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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63화 (963/1,498)

962화 입도지존의 부군이니

한참이 지나서야 진남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버둥거렸다.

"안 돼, 몽요……."

입도지존은 예리하게 그의 반응을 포착하고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진남의 허리를 감싸고 그의 귓가에 대고 부드럽게 말했다.

"장난 안 쳐. 긴장을 풀고 내가 칼을 휘두르는 대로 따라와."

진남은 얼떨떨했다.

입도지존은 진정으로 그를 도와 도법으로 바꿔주려는 것이었다.

진남은 입도지존이 강제로 자신을 취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

'진남, 이 미친놈아.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진남은 속으로 욕을 하고 말했다.

"미안하다, 몽요. 내가 생각이 많았다. 이제 긴장을 풀게."

진남은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려고 했다.

평소 같으면 긴장을 푸는 건 순식간에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피부에 닿은 부드러운 느낌과 따뜻한 호흡,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 등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에 진남은 정신이 아찔했다.

입도지존은 이러한 진남의 속내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엄청난 도의를 풍기며 진남의 오른팔과 단천도를 감싸고 신념을 전했다.

슈슈슉-!

먼 곳의 만야선류가 기세를 폭발했다.

몇만 개의 나뭇가지들이 엄청난 기세로 허공을 가르고 날아왔다.

마치 무상도진 같았다.

입도지존은 진남을 조종하여 수준이 높은 보법을 펼쳤다.

그들은 나뭇가지들을 피하고 단천도를 휘둘렀다.

눈부신 흰색 도광이 사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처음에 진남은 집중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온통 향기와 따뜻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칼을 휘두를수록 심신이 점점 도법에 빠져들었다.

잠시 후, 둘은 혼연일체가 되었다.

슈슈슉-!

만야선류가 다시 무상살초를 펼쳤다.

몇십만 개의 나뭇가지들이 위아래에서 날아왔다.

방대한 도진이 그들을 덮치는 것 같았다.

입도지존은 순식간에 도법을 바꾸었다.

도광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선도가 대천세계로 변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둘은 그 상태로 세 시진이나 계속 연마했다.

입도지존은 서서히 행동을 멈추었다.

그녀의 하얀 이마에 땀이 흠뻑 났다.

진남은 온화한 표정으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상상할 수 없는 강한 도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후, 힘들다. 너무 힘들어. 지혜를 깨닫게 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입도지존은 진남에게서 떨어졌다.

그녀는 진남의 상태를 살피더니 저도 몰래 감탄했다.

'이 자식은 정말 대단하구나. 환우도결(?宇刀訣)도 함께 사용했는데 이렇게 빨리 익히고 새로운 도법으로 변화시키려 하다니.'

환우도결은 그녀가 장악한 삼대 무상도결 중 하나이고 도술의 한 가지이기도 했다.

"이 정도 재능도 없이 전생만 대단하다면 어떻게 내 도려가 되겠어? 호호……."

입도지존은 혼잣말을 했다.

한 시진이 빠르게 지났다.

진남은 천천히 눈을 떴다.

방대한 도의가 폭발하면서 공간에 몇십 개의 도의 폭풍이 불었다.

"드디어 도법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도법과 진도극법은 차이가 크다. 그러니 이건 새로운 도법이라 할 수 있다."

진남은 매우 기뻤다.

칼을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최강도법을 장악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몽요, 네 덕분에 성공했다. 고맙다."

진남은 입도지존에게 인사를 했다.

입도지존의 입가에 걸린 옅은 미소를 본 진남은 저도 몰래 조금 전 장면이 떠올라 얼굴이 상기되었다.

"나한테 예를 차릴 필요가 없다."

입도지존은 교활하게 말했다.

"진짜로 고맙다면 몇몇 곳들에 같이 가줄래?"

몸을 부대끼며 도를 전수하는 건 시작일 뿐이었다.

그녀는 더 자극적인 일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진남은 난감했다.

"몽요, 그건 안 된다. 나는 궁우태황종에 가서 영약을 가지고 제사소선역으로 가야 한다."

"제사소선역? 아, 깜박했다. 너는 지금 그곳에 가야 하는구나. 그럼, 다음에 나와 함께 가줘."

입도지존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진남이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구하려고 한다는 것과 그녀들을 구하는 방법을 입도지존도 알고 있었다.

"꼬마 낭군, 한마디 충고할게. 칠색도광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 앞에 보여주지 말거라. 매우 번거로워질 수 있다."

입도지존은 진지하게 말했다.

"응? 너 이 도광을 알아?"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자세히는 모른다. 왜 탄생하는지도 몰라. 다만 그것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만 알고 있다. 아직까지 구천선역에 그런 도광을 소유한 자는 없다."

입도지존은 살짝 망설였지만 제구주선과 진남의 전생에 관한 비밀을 끝내 말하지 않았다.

사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둘 다 너무 큰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미리 말해줬다가 변고라도 생기면 그녀는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

시간의 흐름에 맡기거나 시기가 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도광이 그 정도로 엄청난 도광일 줄은 몰랐다.

'전신과 연관이 있을까?'

진남은 생각이 스쳤지만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진남은 화제를 전환해 물었다

"몽요, 혹시 동부에서 구홍이라는 사람을 만난 적 있어?"

입도지존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며칠 전에 구천지존 두 명이 다녀갔어. 누가 구홍인지 모르겠어."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구홍은 나의 형제인데 인선 경지밖에 되지 않아. 아마 먼저 나갔을 거다."

진남은 입도지존에게 공수하고 말했다.

"몽요, 나는 이제 떠나야 해.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자."

그는 입도지존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입도지존이 그의 도려가 되려는 것만 빼면 문제없었다.

"응, 그래."

입도지존은 눈을 깜박이더니 진남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발꿈치를 들고 따뜻한 입술을 진남의 이마에 살짝 대더니 바로 뗐다.

"꼬마 낭군,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자."

입도지존은 살짝 웃으며 돌아서서 떠났다.

진남은 넋을 잃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돌아선 그녀의 얼굴에 활짝 핀 미소를 보지 못했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자고? 나와 오래 붙어있으면 나에게 빠질까 두려운 거야? 꿈도 야무지다. 나는 지금 당장 제사소선역에 갈 거다. 나중에 두고 보자. 호호…….'

진남은 한참 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그는 부랴부랴 도망쳤다.

그는 지존동부에 잠시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혹시 입도지존이 다시 돌아와 또 선을 넘는 일을 할 수도 있었다.

* * *

진남은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문도법을 수련했다.

구색도광 덕분에 깨우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그는 사흘 동안에 천허문묘고경총강과 삼청일기현결총강, 주도대법총강을 전부 장악했다.

이제 진남은 아홉 개의 도를 겸비했다.

평범한 사람은 여러 문도법을 동시에 배워도 실전에 사용하려면 자신의 도광, 도의, 선력이 부족해서 문도법의 위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남의 도광은 평범하지 않았다.

보통 도광보다 몇 단계는 더 높았기에 싸움을 하게 되면 실력이 또 다른 엄청난 단계로 상승했다.

궁우태황종에 거의 도착했기에 진남은 환도선전, 윤회선전, 승천비문 등을 더 수련하지 못했다.

아니면 동시에 열두 개의 도를 겸비할 수도 있었다.

"문도법들은 신비하기 그지없다. 기회가 되면 열두 개 무상도통의 문도법의 상, 중, 하편을 전부 얻어서 배워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구궁금선종과 신비한 피천고교 혹은 다른 문도법도 얻으면 좋겠어……."

생각하는 사이에 진남은 운라고성에 도착했다.

운라고성은 궁우태황종의 제일성이라 평소에는 무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진남은 장소지존이 준 영패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바로 궁우지계에 가지 않고 한 주루에 왔다.

자리를 찾아 앉자 주변의 감탄이 들렸다.

"비월여제는 대단해. 구천지존이 되자마자 지존 열 명을 죽였어."

"비월여제가 대단한 건 네가 말 안 해도 다 알아. 어제 장로가 그러는데 비월여제 대인이 곧 오대 지존 중 두 명과 겨룬대."

"뭐? 구천지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비월여제 대인은 정상을 찍으려고 하는구나. 구천선역의 제일지존이 되려는 거야?"

"허, 대단해. 비월여제 대인이 우리 명예장로라서 다행이다."

"아이고, 나는 비천해서 평생 여제 대인의 백 분의 일의 성과도 못 이룰 것 같아……. 에잇! 다른 말을 하자. 천허조교와 삼청고교 그리고 많은 개세천재들이 종문에 온 일을 들었어?"

"응, 들었어. 우리 종문과 개세천재들이 무슨 무예 시합을 한다는 것 같던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거의 궁우태황종의 외문제자들이었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진남은 놀랐다.

그는 구리거울이 보통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 그녀에게 축하를 전하지 않았구나."

진남은 머리를 치고 붉은 끈에 신념을 전했다.

"구리거울, 미안합니다. 도기를 다시 만드느라고 축하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차가운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용건만 말해."

간략하고 단호하며 감정이 섞이지 않은 것이 한결같은 그녀였다.

진남은 마른기침을 하고 어색하게 말했다.

"용건이 있는 게 맞습니다. 지금 궁우태황종에 왔는데 영약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장소지존에겐 선복 등급의 창명목이 있었다.

그곳에는 가치가 어마어마한 다른 귀한 천재지보들도 있었다.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건 뻔한 일이었다.

비월여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를 데리러 오는 자가 있을 거다."

진남은 그 말을 듣자 시름을 놓았다.

그는 허공에 대고 공수했다.

"구리거울, 고맙습니다."

"너는 이제 입도지존의 부군이니 신분이 엄청 높다. 나에게 예를 차릴 필요가 있느냐?"

비월여제는 차갑게 말했다.

말투에 조롱과 불쾌함이 섞인 것 같았다.

하지만 진남은 그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뜬금없이 그 일이 튀어나오자 진남은 기가 막혀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게 아닙니다. 저는 원래……."

그는 지존동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낱낱이 말해주었다.

진남의 말이 끝나자 비월여제가 물었다.

"어떻게 도기를 다시 만들었느냐?"

진남이 도기를 다시 만들 때 그녀는 계속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힘이 막고 있어서 그녀는 삼생홍승을 통해 진남의 상황을 느낄 수 없었다.

"그 일은 제가 운이 좋았습니다. 화도선염을 만나고……."

진남은 주절주절 상황을 설명했다.

한참이 지났지만 비월여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진남은 이미 익숙했기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눈을 감고 기다렸다.

반 시진이 지나고 주루가 웅성거렸다.

"장공(長空) 사형을 뵙습니다."

외문제자들은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소박한 차림에 서생처럼 보이는 청년에게 인사했다.

서생 청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진남을 발견한 그는 포권하고 살짝 웃었다.

"네가 진 사제지? 나는 장소지존의 수제자인 장공이다. 스승님의 명을 받고 너를 데리러 왔다."

진남이 일어서서 짐을 가지려고 하자 서생 청년이 그를 말렸다.

"진남 사제, 우리는 같은 스승님의 제자다. 그러니 예를 차릴 필요 없다. 같이 스승님에게 가자."

진남은 그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외문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께 주루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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