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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73화 (973/1,498)

971화 그럭저럭 괜찮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구천지존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구리거울,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진남은 가슴이 답답했다.

서래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그를 죽이려는 것도 기이한 부호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구리거울이 자신을 해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었다.

전신각인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서래, 이곳에서 발생한 일을 전부 사실대로 말하거라."

세 명의 패자 중 한 명이 말했다.

서래는 정신을 가다듬고 세 명의 패자와 무구지존에게 전음했다.

"무구지존 대인, 세 분. 진남은……."

그는 진남의 신분과 자신이 진남과 있었던 일을 전부 말했다.

"마지막에 저자는 금부(禁符)를 그렸습니다."

"뭐? 금부를 그렸다고?"

세 명의 패자는 어리둥절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를지라도 만중선루에서 천선 이상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은 몇천 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기이한 명령을 알았다.

금부를 그린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의 경지가 어떻든, 신분이나 내력이 어떻든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죽여야 했다.

다만 몇천 년 동안 이런 금부가 나타난 적 없었다.

만중선루의 사람들은 이 명령이 이미 폐기된 줄 알았다.

무구지존은 뭔가 생각나 입꼬리가 크게 비틀렸다.

'이런 일일 줄 알았다면 절대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무구지존 대인, 금부를 그린 사람이니 지금 바로 이자를 죽이겠습니다."

세 명의 패자는 바로 반응했다.

"그럴 필요 없다."

무구지존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더니 말을 자르고 진남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죽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려면 나를 따라오거라. 서래, 너도 오거라. 다른 사람들은 돌아가거라."

말을 마치자 그는 빛으로 변해 만전 안으로 들어갔다.

"어, 어떻게 된 일이지?"

세 명의 패자와 서래 그리고 천선 경지의 무인들은 당황했다.

세 명의 패자와 서래는 무구지존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구지존 대인께서 명령을 내리셨소. 다들 돌아가시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세 명의 패자들은 한마디 강조하고는 먼 곳으로 날아갔다.

천선 경지의 무인들도 의아해하며 떠나갔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과 혈안인선은 의아했다.

서래는 깜짝 놀라 기이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너도 들었을 거다. 무구지존 대인께서 너를 오라고 하신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혈안인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께 따라갔다.

지금까지의 상황에 여러 가지 기이한 점이 있었지만, 결국 무구지존을 만나봐야 했다.

그의 짐작이 맞는다면 이것이 바로 구리거울의 준비한 것이었다.

"별일 없이 끝났어?"

"신분이나 내력이 매우 비범한가?"

"재미있군. 조사해봐야겠어."

상황을 지켜보던 무인들은 경악했다.

몇 명이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만중선루에서 나선 후 무사할 수 있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 * *

잠시 후, 만전의 한 낡은 독실 안.

무구지존은 상석에 앉아 이름 모를 선차를 마시고 있었다.

표정이 무뚝뚝하여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시 부문을 그려보거라."

잠시 후에야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진남은 서래를 보더니 선력을 움직여 부적을 그렸다.

"진짜……."

무구지존은 입을 삐죽거렸다.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

"이 부문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진남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건 금부다. 누가 드러내면 만중선루의 적이 된다."

서래는 설명했다.

"……적이요?"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구리거울은 왜 이런 부문을 나에게 가르쳐줬지?"

"그렇다. 하지만 모든 일은 그렇게 평범한 것이 아니다."

무구지존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는 처음 드러낸 것이기에 우리는 따지지 않겠다. 이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의 위치를 알려주겠다. 앞으로 다시 드러내지 말거라. 어떠냐?"

그의 말에 진남은 물론 서래도 어리둥절했다.

'금부를 드러낸 사람을 죽이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의 위치까지 알려준다고?'

무려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의 위치.

아무거나 한 개를 발설해도 많은 강자들이 죽을 각오로 달려들 것이었다.

"진짜입니까?"

진남은 믿을 수 없었다.

"나는 구천지존이다. 어찌 거짓말을 하겠느냐? 네가 동의하면 지금 바로 계약을 쓰겠다."

무구지존은 표정이 무덤덤했다.

하지만 가슴이 아팠다.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의 정보를 공짜로 주는데 그가 어찌 가슴이 아프지 않을까?

아무리 가슴 아파도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빨리 이 일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럼……."

진남은 깜짝 놀라 동의하려 했다.

이때, 구리거울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한 가지 요구를 더 제시하거라.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요상성약(療傷聖藥)을 달라고 하거라."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선복 등급의 요상성약은 선복 등급의 특이한 천재지보로 만든 것이었다

가격이 천재지보보다 싸지만 매우 진귀하고 얻기 힘들었다.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의 정보 외에 세 개의 요상성약을 달라고 하라고? 금부는 대체 뭐길래 구리거울이 이렇게 당당한 걸까?'

진남의 저도 모르게 의문이 들었다.

그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는 구리거울을 믿기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저에게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요상성약을 더 주시면 동의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서래는 입을 떡 벌렸다.

무구지존도 손을 떨었다.

하마터면 선차를 쏟을 뻔했다.

"……너 뭐라고 했느냐?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요상성약으로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의 행방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아느냐? 특별한 상황에는 두 개로도 바꿀 수 있다."

서래의 눈에 노기가 스쳤다.

"너…… 진짜냐?"

무구지존은 진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진남도 난감했다.

평소에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진귀한 물건을 달라고 할 때 그는 좀 미안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진짜입니다."

퍼엉-!

무구지존은 들고 있던 옥으로 만든 찻잔이 그의 손에서 터졌다.

희미한 위압이 휘몰아쳐 독실은 끊임없이 떨렸다.

혈안인선은 다시 안색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눈에 드러났던 두려움은 많이 적어졌다.

진남의 말을 듣고도 그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동의한다. 서래, 저자와 계약을 쓰거라."

잠시 후 무구지존은 다시 새로운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대인, 저……."

서래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무구지존의 눈빛을 보자 깜짝 놀라며 납계에서 노란 종이를 꺼냈다.

계약서였다.

종이에 내용을 쓴 후 쌍방이 자신의 정혈을 떨어뜨리면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선마도세와 같은 효능이 있었다.

하지만 선마도세보다 좀 더 나았다.

이런 계약서는 매우 보기 드물고 내력이 신비해 외부에서는 볼 수 없었다.

만중선루와 제왕고도에만 있었다.

진남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정혈을 떨어뜨리려 했다.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또 울려 퍼졌다.

"저들더러 두 개 무주선복도지(無主仙福道地)의 행방을 알려달라고 하거라."

진남은 깜짝 놀랐다.

무주선복도지는 매우 특이한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 외에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한데, 그것도 두 개씩이나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좀 전의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요상성약도 이것들과 비하면 하찮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신을 차린 진남은 난감하기도 하고 마음이 뜨겁기도 했다.

그는 오랫동안 선복도지를 욕심냈었다.

그는 이런 '빼앗는' 방식으로 얻을 생각은 한 적 없었다.

이건 적의 것을 빼앗는 것도 아니었다.

"설마 다른 조건이 있는 건 아니겠지?"

서래는 안색이 싸늘해졌다.

"그게……. 맞습니다."

진남은 헛기침을 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저는 두 개의 무주선복도지의 행방을 알고 싶습니다."

말이 끝나자 무구지존이 쥐고 있던 찻잔이 퍼엉 하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진남, 너……."

서래는 화난 눈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 너 나를 놀리느냐?"

무구지존은 안색이 어두워져 입술을 깨물고 물었다.

마음속에 조금 남은 이성이 아니었다면 그는 진남을 제대로 혼내줬을 것이었다.

"진남, 우리는……."

옆에 있던 혈안인선은 안절부절못했다.

"선, 선배님. 화내지 마십시오. 저도 이러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게 금부를 가르쳐주신 분께서 저더러 이런 조건을 제시하라고 하셨습니다."

진남은 염치 불고하고 말했다.

"너무하다. 진짜 너무하다!"

무구지존은 화가 치밀어올라 버럭 소리 질렀다.

구천지존의 위압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전부 드러냈다.

재난 같은 폭풍이 만전에 휘몰아쳐 만전은 크게 흔들렸다.

만전 안의 많은 무인들은 경악했다.

"후-!"

매우 화가 났지만, 무구지존은 강제로 참았다.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좋다, 네 요구를 들어주겠다!"

서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존 대인, 이건……."

진남도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포악하고 터무니없는 요구들을 무구지존이 전부 동의했다고?'

"하지만 말해줄 게 있다. 이것이 한계다. 네가 다시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제시하면 만중선루는 봐주지 않을 거다! 또, 다음번에 금술을 드러내면 반드시 죽일 거다."

무구지존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가슴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많은 걸 잃었다.

진남은 기침을 하더니 삼생홍승에 신념을 전했다.

"구리거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동의합시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

"그럭저럭 괜찮다. 태도가 좋으니 동의하거라."

비월여제는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

홍승은 조용해졌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렇게 많은 걸 얻고도 그럭저럭이라고?'

"선배님,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진남은 미안해하며 말했다.

무구지존은 안색이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는 진남이 다른 무리한 조건을 제시할까 봐 직접 계약서를 꺼내 진남과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체결한 후 무구지존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의 행방,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요상성약, 두 개의 무주선복도지의 행방을 진남에게 알려줬다.

진남은 기뻐하며 바로 신념을 주입했다.

"팔안음양화, 추선지수는 동경성국에 있구나. 성국은 오래된 큰 세력이구나. 잘 나갈 때는 여덟 명의 구천지존이 있었고 대단하고……."

진남은 훑어보더니 중얼거렸다.

"동경성국?"

그는 신념을 거두고 무구지존에게 공수했다.

"선배님,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조금도 더 머무르지 않고 넋을 잃은 혈안인선과 함께 떠나갔다.

행방을 알았으니 최선을 다해 얻어야 했다.

"지존 대인, 이, 이건……."

서래는 지금까지도 어떻게 된 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왜 죽이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큰 좋은 점을 주었는지 묻는 거냐?"

무구지존은 안색이 평온해졌다.

"네, 그렇습니다."

서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구지존이 이렇게 한 건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이유이기에 이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 혹시 처음 금부를 드러낸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우리 혼란선역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

무구지존은 되물었다.

"그때 그 사람은 혼란선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지……."

서래는 대답했다.

그는 그 일을 제대로 기억했다.

"그래. 하지만 금부를 드러낸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은 함정이다. 어떻게 너에게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금부를 드러낸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그 사람은 돌아올 이유가 생긴다."

무구지존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 돌아온다고요?"

서래는 마음이 떨렸다.

'그 사람은 예전에 그저 천선 경지였지만 혼란선역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제일지존에 도달했을 것이었다. 만약 다시 돌아온다면…….'

서래는 소름이 끼쳐 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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