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4화 일단 들어가 봅시다
"진남, 이렇게도 만나는구나!"
극생문의 패자는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마침 따져야 할 일도 있는데 잘 됐구나."
말을 마친 그는 몸이 열 배로 팽창했다.
그는 손바닥에 짙고 순수한 극생의지를 모아 진남을 힘껏 내리쳤다.
방원 몇십 리의 허공이 전부 부서졌다.
진남이 날려 보낸 도기는 그의 손바닥에 맞아 모습을 감추었다.
"진 시주가 쌓은 업이니 갚아야 하오. 아미타불."
보제고찰종의 늙은 중은 불호를 높이 외쳤다.
사방에 수많은 불광이 번쩍였다.
노목금강(怒目金剛)들이 떠올라 진남을 노려봤다.
그들은 진남과 철천지원수는 아니었다.
또, 진남은 도기가 부서져 그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진남을 쉽게 풀어줄 수 없었다.
"역시 패자는 천선보다 강하구나."
진남은 붉은색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그는 커다란 압력에 숨이 막혔다.
문도법을 사용하고 진도도결을 펼쳐도 공격을 버티기 힘들었다.
위기의 순간에, 진남은 장소지존의 영패를 사용했다.
쿵-!
지존의지가 폭발했다.
사방은 어두워지고 웅장하고 흐릿한 형상이 나타났다.
형상은 천지의 주인처럼 모든 것을 굽어보며 손을 내리쳤다.
"구천지존의 의지?"
공격하려던 두 패자와 구경하던 패자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이보와 선술로 자신을 보호했다.
몇 개의 커다란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도벽의 몇십 장 되는 구멍이 세 배로 커졌다.
엄청난 힘에 맞은 패자들은 날아갔다.
일부 경지가 낮은 자들은 강한 타격을 받고 신음을 흘렸다.
기회를 엿보던 팔요마왕 등은 얼른 진남의 곁으로 날아갔다.
진남은 손을 휘둘렀다.
방대한 선력이 셋을 감쌌다.
진남은 보답천하를 펼치며 무지갯빛으로 변해 무주도지로 사라졌다.
"이런……. 장소지존이 진남에게 지존의지를 줬다니."
극생문의 패자는 엄청난 힘을 물리치느라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존의지는 극생문이나 다른 세력에서 핵심제자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귀했다.
구천지존이 자신의 의지의 일부를 준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상처를 입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시주들, 나와 강각(江覺)선왕은 먼저 진남을 쫓아가겠소. 자네들은 도벽을 계속 닫는 게 어떤가?"
보제고찰종의 늙은 중은 말했다.
패자들은 서로 마주 보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농염족의 패자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우리도 자네와 함께 가겠소. 저 자식은 지존의지를 가지고 있으니 방심하면 안 되오. 이곳은 두 사람이 지키고 있으면 충분하오."
강각선왕과 늙은 중은 서로 마주 보았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말에 속지 않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함께 앞으로 날아갔다.
평원에 남은 몇백 명 무인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진남이 이런 수단으로 패자들의 방어를 뚫을 줄 몰랐다.
* * *
만중선루 제구공간.
만전에는 지선 경지, 천선 경지의 강자들과 몇몇 패자들이 있었다.
중전에는 구천지존이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중전의 꼭대기 층에 있는 방 안에 무구지존이 있었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고 상고 다기들을 만졌다.
맑고 투명한 선차는 손의 움직임에 따라 용처럼 흘렀다.
"무구대인, 급한 일이 있습니다."
이때, 서래천선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무슨 일이냐?"
무구지존은 미간을 찌푸렸다.
차를 마시는 일은 무구지존의 작은 취미였다.
기분이 안 좋을 때 그는 정신을 집중하여 차를 내렸다.
때문에, 그는 차를 내릴 때 방해받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서래는 땀을 훔치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 동경의 오아하(烏鴉河), 읍귀도(泣鬼道), 만검선종(萬劍仙宗)에 모두 이상이 생겼습니다. 선광이 하늘로 솟구치고 이상이 생기는 걸 보니 엄청난 전승과 지존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그는 단숨에 열몇 개의 상고유적을 말했다.
그중에서 세 개는 성국의 오래된 유적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오? 그거참 이상하구나. 사람을 보내 알아보거라."
무구지존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서래, 이런 사소한 일로 경솔하게……."
진남의 일을 겪고 그는 서래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그는 서래를 자신의 바로 아래로 승진시켰다.
그러나 오늘은 서래를 몇 마디 혼내려고 했다.
다만, 말이 끝나기 전에 서래의 영패에서 빛이 났다.
서래는 소식을 살피더니 놀라서 말했다.
"노선림(老仙林)과 범운성(泛雲城)……에도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또 다섯 개의 상고유적이 더해졌다.
무구지존도 이번에는 살짝 놀랐다.
구천지존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많은 상고유적에 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은 모르게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무구지존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정신을 차린 그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내 명령을 전하……."
그때, 영패에 또 빛이 번쩍였다.
소식을 살피던 서래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대, 대인. 몽염국(夢?國), 상봉산(上峰山), 패자시수(?主屍樹)도 나, 나타났습니다."
이 세 개의 상고유적은 만중선루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성국보다는 못하지만 열리면 많은 재물을 얻을 수 있었다.
또, 귀한 이보를 얻을 수도 있었다.
무구지존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열 몇 개의 상고유적에 이변이 일어나고 세 개의 상고유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변화를 일으킨 힘은 엄청났다.
"그래, 먼저 물러가거라. 너는 이 일에 신경 쓰지 말거라. 잠시 후 만중회의를 소집하……."
무구지존은 드디어 쉬이 넘길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이때, 서래의 영패에 또 몇 개의 빛이 번쩍였다.
소식을 살피던 서래는 충격을 받았다.
"또 무슨 일이냐?"
무구지존은 눈꺼풀이 떨렸다.
'이게 무슨 일이냐? 끝이 없구나.'
"대, 대인 방금 온 소식에 의하면 진남이 팔안음양화와 축선지수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곳에 무주의 선, 선복도지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서래는 대답했다.
"허, 그 자식 참 운이 좋구나."
무구지존은 감탄했다.
그는 이런 일에 이미 적응했다.
만중선루는 혼란선역의 모든 것들을 손바닥을 보는 것처럼 빤히 알고 있었다.
몇백 년 전의 소식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몇백 년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
"그,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래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방, 방금 서경에서 소식이 왔는데 서경의 상고 유적도 이변이 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무구지존은 눈을 가늘게 떴다.
* * *
동경성국, 무주도지.
진남 일행은 빠르게 날아갔다.
그들은 앞에 널따란 보랏빛 공간을 발견했다.
공간에는 금색, 붉은색, 흰색 등이 산천, 강, 수림 등으로 변했다.
또, 방대하고 순수한 영기가 그들을 감싸고 있어 마치 영해에 있는 것 같았다.
공간의 구석구석에 엄청난 선의가 가득했다.
선의는 혼란선역이나 만중선루의 선의와 달랐다.
그 속에 도운(道韻)이 살짝 섞여 있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두터웠다.
조금만 흡수해도 머리가 맑아지고 귓가에 메아리가 들렸다.
실체가 없고 어렴풋한 '하늘'이 그들의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선복도지들은 자신의 의지가 있고 특색이 있었다.
무주도지의 선의는 도경에 든 사람에게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신비함도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들었다.
진남 등은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살기가 엄청난 거리를 초월하여 그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패자들을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잠시라도 멈추거나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패자들이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저것들은 체면도 없구나! 패자면 대단해? 별거 아니더구먼. 나를 화나게 하면 바로 없애버릴 거다."
수신량은 당황해서 빠르게 도망가면서도 비아냥을 멈추지 않았다.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그를 콱 차버리고 싶었다.
"팔요마왕, 무엇을 또 숨기는 겁니까? 그리고 제 지존의지를 욕심내지 마십시오. 이제 하나만 남아서 사용하면 나중에 승산이 없습니다."
진남은 힐끗 쳐다봤다.
"큼큼,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느냐?"
팔요마왕은 얼굴을 붉히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뼈를 꺼내 중얼거리더니 마혈 네 방울을 뱉었다.
슉-!
네 개의 눈부신 혈광이 뼈에서 솟구쳐 진남의 몸에 들어갔다.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르지 않는 힘이 그의 다리로 모여드는 것 같았다.
진남은 속도도 적어도 열 배는 빨라졌다.
"이 뼈는 어떤 내력이 있기에 이렇게 큰 힘을 주는 겁니까?"
진남은 놀라서 물었다.
이 뼈로 전력에 힘을 실어준다면 열 배는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천풍마존(天風魔尊)의 다리뼈이다. 다른 것에는 힘을 보태지 못하고 신법에만 도움이 된다. 하루에 한 번 사용할 수 있지. 어때? 대단하지?"
팔요마왕은 우쭐했다.
"……대단합니다."
진남도 이에 동의했다.
쫓아오던 패자들은 진남의 속도가 빨라진 것을 느꼈다.
그들은 두 눈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엄청난 수단을 사용하여 속도를 빠르게 했다.
진남 일행은 그들의 변화를 느끼고 안색이 살짝 변했다.
무주의 선복도지는 그리 크지 않았기에 그들은 이내 깊은 곳에 도착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보라색으로 변했다.
상고의 보라색 바다 같았다.
깊이 들어갈수록 영기와 선의가 배로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진남 일행의 시선이 닿는 곳에 섬의 윤곽이 어렴풋이 나타났다.
"선복도지에서 유일한 섬이다. 팔안음양화와 축선지수가 존재한다면 저곳에 있을 것이다. 축자황 등이 아직 발견하지 못했으면 좋을 텐데……."
진남은 중얼거렸다.
이때,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팔요마왕 등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섬의 진면모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섬은 크지 않았다.
방원 몇십 리밖에 되지 않았다.
고목이 무성하게 자라고 기이한 화초들이 가득해서 엄청 아름다웠다.
섬 중앙에 높이가 서른 장이 되고 넓이가 열 장이 되는 구리 문이 있었다.
다만, 이 문이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문 앞에는 여러 고족의 무인들 몇십 명이 왔다갔다 했다.
축자황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구리 문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선복도지에 어떻게 이런 문이 있지?"
팔요마왕은 놀라서 말했다.
수많은 일을 겪은 그도 이런 기이한 장면은 처음이었다.
특히, 주인이 없는 선복도지들은 다른 물건이 있을 수 없었다.
"일단 들어가 봅시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팔요마왕은 눈알을 굴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옛말에 평소와 다르면 반드시 뭔가 있다고 했다.
구천선역에 이상한 일이 생기면 반드시 엄청난 비밀이나 보물과 연관이 있었다.
"누구시오?"
구리 문 앞을 지키던 몇십 명의 고족 무인들은 진남 일행을 발견했다.
그들은 묻고는 선력을 최대로 끌어모았다.
원래 그들은 패자들이 밖에서 막고 있을 테니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들어온 사람이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슉-!
진남은 과천일격을 펼쳐 몇십 명 무인들의 위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무인들은 안색이 변해 연거푸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인선 정상의 경지였다.
지선 경지가 셋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오 단계 이하였다.
그러니 진남의 주먹을 막을 수 없었다.
굉음이 울리고 무인들은 뒤로 날아갔다.
그 사이 진남 일행은 빠르게 구리 문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몸이 가벼워지고 눈앞에 벌어진 장면이 빠르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다른 공간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