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9화 바꾸자
진남은 서둘러 사과했다.
"세 분, 미안하오. 나는 처음 상고백족의 사람들을 만났소. 그래서 저도 모르게 동술을 드러냈소."
구천선역에서 함부로 동술을 드러내 다른 사람을 보는 건 진짜 예의가 없는 행동이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핵심제자가 되었느냐?"
자염쌍동을 가진 청년은 조롱하듯 말했다.
"됐다. 다시는 이러지 말거라."
흰 치마를 입은 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는 계속 말하지 않았다.
"미안하오. 미안하오……."
진남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느꼈다.
그는 처음 만난 사람이나 물건을 동술로 관찰하곤 했다.
이건 실로 좋지 않은 습관이었다.
자염쌍동을 가진 청년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긴말하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청년들이나 여인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보물을 꺼내 임 장로에게 검증받았다.
그중 청동소정(靑銅小鼎)을 본 진남은 눈빛이 묘해졌다.
그는 소정에 바다처럼 깊은 도의가 있는 걸 느꼈다.
도의는 도경대성의 등급을 초월하여 원만에 도달한 것 같았다.
자염쌍동을 가진 청년이 꺼낸 건 성공지염이 한데 뭉쳐 이루어진 것 같은 기화(奇花, 기이한 꽃)였다.
안에는 매우 대단한 화염의 힘이 있었다.
진남 체내의 화도선염이 가볍게 흔들렸다.
흰색 치마를 입은 부인은 옥처럼 깨끗한 고석을 꺼냈다.
고석에는 몇만 마리의 상고흉수가 갇혀있는 것 같았다.
위를 봉쇄했지만, 안에서 가슴 떨리게 하는 짐승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네 차례다."
임 장로가 손을 저었다.
"진남 대인, 가장 좋은 보물을 내놓으셔야 합니다. 높은 공간에 들어갈수록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나 지존전승, 선복도지 등에 대해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서삼은 서둘러 전음하여 귀띔했다.
"알겠소."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길게 한숨을 쉬더니 오른팔을 천천히 부숴 단천도로 변화시켰다.
칼에서 차가운 빛이 반짝거렸다.
그에게는 보물이 많지 않았다.
무주궁도는 내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줄곧 보천정을 방치하고 완전히 연화하지 않았다.
또 보천정이 등급이 안 될까 봐 걱정되었다.
자염쌍동을 가진 청년과 흰색 치마를 입은 미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진남의 오른팔이 선도일 줄 몰랐다.
그들은 눈에 놀라움과 흥분이 드러났다.
"오른팔이 칼로 변했네? 재미있구나. 이 칼은 어느 연기대사가 자신의 생명으로 만든 것 같구나. 재질도 괜찮고 의지도 매우 강하구나. 다만 연제하는 수단이 좀……."
임 장로의 눈에 수많은 혈점이 떠올랐다.
두 손에 옅은 흰색 빛을 드러내더니 태연자약하게 단천도를 스쳤다.
진남은 살짝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임 장로는 눈썰미가 좋구나."
몇십 개 셀 시간이 지난 후 임 장로는 동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도령이 없고 도의도 없다. 평범하구나. 제오공간(第五空間)에 들어갈 수……."
흰색 치마를 입은 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 같은 경지에 도달하면 내놓는 물건이 대부분 평범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들도 자연스레 제칠공간 심지어 제팔공간(第八空間)에 들어갔다.
제육공간이나 제오공간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 상황이 좋지 않나 보구나."
자염쌍동을 가진 청년은 멸시하듯 말했다.
그는 진남이 한 구천지존의 아들이고 겨우 핵심제자 등급에 도달하여 그들과 함께 보물을 검증받게 된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임 장로가 단천도를 평범하다고 하다니?'
그가 말하기도 전에, 임 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줄곧 조용하던 단천도가 웅 하고 소리를 내더니 대단한 도의가 대황에서 폭발한 것처럼 하늘로 솟아오르며 하늘 가득 강풍이 퍼졌다.
"이건……."
임 장로와 자염쌍동을 가진 청년, 흰색 치마를 입은 미녀는 깜짝 놀랐다.
"도의가 진짜 강하구나!"
"저건 도기 등급의 선도인가?"
"당연하지! 아니면 어떻게 이 정도 위력이 있겠어!"
도장 위의 무인들 대부분은 깜짝 놀라 진남을 바라봤다.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도의가 있지?"
임 장로는 중얼거렸다.
정신을 차린 그는 피를 토하더니 금술을 드러냈다.
그의 두 손에서 반짝거리던 흰색 빛이 금색으로 변했다.
그는 놀라 경악하더니 마지막에 감탄했다.
"내가 눈이 멀어 태산을 못 알아봤구나. 이 칼은 구천지존의 육신의 어느 부분으로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다. 게다가 구천지존의 의지가 융합되어 있다. 계속 사용하면 이 칼의 위력은 점점 대단해질 것이었다. 그런데 이 칼에는 왜 도령이 없지? 어떻게 도의가 없을 수 있지?"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
진남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임 장로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구나. 다만 단천도는 구천지존의 육신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전신의 오른팔로 만든 것이었다.'
"임 장로, 이 칼은 가격이 어느 정도 됩니까? 저는 어느 공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진남은 물었다.
"이 칼의 가격은……. 가늠할 수 없다!"
임 장로는 반응하고 아쉬운 듯 단천도를 진남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 칼을 갖고 있으면 제구공간(第九空間)에 들어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구공간?"
자염쌍동을 가진 청년, 흰색 치마를 입은 부인 등의 눈에 다시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제구공간에 들어가려면 이 칼이 어느 정도에 도달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
"진남 대인, 이건 제구공간에 들어가는 영패요. 그 전송진을 통과하면 안에 들어갈 수 있소."
서삼은 앞으로 다가와 전송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물론 이 칼을 팔지 않고 뺏기지 않아야만 하오."
만중선루에는 매일 많은 무인들이 왔다.
누가 진귀한 보물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있었다.
본인들 마음대로였다.
때문에, 만중선루에서는 인력과 물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이런 심사 방법을 만들었다.
"혈안 선배님, 지금 바로 갑시다."
진남은 한마디 하고는 흰색 치마를 입은 부인 등을 향해 미소를 짓더니 전송진법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영패를 드러내 진법을 움직이더니 사라졌다.
"고작 칼 한 자루로 대단한 척하기는."
자염쌍동을 가진 청년은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형님이 바로 도수잖아? 이런 칼이 있다는 걸 알면 틀림없이……."
그의 눈에 화염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 * *
진남 등은 잠시 후 제구공간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랗고 휘어진 청색 큰길이 태고거룡처럼 하늘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길 양옆에는 여러 가지 선궁이 떠 있었다.
길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다들 무형의 힘의 지지를 받아 안개처럼 흐리멍덩하여 진면모를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기운은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진남은 사람들을 훑어봤다.
대부분 지선 경지 이상의 존재였다.
그중에 두 명은 패자의 등급에 도달했다.
이 공간에 떠 있는 영기는 매우 짙었다.
제사소선역보다 다섯 배 넘게 짙었다.
"영기가 진짜 짙구나! 여기서 한두 달을 수련하면 지선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혈안인선은 코를 훌쩍거렸다.
"여기서 수련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가치가 충분한 보물을 내놓으면 두 달이 아니라 이백 년도 가능하다."
중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흰 안개가 아니라 진면모를 드러낸 중년 사내가 웃으며 걸어왔다.
사내는 기질이 대단했다.
"나는 서래라고 한다. 좀 전에 내 아들이 폐를 끼쳤다."
혈안인선은 깜짝 놀랐다.
"나는 보물이 없소."
그는 숨긴 보물이 많았다.
하지만 품질 등을 따지면 이들은 평범하다고 할 게 분명했다.
전부를 내놓는다고 해도 한두 달을 수련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서래 선배님, 저는 진남입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그는 동술을 움직이지 않고도 서래의 경지가 천선 일 단계에 도달했다는 걸 느꼈다.
"진남 대인, 나와 예의를 차릴 것 없다. 너는 제일선이다. 자질은 그분보다 약하지 않을 거다! 다만 아쉽구나."
서래는 화제를 돌려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모든 일은 해결 방법이 있다. 진남 도우 그 칼과 도기를 다시 만드는 방법을 바꾸지 않겠느냐?"
진남은 식은땀이 흘렀다.
'만중선루의 사람들은 대단하구나. 오자마자 나의 칼을 욕심내다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선복도지의 천재지보 세 개를 찾으러 왔습니다."
진남은 바로 말했다.
"그래? 나와 함께 만전(萬殿)으로 가 이야기 나누자."
서래는 눈썹을 추켜세우고 길을 안내했다.
진남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들은 만전의 한 독실에 들어갔다.
오는 길에 서래의 소개를 듣고 그들은 제구공간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이곳에는 만전과 중전(重殿)이 있었다.
만전은 정보를 파는 곳이고 중전은 무인들의 의뢰를 받고 무인들을 도와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곳이었다.
이 두 개의 가장 큰 선궁 외에 다른 선궁들로는 수련지전, 도술을 느끼는 전당과 강한 무인들이 스스로 만든 전당이 있었다.
종류가 매우 많고 없는 것이 없었다.
"서래 선배님, 이곳에 팔안음양화, 추선지수, 지존심과의 행방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까?"
진남은 자리에 앉자 바로 물었다.
마음이 살짝 긴장됐다.
서래는 진남을 한참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
"물론이지."
짧은 한마디에 진남은 마음이 안정되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중선루에 이 세 가지 천재지보의 소식이 없다면 어디로 가서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그것들의 행방을 알 수 있습니까?"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가 얼마나 진귀한지 너도 잘 알 거다. 팔안음양화와 추선지수는 한 곳에 있다. 매우 편리하다."
서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우리 만중선루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사실을 숨기지도 않는다. 지존심과의 행방은 알고는 있지만 확신할 수 없다."
마지막에 그는 한마디 더 했다.
"지존심과는 다른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와 다르다. 그것은 매우 특이하다. 세상에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적다. 구천지존들도 그것을 욕심내는 자들이 많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부러 알아본 적 있었다.
지존심과의 효능은 매우 간단했다.
매우 짙은 깨끗한 도의가 있고 지존의지가 있었다.
구천지존이 연화하면 경지가 높아질 수 있고 자신의 경지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었다.
"서래 선배님, 조건을 제시하십시오."
진남은 말했다.
"조건은 간단하다. 네가 갖고 있는 칼로 바꾸거라. 네가 갖고 있는 칼은 가격이 세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의 가격을 훨씬 초월했다. 대신 우리는 다른 것으로 보상할 수 있다. 뭐가 필요하냐?"
서래는 여우 같았다.
"세 개의 천재지보가 있는 두 곳은 매우 위험하다. 그곳에 가면 위험할 것이다. 우리는 패자를 파견해 너를 도와주도록 할 수 있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서래 이자는 줄곧 내 칼을 욕심내는구나."
"서래 선배님, 솔직히 말해 이 칼은 저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절대 이 칼을 내놓지 않을 겁니다."
진남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구나……."
서래의 눈에 실망하는 빛이 스쳤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정 그러면 네가 진귀하다고 생각하는 보물을 내놓거라. 너를 도와 검증해주겠다. 가격이 충족하면 바꿀 수 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보천정을 드러냈다.
보천정은 진남이 연화한 후 처음처럼 방대하지 않았다.
높이가 삼 장 정도밖에 안 되고 빛이 감돌았다.
보천정 안은 시커멨다.
패자와 맞먹는 대단한 흉수는 보이지 않았다.
무주궁도와 단천도 외에 보천정은 그가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보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