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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75화 (975/1,498)

973화 쳐들어갑시다

커다란 고목들이 바람도 없는데 흔들렸다.

허공에 파도가 이는 것처럼 파문이 생기더니 사방으로 번졌다.

싸우고 있던 세 고족의 무인들 중 경지가 낮은 자들은 보이지 않는 충격을 받고 고통스러워했다.

진남은 괜찮았다.

그러나 팔요마왕은 신음을 흘리더니 마공으로 막았다.

혈안인선과 수신량은 선광을 드러내고 최선을 다해 막았기에 겨우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선마지음(仙魔之音)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인선 경지 아래의 무인들은 중상을 입었다.

"너 인선 경지를 돌파했어?"

진남은 수신량에게 관심이 생겼다.

승선지조에서 수신량은 무주궁도에 잡히는 바람에 승선하지 못했다.

인선 경지를 돌파하려면 반드시 선고에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방법들이 몇십 배는 더 어려웠다.

"인선 경지가 별거냐? 너 같은 사람도 도기를 다시 만드는데 인재인 내가 승선하는 일이야 너무 쉽지."

수신량은 거만하게 말했다.

"수신량, 부끄럽지도 않아? 네가 금기법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승선할 수 있었겠어? 환선도종에서 쫓겨났잖아."

팔요마왕은 그를 비웃었다.

"영감탱이……."

수신량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어렵사리 기회를 잡아 멋진 척을 하는데 하필 까발리다니?'

"에잇, 선마공명에 천지의 색이 바뀌는 걸 보니 놈들이 안에 거의 들어갔구나."

팔요마왕은 그를 무시하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부러워했다.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어떤 사람이 왔습니까?"

"저곳에 나타나 사람은……."

팔요마왕은 대답하려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는 경계하며 말했다.

"나를 떠보지 말거라. 알고 싶으면 직접 가 봐."

그의 말에 진남은 살짝 웃었다.

"안에 엄청난 보물이 있나 봅니다? 많은 강자들이 보물을 노리나 본데 우리 연합하는 게 어떻습니까?"

팔요마왕은 피식 웃었다.

"너와 연합을 하자고? 퉷, 두 번이나 연합해서 좋은 결과가 없었다. 우린 같은 편이 아니다. 잘 있거라."

그는 단호하게 돌아섰다.

진남은 다시 도기를 만들어 전력이 엄청 강했다.

그러니 둘이 연합한다고 해도 희망이 아주 작았다.

또, 그는 지존동부에서 절대 쇠신 진남과 함께 하지 않겠다고 피눈물을 흘리며 맹세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연합은 더욱 불가능했다.

"저에게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지존의지가 두 개 남았습니다."

진남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팔요마왕은 걸음을 멈추었다.

수신량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게 정말이냐?"

팔요마왕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제가 언제 속인 적이 있습니까?"

진남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나를 속인 적은 없었지."

팔요마왕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단호하던 표정이 흥분으로 바뀌었다.

"두 개의 지존의지에 우리 경지까지 더하면 삼 할의 기회가 있다. 진남, 우리 연합하자."

'맹세 따위는 개나 주라지.'

수신량도 말했다.

"네가 나보다 한참 못하지만 겸손한 네 태도를 봐서 기회를 한번 주마. 우리 연합하자."

진남은 두 사람의 모습에 입가에 장난스런 미소가 걸렸다.

"지금은 또 연합할 수 있습니까? 방금 우리는 같은 편이 아니라면서요?"

팔요마왕은 뻔뻔하게 말했다.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느냐?"

수신량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내가 증인이다. 팔요마왕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혈안인선은 기가 막혔다.

'저자와 환선도종의 진전제자는 낯짝이 참 두껍구나.'

진남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인선 경지와 지선 경지라고 해도 약간의 정보밖에 없는데 제가 연합할 필요가 있을까요?"

"내게 약간의 정보밖에 없을 것 같으냐?"

팔요마왕은 우쭐해서 말했다.

"팔요마왕인 내가 수단이 없겠느냐? 걱정 말거라. 나중에 내가 별수단이 없다고 느껴지면 아무것도 가지지 않겠다."

진남은 그를 지긋이 쳐다보고 더 캐묻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말씀해보십시오. 선마공명은 어찌 된 일입니까? 저들은 대체 무엇을 쟁취하고 있습니까?"

진남은 멀리서 싸우고 있는 세 고족의 사람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들은 신경 쓸 필요 없다. 마침 좋은 물건을 만나 서로 가지고 싶어 싸우는 거다."

수신량은 불만이 가득했다.

몇몇 천신들도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응, 맞아. 저 자식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깊은 곳에 농염족, 문고족 그리고 극생문과 보제고찰종에서 모두 패자들과 천선 강자 그리고 개세천재들 보냈다. 또, 다른 고족들과 무인들도 왔다."

팔요마왕은 말했다.

"그래요?"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설마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 때문에 온 겁니까?"

백대 고족에 속하는 세 고족들과 두 무상도통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상황은 보통의 고적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건 아니다. 그들은 무주의 선복도지를 위해 온 거다."

팔요마왕은 고개를 저었다.

"방금 선마공명이 들린 것은 그들이 무주의 선복도지의 벽을 거의 부수고 안에 곧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진남과 혈안인선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곳에 어떻게 무주의 선복도지가 나타났지?'

앞쪽은 지도에서 팔안음양화와 축선지수가 있다고 표시된 곳이었다.

그곳에 무주의 선복도지까지 있다면 무상보물고가 틀림없었다.

만중선루에서 이 사실을 발견하면 팔안음양화와 축선지수의 정보가치는 적어도 배로 오를 것이었다.

더 많은 고족들과 무상도통들이 몰려들게 뻔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설마 만중선루에서 팔안음양화와 축선지수를 안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걸까? 그래서 그 뒤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선복도지가 만들어졌나?'

"재미있구나."

진남의 두 눈에 빛이 돌았다.

"우리도 가보자."

반 시진도 안 되어 진남 등은 팔요마왕의 거점에 왔다.

앞으로 갈수록 고목들이 점점 적어지고 넓은 광활한 평원이 나타났다.

평원의 끝에 보라색 안개가 자욱했는데 평범한 안개와 달랐다.

그 속엔 두꺼운 청색 빛이 반짝이고 엄청난 도의 가득했다.

이것이 도벽(道壁)이었다.

새로운 무주 선복도지는 도벽에 쌓여서 나타났다.

강제로 도벽을 부숴야 무인들이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도안을 찾아 연화시키는 무인이 무주 선복도지의 주인이었다.

현재 여러 고족과 무상도통의 무인들 그리고 소속이 없는 무인들이 서로 싸우는 중이었다.

싸움의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엄청난 폭발음들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진남은 혈안인선에게 눈짓했다.

혈안인선은 눈치 빠르게 핑계를 만들어 거점에서 떠났다.

진남은 싸움 중인 세 청년과 두 소녀에게 시선이 갔다.

한 청년은 보라색 불꽃을 뿜고 파멸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신 팔 단계에 도경소성의 경지에 이르렀다.

무상도통의 핵심제자와 실력이 비슷할 것 같았다.

또, 청년의 기운은 만중선루의 응접 도장에서 마주친 청년과 비슷했다.

그러나 이 청년의 기운이 조금 더 강했다.

다른 두 청년과 소녀들은 문고족, 보제고찰종, 극생문, 무액족의 천재들이었는데 도경초규를 넘고 지선 삼 단계 전후였다.

"농염족의 천재 축자황(祝子荒)은 농염족 서열 십 위안에 드는 핵심제자다. 태어날 때부터 동극지화(東極之火)를 가지고 있고 재능이 뛰어나다. 저자들은 고거린(古巨麟), 구계(九戒), 가몽(柯夢), 두월우(杜月雨)……."

팔요마왕은 모두를 진남에게 소개했다.

오는 길에 그는 계획을 세웠다.

천재들이 도벽을 부수면 그는 선복도지에 따라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느긋하게 기다리는 중이었다.

잠시 후, 선마공명이 점점 커졌다.

보라색 안개 도벽은 열 몇 명이나 되는 패자들의 공격에 흔들렸다.

도벽에 금이 하나둘 생겼다.

이때, 혈안인선이 돌아왔다.

그는 의혹이 가득한 표정으로 진남에게 전음했다.

"진남, 방금 주변을 살펴보고 왔다. 이 무주도지는 엄청 넓은데 대략……."

혈안인선의 말을 들은 진남은 고개를 숙이고 사색에 잠겼다.

그는 혈안인선에게 팔안음양화와 축선지수가 무주 선복도지의 앞에 있는지 뒤에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쿵-!

순간 굉음이 울려 퍼지고 보라색 도벽에 길이가 열다섯 장, 넓이가 여덟 장인 구멍이 생겼다.

선마공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형언할 수 없는 짙은 선의가 파도처럼 구멍에서 흘러나왔다.

"시주들, 이제 그만 싸움을 멈추시오."

회색 가사를 입은 보제고찰종의 패자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입구가 생겼으니 약속대로 다른 사람들이 먼저 들어가게 하고 우리는 마지막에 들어가겠소. 그리고 연합하여 도벽을 닫읍시다."

다른 패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신념을 전달했다.

축자황, 고거린, 구계, 가몽, 두월우 등 천재들은 각자 세력의 무인들을 데리고 위풍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제길, 저 늙은이들이 간이 콩알만 하구나. 그것까지 생각하다니."

팔요마왕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올 줄 알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다만, 먼저 나를 모시러 오지 않으니 내가 직접 나서서……."

수신량은 떠벌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뜻이냐? 무주 선복도지인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냐?"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몇십 명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앞장선 천선 경지 무인이 호통쳤다.

이어 구름 위, 공터 등에서 무인들이 연거푸 나타났다.

그 모습에 진남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몇몇 천재들을 살피느라고 주변을 주의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숨어있을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들 중에는 천재들도 많고 거의 패자가 되는 강자들도 여럿 있었다.

"불만 있으면 싸우든가."

극생문의 패자가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앞서 그들은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머리를 쥐어짜며 방법을 생각했다.

틈을 타 이득을 취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저들이 도벽을 닫기 시작했다."

팔요마왕은 말하는 한편 진남을 쳐다봤다.

수신량이 입을 열려고 하자 팔요마왕이 그를 걷어찼다.

쓸데없는 소리를 할까 봐 미리 차단했던 것이었다.

"쳐들어갑시다."

진남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그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지금은 무주 선복도지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팔안음양화와 축선지수를 발견하지 못하면 그때 나와서 다시 찾아볼 생각이었다.

"과천일격."

진남은 세 사람에게 신념을 전하고 기운을 전부 드러내고 선력도 사용했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몇십 명 패자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들고 있는 칼을 휘둘렀다.

반달 같은 도기가 천지에 나타났다.

"고, 공격했어?"

평원의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도벽을 닫던 패자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고작 지선 경지잖아?'

진남이 동경에 온 이후로 백람지화는 계속 영향력을 펼쳤다.

모든 것들이 소리 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이제.

무형의 힘이 드디어 작용을 하기 시작했다.

상고고적들에 연이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작은 불씨처럼 번져갔다.

"고작 지선 주제에 배짱이 크구나!"

농염족의 패자는 성격이 난폭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호통을 쳤다,

그의 몸에서 금색의 불꽃이 용솟음쳤다.

그는 한 손으로 법인을 만들고 선술을 사용하려고 했다.

"진, 진남?"

극생문의 패자는 믿어지지 않았다.

제일선 싸움이 진행될 때 그는 궁우태황종에 있었다.

진남에게 깊은 인상이 남았던 그는 바로 알아보았다.

"진남? 도기가 부서졌다는 제일선 진남?"

농염족의 패자는 또 놀랐다.

공격하려고 준비하던 선술도 멈추었다.

다른 패자들과 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진남의 이름이나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진남이 어떻게 이곳에 온 거야? 게다가 고작 몇 개월 사이에 지선 정상의 경지가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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