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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56화 (956/1,498)

956화 멍청한 놈이 성깔이 있네?

"천지화우(天地化羽)!"

부생선왕이 법인을 만들자 허공에 수많은 깃털이 나타났다.

깃털들은 상고선수(上古仙獸)에게서 떨어진 것처럼 모든 걸 부술 것 같은 위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력을 다해 공격하지 않고 힘을 조금 남겼다.

진남의 체내에는 지존동부의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지보와 다른 많은 이보들이 있었다.

진남을 살려두면 그것들을 얻을 기회가 생길 수 있었다.

"영감탱이 이렇게 대단한 공격을 펼치다니!"

팔요마왕은 깜짝 놀라 부들부들 떨더니 조용히 진남의 뒤에 숨었다.

"부생, 지혼, 제가 그렇게 만만해 보입니까?"

진남은 싸늘하게 말하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장소지존이 준 영패를 움직였다.

웅-!

산골짜기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절벽에는 수많은 무늬가 퍼지고 약한 빛이 반짝거렸다.

주위의 모든 것이 시커메졌다.

그리곤 희미하고 위엄 있는 형상이 나타났다.

형상은 무덤덤하게 바라보더니 손을 내리쳤다.

"구천지존의 의지?"

부생선왕과 지혼선왕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각자의 본명도기를 움직여 몸을 보호했다.

쿠쿠쿠쿵-!

땅에 수많은 금이 생겼다.

부생선왕과 지혼선왕의 공격이 순식간에 부서졌을 뿐만 아니라 그들도 큰 충격을 받고 신음을 흘리며 튕겨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모습은 매우 비참했다.

"헉!"

팔요마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 이 자식! 많이도 숨겼구나!'

그는 방금 진남의 구문입도지부를 빼앗고 허공의 문을 열어 도망가려 했었다.

"부생, 지혼. 두 분이 전에 저를 많이 도와줬던 걸 생각해 죽이지 않겠습니다. 가십시오."

진남은 차갑게 말했다.

왈칵-!

부생선왕은 피를 토해 체내의 기운을 안정시켰다.

그는 커다란 구덩이에서 나오며 싸늘하게 말했다.

"진남, 이 정도 실력으로 나를 속이려고? 내 짐작이 맞는다면 이건 장소지존이 미안한 마음에 너에게 의지를 남긴 것일 거다. 기껏해야 다섯 개를 넘지 않을 거다. 맞느냐?"

진남은 긴장됐다.

패자의 등급에 도달하니 만만치 않았다.

속이기도 쉽지 않았다.

"허허, 지존의지가 다섯 개라고요? 저를 너무 만만하게 보셨습니다. 믿지 못하겠으면 누가 죽는지 제대로 싸웁시다."

진남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강력하게 나갔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조금이라도 망설인다면 부생성왕과 지혼선왕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공격을 펼칠 게 틀림 없었다.

남은 두 개의 지존의지와 스무 마리의 상고대요들로 두 명의 패자를 격파하는 건 불가능했다.

"……."

부생선왕과 지혼선왕은 조금 망설였다.

만일 그들의 짐작이 틀리고 진남이 갖고 있는 지존의지가 다섯 개가 넘으면 그들은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진남 옆에 있는 미련한 청년도 강한 수단이 적지 않았다.

산골짜기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두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버티며 대응책을 생각했다.

"내가 한마디 하겠소."

팔요마왕은 머리를 내밀고 눈을 굴리며 말했다.

"이렇게 버티는 것도 방법이 아니오. 또, 지금 싸우면 모두 크게 다칠 거요. 설령 이긴 자가 입도지존의 관을 찾더라도 전승을 가지기 전에 살기의 공격에 안에서 죽을 수 있소. 그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소."

그는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

이를 본 진남과 부생선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오?"

지혼선왕은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

"간단하오. 우리 동시에 안으로 들어갑시다. 누가 지존전승을 얻는지는 능력에 달렸소."

팔요마왕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두 명의 선왕은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바에는 다른 방법을 쓰는 것이 나았다.

또, 입도지존의 관을 보면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도 있었다.

"허허, 우리더러 자네와 연합하라고? 자네들은……."

지혼선왕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제대로 싸우려는 것 같았다.

"좋소. 동의하오."

지혼선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생선왕이 말했다.

"부생……."

지혼선왕은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부생선왕이 지혼선왕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지혼선왕은 한 번 콧방귀를 뀌더니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진남,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부생선왕은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

마치 진남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질이 예전처럼 부드러웠다.

"그렇다면……."

진남은 고민하는 척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저분의 말대로 합시다."

지금은 이 방법이 유일한 기회였다.

부생선왕과 지혼선왕은 긴말하지 않고 지존지석을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하고 느끼기 시작했다.

구문입도지부(九紋入刀之符)를 느낄 수 있을지 보는 것이었다.

"봐, 나 총명하지? 나와 연합하면 너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팔요마왕은 잘난체하며 고개를 쳐들었다.

"저들을 잘 지키십시오."

진남은 대꾸도 하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지금 두 명의 선왕을 습격하는 건 아무 의미 없었다.

그럴 바에는 천지영기를 더 많이 빨아들여 선혼을 회복하는 게 나았다.

* * *

여드레가 훌쩍 지나갔다.

두 선왕은 이번에 느끼면서 두 개의 입도지부를 얻었다.

팔요마왕은 또 참지 못하고 건방을 떨었다.

선왕들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우리 둘의 천부가 이 녀석보다 약하단 말인가?'

"됐소. 이제부터 함께 부적을 연화하면 우리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소."

팔요마왕의 말에 진남 등은 바로 부적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기이한 힘이 하늘에서 내려와 그들을 감싸고 사라졌다.

그들은 다른 낯선 공간에 도착했다.

"응?"

진남이 땅에 내리자마자 식해 속의 무주궁도가 빛을 반짝이며 기뻐했다.

"헉! 이, 이건……!"

진남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그의 귓가에 팔요마왕과 두 선왕의 놀란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그들과 천 장 정도 떨어진 곳에 방원 몇백 리 되는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호숫물은 옥처럼 반짝거렸고, 수룡 같은 선광이 호수에서 헤엄쳐 다녔다.

호수의 끝은 짙은 안개가 깔려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무형의 흡입력이 진남의 마음을 끌었다.

진남은 본능적으로 다가가 호숫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건 무슨 호수지?"

진남은 마음을 진정하고 물었다.

"이, 이건 천지가 만든 옥존영롱호(玉尊玲瓏湖)이다……."

팔요마왕은 눈빛이 이글거리고 말도 더듬거렸다.

"방원 십 리 정도 되는 옥존영롱호는 천선을 만들기 충분하다. 지금……."

그는 뒷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남도 깨닫고 눈에 이색이 드러났다.

'앞에 있는 옥존영롱호는 방원 백 리나 된다. 여기에 들어있는 깨끗한 선력은 얼마나 대단할까? 여기에 들어있는 깨끗한 힘은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 원상태를 깨고 지금처럼 이렇게 커졌을 수 있다.'

이 동천복지에 팔요마왕이 아니라 선왕들도 눈빛이 뜨거워졌다.

바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웅-!

갑자기 진남의 식해 속의 무주궁도가 떨기 시작했다.

강한 의식이 진남의 머릿속에 주입되었다.

"어떻게 된 거지? 무주궁도는 왜 나더러 호수에 들어가라는 거지? 설마 호수 안에 그것과 연관 있는 물건이 있나……?"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호수에 퍼졌다.

짙게 깔렸던 안개가 걷히고 높이가 삼천여 장 되는 파릇파릇한 가지가 무성한 큰 산 같은 버드나무가 나타났다.

나뭇잎들에서 깨끗한 선광이 뿜어져 나왔다.

신성하여 침범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이, 이건 설마……! 만야선류(萬夜仙柳)?"

팔요마왕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만야선류는 많은 천재지보 중에서 선복(仙福) 등급에 도달한 존재였다.

구천선역 전체에도 매우 적었다.

몇백 년에 한 그루를 보기 어려웠다.

"진짜 만야선류다!"

선왕들은 기뻤다.

진남은 생각을 멈추고 전신선동을 움직여 호수 위를 훑어봤다.

하지만 꿰뚫어 볼 수 없었다.

그는 다시 만야선류를 바라봤다.

"응? 저건……."

무성하고 겹겹이 쌓인 나뭇가지 사이에 길이가 오 장 되고 상고부적이 가득 붙은 금문동관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동력을 움직여 두꺼운 관을 꿰뚫어 봤다.

관속에는 검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드리우고 새하얗고 예쁜 절세미인이 누워있었다.

여인은 어깨와 발에 흉악한 흑룡 형상의 동정이 박혀 있었다.

크라아아아!

흑룡동정들은 뭔가 느낀 듯 입을 쩍 벌렸다.

우레 같은 포효소리가 진남의 식해에 울려 퍼졌다.

진남은 서둘러 전신선동을 거두었다.

"이 절세미인이 전설 속의 입도지존인가?"

중얼거리던 진남은 자신이 수련한 역기지체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걸 발견했다.

그는 마치 큰 적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설마……."

진남은 정신을 집중했다.

순간 머릿속에 네 글자가 떠올랐다.

'태고금기!'

그가 수련한 역기지체는 역기문의 것이었다.

역기문은 태고금기를 적으로 생각하는 문파였다.

태고금기의 기운만이 역기지체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다.

입도지존은 수명이 다돼 죽은 것이 아니라 태고금기에 박혀 죽었단 말인가?

"입도지존의 관이다!"

팔요마왕과 선왕들은 금문동관의 존재를 발견하고 기뻤다.

하지만 그들의 동술의 동력은 관 뚜껑을 꿰뚫고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좋다, 좋아! 모든 것이 옥간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생선왕은 속이 후련했다.

"진남, 너희들은 죽을 날이 되었다."

지혼선왕은 왼손에 녹색 영패를 꺼내더니 살기를 드러내고 말했다.

"이제 너희들이 아무리 많은 지존의지가 있어도 소용없다."

그는 빠르게 오른손에 법인을 만들어 영패에 주입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먼 곳의 만야선류는 깨어난 것처럼 수많은 가지가 뻗어져 나왔다.

동시에, 옥존영롱호의 호숫물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영패를 가진 자가 주인이다. 도둑놈을 죽여라!"

지혼선왕은 영패를 흔들었다.

슉-!

초록색 버드나무 가지가 몇백 개의 절세선검으로 변한 것처럼 허공에 엄청난 검진을 이루어 진남과 팔요마왕을 덮었다.

스무 마리의 상고대요들이 고개를 젖히고 포효하며 요술을 드러냈다.

방대한 강기가 퍼졌다.

나뭇가지의 공격에 스무 마리의 상고대요들은 뒤로 밀려나고 강한 육신에 상처가 났다.

대요들은 다양한 색갈의 요혈을 흘렸다.

"아차."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지혼선왕이 만요선류를 조종할 수 있을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만요선류의 실력은 진남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몇백 개의 가지만 움직였는데도 스무 마리의 상고대요를 제압했다.

몇천 개를 움직인다면 장소지존의 의지로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옥존영롱호 바닥으로 들어갈까?'

진남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들은 두 선왕과 싸워 지존전승을 쟁탈할 수 없었다.

지금은 재난을 피하고 목숨을 부지하는 게 급선무였다.

"하하하."

그 모습을 본 지혼선왕은 웃음을 터뜨렸다.

패자인 지혼선왕은 고작 지선 경지인 진남의 말에 따르기 싫었다.

그는 원래 산골짜기 안에서부터 싸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부생선왕이 입도지존의 묘지 앞에 있는 만야선류를 조종할 수 있다고 하기에 참고 기다린 것이었다.

이제 때가 왔으니 참았던 분노를 속 시원히 터뜨렸다.

지선은 아무리 지존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패자와 싸울 실력이 안 되었다.

"진남, 투항하거라. 버둥거려봤자 결과는 마찬가지로 비참하다. 그래도 한때 절세천재였던 네가 만약……."

부생선왕은 멀지 않은 곳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팔요마왕이 호통쳤다.

"웃지 마시오!"

부생선왕과 지혼선왕 그리고 진남까지 충격을 받았다.

'멍청한 놈이 성깔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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