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960화 (960/1,498)

959화 주인님을 뵙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옛일들이 진남의 뇌리를 스쳤다.

제명쟁탈전에 참가했을 때 위기의 순간에 강벽난은 그를 지키기 위해 사망수정으로 변했다.

스스로 제위에 오를 때 마발검신은 검 하나를 들고 홀로 남천신지에 쳐들어갔다.

그의 영혼이 처음으로 구천선역에 왔을 때…….

쿵-!

진남의 등 뒤로 수많은 청색 빛이 반짝거렸다.

웅장하고 위엄 있는 형상이 떠올라 위엄을 풍겼다.

둥-!

입도지존의 침궁에 오래된 종이 나타나고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소리는 메아리가 울리며 흩어지지 않고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촤르륵-!

선복 등급의 건원호와 옥존영롱호가 들끓고 선복 등급의 만야선류의 나뭇가지가 춤을 췄다.

"이건 설마……."

흐뭇해서 영롱옥정을 만들던 팔요마왕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이게 뭐야! 며칠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진남이 도기를 다시 만든다고? 이 자식 재능이 대체 얼마나 뛰어난 거야?'

* * *

지존동부, 법외참지.

부생선왕과 지혼선왕은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

입도지존은 깊은 곳에서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영감탱이, 왜 이렇게 고집이 셉니까? 진남은 딱 봐도 여인이 많을 팔자잖아요. 그런데 왜 굳이 저더러 그의 도려가 되라고 하는 거예요?"

입도지존은 화가 나서 물었다.

"수련의 길은 끝이 없다, 몽요. 너는 십 대 주선 그 누구보다 실력이 뒤지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을 초월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너는 미래에 큰일을 이룰 것이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언젠가 다른 사람의 도려가 될 거다. 그럼 진남의 도려가 되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

입도지존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도려가 필요 없습니다. 사내도 필요 없습니다."

그러자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내가 혼이 흩어진 거나 다름이 없다고 예전에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셈이냐?"

입도지존은 심통이 나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호기심이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진남은 전생에 어떤 신분이었길래 이 정도로 도와주는 겁니까?"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너에게 솔직히 말해주마. 그러나 너도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진남의 도려가 되거라. 진남은 사실 십 대 주선 중 그 누구도 아니었다. 너도 서열 사 위에 드는 주선들은 예전에 이미 그 경지에 이른 것을 알겠지? 그는……."

이때, 종소리가 그들의 귀에도 들렸다.

"이렇게 빨리 성공했어?"

입도지존은 경악했다.

그녀는 종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의 도기가 잘린다면 화도선염과 많은 영약을 사용해도 한 달은 걸려야 새롭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확실히 놀랍구나."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도 놀랐다.

그는 길게 숨을 내뱉고 말했다.

"입도, 방법은 이미 말해줬으니 그대로 하면 너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를 한 번 더 보러 가야겠다."

입도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에 한숨이 나왔다.

그녀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저도 함께 가요."

* * *

신비한 동부, 청석고옥.

진남은 화도선염이 스스로 나와 몇백 마리의 화룡으로 변한 줄 몰랐다.

화룡들은 건원호의 가운데서 입을 쩍 벌리고 호숫물을 빨아들여 연화했다.

진남은 마치 끝없는 심연처럼 힘을 빨아들였지만 선력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방대한 힘이 대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이지?"

옥존영롱호에 있던 팔요마왕은 무극마동(無極魔瞳)을 사용하여 아래를 살피려고 했지만 저항을 받았다.

그는 들끓는 건원호를 보자 답답하고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호기심이 무척 강했다.

"에잇, 모르겠다. 진남 이 자식에게 별일 없으면 됐어."

팔요마왕은 계속 영롱옥정을 연마했다.

그는 내일이면 귀신 굴 같은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면 입도지존에게 잡힐 수 있었다.

슉-!

팔요마왕이 느끼지도 못한 순간에 입도지선과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빠른 속도로 옥존영롱호를 지나 건원호에 들어섰다.

"도기를 다시 만드는 게 역시 어렵구나. 이렇게 많은 선도 등급의 천재지보를 흡수해야 겨우 도를 깨우치는 정도에 이르다니……. 응?"

입도지선은 아무것도 없는 정원을 보며 감탄했다.

그녀는 청석고옥에 들어서자 진남 뒤에 있는 전신의 혼을 발견했다.

"저건 설마……."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전신의 혼을 보자 눈동자가 흔들렸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천지를 뒤흔들던 사건과 엄청난 대전 그리고 하늘에 가득 내리던 피 비를 맞으며 실컷 술을 마시던 장면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

"네 추측이 맞다. 저자는 주선제오인이자 내 형님이다. 이름은 아직 언급할 수 없지만 다들 전신이라 불렀다."

한참이 지나서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역시 그분이었군요."

입도지존은 눈을 반짝거렸다.

전신의 소문을 그녀는 제일소선역의 은밀한 곳에서 많이 들었다.

우우웅-!

이때, 진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밖에 있던 몇백 개의 화도선염지룡은 몇백 배로 커졌다.

건원호를 연화하는 속도는 몇백 배로 늘어났다.

엄청난 선력과 천지선의가 흘러들고 진남은 심연처럼 계속 빨아들였다.

그의 몸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가 풍기던 청색 빛은 점점 더 밝아지고 선명해졌다.

빛은 마지막에 그의 심장 부근에 모였다.

둥-!

종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진남은 점차 도의를 풍겼다.

매우 옅은 도의였지만 어둠 속에 나타난 불꽃 같았다.

'이미 도경초규(道境初?)를 이루었다. 보통은 도경초규을 이루고 얼마 지나야 도경소성을 이룰 수 있는데 진남은 도기를 다시 만드는 것이니 바로 도경대성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입도지존은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운이 좋다면 도경원만을 이룰 수도 있겠어."

그녀의 말이 끝나자 진남이 풍기던 도의는 몇십 배로 늘었다.

청색 빛이 다시 그의 몸에서 반짝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도의는 계속 늘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경대성에 거의 접근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왕성하던 도기는 보이지 않는 손에 맞은 것처럼 약해지더니 어두워졌다.

도경대성이 아니라 겨우 도경소성을 이루었다.

"응? 어찌 된 일이지?"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와 입도지존은 미간을 찌푸렸다.

구천선역에는 도기가 잘렸다가 다시 만든 강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도기를 만드는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도의와 도광이 늘어나기만 하는데 진남은 오히려 약해졌다.

뚜둑-!

보이지 않는 어떤 물건이 부서진 것 같았다.

진남이 뿜던 청색 도광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청색 도광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서로 다른 세 개의 빛이 나타났다.

"삼, 삼색도광?"

입도지존은 두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사람들이 풍기는 도광이 청색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소문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자들의 도광은 세 가지 색을 띤다고 했다.

그녀는 전설일 뿐이라고 믿지 않았다.

"진남의 도광이 세 가지 색인 건 당연한 일이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그 모습을 보고 진남의 얼굴을 보더니, 저도 몰래 감탄했다.

"소주, 용서하십시오. 저는 형님처럼 소주를 주인이라 부르지 못하겠습니다.

전 소주가 예전에 한 많은 행동들은 정말 부끄럽습니다. 재능도 높은데 하필 미색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둘째 형님이 소주 전생의 기억을 가져갈 때 저는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부디 원망하지 말아 주십시오.

또, 소주의 도기를 벤 것은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경지가 무척 높고 눈이 먼 여인이 저에게 경고했습니다. 소주는 백 년 내에 승선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동극선해의 그 자식을 찾아 점쳤는데 소주가 승선하면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발 늦게 깨어나는 바람에 소주께서 이미 승선하셨더군요. 그래서 소주의 도기를 베었습니다.

이제 소주의 길은 혼자 가셔야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습니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말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입도지존은 생각에 빠졌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가 소주라고 부르는 걸 보면 진남은 대체 어떤 신분의 사람인지 궁금했다.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놀란 소리로 말했다.

"영, 영감탱이. 자세히 보세요. 도광이…… 도광이 칠색인 것 같아요……."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살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칠색 도광이 나타났지? 설마 소주가 몰래 그 단계까지 수련한 건가? ……가능해. 소주는 재능이 무척 비범하니까."

촤라락-!

이때, 진남의 몸에서 무척 강한 힘이 휘몰아치고 주변의 모든 것들에 변화가 생겼다.

청석고옥이 사라지고 드넓은 하늘이 나타났다.

"이것은……."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놀라움과 의혹이 교차했다.

잠시 후, 입도지존의 비명에 그는 얼른 앞을 바라보았다.

하늘 끝에 불후의 왕좌가 있었다.

왕좌에는 형언할 수 없는 웅장한 형상이 앉아있었다.

"역시 그분이구나."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슉-!

웅장한 형상은 왕좌에서 일어나 진남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늘이 흔들렸다.

"소신!"

웅장한 형상은 걸음을 멈추고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와 입도지존이 보는 앞에서 진남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이라는 단어는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의 귀에 천둥처럼 들렸다.

"이럴 수가! 저분이 소주를 주인님이라 부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설마, 진남의 전생이 소주가 아니라……."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신은 영원히 불사주천산(不死周天山)에서 주인님께서 다시 강림하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웅장한 형상은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았다.

천둥 같은 그의 목소리는 하늘에 메아리쳤다.

입도지존과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도경에 빠진 진남을 두고 청석고옥으로 돌아왔다.

방금 벌어진 일은 태고의 환상경지처럼 덧없이 느껴져서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방금……."

입도지존도 지금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늘의 낡은 왕좌에 앉아있던 웅장한 형상이 풍기는 기운은 너무 무서웠다.

그녀는 그 경지를 이해할 수 없지만 웅장한 형상이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보다 강할 거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조금 강한 정도가 아니라 한 단계는 더 높은 것 같았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주선제구인이었다.

'주선제구인보다 더 강한 자라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그런 자가 진남에게 무릎을 꿇고 스스로 소신이라고 하다니? 그럼, 진남의 전생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을까?'

입도지존은 옆에 있는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가 진남이 '소주'가 아니라 다른 거물이라고 하는 말을 제대로 들었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그녀의 시선도 못 느끼고 여전히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천으로 가린 그의 두 눈엔 기쁨, 의혹, 충격 등 여러 감정이 섞여 복잡했다.

마음이 단단한 그도 정신을 못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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