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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62화 (962/1,498)

961화 몽요의 유혹

어느덧 삼 개월이 흘렀다.

구천선역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시시각각 변화했다.

죽는 사람이 있고 역천개명하는 사람이 있고 더 높은 경지를 돌파한 사람도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받던 제일선 진남은 서서히 그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진남은 삼 개월 동안 수많은 일을 겪었다.

고도에서 걷고 밤하늘에서 헤엄치고 홍진을 지났으며 전장에서 살아남았다.

그의 마음은 점점 단단해졌다.

도경에 대해서도 더 깊은 깨우침을 얻었다.

이런 깨우침은 도경에 들어서기 전에 없었다.

예전에 그는 안개 속에서 꽃을 구경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 꽃으로 변했다.

진남은 눈을 번쩍 떴다.

그에게서 엄청난 선의가 휘몰아쳤다.

선력을 잃은 청석고옥은 산산조각이 났다.

방원 몇십 리의 옅은 파란색을 띤 호수들은 전부 증발했다.

진남은 선력을 느꼈다.

이미 반보 천선 경지에 이른 것을 발견한 그는 기뻤다.

도기를 다시 만들자 이렇게 좋은 점이 많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보통 사람들은 승선을 하고 여러 기연과 천재지보를 찾아다니면서 십 년 정도 노력해야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진남은 고작 삼 개월이 걸렸다.

진남이 일곱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 건원호와 수많은 영롱옥정 그리고 기이한 이보들을 연화하여 겨우 이 정도 경지를 이루었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어이없어할 수도 있었다.

이 정도 천재지보면 열 명의 인선이 천신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

"응? 내 도광이……."

진남은 경악했다.

그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도광들이 무척 이상했는데, 가장 깊은 곳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아홉 개의 빛무리가 있었다.

아홉 개의 빛무리는 별처럼 옅은 빛을 뿜었다.

아직 힘이 부족한지 빛이 점차 옅어지더니 결국 일곱 가지 색으로 되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진남은 이해할 수 없었다.

도광은 청색이지 다른 색일 수 없었다.

"설마 도기를 다시 만들어서 영향을 받은 건가?"

진남은 한참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직 확신할 수 없어 조금 있다가 구리거울에게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의 도광은 도경소성의 경지밖에 되지 않았지만 풍기는 도의는 도경소성을 훨씬 초월하고 본질적으로 차이가 났다.

"응?"

진남은 회색 수정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았다.

그는 다시 무주궁도를 살폈다.

어느새 무주궁도에 청색 수정이 생겨났다.

수정은 크지 않았지만 엄청난 전의를 품고 있었다.

"설마 도기를 다시 만든 후 육신에도 변화가 생긴 걸까? 그래서 숨겨진 전신의 힘을 각성했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신념을 수정에 주입하려 했다.

쿵-!

순식간에 엄청난 기운이 쏟아졌다.

선력은 호수의 물을 전부 빨아들였다.

동시에, 진남의 주변에 큰 변화가 생겼다.

청석고옥 등이 사라지고 살기가 가득한 옛 전장이 나타났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진남은 실력이 대단했지만, 이런 전장에 오니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는 곧 위쪽 하늘에 웅장한 형상이 우뚝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

웅장한 형상은 서른여 개의 강한 형상을 마주하고 서 있었다.

전신은 엄청난 기세를 풍겼다.

마치 천지에 유일한 존재 같았다.

"전, 전신?"

진남이 웅장한 형상이 누군지 제대로 봤을 때 전신은 갑자기 움직였다.

그는 허공에서 천지를 진동할 정도로 거대한 대극을 잡았다.

그리고 서른 개의 방대한 형상에 달려들었다.

모든 것들이 혼돈으로 바뀌고 수많은 규칙들이 전부 부서졌다.

서른 개의 방대한 형상은 경지가 무척 높았는데 전신과 비슷했다.

전신이 든 대극은 변화무쌍했다.

때로는 포악하고 날카롭고 때로는 강한 기세로 모두를 멸망시킬 것 같았다.

'전신칠식의 제오 식, 진도극법!'

진남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이어 그의 심신은 그 속에 빨려 들어가 마치 대극으로 변한 것처럼 전신과 함께 적들을 소멸했다.

진남은 이 술법을 수련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술법은 저도 몰래 각인처럼 그의 본능에 박혔고 진남은 술법을 장악하게 되었다.

그는 온몸에서 진도의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신비한 느낌은 나흘 동안 지속이 되었다.

그리고 옛 전장과 함께 사라졌다.

진남의 정신은 육신으로 돌아왔다.

"의외구나. 도기를 다시 만들자 전신 제오 식을 배우다니. 게다가 제오 식의 위력은 무척 대단하구나. 내가 본 모든 선술 살초들은 그것의 만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진남은 감탄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전신의 초식은 극법이라 도법으로 바꾸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

진남은 중얼거리며 눈을 뜨자 아름다운 얼굴이 앞에 나타났다.

아름다운 얼굴은 선화처럼 활짝 피었다.

"꼬마 낭군, 깼어?"

입도지존이었다.

다만 꼬마 낭군이라는 단어에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입도지존이 왜 나를 낭군이라고 하지?'

"오, 알겠다. 기쁨이 너무 빨리 와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구나. 처음에 잊어먹고 말하지 못한 게 있다. 화도선염을 연마하는 자는 나의 도려가 되어야 해."

입도지존은 눈을 깜박거리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네 경지가 낮기는 하지만 무시하지 않고 괴롭히지 않을게."

진남은 그녀의 말에 한참 넋을 놓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입, 입도 선배님……. 저, 저는 몰랐습니다."

입도지존은 표정이 굳어서 콧방귀를 뀌었다.

"아직도 선배라고 부르는 거야?"

"아! 몽요, 몽요."

진남은 얼른 말을 바꾸었다.

그는 바로 울상을 지었다.

"몽요, 이건 너무 갑작스럽다. 그리고……."

입도지존은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왜? 나의 도려가 되는 게 싫으냐? 아님 내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

자격이 없다는 말을 그녀는 일부러 강하게 힘주어 말했다.

"아니, 아니다……."

진남은 저도 몰래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진정하더니 말했다.

"몽요, 사실대로 말할게. 나에게는 이미 도려가 있다."

입도지존은 살짝 놀랐다.

"누구냐?"

'영감탱이는 내가 더 높은 단계가 되어도 자격이 없다고 했어. 그런데 어떤 여인이 진남에게 어울릴까?'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묘묘 공주와 강벽난의 일을 간략하게 말했다.

지금 벌어진 일은 그의 예상을 벗어났기에 진남은 도리를 따져서 입도지존의 생각을 바꾸려고 했다.

"좋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다니. 그 둘은 너의 도려가 될 자격이 있다."

입도지존은 포기하기는커녕 아름다운 눈을 반짝거렸다.

"그러나, 구천선역에서는 일부다처제가 흔하다. 그러니 네가 나의 도려가 되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진남은 그녀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구천선역에 일부다처는 흔했다.

그러나 진남은 구천지존이 다른 여인과 남편을 공유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몇 번 만난 적도 없고 진남은 고작 반보 천선 경지였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몽요, 너의 미움을 받을 말을 해야겠다. 너는 구천지존이지만……."

진남은 절대 얼렁뚱땅 잘 모르는 여인과 도려가 되고 싶지 않았다.

진남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입도지존이 또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요염하게 웃으며 말했다.

"됐어, 꼬마 낭군. 네 뜻은 잘 알겠다. 걱정 말거라. 지금은 억지로 나의 도려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을 거다."

그녀는 잠깐 숨을 돌리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이 길어지고 서로 정이 생기면 그때 도려가 되어도 늦지 않아."

그녀는 마치 사냥꾼이 사냥을 하는 것 같았다.

진남이 강렬하게 반항할수록 그녀의 승부욕이 점점 자극되었다.

차하계의 두 여인이 진남의 마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매력과 경지로도 시간이 조금 걸리면 진남을 유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흥, 자격이 없다고? 내가 주도권을 잡고 진남이 도려가 되어달라고 사정할 때 답하지 않을 거다.'

"그래, 마음대로 해."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입도지존의 결심이 단호해서 진남은 무슨 짓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진남은 시간이 지나면 그녀가 이 일을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자, 이 일은 우선 제쳐두고."

입도지존은 교활한 눈빛으로 말했다.

"방금 너에게서 엄청난 기운이 풍겼다. 너 무슨 선술을 익힌 거냐?"

진남은 진도대극을 생각하자 정신이 되돌아왔다.

그는 숨기지도 않고 말했다.

"선술을 익힌 게 맞아. 그런데 극법이다. 안 그래도 너에게 단천도를 가지러 가려고 했어. 이제 극법을 도법로 바꿔야지."

"그렇구나. 도법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상관없어."

입도지존은 중얼거리며 단천도를 꺼냈다.

그녀는 무심한 듯 물었다.

"그럼, 나에게 보여줄 수 있어? 궁금해서 그래."

마지막에 그녀는 한마디 보충했다.

"걱정 말거라. 나는 그것을 수련하지 않을 거다. 게다가 나도 칼을 다루는 사람이라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극법을 도법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녀가 이 정도까지 말하니 진남은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왼손에 칼을 잡고 정신을 집중했다.

머릿속에 대극 형상이 가득 떠올랐다.

잠시 후 진남의 두 눈에 흰색 불꽃이 이글거렸다.

기운도 확 바뀌어 마치 오랫동안 잠들었던 칼이 각성하고 칼집을 벗어난 것 같았다.

"제 오식, 진도극법."

진남은 몸을 움직였다.

그는 빠른 속도로 칼을 연신 휘둘렀다.

허공이 조금씩 찢어지고 방대한 기세가 쏟아지며 큰 소리를 냈다.

"강한 도법이구나!"

입도지존은 깜짝 놀랐다.

그는 저도 몰래 중얼거렸다.

"이 자식 재능이 너무 대단하잖아? 극법을 이렇게 빨리 칼로 소화하다니. 몇 번 더 시도하면 도법으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녀는 슬쩍 말했다.

"멈춰라. 그대로 하면 도법으로 바뀔 수 없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하늘 가득하던 도기가 그에게 돌아갔다.

"선배, 아니 몽요. 뭘 발견한 거지?"

진남은 기대가 되었다.

그녀는 구천지존 등급의 도수였다.

경험이나 다른 것들이 그보다 훨씬 높았다.

"이 선술은 극을 사용해야 최대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너는 지금 칼로 극법을 펼치며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니 위력이 많이 약해진 거야."

입도지존은 말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거라. 힘을 단천도에 모으고 다시……."

진남은 그녀의 말대로 하자 방금 느꼈던 어색한 느낌이 다 사라진 것을 느꼈다.

칼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쉽게 움직이며 강한 기세를 풍겼다.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역시 구천지존이야. 도법에 대한 이해가 나보다 훨씬 높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연습에 점점 빠져들었다.

"잠깐, 그렇게는 안 돼."

입도지존이 입을 열었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내가 잘못 이해한 게 있나?'

"그대로 가면 도법으로 바꿀 수 없어. 이렇게 하자. 내가 직접 가르쳐 줄게."

그녀의 말이 끝나자 진남은 반응할 새도 없이 부드러운 몸이 그의 등에 닿는 것을 느꼈다.

하얀 손이 그의 손을 덮고 단천도를 잡았다.

기분 좋은 향기가 진남의 코를 찔렀다.

부드러운 숨이 진남의 어깨에 닿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입, 입도지존,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진남은 넋이 나갔다.

그는 많은 일을 겪었다.

묘묘 공주는 그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하고 한 침대에서 자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여인과 친밀한 접촉을 한 적은 없었다.

여인과 피부가 닿고 가까이 있는 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왜 또 몽요라고 하지 않느냐?"

입도지존은 얼굴이 상기되어 물었다.

"몽요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낭자라고 불러도 된다."

진남도 처음이지만 그녀도 처음 사내와 친밀한 접촉을 했다.

그것도 머리를 써서 진남을 유혹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예전의 그녀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진남은 몸이 쇳덩이처럼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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