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7화 진남 고맙다

진남은 단천도를 대충 휘둘렀다.

엄청난 도의는 장막으로 변해 펼쳐졌다.

축자황이 날린 불꽃은 진남과 서른여 장이 떨어진 곳에서 막혔다.

조금도 더 다가가지 못했다.

"보제본무수(菩提本無樹), 명경역비대(明鏡亦非台),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하처야진애(何處惹塵埃)."

구계는 허공을 넘어오며 불도진언(佛道眞言)을 내뱉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높다란 나무로 변했다.

나무는 찬란한 빛을 뿜었는데, 도의들이 사방으로 스며들었다.

평범한 무인이었다면 이 선술에 정신이 혼란해지고 불도에 귀의할 것이었다.

그러면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었다.

현재 싸움을 보고 있는 무인들, 심지어 강한 천재라고 해도 심지가 흐트러지고 신념이 흔들려 정신이 아득해졌다.

무인들은 단전이 부서지는 것도 그리 무서운 일은 아니었다.

가장 무서운 것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마음이 흔들리면 힘을 잃었다.

하지만 구계의 초식은 진남에게 아무런 작용도 하지 못했다.

보살고찰종의 패자라 하더라도 그의 마음을 흔들 수 없었다.

"부숴라!"

단천도가 진남의 손에서 벗어나 엄청난 빛으로 변했다.

펑-!

굉음이 울려 퍼졌다.

전설 속의 보제나무의 형상이 박살 났다.

구계도 상처를 입고 뒤로 밀려나 피를 왈칵 토했다.

"사성투천대진(四聖鬪天大陣)!"

구계의 공격은 눈속임이었다.

축자황 등은 신선처럼 날아와 서로 다른 방위에서 법인들을 만들었다.

웅-!

사방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무주 선복도지의 방원 백 리에 있는 순수한 선의가 들끓었다.

마치 지옥의 뱀들처럼 사방을 헤집고 다니다가 진남의 몸으로 들어갔다.

허공에 네 명의 상고성인이 나타나 진남을 내려다보며 차갑고 무정하게 판결을 내리는 것 같았다.

"죽여라!"

축자황 등은 최강 살초를 펼치며 네 개 방향에서 진남을 공격했다.

그들이 연합하여 만든 진법은 무척이나 신비했다.

대진을 친 사람들은 계속 대진을 유지할 필요가 없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중 살초를 형성할 수 있었다.

"좋다."

강각선왕 등 패자들과 천선 경지 무인들은 눈앞이 환해졌다.

역시 다섯 핵심제자 등급의 천재들이라 남달랐다.

진남이라고 해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베어라!"

진남은 외쳤다.

단천도가 먼 곳으로 날아가 엄청난 도의를 드러냈다.

그리고 네 방향으로 힘껏 칼을 휘둘렀다.

펑펑펑-!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평범한 인선 경지의 무인들도 알아차렸다.

진남은 미리 진법을 꿰뚫어 보고 수단을 준비했다.

사성투천대진은 단번에 망가졌다.

슉-!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남은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축자황 일행에게 날아갔다.

붉은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따라 흩날렸다.

"전신의 주먹! 만법을 부숴라!"

진남은 고함을 질렀다.

기세가 퍼지고 선광이 찬란하게 빛났다.

선광은 통천주처럼 순수한 선의들을 뚫고 수많은 전도의지를 실은 채 앞으로 날아갔다.

쿠쿠쿵-!

진남의 주먹에 화염이나 옛 기운 등은 전부 사라졌다.

남은 힘은 사정없이 네 천재들의 가슴팍을 내리쳤다.

"대단한 권법이다!"

"저 주먹의 위력이라면 천선 경지 이 단계도 죽일 수 있겠어."

놀라지 않는 무인이 없었다.

강각선왕 등 패자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저 자식 엄청 강하잖아. 전력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저 정도라니. 도법이나 문도법 그리고 도광, 도의는 아예 펼치지도 않았어."

팔요마왕은 감탄했다.

그리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진남을 보고 도망갔던 게 정확한 선택이었다.

보복을 했더라면 비월여제가 나타나기 전에 진남의 손에 죽었을 수도 있었다.

펑-!

이때, 가벼운 소리와 함께 축자황의 몸이 흩어졌다.

다른 천재들과 전혀 다른 상태였다.

"응?"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불꽃이 비처럼 내리는 먹구름 속에 흰색 빛이 나는 부문이 나타났다.

부문은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하여 먹구름을 전부 흡수했다.

불꽃 형상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축자황이었다.

다만 전과 달리 축자황의 불꽃에는 불의, 옛 기운, 액의(厄意) 그리고 극생의지가 더해졌다.

그의 기운은 전보다 훨씬 강했는데 아예 다른 차원이었다.

그는 마치 화선이 인간 세상에 온 것 같았다.

패기가 넘치고 위엄이 있었다.

중상을 입은 고거린 등의 창백하던 얼굴이 살짝 생기가 돌았다.

그들은 남은 힘을 다해 외쳤다.

"축자황! 진남을 이겨야 해!"

순간 축자황 온몸의 기운이 삼 할은 더 늘었다.

두 손에 고도 두 개가 나타났다.

하나는 정의이고 하나는 사악함이었다.

정의와 사악함이 서로 엮이는 중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하하, 축자황은 미리 판을 만들었다. 처음에 진남이 이긴 축자황은 사실 화염 분신이다. 화염 분신은 강한 동술로도 알아보기 힘들지."

농염족 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말에 무인들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축자황은 화염분신술을 펼쳤다.

그의 진신은 먹구름에 숨어있었다.

또, 기운을 보니 고거린 등 천재들이 축자황에게 힘을 실어준 것 같았다.

"어쩐지 먹구름이 이상하더라. 너희들 실력이 약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의 두 눈에 불꽃이 점점 강렬하게 타올랐다.

축자황의 수단에 그는 적지 않게 놀랐다.

오랜만에 전혈이 들끓기 시작했다.

"진남, 나는 오늘 네 사람의 힘을 모으고 본명불씨를 일부 희생했으며 대량의 시간을 소모했기에 이 술법을 성공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축자황의 목소리는 천둥이 치는 것처럼 우렁찼다.

그는 사방으로 위압을 풍겼다.

인선 경지의 강자들과 경지가 낮은 지선 경지들 강자들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진남은 의아했다.

전신의 선동으로 그는 엄청난 힘이 축자황의 칼에 모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내 도법을 보여주마."

축자황은 양손을 휘둘렀다.

두 칼이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순식간에 엄청난 도기들이 사방을 베었다.

기이한 것은 도기들은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굳은 것 같았고 흩어져 있었다.

이내 도기가 많아지자 형언할 수 없는 도기의 꽃이 천지에 활짝 피었다.

이상하게 스산하고 용처럼 사방을 헤엄쳤다.

그러자 진남의 몸과 천 장 떨어진 곳에서 폭발음이 우려 퍼졌다.

선산 같은 힘이 진남을 눌렀다.

그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유일도결, 베어라!"

축자황은 의지를 최대로 끌어모았다.

방대한 도화(刀花)가 날아와 모든 것을 눌렀다.

다른 사물들은 색을 잃은 것 같았다.

천지의 법치도 도화와 빛을 다툴 수 없었다.

이것이 축자황의 비장의 수였다.

축자황이 진남에게 감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이유였다.

이 도법은 그가 우연히 무명시체에서 얻은 것이었다.

도법을 펼치면 엄청난 의지가 모든 것들을 부수고 없앴다.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제일선인 진남도 막을 수 없었다.

"엄청난 도술이다!"

"칼의 의지가 패기 넘치는구나."

"동급들 사이에서 이 칼을 막을 자는 없다."

무인들은 넋이 나가서 쳐다봤다.

팔요마왕조차 충격을 받고 얼어붙었다.

강각선왕 등 패자들은 기뻤다.

그들은 축자황이 이렇게 큰 기쁨을 안겨줄 줄 몰랐다.

축자황은 이제 진남을 이기거나 죽일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진남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두 눈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넘치고 확신에 차 있었다.

심지어 진남을 무시하기도 했다.

"유일……도결? 내가 인정하지 않았는데 감히 유일이라고 칭하다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진남의 등 뒤로 청색 빛이 찬란하게 빛났다.

말로 할 수 없는 위엄과 패기가 느껴졌다.

적금색 갑주가 나타나 진남의 몸을 감쌌다.

그의 기운은 쭉쭉 강해졌다.

전신의 혼과 적금갑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숴라!"

진남은 강한 압력을 무시하고 단천도를 휘둘렀다.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엄청난 전의와 진도도결의 도의가 융합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사방은 낮처럼 환해졌다.

축자황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도화가 부서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동시에 칼 형상이 그의 몸을 베고 어떤 것들을 가져가는 것을 느꼈다.

쿠쿠쿵-!

강기가 사방으로 용솟음쳤다.

조금 전까지 천하무적 같던 축자황은 기운을 전부 빼앗기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중상을 입고 온몸에 피를 흘렸다.

"져, 졌어?"

강각선왕 등 패자들, 고거린 등 천재들 그리고 무인들은 믿을 수 없었다.

팔요마왕도 침을 꿀꺽 삼켰다.

축자황의 엄청난 도결을 진남은 한 방에 없앴다.

"나의 유일도결이 너에게 패할 줄이야……."

축자황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의 안색은 계속 바뀌었다.

마지막에 그는 한숨을 쉬고 저장주머니를 꺼냈다.

"진남, 네가 이겼다."

고거린 등은 가슴이 떨렸다.

그들도 결국 저장 주머니를 꺼냈다.

다만, 그들은 억울했다.

실패의 맛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핵심제자들은 실패를 더 싫어했다.

"하지만, 진남 고맙다."

축자황은 숨을 내쉬고 허리를 굽혀 크게 인사를 했다.

고거린 등은 그 정도로 하지는 않았지만 포권했다.

실패는 싫었지만, 그들이 더 강해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다섯 도우들의 가르침도 고맙다."

진남도 인사했다.

이들 다섯은 존중할 만한 상대들이었다.

이번 무예 겨루기로 진남도 많은 수확이 있었다.

"흥, 천재들은 겉치레를 좋아해. 이겼든 졌든 마지막에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다니. 무도세계는 속고 속이는 곳이라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팔요마왕은 중얼거렸다.

다만, 그의 두 눈에 부러움이 가득했다.

"섬이 보인다."

"응? 왜 무인이 이렇게 많지?"

이때, 여러 기운들이 먼 곳에서 밀려왔다.

흥분한 목소리도 있고 의혹이 가득한 목소리도 있었다.

"에잇, 몇 시진이 지나야 온다면서?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신용을 안 지키네."

팔요마왕은 엄청난 기운을 느끼자 욕설을 퍼부었다.

수신량은 어이가 없었다.

'마왕이 신용을 안 지킨다고 욕하다니?'

"가자!"

진남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는 바로 둘을 잡고 구리 문으로 날아갔다.

진남 일행이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강한 기운을 풍기는 형상들이 연거푸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니 강각선왕 등이 더 많은 패자와 무인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들은 극생문, 농염족, 문고족, 무액족의 사람들이었다.

"응?"

진남은 세 패자들에게 눈길이 갔다.

한 명은 화를 내지 않아도 위엄을 풍기는 기이한 일자눈썹의 중년 사내였다.

그의 주변에 빙설 같은 불꽃이 타올랐다가 꺼졌다를 반복했다.

이 사람은 뼛속 깊이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다른 둘은 여인이었다.

한 명은 몸매가 풍만하고 운치가 있고 다른 한 명은 도도한 매력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들은 각각 문고족과 무액족이었다.

몸매가 풍만한 여인은 이마에 옅은 보라색의 옛 글자가 있었다.

도도한 여인은 액기(厄氣)를 풍겼는데 그윽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세 사람 모두 강각선왕처럼 패자 원만 등급이다. 농염족의 축강(祝?)선왕은 종문의 서열 칠 위인 빙현지염(氷玄之焰)을 장악했다. 두 여인은 고정(古情)선왕, 청리(淸離)선왕이다……."

팔요마왕이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진남은 상황을 파악했다.

농염족은 십 대 화염을 가지고 있었다.

문고족은 이마에 네 가지 청(靑), 홍(紅), 자(紫), 금(金)색의 옛 글자가 있었다.

무액족은 유(幽)로 등급을 나누었는데, 삼유(三幽), 육유(六幽), 구유(九幽), 절유(?幽)가 있었다.

이런 등급 구분은 창람대륙의 무혼 등급과 비슷했다.

장악한 등급이 높을수록 재능과 경지, 혈통이 더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