니까?"
서래는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고정선왕이 대답하기 전에 소일우가 그를 비웃었다.
"서래, 만중선루의 장로라는 자가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되겠소?"
서래는 살짝 화가 났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고정선왕은 살짝 웃었다.
"강각선왕이 아까 말했잖아? 십무혈금 중 한두 개를 건드린다고 해도 우리에게 영향이 없다. 다른 일이 없으면 나를 자꾸 부르지 말거라."
그녀는 속으로 만중선루의 장로가 겁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패자들은 전부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겁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장로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 다시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 문의 기이한 그림이 또 갈라졌다.
서래는 심장이 뛰었다.
불길한 예감이 점점 강렬해졌다.
강각선왕 등 패자들은 살짝 놀랐다.
그러나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진남은 정말 재수가 없구나. 금제를 두 개나 건드리다니, 지존의지가 있어도 이제는 도망갈 수 없……."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펑펑 두 번 울려 퍼졌다.
기이한 그림 두 개가 또 갈라졌다.
강각선왕, 고정선왕 등 패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찌 된 일이지? 금제를 네 개나 건드렸어?'
"상고선왕, 혹시……."
소일우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이제야 그는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불안했다.
"아닐 거다. 전부 건드리는 건 진남의 실력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고정선왕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변이 벌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마찬가지로 펑펑펑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나무 문의 그림들이 전부 갈라졌다.
폭발음은 크지 않고 기세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천둥을 맞은 것 같았다.
고정선왕, 강각선왕, 축강선왕, 청리선왕 등 패자들은 표정이 굳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십무혈금을 어떻게 전부 건드릴 수 있지?'
슈슈슉-!
이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진남, 원적, 팔요마왕, 보천정이 나무 문에서 뛰쳐나왔다.
"응?"
그들은 나오자마자 선왕들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를 막으려고 있는 건가?'
"진, 진남?"
서래와 소일우가 먼저 그들을 확인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른 패자와 무인들도 시선을 돌렸다.
양쪽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한참 침묵이 흘렀다.
"진남, 왜 멈춰! 십무혈금이 쫓아온다고. 어? 선왕들이 왜 이렇게 많아?"
보천정 안에 있던 명망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곧 무언가 생각난 듯 흥분했다.
그는 진남에게 전음했다.
"좋다, 아주 좋아. 진남! 얼른 우리들의 기운을 저들의 몸에 주입하거라. 십무혈금은 경지가 높은 사람들을 먼저 죽인다."
그의 말에 진남 등은 몸을 흠칫 떨었다.
'십무혈금이 그렇게 신비해? 그러니까 저 선왕들을 전부 끌어들일 수 있다는 뜻이지?'
"갑시다!"
진남은 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선광이 고정선왕 등의 몸에 뿌려졌다.
그들의 선광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기운을 묻혔을 뿐이었다.
선왕들은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피하지 않았다.
"좋구나!"
진남 등은 기뻐했다.
이제 곧 십무혈금이 나와 그들을 공격할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 십무혈금만이 주모자인 그들을 공격할 것이다.
즉, 십무혈금은 최선을 다해 선왕들을 공격할 것이었다.
"일단 빠지자!"
진남 등은 시선을 교환하고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
어떤 결과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상고유적을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이건 너희들 기운이잖아. 저놈들이 무엇을 하려고…… 아차!"
고정선왕, 강각선왕, 축강선왕, 청리선왕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이때, 나무 문에서 쿵 소리가 났다.
열 마리의 흉악한 이수들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이수가 문에서 나왔다.
엄청난 살기는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강한 기운은 상고 유적을 휩쓸었다.
대전에 있던 파괴되지 않은 선천신병들이 깨어나 열한 마리의 이수들에게 무릎을 꿇고 진지한 표정으로 알현했다.
"죽여라!"
피를 뒤집어쓴 이수는 혈안을 굴리며 상고유적을 둘러보았다.
마지막에 이수의 시선은 여러 선왕들에게 머물렀다.
이수는 목이 쉰 목소리로 외쳤다.
순식간에 이수들이 움직였다.
이수들은 하늘로 솟구치더니 두 발로 찢으며 내려왔다.
고정선왕, 강각선왕 등 패자들은 엄청난 위험을 느꼈다.
그들은 선술, 도술을 사용하여 방어했다.
선광이 번적이고 귀청이 아플 정도로 커다란 폭발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세상에! 이게 가능하다니!"
팔요마왕은 저도 몰래 감탄했다.
그는 매우 흥분했다.
처음으로 선왕들이 귀여워 보이고 칭찬해주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막다른 곳에서도 길이 열리는구나."
원적은 서래를 발견하고 손가락질하며 얄밉게 웃었다.
"저기 천선 경지들도 많다. 빨리 기운을 주입하자."
진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원적은 불가의 사람이지만 나쁜 생각만 하는구나. 하지만 이런 성격은 마음에 든다. 나는 당당하게 싸워 상대를 격파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번에 여러 선왕을 골탕 먹여보니 이런 방법도 괜찮구나.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적들은 여러 종류일 것이다. 경지가 평범한 자들도 있고 경지가 높은 자들도 있을 것이다. 경지가 무척 높은 적을 만나면 당당하게 싸우는 건 불가능하고 도망칠 수밖에 없다. 계속 도망만 다니면 의미가 없다. 그럴 바에는 오늘과 같은 수단으로 적들을 제대로 골탕 먹이자.'
"좋은 생각이다!"
팔요마왕은 눈을 반짝거리며 가장 먼저 기운을 드러냈다.
진남 등은 뒤를 따랐다.
"진남, 너희들……!"
여러 세력의 천선 경지의 강자들은 화가 나 바라봤다.
그들은 무형의 한기를 느끼고 몸이 떨렸다.
보제고찰종의 사람들은 피를 토할 것 같았다.
'원적이 적을 도와주는 것까진 이해하겠다. 그런데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지?'
"도우들. 나를 따라 진을 칩시다!"
축강선왕, 강각선왕 그리고 청리선왕은 낮게 소리치더니 몸을 날려 법인을 만들었다.
다른 선왕들도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
그들 중에는 패자가 서른여 명 있었다.
하지만 앞에 있는 열한 마리의 흉악한 이수들, 그중에서도 혈수는 매우 강했다.
만약 각자 싸운다면 그들은 상대가 안 되었다.
"구음구양시살진(九陰九陽弑殺陣)!"
"대극무생회진(大極無生回陣)!"
"구유절천진(九幽?天陣)!"
순식간에 수많은 진문이 허공에 퍼지더니 세 개의 오래된 진법을 이루었다.
진법에서 대단한 위력이 뿜어져 나와 열한 마리의 이수들과 싸움을 벌였다.
축강선왕, 강각선왕 등은 진법을 사용하고 도술을 드러내 점차 우세를 차지했다.
열한 마리의 이수는 십무혈금이 변한 것이었다.
이수들은 싸우는 본능은 강하지만 진정한 영지는 없었다.
"어? 이 금제는 위력이 좀 약하구나!"
팔요마왕은 아쉬웠다.
그는 선왕들과 열한 마리의 이수가 죽기 살기로 싸우고 마지막엔 모두 죽기를 바랐다.
"진법에 의지하려고? 전신선동, 열려라!"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두 눈에 화염이 타오르더니 매우 강한 동력을 드러내 세 개의 대진을 꿰뚫어 보기 시작했다.
"저기 서른두 곳을 공격하십시오."
잠시 후, 진남이 전음했다.
"진남, 잘했다!"
팔요마왕과 원적은 순식간에 깨닫고 눈을 반짝거리더니 선술을 드러내 세 개의 진법의 가운데를 공격했다.
이런 싸움에서 그들의 선술은 빗방울이 호수에 떨어지는 것처럼 아무런 파문을 일으키지 못했다.
패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선술이 완전히 끝날 때 엄청난 위력을 가진 세 개의 오래된 대진이 조금씩 흔들렸다.
"아차, 진남이 세 개의 대진의 약점을 발견했어!"
축강선왕, 강각선왕 등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늘을 진동하는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혈색이수와 다른 열 마리의 이수들은 동시에 몸을 날려 약점을 공격했다.
퍼퍼퍼펑-!
허공에서 폭발이 연거푸 일어났다.
세 개의 상고대진의 진문이 부서지고 위력도 사라졌다.
"진남! 죽여버릴 거다!"
축강선왕, 강각선왕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과 원한이 없는 패자들도 우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지선 경지의 무인에게 두 번이나 당할 줄 몰랐다.
열한 마리의 이수들은 이런 변화가 매우 기꺼웠다.
영지가 있었다면 이수들은 진남에게 고맙다고 인사했을 것이다.
"진남! 일이 끝나면 너를 혼내주겠다!"
강각선왕은 소리치며 손뼉을 쳐 열세 가지 색이 감도는 십구 층 높이의 낡은 보탑을 꺼냈다.
보탑에서 대단한 도의가 뿜어져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축강선왕, 고정선왕 등 다른 패자들은 연달아 한두 가지 법보를 꺼냈다.
법보들은 거의 모두 도기였다.
도기들은 방금 얻은 것도 있고 얻은 지 오래된 것도 있었다.
여러 천선들도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법보나 부적 등을 드러내 싸움에 참여했다.
"도기를 쓰기 시작했어?"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그는 대담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되든 한 번 해보자!"
진남은 잠깐 생각하고는 결정을 내렸다. 이내 그에게서 대단한 기세가 솟구쳐 올랐다.
그는 오른팔을 부숴 단천도로 변화시키고 체내의 전도선전도 전부 움직였다.
"과천일격!"
진남은 강각선왕 앞으로 날아갔다.
"진남, 너……."
원적과 팔요마왕은 어리둥절했다.
강각선왕은 경악하더니 진도도결을 드러내고 힘을 모아 보탑을 내리쳤다.
쿵-!
강기가 사방에 퍼졌다.
보탑은 도기인데다 패자 원만 경지의 인물이 전력을 다해 움직였기에 천선 정상의 경지의 일격을 받아도 조금 흔들릴 뿐이었다.
하지만 진남의 단천도는 보탑을 크게 눌렀다.
한 방 내리치자 금이 많이 가고 안에 있던 기영들도 비명을 질렀다.
도기가 중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