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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59화 (959/1,498)

팔요마왕은 정신이 번쩍 들어 흥분해서 말했다.

그는 두 선왕처럼 대전을 지키는 자가 될까 걱정했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선왕들은 표정이 복잡했다.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으며 힘이 빠지기도 했다.

패자인 그들은 도기가 잘리고 지선 경지밖에 안 되는 진남보다 가치 없는 존재가 될 줄 몰랐다.

"아직도 걱정되느냐? 내가 선마도세라도 할까?"

입도지존은 팔요마왕을 무시하고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럴 필요는 없다. 너는 구천지존이니 한 말은 지킬 거다. 나는 너를 믿는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오른팔을 단천도로 변화시켰다.

진남은 사실 입도지존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경지로 탈사를 하지 않은 이상 단천도를 빼앗을 수도 없었다.

"오호, 상황 파악이 잘 되는구나."

입도지존은 단천도를 받아 슬쩍 튕겨보았다.

칼은 웅웅 소리를 내며 차가운 빛을 뿜었다.

"역시 훌륭한 칼이구나. 어떻게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부럽긴 하구나……."

입도지존은 낮게 중얼거리더니 두 선왕을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

멀리에서 듣기 좋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감탱이는 십 대 주선 중 한 명이다. 누군지는 절대 말하지 못하게 했어. 그리고 화도선염을 사용하면 정원에 있는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를 연화할 수 있다. 도기를 다시 만들 수도 있을 거야."

신비한 강자가 십 대 주선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진남은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도기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말에 그는 몸을 흠칫 떨었다.

도기가 없으면 패자는 될 수 있지만 구천지존이 될 수 없었다.

더 높은 경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진남은 패자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살린 다음 도기를 다시 만들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엄청난 기회가 이리 빨리 찾아올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가능성일 뿐이었지만 역시 소중한 기회였다.

"저 자식 설마 홍운지체는 아니겠지? 도기가 잘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만들 기회가 생기는 거야."

팔요마왕은 기가 막혔다.

도기를 다시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제 전생을 봐서 이런 기연을 남겨주신 걸 잘 압니다. 십 대 주선 중 어느 선배님이신지 모르겠지만 이 은혜를 깊이 간직하고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혼잣말을 했다.

그는 팔요마왕을 보며 한숨을 쉬더니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주령인을 수련했다.

"에잇, 입도는 너무 해. 정원에 있는 선복 등급의 영약을 전부 진남에게 주다니. 나에게도 한두 개 정도는 줘도 되잖아."

팔요마왕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종일 바빴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아차! 하마터면 잊을 뻔했어. 나는 건원호를 흡수하지는 못해도 옥존영롱호는 흡수할 수 있잖아. 입도가 흡수하지 말라고 안 했어. 그리고 궁전에 보물들이 많을지도 몰라. 입도도 없는데 가져가도 되겠지 뭐."

팔요마왕은 무언가 생각난 듯 흥분해서 정원으로 달려갔다.

* * *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입도지존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팔요마왕은 이보를 몇 개 거둬들이고 옥존영롱호에 대진들을 치고 호수의 힘을 전부 흡수해 영롱옥정들을 만들었다.

진남은 드디어 깨달음을 얻었다.

두 손으로 법인을 만들자 용 모양의 흰색 영기가 나타나 그를 감쌌다.

형언할 수 없는 미묘한 느낌이었다.

주령인은 비범한 술법이었다.

수련에 성공하면 천지의 힘을 끌어와 천재지보를 키워줄 수도 있고 천재지보의 힘을 자신에게 가져올 수도 있었다.

주령인으로 키운 천재지보가 많을수록 술법은 기이한 변화를 일으키고 더 엄청난 위능을 가질 수 있었다.

"하늘은 정(正)이고 땅은 차(次)이다. 하나만 움직여도 만물이 명을 듣고……."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기세가 최고로 솟아올라 수많은 백룡 형상으로 변하더니 다시 그의 양손에 모였다.

향로의 화도선염 불꽃이 좌우로 흔들리고 엄청난 위세가 그 속에서 깨어났다.

건원호도 일렁이기 시작했다.

"다스리자!"

잠시 후, 진남은 크게 외쳤다.

어둠 속에서 엄청난 천지의 힘이 커다란 손으로 변해 손바닥으로 화도선염 불꽃을 잡아 진남의 단전에 힘껏 넣었다.

데일 것 같은 뜨거움이 몸속에서 퍼졌다.

불꽃은 그의 육신과 영혼을 모두 태워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진남은 산처럼 꼼짝하지 않고 법결을 외웠다.

단전에서 영광법인(靈光法印)이 용솟음치더니 화도선염을 가운데 두고 진남의 선력과 하나로 합치려고 했다.

쿵-!

사방이 흔들렸다.

진남의 몸 구석구석에 흰색 불꽃이 타올랐다.

선력과 하나로 합쳐지자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진남은 경지가 두 단계를 돌파하여 지선 경지 오 단계가 되었다.

그의 기운은 멀리서 보면 화도분선(化道焚仙)할 수 있는 화염지존이 탄생한 것 같았다.

진남과 화도선염은 이제 하나가 되어 구분할 수 없었다.

진남의 경지가 강해질수록 화도선염의 불꽃은 더욱 세차게 타올랐다.

"역시 주선 등급의 인물이 남긴 불꽃이라 그런지 비범하구나."

진남은 몸의 변화를 느끼고 감탄했다.

그의 두 눈에 금빛을 띤 흰색 불꽃이 타올랐다.

그는 정원을 바라보았다.

그의 동력은 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해졌다.

대충 보아도 천재지보들이 가진 힘을 대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팔요마왕이 놀랄 만했네. 일곱 개의 천재지보와 건원호의 순수한 선력은 대단하구나."

진남은 천재지보들을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이제 그는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선복도지는 다른 동천복지와 천지 차이가 나는 것과 같았다.

"천재지보들을 먼저 연화하자."

진남은 마음을 진정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몇백 개의 화도선염이 영약에 떨어지고 태우기 시작했다.

진남은 저도 몰래 긴장됐다.

입도지존은 도기를 다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확답은 하지 않았다.

매우 특이한 천재지보가 아닌 이상 연화한 후에는 경지와 의지를 강화하는 작용밖에 없었다.

정원에 있는 천재지보들은 도기를 다시 만들거나 도기의 깨달음을 얻게 하는 효능이 없었다.

일곱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도기를 다시 만들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촤르륵-!

잠시 후, 천재지보들이 다 타고 방대하고 순수한 선력과 의지로 변해 진남의 몸속에 날아들었다.

"이건……."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선력과 의지들이 그의 몸에 들어간 후 모두 화도선염의 선력에 빨려들어 갔다는 걸 선명하게 느꼈다.

그리고 아주 적은 일부분만이 그의 선력을 강화하고 남은 선력과 의지는 묘한 느낌으로 변해 그의 마음에 감돌았다.

이런 느낌은 문도수를 연화했을 때와 같았다.

천지의 모든 대도를 엿보고 현묘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화도선염과 선력이 합쳐지자 도기가 잘린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순수한 선력과 의지를 도를 깨우치는 느낌으로 변화시켰구나."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의 두 눈에 불꽃이 이글거렸다.

'기회가 왔다.'

진남은 정신을 집중하여 깨우침을 얻었다.

몇백 개의 영약을 전부 연화하자 그는 지선 경지 육 단계를 돌파했다.

마음을 맴돌던 묘한 느낌은 더 짙어졌다.

"거의 다 왔어."

진남은 다시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 일곱 개에 눈길을 돌렸다.

그는 천재지보를 잘 모르지만, 그것들이 풍기는 기운으로 효능을 추측할 수 있었다.

"윤회 무늬가 가득한 고목은 오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진남은 결정을 내리고 화도선염을 모아 다른 여섯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를 동시에 태웠다.

다섯 시진이 지났다.

여섯 개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는 점차 연화되어 여섯 개의 방대한 선력으로 변해 진남의 몸에 흘러들었다.

진남은 경지를 돌파할 것 같은 기미가 보였다.

현묘한 느낌은 몇 배 더 늘었다.

또, 여섯 개의 서로 다른 천지선의가 화도선염의 선력과 융합되었다.

화도선염의 선력이 더 강해지고 진남은 천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큰 변화는 이제 시작이었다.

여섯 개의 선복 등급 천재지보들은 마르지 않는 바다처럼 끊임없이 힘을 제공했다.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여섯 개의 선복 등급 천재지보들은 드디어 연화되었다.

진남도 지선 경지 구 단계를 돌파했다.

그는 몽롱하고 안개가 낀 것 같은 옅은 청색의 빛을 뿜었다.

"지금이다."

진남의 몸속의 모든 화도선염들이 마지막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에 쏟아졌다.

원래 그의 경지로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를 하나 연화하려면 적어도 한 시진은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무형의 힘이 도와주는 것처럼 얼마 걸리지 않았고, 용의 포효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엄청나게 순수한 선력과 천지선의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기이한 힘이 전부 진남에게 스며들었다.

진남의 마음에 감돌던 도를 깨우치는 느낌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진남은 신비한 고도(古道)에 서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길의 끝에 웅장하고 낡은 문이 있었다.

진남은 무엇에 홀린 듯이 다가가 문에 새겨진 무늬를 어루만졌다.

무척 진지하게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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