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953화 (953/1,498)

953화 하루빨리 돌아오게 하고 싶다

진남의 임시 탈것인 명뢰선원은 땅에 무릎을 꿇고 벌벌 떨며 우우우 하고 울었다.

진남은 몸을 날려 청동거문 앞으로 날아가 문을 열었다.

혼란스러운 기운이 순식간에 용솟음쳤다.

혈발이 바람에 흩날렸다.

"진남! 너 드디어 왔구나. 나는 오늘을…… 오래도록 기다렸다!"

문 뒤에는 높이가 칠백여 장 되는 금색 제단이 있었다.

제단에는 시커먼 글자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

글자마다 기이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무형의 심연처럼 인간의 영혼을 삼킬 것 같았다.

수피화권은 제단 위에 떠 있었다.

"무슨 말입니까?"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승선하면 그녀들의 영혼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수피화권에 대한 느낌이 줄곧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전신도 화권을 조심하라고 권고했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 때문이 아니면 그는 화권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한 말은 지킨다."

수피화권은 히죽 웃었다.

통쾌한 듯 말했다.

"그녀들의 영혼을 다시 만드는 방법은 줄곧 내 손에 있었다. 갖고 싶으면 너의 식해 속의 보라색 수정과 바꾸거라."

진남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지고 눈빛이 싸늘해졌다.

수피화권이 전에 한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그것의 진정한 목적은 진남이 승선하면 보라색 수정을 빼앗아가려는 것이었다.

"허허, 그런 눈길로 나를 보지 말거라."

수피화권에 한 형상이 나타났다.

희미했지만 진남도 형상이 조롱하듯 웃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승선한 후 너도 아마 느꼈을 것이다. 너는 내력이 대단하다.

말해주마. 너의 식해 속의 물건은 너의 전생이 남긴 것이다. 그걸 연화하면 너는 매우 대단한 물건을 얻을 수 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내력이 대단하다고? 나의 전생이 남긴 거라고? 비월여제는 내가 이미 열 번의 윤회를 거쳐 처음의 상태로 돌아갔다고 했잖아? 어떻게 또 전생이 있지?'

진남은 문득 하늘 끝 왕좌에 앉아있던 형상이 생각났다.

'설마 그 형상이…… 나의 전생인가?'

"내가 너를 속이는 것 같지? 그러나 나는 너를 속이지 않았다. 난 너를 협박하지 않을 거다. 모든 선택권은 너에게 있다."

화권 속의 희미한 형상은 표정이 재미있게 변했다.

"보라색 수정을 연화해도 된다. 연화하면 너는 다시 궐기하여 구천선역을 휩쓰는 건 문제 없다. 개세천재나 패자, 구천지존, 심지어 더 강한 자들도 너보다 실력이 못할 거다."

여기까지 말한 그것은 머뭇거리더니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

"물론, 그녀들은 완전히 죽게 되고 살아날 희망이 없다. 하지만 네가 보라색 수정을 나에게 준다면 그녀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줄 수 있다."

말이 끝나자 오래된 제단에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진남은 몸이 떨렸다.

그는 전신이 왜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를 선택했고 전신의 이름이 무엇이고 무주궁도란 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여러 가지 느낌은 그의 전생과 연관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가 보라색 수정을 연화하면 이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묘묘 공주와 강벽난에 비해 이 모든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살짝 떤 원인은 수피화권이 그를 허수아비처럼 갖고 논 것이 기분 나빠서였다.

"긴말할 거 없습니다. 저는 보라색 수정으로 그녀들을 부활시킬 방법을 바꾸겠습니다. 저를 속이지 마십시오."

진남은 마음을 진정하고 싸늘하게 말했다.

"하하하!"

희미한 형상은 고개를 쳐들고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우습다! 우스워! 여인들 때문에 이렇게 진귀한 물건까지 내놓다니! 내가 너를 잘못 보지 않았구나. 잘못 보지 않았어. 너는 보라색 수정을 가질 자격이 없다. 전신 그 자식은 너를 주인이라 부르고 몇 번 충고했다고 나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때의 계획은…… 내가 완성해야겠구나."

그것은 마음속에 몇만 년 동안 쌓았던 원망을 순간 전부 쏟았다.

대단한 뇌정으로 변해 천지에 울려 퍼졌다.

제단이 크게 흔들렸다.

청동거문 밖의 선산들도 끊임없이 떨리고 산이 무너졌다.

경지가 대단한 대요들은 땅에 납작 엎드려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다.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비는 것 같았다.

진남도 큰 충격을 받고 신음을 흘리더니 피를 토했다.

"나를 줘. 너는 그것을 가질 자격이 없다."

희미한 형상은 웃음을 멈추고 싸늘한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허공에 별빛이 반짝거리는 기이한 큰손이 나타나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라색 수정을 잡으려 했다.

웅-!

보라색 수정은 뭔가 느낀 듯 크게 흔들렸다.

수정에서 뿜어져 나온 수많은 보라색 기운은 큰 나무처럼 뿌리를 내렸다.

진남의 머리에서 나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희미한 형상은 강제로 기운을 부수고 보라색 수정을 억지로 진남의 머리에서 꺼냈다.

진남은 눈빛이 흔들리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좀 전에 그는 누군가 자신의 영혼을 몸에서 뽑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전에 없던 공허감이 들었다.

"좋다. 아쉬운 점이라면 전신은 줄곧 나를 방어하더니 무주궁도를 어디에 숨겼는지 모르겠구나."

희미한 형상은 중얼거리더니 진남을 내려다보고 목소리도 담담해졌다.

"걱정하지 말거라. 너에게 준다고 약속한 건 꼭 준다."

회백색 옥간이 어디선가 나타나 진남의 옆에 떨어졌다.

"옥간에서 말하는 제단이 바로 이 제단이다. 너를 위해 만들었다. 이곳의 요수들이 너를 대신해 지켰다. 옛정을 봐서 너를 도와주겠다."

진남은 체력이 회복되자 옥간을 꽉 잡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구할 수 있겠다.'

이 광경을 본 희미한 형상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넷째는 몸이 죽고 도가 사라지면서도 너를 도와 매우 큰 위기를 해결했다. 너 그자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너는 죽지 말고 잘 살아야 한다. 그 계획이 성공하게 되면 전례를 깨고 너를 주천불사산(周天不死山)에 올라 진정한 선역의 풍경을 보게 할 것이다."

말을 마치자 희미한 형상은 사라졌다.

수피화권도 잇따라 사라졌다.

'넷째? 위기를 해결했다고? 그 계획? 주천불사산?'

진남은 희미한 형상의 말을 한마디도 기억하지 못했다.

수피화권이 언제 갔는지도 몰랐다.

옥간을 가지는 순간 그의 정신은 모두 옥간에 빠졌다.

"음양대전도술(陰陽大?倒術)!"

"피도제단(避道祭壇)을 만들어 세간대도를 피하거라. 죽은 지 칠 일 되는 패자 등급이나 더 강한 시골을 제품으로 창명목(蒼冥木), 축선지수(逐仙之樹), 지존심과(至尊心果), 팔안음양화(八眼陰陽花)……."

몇천 가지의 천재지보가 나타난 후 비밀스런 법결이 만들어지고 끝에 가장 중요한 한마디가 나타났다.

"이렇게 하면 음양을 돌리고 대도를 뒤집어 죽음 속에서 영혼을 다시 만들 수 있다."

진남은 여기까지 보고도 술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옥간 속의 모든 걸 구리거울에게 전했다.

구리거울의 경지로 어느 정도 알 거라고 생각했다.

"그 술법은 어떤 주선이 만든 것이다. 확실히 사람의 영혼을 다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주선은 이미 십만 년 전에 죽었다. 아무런 전승도 남기지 않았다. 너는 이걸 어디서 얻었느냐?"

잠시 후 비월여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짜 됩니까?"

진남은 기뻤다.

조금 남았던 걱정도 완전히 사라졌다.

"전에 나타났던 그 수피화권을 기억하십니까? 그것은 전에 제가 승선하면……."

진남은 그동안 발생한 모든 일을 낱낱이 말했다.

"보라색 수정은 너의 전생의 남은 기억과 전생이 배운 문도지법, 도술 등으로 이루어졌다."

비월여제는 차갑게 말했다.

"그것으로 음양대전도술을 바꾼 건 손해 보지 않았다. 이 술법은 세상에 하나뿐인 영혼을 다시 만드는 술법이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색 수정은 그에게는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연화했다면 금상첨화일 뿐이었다.

그의 미래의 길은 여전히 그의 것이었다.

그는 전생 때문에 살 생각은 없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묘묘 공주와 강벽난이었다.

수피화권이 그의 모든 걸 바꾸려 해도 그는 동의했을 것이다.

"구리거울, 주선이라는 건 도대체 뭡니까?"

진남의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수피화권의 말투와 전신이 예전에 한 당부로 보아 수피화권은 지위 등이 전신과 비슷하고 주선 등급의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

"너는 이제 알 자격이 된다. 주선이란 십만 년 전의 대상계의 모든 무인들 중에서 가장 강한 열 명을 말한다. 그들은 다른 선인들은 비교할 수 없는 인물이다.

전신은 주선제오인이다. 지난번에 너를 죽이려 했던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주선제구인이다. 수피화권도 아마 그중 한 명일 것이다. 내 짐작대로라면 너는 주선제일인이나 주선제이인 중 한 명일 것이다."

여기까지 말한 비월여제의 차가운 눈에 의문이 스쳤다.

주선십인은 '주'경에서 가장 강한 존재다.

그러나 삼생공(三生功)의 힘으로 진남의 전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진남의 전생은 역천지법을 써 암암리에 보라색 수정을 남겼다.

진남은 삼생공을 수련할 때 수련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나 그녀가 자신을 '시'의 상태라고 오해하지 말기를 바랐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주선제구인입니까? 저의 전생은 주선제일인이나 제이인일 거라고요?"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길게 생각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조만간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가 왜 모든 걸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죽이려는지 알아보겠다. 수피화권의 진정한 신분을 알아보고 이번에 내가 받은 걸 열 배로 돌려주겠다!'

"구리거울, 도움이 필요합니다."

진남은 문득 뭔가 생각나 미안해하며 말했다.

그는 구리거울을 도와 삼생겁을 넘긴 것 외에 줄곧 구리거울의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았다.

구리거울도 매번 그를 도와줬다.

"말하거라!"

진남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물었다.

"수피화권은 저에게 피도제단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제물로 바칠 패자의 시골과 천재지보들은 선배님께서 저를 도와 얻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는……."

진남은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들을 인간 세상에 돌아오게 하고 싶습니다."

그녀들은 떠난 지 너무 오래됐다.

"죽은 지 이레가 되는 패자의 시골은 준비할 수 있다. 창명목과 나머지 천재지보들은 장소에게 말하겠다. 삼 개월 후면 얻을 수 있을 거다."

비월여제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축선지수, 지존심과, 팔안음양화는 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진남은 의문이 생겼다.

'그 세 가지 영약엔 무슨 특이한 점이라도 있나?'

비월여제는 진남의 의문을 눈치챈 듯 말했다.

"이 세 가지 영약은 창명목처럼 '선복'이라는 이름을 가진 천재지보다. 매우 진귀하다. 만약 다른 무상도통과 고족들에게 그것들이 있다면 쉽다. 하지만 그것들은 제사소선역(第四小仙域)에만 나타난다."

마지막에 그녀는 또 한마디 보탰다.

"천 년 전에 나는 제사소선역의 열 명의 구천지존과 육 년 내에 제사소선역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제사소선역의 어떤 일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마도세를 했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는 천 년 전에 무슨 일이 절어졌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구리거울이 제사소선역에서 엄청난 일을 저질러 열 명의 구천지존을 놀라게 했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구리거울은 보통 대단한 게 아니구나.‘

0