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5화 사악한 사람의 마음
슉-!
길이가 삼 장 되는 도기 등급의 혈색 선도가 참지 못하고 가장 먼저 무덤에서 스스로 날아 나왔다.
선도는 흉악한 혈룡(血龍)으로 변해 단천도를 내리쳤다.
구천지존이 사용했던 도기선도가 갖고 있는 힘은 천선 경지의 무인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힘을 쓰지 않았다.
지금은 깨끗한 힘뿐이었다.
선도들의 싸움이나 선기들의 싸움은 모두 의지를 겨루는 것이었다.
단천도는 귀찮다는 듯 스스로 하늘로 날아올라 웅웅 소리를 냈다.
혈룡이 그것과 몇십 장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것은 세게 내리쳤다.
대단한 힘이 혈룡을 산산조각 냈다.
그러자 혈색선도는 빛이 어두워지더니 다시 무덤 안으로 돌아갔다.
그것의 주위의 도기선도들은 단천도에게 화가 난 것처럼 크게 떨기 시작했다.
스스로 칼집에서 나올 것 같았다.
이때, 세 자루의 입도지존 본명선도(本命仙刀)가 찬란한 빛을 뿜으며 하늘로 날아올라 내리쳤다.
방대한 도의가 모든 걸 누를 것 같았다.
하지만 단천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문득 웅웅 하는 소리가 높아지더니 본명선도를 내리쳤다.
퍼퍼퍼펑-!
대전의 허공에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단천도는 처음에는 밀렸다.
그러나 도의가 부딪히면서 그것이 갖고 있는 진정한 힘이 점차 깨어난 것 같았다.
세 자루의 선도는 연달아 밀려났다.
"어……."
팔요마왕과 스무 마리의 대요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구천지존의 본명선도다! 도의를 겨루는데 고작 지선이 갖고 있는 칼에 눌렸다고?'
팔요마왕은 분명히 기억했다.
진남은 천신일 때부터 이 칼을 사용했다.
그들이 놀라있을 때 단천도가 웅웅 떨더니 빛으로 변해 다시 진남의 손으로 돌아갔다.
대단한 도의도 완전히 사라졌다.
우열이 이미 가려졌으니 더 싸울 필요가 없었다.
진남의 눈에 이색이 드러났다.
그도 구천지존의 본명선도가 단천도보다 이렇게 약할 줄 몰랐다.
쿵-!
이때, 세 자루의 선도는 서로 마주하더니 대단한 도기가 뿜어져 나왔고 방대한 강풍이 휘몰아쳤다.
"이건……."
팔요마왕은 어안이 벙벙했다.
빠르게 뭔가 느낀 듯 안색이 파래져 소리쳤다.
"진남, 너 이 자식, 너 또 사고를 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커다란 궁전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암암리에 오래된 문이 열린 것처럼 방대한 금색 빛이 용솟음쳐 올라 진남 등을 덮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진남 일행은 점차 의식을 회복하고 천천히 눈을 떴다.
좀 전에 용솟음쳐 오른 금광은 희미하고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실은 성난 바다의 파도처럼 그들을 기절시켰다.
"악-! 진남, 너 이 자식! 내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
팔요마왕은 비명을 지르며 화가 나 몸을 떨었다.
그는 진남이 사고를 치기 좋아한다는 걸 까먹은 것이 후회되었다.
진남은 전에 살선고지에서 절세흉지를 일으켰다.
'이 자식과 연합하여 결과가 좋을 리가 없어!'
"왜 소리칩니까?"
진남은 팔요마왕을 흘겨보더니 주위를 둘러봤다.
그들은 삼만 리 정도 되는 골짜기에 도착했다.
주위는 구름 위까지 높이 솟아오른 절벽이었다.
절벽에는 수많은 도문이 퍼졌다.
움직이지 않았지만 싸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골짜기를 나가려면 무자비한 공격을 당하게 될 게 뻔했다.
"이건 뭐지?"
진남은 산골짜기 끝에 높이가 십 장 되는 고석이 우뚝 서 있는 걸 발견했다.
파란색의 고석에는 칼자국이 가득했다.
진남은 전에 지존동부의 법외참지라는 곳에서 말할 줄 알고 검흔이 가득한 괴석을 만났던 일이 생각났다.
'이 돌은 그 괴석과 무슨 연관이 있지?'
진남은 전신선동을 움직여 이상한 점을 찾으려 했다.
두 개의 선염이 눈에 떠오르자 갑자기 도흔괴석(刀痕怪石)은 대단한 흡입력을 폭발해 진남의 정신을 빨아들이려 했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두 눈을 감고 몇 발 물러났다.
무형의 흡입력은 그제야 사라졌다.
"헉! 이, 이럴 수도 있어?"
팔요마왕은 연달아 감탄했다.
도흔괴석을 바라보는 그는 매우 흥분되었다.
"이건 지존지석(至尊之石)이다! 우리는 궁전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한 거야!"
옆에 있던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지존지석이요?"
정신을 차린 팔요마왕은 손을 비비며 허허 웃었다.
"지존지석은 한 지존이 죽은 후 천지가 만든 것이다. 안에는 지존의지(至尊意志)가 들어있다. 내가 알기로 우리는 지존지석에서 입도지부(入刀之符)를 느끼면 입도지존의 관을 볼 수 있고 지존전승을 얻을 수 있다."
진남도 눈을 반짝거렸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팔요마왕을 바라보았다.
스무 마리의 대요들도 팔요마왕을 주시했다.
방금 이곳에 왔을 때 팔요마왕은 진남과 목숨 걸고 싸울 것처럼 욕설을 퍼부었다.
그들의 시선을 느낀 팔요마왕은 얼굴이 시뻘게지고 난감한 듯 말했다.
"그게, 좀 전에는 나도 마음이 급했어! 세 자루의 칼을 눌렀는데 가장 깊은 곳으로 전해올 줄 누가 알았겠느냐……."
진남은 모를지라도 그는 잘 알았다.
궁전에 들어와서부터 여기까지 오려면 많은 수단을 써야 하고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심지어 죽을 수도 있었다.
세 명의 선왕은 진작에 궁전에 들어왔지만, 이곳에 도착하지 못했다.
"이 자식은 운이 너무 좋다……."
팔요마왕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다시 생각해보니 진남은 어린 나이에 도경대성에 들어가고 비월여제의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상했다.
게다가 진정으로 대단한 인물은 암암리에도 큰 기운이 도와주고 있었다.
진남은 그와 긴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기운을 거두고 다시 전신선동을 움직여 지존지석을 바라보았다.
대단한 흡입력이 다시 한번 휘몰아쳤다.
하지만 진남은 반항하지 않고 정신이 돌에 빨려 들어가도록 내버려 뒀다.
순식간에 진남은 사방이 시커메진 걸 느꼈다.
끝없는 허공의 끝에 온 것 같았다.
슉-!
도광이 빠르게 강림했다.
위엄 있는 형상은 빛을 잡더니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형상은 한번 또 한 번 칼을 휘두르더니 점차 엄청난 기세가 모였다.
"이건 입도지존의 예전 도의인가?"
진남은 깜짝 놀라 뚫어지게 바라봤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었다.
"이 자식 진짜 얍삽하구나."
산골짜기 안의 팔요마왕은 이 광경을 보자 한마디 투덜거리고는 서둘러 지존지석을 관찰했다.
스무 마리의 대요들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선 잠깐 망설이더니 지존지석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지존전승을 얻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느끼면 큰 도움이 되었다.
* * *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여드레가 지났을 때쯤 진남과 팔요마왕 그리고 대요들은 거의 동시에 눈을 번쩍 떴다.
그들의 몸에서 대단한 도의가 폭발해 나와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슈슈슉-!
어디에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빛이 잇달아 진남 일행의 앞에 떨어졌다.
천룡지혈(天龍之血)로 만들어진 부적이 나타났다.
부적에는 무늬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하하하! 나는 천부가 대단하다. 지존지석의 허락을 받고 삼문입도부(三紋入刀符)를 얻었다. 이제 지존전승을 얻을 희망이 보인다……!"
팔요마왕은 훑어보더니 큰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곁눈질로 진남의 앞에 떨어진 부적에 나타난 무늬를 존 순간 꼬리가 밟힌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구, 구문(九紋)?"
진남은 그가 한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눈에 묘한 빛이 반짝거렸다.
팔 일 사이에 끊임없이 변하는 도의와 마지막에 나타난 천지를 자를 것 같은 한 방에 진남은 마음에 큰 변화가 생겼다.
그는 아직도 느끼고 있었다.
"지, 진남?"
이때 두 개의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팔요마왕과 요수들을 일제히 바라봤다.
피투성이가 된 부생선왕과 지혼선왕이 매우 비참한 모습으로 산골짜기 입구에 도착했다.
"아! 저들이다!"
팔요마왕은 몸을 움츠리더니 쥐도 새도 모르게 스무 명의 대요들 뒤에 숨었다.
"선배님들 오셨습니까? 홍금 선배님은요?"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홍금은……. 안타깝게도 죽었다."
부생선왕은 한숨을 쉬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근데 너희들은 왜 여기에 왔느냐? 내 말은 무슨 방법으로 왔는지 묻는 거다."
진남은 낱낱이 말해줬다.
그러자 두 명의 선왕은 동시에 입꼬리가 비틀렸다.
"응? 네가 쥐고 있는 건 혹시 입도선부냐? 아니면 구문의 것이냐?"
그러던 문득 부생선왕과 지혼선왕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빠르게 반응하고 마주 보았다.
상대방의 눈에 잠깐 스치는 빛을 발견했다.
"진남 너를 다시 보게 됐다. 하지만 이 입도선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것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느냐?"
부생선왕은 앞으로 다가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전에 연합한 적 있다. 너도 우리가 일 처리하는 방식을 알 거다. 우리는 절대 너를 손해 보게 하지 않을 거다."
부생선왕은 무거운 말투로 한마디 보탰다.
"하하! 패자라는 자가 솔직하게 말하시지? 우리가 바보인 줄 아오?"
진남이 말하기도 전에 팔요마왕이 큰소리로 웃더니 비웃는 듯 말했다.
"입도지부에 무늬가 많을수록 지존전승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더 크오. 우리가 모르는 줄 아시오? 강제로 빼앗으려고 했으면서 위선을 떨며 군자인 척할 필요 있소? 그 여자 선왕도 자네들이 죽인 거 아니오?"
팔요마왕은 점점 더 비꼬며 말했다.
그는 고의적이었다.
진남과 두 명의 선왕은 꽤 친한 듯했다.
'진남이 선왕들과 연합하면 나는 끝나는 거잖아?'
부생선왕은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부생, 그들과 길게 말할 것 없소!"
지혼선왕은 성큼 다가왔다.
방대한 기세가 솟아올랐다.
그는 싸늘하게 진남을 보며 말했다.
"옛정을 봐서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 부적을 스스로 바치면 살려주겠다."
쿵-!
말을 마친 지혼선왕은 주먹을 날렸다.
대단한 힘을 가진 수많은 선광이 주먹 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번 길에 그는 진남에게 조금 정이 들었다.
하지만 지존전승 앞에서 이까짓 정이 대수일까?
그와 거의 천 년 동안 알고 지낸 홍금선왕도 죽이지 않았던가?
진남은 순식간에 안색이 차가워졌다.
그는 그들과 함께 연합하여 지존전승을 얻으러 가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사악한지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크롸아아아-!
스무 마리의 상고대요는 순식간에 반응하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포효했다.
요기가 하늘을 찔렀다.
시뻘건 입을 크게 벌리고 끝없는 화염을 뿜는 것도 있고, 발톱을 뻗어 허공을 찢는 것도 있었다.
대요들의 시뻘건 눈에는 두려움도 없었고 엄청난 악기만이 가득했다.
"진남, 고작 스무 마리의 천선 정상의 경지의 요수에게 의지하는 거냐? 너무 우습구나!"
지혼선왕은 눈에 비웃음이 드러났다.
요수들로 그를 막기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은 두 명의 패자였다.
"진남, 솔직히 말해 나는 줄곧 네가 마음에 들었다. 너는 도기가 잘렸지만 언젠가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나도 공격할 수밖에 없구나."
부생선왕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눈빛이 점차 싸늘해졌다.
"진남의 도기가 잘렸다고?"
팔요마왕은 크게 놀랐다.
그는 바깥의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